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1화 (251/501)

* * *

“우와아아아!”

태화의 눈이 반짝였다.

“고로케!”

“돈까스야.”

“엥.”

태화는 눈을 끔뻑이다가 꼬리를 촐싹거리며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

“나 돈까스 먹고 싶어 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다 알지, 임마.”

상호는 밥상 위의 돈까스를 과도로 썰었다. 잘 튀겨서 바삭한 촉감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맛있게 잘 됐다. 얼른 먹어.”

“쌤.”

“응.”

“고마워.”

태화가 씩 웃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 상호는 태화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노파를 돌아보았다.

“할머니도 드세요.”

“오냐.”

노파의 시선은 태화의 꼬리를 향하고 있었다.

“고년 참으로 신기하네. 원숭이도 아닌 것이. 얼굴은 예쁘장하게 생겨 갖고. 뿔은 또 왜 달려 있냐?”

“솝니다, 소. 소가 사람 간 먹고 인간이 됐어요.”

“너는 어른을 놀려먹는 것이 그리 기분이 좋으냐?”

“에이, 장난이죠…….”

“너는 필시 밖에서 사람 등쳐먹는 일을 했을 게다.”

“학교 교사인데요.”

“나라가 망했구나.”

셋은 그렇게 밥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 * *

“추적은 잘 되고 있나?”

도현은 지휘실 소파에 누운 리주를 내려다보았다.

리주가 얼굴에 서류를 덮은 채로 대답했다.

“되면 이러고 있겠어요?”

“코빼기도 안 보여?”

“코빼기가 뭐예요, 머리털 하나만 보여도 바로 잡을 수 있는데…….”

정보가 작냐 크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정보가 있냐, 없냐.

아주 작은 꼬투리 하나라도 찾는 순간, 하루도 안 되어 목표를 잡아낼 수 있는 능력. 협회에겐 그럴 힘이 있었다.

리주는 서류를 치우고 도현을 올려다보았다.

“학교는 어떻게 하고 왔어요?”

“더 있어봤자일 것 같아서.”

“거기 사람들이 부협회장님 동생을 위해서 뭔가 계획을 세우면 어쩌려고요?”

“그럼 그걸 쫓지. 이대로는 아무런 소득도 없어.”

도현은 리주의 옆에 앉았다.

“당신이 하는 그거도 의미가 없어 보이는데. 희생자 마지막을 티비로 트는 거. 도망치기 바쁠 텐데 티비를 보겠어? 봐도 아이한텐 안 보여주겠지.”

“사람들의 분노를 키우는 거죠.”

리주는 혀를 찼다.

“정의감에 빠진 누군가가 도와줄 수도 있으니까……. 뭐 이태화의 죄책감을 유도하는 것도 부차적인 목적이긴 하지만.”

도현은 대꾸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둘 다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의 휴식이 너무 간절해서.

이윽고 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새로 하는 건 잘 되고 있어?”

“새로 하는 게 한두 개예요?”

“지폐 추적.”

상호가 은행에서 뽑아간 현금.

은행 기록에 남아있는 일련번호를 바탕으로 추적하는 것이다. 정확한 계획은 도현도 잘 몰라서 이제 물어보는 참이었다.

“어떻게 추적하는 거야? 지폐 추적은 그 돈이 다시 은행으로 들어가야 추적할 수 있는 거 아냐?”

“그래서 만든 게 이거죠.”

리주는 핸드폰을 꺼냈다.

“이 어플에 일련번호를 입력해서 은행 기록과 일치하면 백만 원을 주는 거예요. 복권 같은 느낌이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게.”

지폐에는 애초부터 위조 방지 기술이 적용되어 있으니, 예산이 초과될 일도 없고 정보가 뒤섞일 일도 없다.

“물론 지급은 협회가 확인한 뒤에 하고요.”

“성과는 있나?”

“홍보를 거하게 때려서, 이미 한 군데 찾긴 했는데, 벌써 한 번 걸러진 돈인데다가 그 사람이 지폐를 어디서 가져왔는지 기억을 못 해서……. 기억했다 해도 시간이 오래전이라, 아마 뒤쫓긴 늦었을 거예요.”

“돈세탁을 한 거 아냐?”

“이런 상황에서 누굴 믿고 돈세탁을 할까 싶은데. X급 정도 되면 그 정도 인맥은 있는 건가요?”

“……그런 놈은 아니긴 한데.”

상호는 예경이 죽은 후로 세상과 연을 끊고 살았다. 그 사실은 도현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리주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상황실.

“뭐야.”

[지폐 찾았습니다.]

리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연락은 됐어?”

[예. 입력자는 고등학생인데, 친구들이랑 가다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달라며 심부름을 시켰다고 합니다.]

“…….”

리주와 도현은 눈을 마주쳤다.

“찾은 것 같죠?”

“그러네.”

이건 지폐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 도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먼저 수색하고 있을 테니 위치 알아내면 바로 연락해.”

“예.”

리주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녀는 전화에 대고 다시 물었다.

“그것 말고는?”

[차를 보긴 했는데 특징 없는 검은색 세단이랍니다. 번호는 못 외웠고, 차종은 학생이라 잘 모르는 듯합니다.]

“사진 보여주면서 물어봐야겠네. 출동해. 출동해서 그 학생한테 시간대랑 차종 물어보고, CCTV 바로 분석해서 번호 알아내고.”

[예.]

리주는 대답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X급이지만 절름발이이니, 이제 차만 알아내면 잡는 건 시간문제. 도시 하나 정도로만 좁혀도 하루면 싹 털어낼 수 있다.

그녀의 시선이 방을 나가는 도현을 향했다.

“부협회장님?”

“뭐.”

“싸우면 이길 수 있어요?”

도현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글쎄.”

그도 천색창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긴다, 라는 말의 정의에 따라 달라지겠지.”

“부협회장님이 생각하는 이긴다의 정의는?”

“쓰러트릴 수 있느냐고 물으면…… 그건 불가능에 가깝지.”

“어머, 그 정도예요?”

리주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둘끼리도 그렇게 차이가 나요?”

“죽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도현은 방문을 열고 리주를 흘끗했다.

“하지만 이긴다라는 말이…… 그 녀석의 뜻을 꺾고 내 목적을 이룰 수 있느냐라면…… 그건 가능하지. 혼자서는 힘들더라도.”

“다굴치면 이겨요?”

“못 이기는 게 이상하지.”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지휘실을 나갔다.

방에 남은 리주는 핸드폰을 느릿하게 흔들거리다가, 곧 삐뚠 웃음을 지으며 소파에 푹 퍼져버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무도 죽일 필요 없다.

‘드디어…….’

그녀는 눈을 감고 하늘에 감사 기도를 드렸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