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5화 (265/501)

* * *

개학까지는 나흘이 남았지만, 상호의 반 아이들은 일찍 기숙사에 돌아왔다. 상호를 만나기 위해서.

맨 처음이 나빛과 나디아.

그 다음은 지윤이었다.

“쌤예!”

“응, 지윤이 왔구나…… 커헉!”

“다리 나았지예? 스파링 뜨러 가입시더!”

“명치가 안 괜찮아…….”

“태화 어데 있어예?”

“세희 방에 있을 거 같은데…….”

“저녁에 봐예! 다리 나은 기념으로 한 판 뜨는 깁니더!”

“으응.”

상호는 이화관으로 들어가는 지윤에게 애써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음은 택시를 타고 온 이츠키.

“이츠키? 일본 안 갔어?”

“전쟁나면 일본이 더 위험합니다.”

“아, 그건 그렇겠지만…….”

“그래서 부모님을 한국으로 불렀습니다.”

“……응?”

“선생님이 책임지시는 겁니다.”

“내가? 갑자기?”

“농담입니다. 부모님들은 죽어도 거기서 죽으실 분들이라.”

“끄응……. 어쨌든 그래, 잘 돌아왔어…….”

다른 아이들도 한 명씩, 점심이 되기 전에 돌아왔다.

아이들은 대부분 학부모와 함께 왔다. 그리고 그런 학부모들의 손에서는 꼭 선물이 건네어져 왔다. 아이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상호는 방 한쪽에 쌓인 선물들을 보며 침음했다.

‘귀찮은데…….’

나빛의 부모와는 친하다면 친한 사이고, 은율의 부모에게는 이미 넌지시 알려주었던 터라 크게 취급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다른 부모들의 선물은 부담이 백 배, 천 배였다.

상호는 이런 선물들을 거절하는 방법을 몰랐다.

‘염병, 이래서 X급 안 받은 건데…….’

이제 다른 반 학생들이 오면 시선도 쏟아지고, 기자들도 몰려오고, 선생들은 멀어지고, 자유는 날아가고.

고생길이 아주 시원하게 열릴 것이다.

‘X바…….’

상호는 고개를 푹 숙이며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기자들은 선을 넘는 순간 두들겨 버리리라.

그때 밖에서 트렁크 가방 소리가 났다.

드르륵, 드르르륵.

‘누가 또 왔나?’

우리 반 학생인가. 상호는 창문으로 걸어가 밖을 보았다. 한 아이가 교문에서부터 걸어오고 있었다.

살짝 건들거리는 걸음. 당장이라도 툴툴댈 것 같은 표정.

이서였다.

‘일찍 왔네.’

귀찮다면서 제일 늦게 올 줄 알았는데.

상호는 창문에서 뛰어올라 이서의 앞에 착지했다.

“이서 왔어?”

“꺅!”

이서는 화들짝 놀라 몸을 경련했다가, 상대가 상호인 것을 알아보고 애써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잔뜩 놀라서 몸이 벌렁거리고 있었다.

“……뭐예요?”

“아니, 그냥. 인사하려고. 근데 이서는 부모님이랑 안 왔네? 다른 애들은 다 부모님이랑 오던데.”

“오지 말라고 했어요.”

“잘했어.”

그는 씩 웃었다.

“들어가 쉬어. 괜히 걱정시켜서 미안해.”

“……됐어요.”

이서는 툴툴거리며 목련관으로 들어갔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나름대로 표현한 것이다. 상호는 그걸 알고 씩 웃었다.

그때 교문에서 익숙한 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져 왔다.

“멍! 멍! 멍! 선생님!”

“아, 단비야.”

“멍멍!”

차창 밖으로 단비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 * *

“들어가.”

“네에…….”

초란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상호는 목련관으로 들어가는 초란을 지켜보다가 교문을 향해 돌아섰다.

‘대충 다 왔나.’

다 왔다.

한 명 빼고.

‘가은이야 뭐……. 내가 마중 나오는 걸 더 싫어하겠지만.’

아니, 애초에 그를 걱정할 아이가 아니니, 아마 오늘은 오지 않을 것이다. 주말에 천천히 올 것 같았다.

이제 점심시간.

도현과 약속을 잡은 시간이었다.

‘혜소는 효은이 보고 있을 거고, 애들은 애들끼리 놀 테고……. 이제 가면 되겠군.’

차로 갈까, 뛰어서 갈까.

고민하던 그는 발로 땅을 두어 번 두드리다가 단숨에 박차고 뛰어올랐다.

* * *

“웬 선글라스야?”

“나도 이제 유명인이라고.”

상호는 선글라스를 살짝 내려 멀쩡한 눈과 흉터 난 눈으로 도현을 바라보았다.

둘의 앞에는 국밥이 놓여 있었다.

“그래도 얼굴만 좀 가리면 된다는 게 다행이지. 뭐 학생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거야 순식간이겠지만…….”

“너도 슬슬 내 고충을 알게 될 거다. 낄낄…….”

“난 X발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래서 안 해먹은 건데. 환장하겠네.”

상호는 김치를 우적거리며 유리창 밖을 돌아보았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지만 거리는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 그 이유는 세상의 본질이 밝기 때문이 아니라, 죽은 게 헌터들 이십여 명뿐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형.”

“응?”

“영주 형이 죽었어.”

그 말에 도현의 숟가락이 멈칫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도현은 곧 고개를 끄덕이고 국밥을 한 술 떴다.

“영주가 도와줬던 거구나.”

“응. 다 주술이었대. 누나가 죽은 것도, 태화 때문에 형이랑 내가 싸우게 된 것도.”

“잔인한 녀석이라니까.”

도현의 입에서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얼굴 한 번 안 비추고 떠나는 것까지……. 그래서, 장례는 어떻게 해?”

“태워서 뿌렸어. 내가 태운 건 아니고, 주술로 탔더라고. 그래서 하늘로 올라가서 뿌려 줬어. 유서에 쓰인 대로.”

“유서?”

상호는 말없이 편지를 건넸다.

편지를 읽은 도현은 잠시 말없이 눈을 깜빡이다가, 냉수를 쭉 들이켜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봉인을 한 게 헛일은 아니었다 이거네. 다행이네, 참……. 그래서, 혜소란 애는 누구야?”

“형도 봤어. 작년에 우리 부대 묘지에서.”

“그 비니 쓴 꼬마애?”

“응.”

상호가 도현을 만나자고 한 이유는 영주의 유서 때문만이 아니었다.

“형, 저번에 우리가 싸웠던 곳 있잖아.”

“응.”

“거기 사는 사람이 영주 형 외할머니거든?”

“뭐? 진짜? 아, 그것도 주술인가.”

“아니. 영주 형은 모르더라. 어쨌든 그 할머니…… 집은 고쳐 줬어?”

“아니, 잘 모르겠는데.”

“그럴 줄 알았어. 형도 결국 공무원이구만.”

“빈집인 줄 알았지.”

“잘 고쳐 드려.”

“그래야지.”

어느새 밥이 다 거덜나고 국물만 남았다. 상호는 국물을 들이키려고 그릇을 들다가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까, 형.”

“응.”

“형 어제 뭐했어? 여자 팼어?”

“아, 아니.”

도현이 당황했다.

“그냥. 영화였어, 영화.”

“……영화라고? 그게?”

소리가 아주 리얼했는데. 우는 소리부터 문 긁는 소리까지.

그때 도현의 전화가 울렸다.

“아, 잠시만.”

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으며 가게 밖으로 나갔다.

‘협회 일인가?’

상호는 그러려니 하고 남은 국물을 들이키다가.

‘……아니면 여자 일인가.’

문득 의심이 들어, 유리창에 슬쩍 기대어 귀를 붙였다.

도현이 가게 앞을 서성이며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저 빨래 다 했고, 설거지 다 했어요……. 제발 집에 좀 보내 주세요…….]

여자 목소리.

상호는 얼른 알아듣지 못했다.

‘누구지?’

도현의 단호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안 돼. 이제 거기가 당신 집이야.”

[집에 개가 있다구요……. 가서 밥 줘야 돼요…….]

“나랑 협회에서 살다시피 했으면서 뭔 소리야. 뻥치지 마.”

상호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

리주. 분명히 리주의 목소리였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공리주가 형 집에 살고 있다고?’

상호는 숨을 죽이고 계속 통화를 엿들었다. 도현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가면 바로 시작할 거니까 씻고 기다려.”

[오, 오늘 또 한다고요?!]

리주의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

[저, 저 죽어요. 어제도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제발, 제발, 열네 시간씩 했으면 하루는 걸러도 되잖아요…….]

“뭘 걸러? 엄살 부리지 마. 내가 한다면 하는 거야. 나 도착할 때까지 씻고 침대에 가만히 앉아 있어. 알았어?”

[네, 네에…….]

‘…….’ 상호는 할 말을 잃었다.

도현이 가게로 돌아올 때까지도 상호는 유리창에서 귀를 떼지 못했다. 그대로 굳어 버려서.

도현은 돌이 된 상호를 보고 눈을 끔뻑였다.

“뭐 해?”

“…….”

“계산하고 나가자. 나 볼일이 생겨서 집에 빨리 들어가야 되겠어.”

“…….”

“상호야?”

“…….”

그 후로도 상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 * *

충격적인 진실에 미움도 삭아버렸다. 상호는 자신의 방을 향해 걸어가며 입맛을 다셨다.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겠네.’

그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방 문고리를 잡았다.

그런데 어째 안에서 수상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효은인가?’

평소와는 뭔가 달랐다.

‘혜소도 같이 있어서 그런가?’

상호는 별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

얼굴에 뭔가가 날아와 박혔다.

“짜잔! 케이크 발사대!”

“우와, X급 헌터도 못 피해, 멍.”

“과학의 힘이지, 후후후…….”

미래가 팔짱을 끼고 콧대를 높였다.

상호는 선글라스를 벗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방을 둘러보았다. 그의 반 아이들 모두가 그의 방에 들어와 있었다.

가은까지.

“얘들아……?”

“선생님, 이거 봐요. 헤헤헤…….”

나빛이 무언가를 들고 흔들었다.

트로피처럼 생겼다. 아니, 트로피가 맞았다. 잘린 왼쪽 다리 모양 트로피.

상호는 그걸 보고 눈을 끔뻑였다.

“뭐야, 그게?”

“선생님 다리 고친 기념일이요, 헤헤…….”

“……기념일?”

“그리고 태화 무사히 돌아온 것도 겸해서요~.”

나빛이 방긋 웃었다.

침대에 이불을 두르고 선 태화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가슴을 내밀었다. 전투에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장군처럼.

이미 무사귀환기념 케이크빵을 맞았는지 얼굴에 생크림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헹.”

“……아하.”

상호는 그제서야 얼떨떨한 마음을 추스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뭐…… 케이크가 끝이야? 너희 점심 먹었어?”

“아니요~.”

“급식소 안 열었어요.”

그거야 당연하다. 오늘 학교에 있는 사람들은 상호의 반과 민정, 효은, 혜소, 해련, 혁, 그리고 몇몇 교사들이 끝이니까.

상호는 씩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배달시켜 줄까?”

“네!”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 창문에서 한 소녀가 얼굴을 쏙 들이밀었다.

“아으!”

배달이란 말을 들었을까. 다혜의 눈빛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다.

상호는 쓰게 웃으며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다혜도 있었네. 그래. 같이 먹자.”

그리고 호기롭게 배달 어플을 켰다. 식신 두 명이 함께 있긴 하지만, 30인분이든 40인분이든 지금의 그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얘들아.”

“네?”

“주변에 가게를 연 데가 없어……. 피난 갔다가 다시 개점 준비하나 봐.”

“으잉…….”

“괜찮아!”

태화가 당당하게 소리쳤다.

괜찮다니 뭐가 괜찮은 걸까. 상호는 태화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쌤 돈까스 잘 만들잖아!”

“…….”

설마.

“……나보고 지금 돈까스를 만들라고? 20인분 넘게?”

“웅.”

“나 죽이려고 작정했냐?”

“X급이잖아.”

태화는 뻔뻔하게 대답하고는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야, 쌤 돈까스 개맛있어. 겉은 바삭한데 속은 녹아. 숨어 살 때 먹었는데 먹다 죽는 줄 알았어.”

“진짜? 우와!”

“참말이가?”

나빛과 지윤이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냈다.

태화의 말을 들은 다혜가 침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상호는 그 모습을 보고 당장 준비해서 만들지 않으면 아주 호된 징벌이 내려질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 만들어 줄게…….”

“아싸! 돈까스!”

“선생님, 같이 장 보러 가요!”

“그래, 그래…….”

그토록 바라던 웃음이 곁에 있다.

상호는 한숨을 푹푹 내쉬다가도 그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며, 얼굴에 묻은 케이크를 집어 먹고 씩 웃었다.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단맛이 났다.

역시 다 함께 먹는 음식이 제일인 법이었다.

254. 내가 선택한 인연이다

토요일 밤.

상호는 운동장에서 세희를 마주했다.

“오늘부터는 매일 수업이야.”

세희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업이 될 거고.”

상호의 몸에서 검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 속에 깃든 하늘색을, 세희는 살짝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네 처음 결심보다도 훨씬 힘든 수업이 될 거야.”

세희가 아무리 성실해도 세상을 구하려는 마음을 가지지는 않았을 터. 각오라 해 봐야 스승과 약속한 만큼일 뿐. 괴물의 왕과 싸운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호에겐 세희가 필요했다.

“괜찮겠어?”

“네.”

세희는 그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상호도 그럴 줄 알고는 있었지만, 고작 한 마디 말에 세상의 안위를 걸 수는 없었다.

“잘 생각해.”

상호는 한 걸음씩 다가갔다.

“검술 수업은 아플 거고, 생존 수업은 힘들고 더러울 거야. 네 성취감보다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거고, 보람은 영원히 없을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네.”

세희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손 줘.”

세희는 상호의 손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손을 통해 내공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이, 더 강하게.

온몸이 불타는 것 같았다.

“으……!”

“견뎌야 돼.”

상호는 계속 내공을 주입했다.

곧 내공의 이동이 끝나자 세희가 진땀을 흘리며 비틀거렸다.

“가슴이 답답해요…….”

“내공이 단전에 다 안 들어가서 그래.”

그동안 꾸준히 단전을 키우는 수련을 해 왔지만, 그럼에도 세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내공의 양은 상호의 100분의 1도 안 되었다.

상호의 목표는 최소 2분의 1.

“일단 그걸로 초강기부터 만들어 봐.”

세희의 검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아주 맑은 하늘색.

상호는 그 불꽃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 강기는 왜 색이 변했지……?’

왜 이제서야 변했을까. 예경의 내공을 받은 건 아주 오래 전인데.

‘세희는 또 왜 안 변하는 거고…….’

그런 의문이 들었다.

상호의 눈동자가 옆으로 조금 굴렀다.

‘……누나한테 물어볼까.’

그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검을 들었다.

“좋아. 그걸로 이제 나랑 싸우는 거야.”

“어…….”

세희는 살짝 주춤했다.

상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초강기. 그리고 그녀 자신을 향해 시퍼렇게 번득이는 진검.

게다가 이제는 멀쩡해진 다리.

 ‘싸운다’라는 개념이 성립될 수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네.”

어떻게든 싸워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앞으로 받아야 할 수업은 그런 종류의 수업이다.

세희는 그렇게 이해하고 상호에게 달려들었다.

세희의 몸이 옆으로 휙 돌아갔다. 발이 위로, 머리가 아래로.

“……케흑!”

옆구리부터 떨어져 숨을 토해내는 세희에게 상호가 물었다.

“보였어?”

“아……니요.”

“아예 안 보였어?”

“네…….”

뭘로 맞았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발목이 아프긴 한데.

세희는 곧바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선생님?”

상호의 검이 세희의 목을 누르고 있었다.

날카로운 칼끝에 피 한 방울이 묻었다.

“쓰러지면 죽는 거야.”

낮은 목소리가 세희를 내리눌렀다.

“절대 쓰러지지 마.”

“……네.”

불가능한 주문이었지만, 세희는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호는 세희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자, 다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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