* * *
다음 날 아침.
상호는 비어 있는 자리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나빛이 어디 갔냐?”
“모르겠는디예.”
지윤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어제 저녁에 가족들이랑 밥 묵는다고 했던 것 같은디……. 그다음은 모릅니더.”
그 옆에서 태화가 턱을 괸 채로 중얼거렸다.
“밥먹다가 배 터진 거 아냐? 요즘 배 엄청 나왔던데.”
“그게 돼? 멍…….”
단비가 눈을 깜작이며 꼬리를 살랑였다.
상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초조해진 검지가 가만히 있질 못하고 교탁을 연신 두드렸다.
‘설마 천사화가…….’
그때 앞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조금 거칠게. 쿵쿵 소리가 나도록. 상호와 아이들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태화가 눈을 반짝였다.
“경찰이다!”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
상호는 태화의 말을 일축하고 앞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어?”
그의 눈이 퉁방울만해졌다.
“……네가 왜 왔어?”
미래도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사장님?”
하지만 사장이라 불린 청년은 미래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거침없는 걸음으로 상호에게 다가설 뿐.
늘 서글서글하게 웃던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야, 강상호.”
“……응?”
나로가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상호는 황급히 손을 들어 나로의 주먹을 막았다. 일반인의 느려터진 주먹이었지만, 그걸 휘두른 게 나로라는 사실이 큰 충격이었다.
“뭐, 뭐야……. 왜 그래?”
“강상호, 너 임마……!”
나로가 눈을 부라렸다.
상호는 무언가 일이 터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설마.’
그래서 나로가 그의 멱살을 잡아도, 반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설마.’
천사화가.
눈을 질끈 감는 상호에게 나로가 소리쳤다.
“너 이 자식…… 미리 말을 했어야지!”
“……미안해.”
“네가 걱정 말랬잖아! 그런데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미안해…….”
“아무리 좋아하는 사이라도 이 자식아! 아직 키도 다 안 큰 애한테 뭐하는 짓이야!”
“미안하…… 엥?”
상호는 눈을 번쩍 뜨고 끔뻑였다. 이게 X발 무슨 소리인지.
“……뭔 소리야?”
“모른 척 하는 거야? 나빛이가 이미 다 말했다! 싹 말했다고! 그런데도 발뺌할 거야?”
“대체 무슨 소리야!”
이젠 상호도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런데 문득 나빛의 배가 생각이 났다.
‘……설마.’
설마.
어제 아침에 했던 상상이.
‘아니야…….’
아니어야 한다.
아니어야 하는데.
아닌 게 아니면 안 되는데.
넋을 잃은 상호에게 나로의 천둥 같은 일갈이 처박혔다.
“나빛이 임신했다고, 미친놈아!”
268. 상상은 현실이 된다
그걸 X발 애들 앞에서 말해버리면 어떡하라는 걸까.
상호는 당장이라도 차 문을 열고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들고 싶었다.
“어머니가 나빛이 말 듣고 쓰러지셨어.”
운전대를 잡은 나로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금은 아버지가 병원에 데려가셨고…… 나빛이만 집에 있다. 경호원 몇 명하고.”
말짱하던 집이 삽시간에 풍비박산이 났다. 하긴 고등학생 딸한테 애가 생겼다는데 박살이 안 나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 상대가 담임이라면 더더욱.
상호는 잘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열어, 제일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나빛이는 상태 어때?”
“엄마 쓰러지는 거 보고 깜짝 놀랐지.”
“언제 쓰러지신 거야?”
“어제 저녁에.”
“괜찮으셔? 다치……지는 않으셨지?”
그 말에 나로가 혀를 찼다.
“마음이 다치셨지.”
“미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애초에 한 적이 없는데……?’
당연히 한 적이 없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왜 그가 범인이 됐는지.
‘사실 내가 미안해할 이유가…… 없는 거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랬다.
상호는 나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나로.”
“어.”
“나빛이가…… 내가 아빠랬어?”
나로의 눈에 한기가 깃들었다.
“안 말했어도 너밖에 없지.”
“그런……데도 말했다는 이야기지?”
“어.”
핸들을 잡은 손에 힘줄이 솟았다.
“같이 잔 남자가 너밖에 없다던데.”
“…….”
그게 그 뜻이 아닌데.
일단 한 가지 분명한 건, 상호 자신은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애초에 건드린 적이 없으니까. 물리적으로 건드린 적은 많지만 정조를 건드린 적은 없으니까. 나빛이 임신한 게 맞긴 한지도 의문이지만.
어쨌든 상호는 잘못이 없었다.
그래서 목소리가 조금 당당해졌다.
“난 그런 적 없어.”
“뭐? 그럼 애가 어디서 솟아나.”
“그거야 모르지. 근데 난 진짜로 한 적 없어.”
“안 했다고?”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
그는 말하다 말고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이거야말로 제일 미친 소리라는 걸 깨달아서.
나로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뭐라고?”
“아니, 그게 아니라…….”
“평소에도 하고 싶었다는 뜻 아냐?”
“……아니야.”
상호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난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나빛이랑 이야기 좀 해봐야겠어.”
“나빛이 놀라게 하지 마. 어쨌든간에 애가 있으니까.”
“그래야지…….”
차가 거칠게 도로를 달려갔다.
* * *
아주 익숙한 대문.
상호는 나빛 일가의 집을 올려다보았다.
‘……이젠 처갓집인가?’
진실은 곧 드러날 것이다. 상호와 나로는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양복을 입은 사내가 헐레벌떡 마당을 가로질러 왔다.
“오셨습니까.”
“예. 나빛이는요?”
“안에 잘 계십니다.”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 상호를 흘끗했다. 눈빛에서 숨기지 못한 감정이 드러났다.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심해하는 것 같기도 한.
상호는 헛기침을 하고 나로의 뒤를 따라 현관으로 들어갔다.
나빛의 방이 어딘지는 잘 알고 있었다.
“할 이야기 있으면 하고.”
나로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산부인과 예약 잡아놨으니까 시간 되면 가.”
“……내가?”
“그럼 누가 가? 내가 가?”
“아니, 아니. 알았어…….”
상호는 허둥지둥 손사래를 치며 나빛의 방으로 걸어갔다.
정신이 없다.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잘못이 아닌데, 모두가 그를 가리키고 있으니.
‘나빛이가 날 지목한 이유가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문고리를 잡고.
어렵사리 문을 열었다.
“아.”
나빛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뒤로 기울인 흔들의자 위, 볼록해진 배에 손을 얹고서.
곧 조그만 얼굴에 헤실헤실 웃음이 걸렸다.
“선생님~.”
상호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빛의 말이 순간 ‘여보~.’로 들려서.
“나빛아…….”
그는 비틀비틀 다가가 나빛의 앞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
“어떻게 된 거야……?”
“헤헤헤…….”
나빛은 그저 웃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그녀 자신도 모르리라. 상호는 상처가 되지 않도록 말 하나하나를 조심하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
“네.”
“안 놀랐어?”
“놀랐어요. 헤헤…….”
배가 볼록 나왔다.
몸집이 작아서 정확한 가늠은 힘들지만, 임신이 확실하다면 어림잡아 두세 달은 되었을 상태. 상호는 그 배를 내려다보며 나빛의 손을 잡았다.
작고 보드라웠다.
“선생님밖에 없잖아. 그치?”
나빛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같이 잔 게 선생님밖에 없는 거지……?”
“네. 선생님밖에 없어요.”
당연히 그럴 터였다.
하지만 분명 껴안기만 하고 잤을 텐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그것도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배는 왜 이렇게 불렀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였지만, 상호는 애써 웃으며 나빛이 일어나도록 도왔다.
“산부인과 가보자. 이것저것 확인해봐야 하니까…….”
“네.”
나빛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쓰러져서 충격이 컸을 법한데, 그래도 의연하게 참으려는 모양이었다.
‘나도 쓰러질 것 같지만…….’
지금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상호는 나빛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 * *
산부인과 진료실 앞 대기석.
상호는 옆에 앉은 나빛을 내려다보았다.
“헤헤헤…….”
눈이 마주치자 나빛이 또 웃었다. 상호는 힘겹게 웃으며 나빛의 뺨을 만지작거렸다.
이런 곳에 제자와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심지어 그게 나빛이라니…….’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안대를 쓴 험상궂은 사내. 그리고 그 옆의 조그마하고 방긋방긋 웃는 하얀 머리의 소녀. 이 조합이 심히 눈에 띄었는지, 방문객들도 간호사들도 모두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산부인과라서 특히 그랬다.
“어머머, 어떻게 저렇게 어린 애를…….”
“애는 아무것도 모르나 봐요.”
“애가 좋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불쌍하네.”
“감옥에 처넣어야 하는데. 쯧쯧…….”
“그래도 잘생기긴 했어요. 그죠?”
“아무것도 모르고 얼굴에 홀랑 넘어간 거지…….”
다 아줌마, 혹은 아줌마에 준하는 여자들이라서.
칼을 차고 있었으면 훨씬 심한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상호는 칼을 두고 온 것을 참으로 다행이라 여기며 고개를 푹 숙였다.
곧 진료실 문이 열리고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환자분. 들어오세요.”
상호는 나빛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책상 옆에 선 간호사와 자리에 앉은 중년의 여성이 보였다.
의사가 사람 좋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어머. 학생분이세요?”
“네.”
상호는 나빛을 의자에 앉히고 그 뒤에 섰다.
“몇 개월인지부터…… 확인을 좀 하고 싶어서요.”
정확히는 임신이 맞는지부터 확인을 하고 싶었지만, 나빛은 임신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모양이라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의심하는 것처럼 보일까봐서.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검사를 좀 해볼게요. 산모님은 여기 간호사 따라가시고, 저어…… 보호자분?”
남편이냐 보호자냐. 그런 뜻이리라.
상호는 최대한 중립적인 호칭을 꺼냈다.
“학교 선생님입니다.”
그 말에 얼마나 많은 상상을 했을까. 의사도 간호사도 묘한 눈빛을 보냈다.
바깥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눈빛이었다.
‘괜히 말했나…….’
후회하는 상호에게 의사가 말했다.
“네, 선생님은 밖에서 기다리세요.”
“……넵.”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꾸만 달라붙었다. 이제 빠른 걸음으로 도망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상호는 일부러 구석진 곳으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서 손으로 가렸다.
‘……왜 이런 일이.’
유연이 쓰러지고 나로가 화난 것도 문제지만, 교실에서 아이들이 들어 버렸다는 것도 만만찮게 큰 문제였다.
핸드폰을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부우웅──
때마침 울리는 진동 소리.
상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누군지는 봐야겠지.’
그래서 핸드폰을 꺼내어 화면을 보았다.
순간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
봉진.
“예……. 아버님.”
[강 선생. 하…….]
봉진이 노기를 띤 한숨을 쉬었다.
[사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애를…….]
“…….”
분명 잘못한 게 없는데. 상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죄송합니다.”
[나빛이 사랑하나?]
“예?”
[나빛이 진심으로 사랑하냐고.]
대답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예.”
[그럼 됐어. 자네가 누군지는 우리도 알고……. 나머지는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고. 일단은 나빛이 불안해하지 않게 잘 책임져.]
“예…….”
[나빛이 눈에 눈물나면…… 알지?]
피눈물 나게 만든다는 뜻이리라. 상호는 한숨을 푹 쉬었다.
“예. 절대 나빛이 슬퍼하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따 봅세.]
통화는 그렇게 끊겼다.
상호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다시 얼굴을 가렸다.
‘누구는 아무리 해도 안 생겼는데. 누구는 안 해도 생기네…….’
아니, 생겼다니까 분명 하긴 했을 텐데. 그럼 그때 꿈이 꿈이 아니었던 걸까. 하지만 분명 설미와 확인했었는데.
‘모르겠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그는 눈을 감고 의자에 축 늘어졌다.
* * *
“상상임신이에요.”
의사의 말에 상호는 눈을 끔뻑였다.
“……네?”
“주변엔 잘 없지만 그래도 아주 드문 일은 아니에요.”
의사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실제 임신과 증상이 많이 유사해서, 어린 학생이 구별하기에는 많이 어려웠을 거예요.”
“그니까…… 애가 없단 이야기죠?”
“네.”
“그런데 배가 나오는 건……?”
“인체의 신비죠. 생각만으로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끼치는…….”
“…….”
이게 잘 된 건지, 잘 안 된 건지. 그는 당황하며 나빛의 눈치를 살폈다.
나빛은 맹한 얼굴로 눈을 깜작이고 있었다.
“……나빛아.”
“네?”
“그…… 없다는데.”
나빛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에요, 있어요…….”
“검사 결과도 음성이고, 초음파 촬영으로도 태반이…….”
“근데 있어요…….”
상호와 의사의 눈이 마주쳤다.
아무래도 철석같이 믿고 있던 사실이 가짜라고 판명 나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싶었다.
상호는 나빛의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였다.
“나빛이 넌 아직 준비가 덜 된 거야. 어른이 되면…….”
“있는데…….”
나빛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갑자기 배를 깠다. 옷을 확 들춰서.
살이 쪘다기에는 부자연스럽게 볼록한 배가 드러났다.
“봐요. 배도 나왔구…….”
“방금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 호르몬 때문에…….”
“빛도 나구…….”
“……응?”
상호의 손이 멈칫했다. 배에서 빛이 난다니 무슨 말인가.
그는 나빛의 배를 유심히 살폈다. 워낙 하얘서 빛이 나는지 아닌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빛이…… 난다구?”
“네. 밤에 보면 그래요…….”
“저기 의사선생님. 잠깐 불 좀 꺼도 될까요?”
“아, 네.”
의사도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호는 곧바로 내공을 뻗어 방의 불을 껐다.
“…….”
“…….”
상호와 의사 둘 다 할 말을 잃었다. 정말로 나빛의 배가 빛나고 있어서.
성력의 황금색으로.
어두운 방에 그 빛만이 오롯이 밝았다.
“……진짜네요.”
의사가 헛기침을 했다.
“병원보다는 헌터들을 찾아가보심이…….”
“…….”
상호는 뒷목을 잡았다.
269. 내 잘못 아니야
[대체 뭐 어떻게 된 거야?]
효은의 목소리.
상호는 핸드폰을 귀에 붙인 채로 나로의 차 운전석에 멀거니 앉아 있었다.
“…….”
[애들이 널 죽이네 마네 그러던데. 뭐 나빛이를 임신시켰다고도 그러고. 진짜야?]
“……아니.”
아니었다. 아마도.
“애들…… 많이 화났어?”
[몰라. 세희가 정관수술 비싸냐고 물어보던데……. 너 근데 X발 진짜 대단한 새끼다. 그 조그만 애한테 욕정을 해?]
“……아니야.”
그는 한숨을 푹 쉬고 말문을 열었다.
“지금 나빛이가 상상임신이래.”
[상상임신?]
“응, 근데…… 뱃속에 성력 같은 게 있거든?”
[뭐여 그게.]
“……그 말을 하려고 했어.”
대체 뭐냐, 이게.
“너도 천사화 앓아 봤잖아. 배에 뭐 이상한 게 있었던 적 있어?”
[글쎄. 낸들 아나. 겪어 본 적이 있어야지.]
효은이 혀를 차고 말을 이었다.
[그래도 상상임신이라면…… 나빛이가 스스로 만들어 낸 게 아닌가 싶은데.]
“스스로?”
상호는 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웃했다.
“성력으로 생명을 만들 수 있어?”
[아니면 성력이 넘쳤다든가……, 아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눈앞에 있는 것도 아닌데. 일단 데려와 봐.]
“으응. 이따 갈…… 잠깐만.”
가족들한테 들러야 하지 않을까.
그가 조수석을 돌아보자 나빛이 방긋 웃었다.
“헤헤…….”
“나빛아, 어머님 아버님 어디 계신지 알아?”
그 말에 나빛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잘 몰라요…….”
“그래. 오빠한테 물어봐야겠다.”
상호는 고개를 끄떡이고 핸드폰에 말했다.
“어디 좀 들렀다 갈게. 이따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