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흔들리고 있군.”
악마가 중얼거렸다.
그 말에 상호는 일부러 칼끝을 흔들며 깐죽거렸다.
“못 보면 문제가 있지.”
“기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악마는 검지로 상호를 가리켰다.
“네 마음의 흔들림을 말하는 것이지.”
“나보다도 눈깔 적은 놈이 뭐라는 거야?”
상호도 칼로 악마의 이목구비 없는 얼굴을 가리켰다.
“네놈도 상태가 정상이 아니잖아? 그땐 꼬리에 뿔에 난리도 아니었는데. 못 본 새 아주 소박해지셨군 그래.”
“그런데도 너희는 고전하고 있지.”
악마가 웃었다.
“포기하고 죽어라.”
“…….”
사실 포기하고 싶었다.
남들이 죽든 말든 알 바 아니고, 이 빌어먹을 세상에 복수하고 싶었다. 보란 듯이 전쟁을 다시 일으키고, 너희 스스로 살아남으라 외치고 싶었다.
영웅은 필요할 때만 영웅.
아니, 필요하지 않을 때만 적당히 영웅 취급. 필요할 때는 노예. 시킨 일을 안 하면 벌레 취급에 그동안 자기들이 멋대로 해온 영웅 취급을 엇셈하려 한다.
상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렇다고 검을 내리진 않았다.
“그럼에도 싸우겠다는 거냐?”
악마가 어깨를 으쓱였다.
“눈물겹군. 세상에 미련이 많은가?”
“아니.”
미련은 없다.
세상에 남은 것이 없다. 기실은 뭐 때문에 싸우는지도 모르겠다. 상호는 악마를 향해 비틀비틀 다가가기 시작했다.
“잘 모르겠는데.”
그리고 달려들었다.
순전히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난 이것밖에 모르겠다. 싸우는 것밖에. 칼 쓰는 것밖에…….”
검푸른 불꽃을 두른 검이 악마의 팔을 베었다.
강기 중에 제일인 천색창염의 초강기. 마나로 이룰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구조였고, 그 힘은 악마의 육체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근육질의 팔이 검은 피를 흘리며 날아갔다.
하지만 상처는 금세 재생되었다.
‘염병…….’
베어도 베어도 계속 자라난다. 이것을 싸움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저런 능력을 가진 놈들은 언젠가 마나가 바닥나 재생을 못 하게 되기 일쑤인데, 눈앞의 괴물은 그런 기색도 없이 처음처럼 쌩쌩했다. 피부로 느껴지는 기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해지면 강해졌지 약해지지는 않았다.
봉인이 풀려서 점점 힘을 되찾아가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포기하라는 거다.”
악마는 상호의 마음속을 읽는 듯 말했다.
“너흰 절대로 이길 수 없으니까.”
“내가 못 이기면 너도 못 이기는 거야, 새끼야.”
상호는 침을 탁 뱉고 다시 검을 치켜들었다.
“내가 세상 X같은 건 그러려니 해도…… 너한테 지는 건 참을 수 없거든.”
“생각해봤나?”
악마가 양손을 얼굴 가까이 들어 올렸다.
“네가 날 이겨도 세상은 널 원망할 것이다. 평화로운 망상 속에 살던 이들을 잔인한 현실로 끌어냈으니까. 그들은 알고 싶지 않았다.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진실 따위엔 관심이 없지. 지금까지도.”
악마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는 이기든 지든 지옥에서 살게 될 거다.”
상호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검을 손에서 놓는다는 선택지가 없어서. 다시, 다시, 또다시. 초강기를 불태우며 악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커헉……!”
악마의 주먹이 상호의 복부에 꽂혔다.
상호는 땅을 구르다가 벌떡 일어나 검을 휘둘렀다. 검푸른 검강이 날아가 악마의 허리를 베었다. 이번에도 의미는 없었지만.
그래도 바닥을 보이는 내공을 끌어모아 어떻게든 검에 둘렀다.
“몸은 안 지킬 셈인가?”
악마는 순간이동으로 나타나 상호의 등에 주먹을 날렸다.
퍼억
“……윽.”
재빨리 강기를 옮겼지만 충격을 피할 순 없었다.
기침을 안 해도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뜨끈한 짠맛이 혀에 묻어났다. 상호는 피와 침을 뱉어내고 다시.
또다시 검을 들었다.
“끝까지 해보자고, 새끼야.”
콰악
검이 악마의 손목을 날려 버렸다.
* * *
“맛있어?”
“웅.”
태화는 입을 오물거리며 대답했다.
한 손에는 엄마 손, 한 손에는 솜사탕. 짧은 보폭으로 되똥되똥 걷는 꼴이 꼭 일부러 엄마 관심을 끌기 위해 장난치는 것 같았다.
“엄마, 엄마.”
“응?”
“나 이상한 꿈꿨져.”
“뭔데?”
“막, 막 이짜나, 머리에 뿔도 달리구, 꼬리도 나서 요로케요로케 흔들구, 몸매도 완전 쭉쭉빵빵햇써.”
“그래? 재밌었어?”
“웅, 글구 엄청 잘생긴 아저찌도 만났는데…… 어어…… 이름이 머엿찌? 까머거따. 근데 엄청 잘생겼었써.”
여인의 손이 태화의 머리를 쓸었다.
“좋았겠네.”
“웅.”
태화는 헤실헤실 웃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아까부터 자꾸 묘한 느낌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었다.
이 기분을 무어라 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놓아주고 싶지가 않았다.
“엄마.”
“응.”
“왜 이제 와써?”
“응?”
“오래 기다렸단 말야.”
“그새 또 꿈꿨구나. 계속 같이 다녔는걸.”
“그렁가?”
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여인에게 와락 안겼다.
“나 다리 아퍼.”
“아빠 오면 업어달라 하자.”
“아빠? 아빠 와?”
“응, 태화 사진 인화해서 오신대. 저녁도 같이 먹기로 했어.”
“아싸~.”
“어서 가자.”
여인은 촐랑거리는 아이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걸어갔다.
* * *
“수고했다.”
악마가 손뼉을 쳤다.
“이제 굳이 포기하지 않아도 되겠군.”
“……뭔 개소리야.”
도현은 창을 겨누며 중얼거렸다.
상호는 이미 개박살이 난 채로 저 멀리 벽에 처박혀 있었다. 이제는 도현과 해련, 그리고 겨우 회복한 민정이 악마를 상대로 대치중이었다.
악마는 그들을 쓱 둘러보고 말을 이었다.
“말 그대로다. 너희의 발버둥도 이제 의미가 없단 뜻이지.”
“무슨…….”
도현의 말은 곧 끊어졌다.
악마의 머리 위 허공, 검은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거대한 원을 그리고 있었다.
민정이 눈을 부릅떴다.
“저건…….”
“문을 여는 마법이다.”
악마가 양팔을 넓게 펼쳤다.
“벌레에겐 어려운 마법인데, 용케 알아보는군.”
그 말대로 민정은 꿈도 못 꿀 마법이었다. 동반 공간이동 따위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마법.
악마가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 권속들을 데려와 잔치를 열 것이다. 피를 잔에 따르고 생살을 씹어주마. 수고했다. 마나도 없던 세상의 인간치고는 제법 매서웠다는 건 인정해 주지.”
검은 원 속에서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안에 다른 공간이 있는 것처럼 넓었다. 거대한 괴수와 흉측한 요물들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꿈틀거렸다.
아니, 이미 튀어나오고 있었다.
“큭……!”
도현은 흙 씹은 표정으로 창을 움켜쥐었다.
다들 죽을 만큼 지쳐 있었지만, 죽기 싫으면 싸워야 했다.
“일어나.”
도현의 말에 쓰러져 있던 헌터들이 움찔했다.
“딱 한 번만 마지막으로 싸워보자고. 다들 일어나!”
헌터들은 비틀거리며 무기를 짚고, 서로를 부축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멍한 표정으로.
그 멍한 눈빛들에 투기가 깃들었다.
“구제불능이군.”
악마가 손가락을 튕겼다.
“이제 쉬도록 해라.”
키에에엑……
쿠르륵……
그림자들이 괴성을 지르며 세상에 고개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 * *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눈동자조차 움직일 수가 없었다.
상호는 벽에 처박혀 앉은 채로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입에서는 시커멓게 죽은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누나.’
머릿속을 가득 메운 단 한 가지 의문.
‘나는…… 누나가 왜 죽어야 했는지.’
왜. 왜. 왜.
어째서, 도대체가.
‘이 X발놈들의 세상이 왜 우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는지…….’
삶의 고난과 죽음의 역경을 얼마나 많이 넘어왔던가. 몬스터들에게 죽을 뻔하고, 상처가 곪아 죽을 뻔하고, 얼어 죽을 뻔하고, 목말라 죽을 뻔해도 둘이서 꿋꿋이 버텨왔는데.
그러고도 세상은 끝끝내 그들을 찢어놓았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상호는 눈을 감았다.
폐허에서 몬스터들과 헌터들이 결전을 펼치고 있었지만,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살아가야 할 이유도.
싸워야 할 이유도.
전부 잊어버렸다.
‘……하하.’
드디어 죽는구나. 상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피를 한 사발 게워냈다.
감각이 둔했다. 손발이 차고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쏟아지는 폭음도, 찢어지는 비명도 이제 더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희미해지는 전장의 소음 사이로.
“상호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상호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눈을 번쩍 떴다.
침침한 시야에 기다란 치맛자락이 나풀거리고 있었다.
“일어나야지.”
고개를 들자 그녀가 보였다.
긴 생머리. 따뜻한 눈빛. 나긋나긋한 웃음과 여유로운 몸가짐까지.
모두가 온전히 그녀였다.
‘……대체.’
꼭 진짜 같았다.
정말로 살아 돌아와서 눈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온기도, 숨소리도.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는 분명히 살아 있다고, 온몸의 감각이 절절히 부르짖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죽었다.
“누나……?”
운기조식 중도 아니고 잠을 자는 것도 아닌데. 항상 뒤편에서 목소리만 들려주고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그녀가, 지금은 눈앞에 서 있다.
상호는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어떻게……?”
“어떻게일까?”
예경은 웃었다.
“어떻게일까? 상호야. 넌 이미 답을 알고 있어.”
“……모르겠어요.”
상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누나가 왜 죽어야 했는지, 왜 누나를 죽인 세상을 위해서 싸워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나는…….”
“그래?”
머리에 손길이 느껴졌다.
“그런데 넌 이미 답을 알고 있어.”
“몰라요, 모른다고요…….”
“내가 네 안에 있으니까.”
“……네?”
상호는 눈을 끔뻑이며 예경을 올려다보았다.
문득 영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답은 네 안에 있다.’
두 사람이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야. 잘 생각해 봐.”
예경이 그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
따스한 향기.
달콤한 촉감.
가짜란 걸 아는데도, 이 내공인지 환각인지 모를 무언가가 묘한 느낌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 기분을 무어라 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절대로, 절대로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다 말해 줬어. 넌 할 수 있어. 왜 내가 죽어야 했는지, 네가 할 일이 무엇인지……. 너는 이미, 다 알고 있어.”
“모르겠어요, 모르겠다니까요, 모르겠다고요…….”
“답은 네 안에 있어…….”
예경의 목소리가, 모습이 흐릿해져 갔다.
그 순간 상호는 깨달았다.
‘……아.’
왜 악마가 예경의 검을 피했는지.
왜 자신과 예경 둘이서 악마의 봉인을 부담해야 했는지.
왜 예경이 죽어야 했는지.
‘누나.’
오직 둘만이 가능한 일이기에.
같은 내공을 가진 그들만이 가능한 일이기에.
‘정말 그런 거예요……?’
그들 둘이 아니면, 안 되었던 것이다.
‘정말로……?’
상호는 이제 모든 진실을 깨달았다.
‘겨우 그런 이유로…….’
질끈 감은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바보 같은 진실에 이빨이 부득부득 갈려 나갔다.
둘만이 가능했던 이 빌어처먹을 임무에서, 하필 예경이 죽는 역할을 맡았던 이유는.
스스로 선택한 인연이기에.
책임을 갖고 성의를 다해야 하기 때문에.
‘겨우 그딴 이유로……!’
상호는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삼키며 눈을 떴다.
침침했던 눈앞이 이제는 뚜렷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명료했다. 그는 두 다리로 일어나서 악마와 사람들이 싸우는 전장을, 세상을 똑바로 마주했다.
이젠 안다. 악마가 예경의 검을 피했던 이유를.
귓가에 희미한 속삭임이 닿았다.
‘내공에 영혼을 담는 거야…….’
힘껏 부여잡은 검에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250. 초혼강기
악마의 몸이 움찔했다.
지극히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그 스스로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완벽하고 고고한 이 몸이 무엇에 긴장감을 느꼈는가.
하지만 곧 엄습하는 낯익은 기운에 기겁하며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건…….’
그때와 같다.
그 여자의 마나와 똑같다.
‘대체……?’
곧 악마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었다.
칼에 검푸른 마나를 두르고 다가오는 사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악마에게 쥐어터지고 박살이 났던 사내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검푸른 마나의 결정 사이로 하늘색이 언뜻 비쳤다.
‘……설마.’
악마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저 마나를 쓰는 자가 또 나타날 줄이야.
주술의 힘을, 영혼을 담은 마나.
운명을 바꾸는 힘.
‘어떻게…….’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본질.
그 여자의 하늘색 마나에만 영혼이 담긴 것이 아니라, 검푸른 마나에도 똑같이 영혼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뜻은.
지금 악마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사내가, 그 힘을 온전히 습득했음을 의미했다.
‘그럴 순 없다. 그럴 리 없어. 하찮은 인간 따위가…….’
악마와 동급의 존재들에게만 허락된 힘을, 한낱 인간 따위가 다루다니.
악마는 서둘러 마나를 끌어모아 몸 주변에 두르고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저 검푸른 검을 든 사내를 죽여라.
크르르……
키에에엑
괴물들이 사내를 향해 달려들었다.
사내가 검을 슬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검에 두른 불꽃이 길게 치솟았다. 이전까지보다 훨씬 고강하고, 거대하고, 정순한 기운이 느껴졌다.
곧 괴물들이 사내를 빈틈없이 에워쌌을 때.
푸른 선이 비스듬히 한 번 그어졌다.
투콰악
한순간이었다.
검푸른 불꽃은 단번에 모든 그림자를 찢어버리고 하늘 높이 날아가더니, 태양을 가린 검은 원마저 반으로 갈라 버렸다.
악마는 그 광경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
저벅……
검을 든 사내가 서서히 다가왔다. 악마는 정신을 차리고 마나를 끌어 올렸다.
설령 저 사내가 영혼의 마나를 다룬다 하더라도 그뿐. 찰나의 생을 살아온 미물과 영겁의 생을 살아온 자신의 전투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악마의 손에 칠흑색의 검이 나타났다.
“버러지가……!”
악마는 그렇게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 자신의 모든 힘을 한데 모아서.
폭포처럼 난폭하게 치솟는 마나가 사내를 덮쳤다.
“그게 아냐.”
칠흑색 폭포 속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다루는 게 아니야.”
악마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미물 주제에 누굴 가르칠 셈인가.
“무슨……!”
“가르쳐 주지.”
검은 마나 속에서 하늘색 불꽃이 일렁였다.
“그게 내 일이니까.”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인다. 악마는 온몸의 마나를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 육체를 구성하는 마나까지 전부 다.
악마의 육신이 무너지며 그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부풀어 올랐다.
쿠구구……
순식간에 거인이 된 그림자는 사내를 향해 더욱 강하게 검을 밀어붙였다. 온 힘을 다해. 죽을힘을 다해.
그러나 사내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잘 보고 배우라고.”
어둡고도 밝은 창염이 폭포를 단숨에 갈랐다. 너무도 간단하게.
멍하니 굳어 버린 악마에게 사내가 웃었다.
“따라 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창염이 그림자를 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