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벌써부터인가.’
상호는 탈의실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검은 학교에 놓고 왔고, 옆에 둔 것은 지팡이. 다리를 저는 티를 내기 싫어서 앉아 있었지만, 안대로 몰려드는 시선까지 어찌할 수는 없었다.
지나가는 남녀들 모두가 그를 한 번씩 돌아보았다.
‘흉터까지 내놨으면 볼만했겠구만.’
그는 입고 있는 티셔츠를 만지작거리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명의 소녀가 여자 탈의실 입구에서 걸어 나왔다.
‘왔나.’
상호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셋 중에 키가 제일 큰 소녀가 탈의실 안쪽으로 도로 뛰어 들어가려 했다. 그런 소녀를 옆의 둘이 붙잡았다.
“아 왜 또! 바다에선 잘만 입었잖아!”
“바, 바다는 멀어서 괜찮은데, 여긴…… 사람들이 너무 가까워…….”
“아무도 너 신경 안 써! 그리고 쌤이 다 지켜준다니까.”
태화의 말과는 반대로 이미 남자들의 시선이 몰려들고 있었다. 특히 모델처럼 키가 크고 어른티가 나는 은율에게.
상호는 재빨리 일어나서 셋에게 걸어갔다.
“뭐 걸칠 거 안 가져왔어?”
“아, 쌤. ……뭐야, 쌤은 또 왜 꽁꽁 싸맸어?”
“아기들이 보면 놀랄까봐 그런다, 임마. 야, 벗기지 마! 벗기지 말라고!”
“지랄마! 벗어. 애들도 쌤 복근 보면 군침 질질 흘린다고.”
“야!”
결국 상호는 태화의 등쌀에 못 이겨 웃통을 벗었다.
살짝 그은 피부와 각이 질 정도로 울퉁불퉁한 근육. 그리고 등을 마구 건너지르는 생생한 흉터들.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이 움찔했다.
“와 씨, 뭐여. 괴물이 있네.”
“다리 저는 것 같은데? 이길 수 있냐?”
“불가능 X발놈아. 지팡이로 뚝배기 깨게 생겼는데…….”
여자들은 한술 더 떠서 아예 멈춰 섰다.
“어머, 저 오빠 몸 되게 좋다.”
“아, 근데 여자가 있네.”
“동생들 아냐? 함 물어볼까?”
심지어는 코앞에 있는 이츠키까지 그의 배를 빤히 쳐다보았다. 상호는 당황하며 셔츠로 가슴팍과 배를 가렸다.
“저기……, 사카시타, 너무 빤히 보지 말고…….”
“아, 실례했습니다. 군침이 좀 나와서.”
“뭐……, 뭐?”
“좋은 구경 했습니다.”
이츠키는 그렇게 말하고 슬쩍 상호의 옆에 다가섰다.
상호는 반쯤 얼이 빠진 채로 셔츠를 들고 서 있다가, 아직도 쭈뼛거리는 은율에게 셔츠를 건넸다.
“이거라도 입을래?”
“……네.”
은율은 얼굴을 붉히며 셔츠를 받아들었다.
은율이 셔츠를 입자 태화가 셋의 등을 떠밀며 소리쳤다.
“가자고, 빨리. 뭘 타든 어디 빠지든! 신나게 놀고 천세희 놀리자고.”
“나쁘지 않습니다.”
“세희한텐 숨기는 게 낫지 않아……?”
“넌 또 뭔 소리야! 그게 최고로 재밌는 건데. 쌤! 사진, 사진 찍자.”
“핸드폰 없는데.”
“응? 왜?”
“물 들어가잖아……. 락커에 놓고 왔지.”
“아오, 쌤 늙었어, 진짜! 방수팩에 넣으면 되잖아!”
“얌마, 너도 안 가져와서 이러는 거잖아…….”
“기다려! 내가 사올게. 잠깐만, 지갑은 있어?”
“그것도 락커에…….”
“답답이! 꼰대! 늙은이!”
“너도 안 가져와서 찾는 거잖아…….”
“메롱.”
“에휴…….”
상호는 한숨을 쉬며 탈의실로 돌아갔다.
* * *
“아오! 빡쳐!”
태화가 발을 쿵쿵 구르며 걸어왔다.
선베드에 누워 있던 상호는 고개를 들어 태화를 바라보았다.
“뭐야, 왜.”
“쟤들 쌤보다 못 놀아!”
“뭔 소리야, 신나게 놀고 있더만.”
“흥.”
태화는 콧방귀를 뀌고는 상호의 다리에 걸터앉았다.
“쌤은 안 놀아?”
“지팡이 들고 들어가면 민폐밖에 더 되겠냐.”
“같이 놀아. 응? 잠깐 부축받으면 될 거 아냐.”
“지금…….”
이 꼬라지로 어떻게 부축을 받냐. 상호는 그 말은 하지 못하고 눈짓으로 태화의 차림새와 자신의 차림새를 가리켰다.
그러자 태화가 피식 웃으며 그의 옆에 누우려 했다.
“뭐 어때? 맨살 좀 닿으면.”
“야!”
상호는 기겁하며 선베드에서 굴러떨어졌다.
“야, 애들이 보면 어쩌려고…… 켁!”
멀리서 이츠키와 은율이 그와 태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과 정통으로 눈을 마주치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태화야, 제발 부탁이다, 나 선생님이야…….”
“아잇, 그러니까 쌤이 늙은이 같다는 거야.”
태화는 혀를 쏙 내밀고는 이츠키와 은율에게 달려갔다.
“안 놀 거면 말어. 난 다시 놀다 올게~.”
“많이 놀아. 너희끼리 많이……. 딴데로 갈 땐 말해야 돼.”
“웅~.”
상호는 한숨을 푹 쉬고 다시 선베드에 누웠다. 지대가 약간 높아서 파도 풀장이 한눈에 보였다.
이츠키와 은율이 조용한 성격이라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잘 놀고 있었다. 파도도 맞고, 공도 던지고.
지금은 서로 물에 담그고 있었다.
“아 씨, 무예년들아! 매너하라고! 나도 마법 쓴다!”
“그런 거 쓰면 안전요원들한테 끌려나갑니다.”
“야, 도은율! 너 나한테 뭐 삐진 거 있어?! 뽀그르륵…… 뽀그룹, 콜록, 콜록! 잘모탯써, 미아내…….”
“평소 행실을 돌이켜 봐.”
잘 놀고 있다. 상호는 멀거니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시야 한구석에 무언가 거슬리는 것이 잡혔다.
아이들을 향한 시선.
‘……흠.’
상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한 사내가 일행들과 놀다 말고 갑자기 아이들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은율이나 이츠키가 아니라, 정확히 태화를.
‘눈에 띄는 아이긴 하지만…….’
뿔 때문일까, 꼬리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어떠한 목적을 품고 있다면.
‘가만히 둘 순 없지.’
상호는 내공을 뻗으며 그 사내를 지켜보았다.
215. 첫날부터
사내는 체격이 다부진 편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헌터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만큼.
하지만 상호의 눈에는 보였다. 무예를 익히지 않은 근육과, 전투를 모르는 굼뜬 움직임이.
‘다른 유형일 수도 있지만…….’
아마 헌터는 아닐 것이다. 느낌이 그랬다.
그러나 헌터 협회에 헌터만 있는 것은 아니고, 일반 직원이나 관계자들에게 66부가 명령을 내렸을 수도 있으니.
상호는 경계를 풀지 않고 사내를 주시했다.
‘협회 사람이 아니라면…… 아주 푹 빠졌나 보네.’
그 정도로 눈을 떼질 못했다.
66부라면 주변에 상호가 있는지 확인부터 했을 터. 하지만 아직 확신이 없어 헷갈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상호는 슬그머니 안대를 벗어 선베드에 내려놓았다. 사내가 돌아봤을 때 들키지 않도록.
사내는 태화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다가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쪽 인간은 아니구만.’
66부의 명령을 받았다면 보고부터 하고 행동했을 테니. 그냥 태화가 눈에 든 모양이었다.
‘그것도 좀…….’
상호의 내공이 사내를 향해 옥죄어 들어갔다.
‘곤란하지.’
상호는 파도가 칠 때를 기다렸다.
사내와 태화의 거리가 가까워짐과 동시에 물의 수위도 점점 낮아졌다.
풀장의 끝에서 파도가 출발하고, 사내가 태화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는 순간.
사내의 몸이 세로로 반 바퀴 돌았다.
“어?”
사내는 그렇게 얼빠진 소리를 흘리고는.
철썩……
파도와 함께 그 모습을 감췄다.
파도가 사라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물속의 흐릿한 단말마만이 아련하게 들려올 뿐. 상호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다시 안대를 썼다.
그때 그와 이츠키의 시선이 마주쳤다.
‘……들켰나?’
상호는 살짝 웃어 보이고 몸을 누였다.
그 후로 거슬리는 시선은 눈에 띄지 않았고, 아이들은 방해 없이 편하게 놀 수 있었다. 상호도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느긋하게 휴식을 즐겼다.
어느새 점심때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 * *
“쩝…….”
태화가 핫도그를 우적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드럽게 비싸네. 그래도 그만큼 쌤이 날 좋아한단 거겠지.”
“내가 널 아낀다는 걸 이제야 알겠냐?”
“그치만 천세희가 왔으면 저 소떡소떡이랍시고 소시지 두개 떡 두개 끼워놓고 양심없이 오천원에 파는 것도 마구마구 사줬겠지.”
“……먹어.”
“앗싸~.”
태화는 상호의 카드를 들고 가게로 달려가 금세 꼬치를 사 왔다. 상호는 그런 태화를 질렸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맛있어?”
“웅.”
이츠키와 은율은 다른 곳에 들렀다 오기로 해서, 상호와 태화는 서로 탁자에 마주 앉아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다.
문득 태화가 물었다.
“쌤.”
“응?”
“무슨 일 있었는지 말 안 해줄 거야?”
상호는 고개를 들어 태화와 눈을 마주쳤다.
“태화야.”
“응?”
“사람이 모든 걸 알 수는 없겠지?”
“갑자기 뭔 소리야?”
“생각이나 해 봐. 사람이 모든 걸 안다는 건 불가능하잖아.”
“그거야 그렇겠지.”
상호는 태화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직접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밉더라도, 거기에 너무 파묻히지 말고, 살면서 한 번쯤은…… 그 사람한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구나, 하고 돌이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해.”
태화는 중선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 못했다.
물론 중선의 속내를 모르는 건 상호도 마찬가지.
유언이라도 한마디 들었으면 좋으련만. 상호는 그런 아쉬움을 품으며 시선을 멀리 돌렸다.
“……흐음.”
태화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소시지를 우물거렸다.
“글쎄, 나는 그렇게 배우질 못해서.”
“그냥 생각만 해 보라는 거야. 당장 마음을 바꿀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면, 쌤.”
“응?”
“쌤은 미운 사람 없어?”
상호는 습관적으로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있지.”
“미워하면 안 되는 거 아냐? 그 사람한테도 어떤 사정이 있었을 테니까.”
“…….”
영주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용서할 수 없는 불구대천의 증오가 있음을, 상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그치?”
태화가 그의 입에 꼬치를 들이밀었다.
“그런 거야.”
상호는 그 끝에 걸린 떡을 조금 뜯어 먹었다. 만난 지 오래된 한 아이를 생각하며.
‘……혜소는 잘 지내려나.’
그 아이는 둘 사이에 오해가 있을 거라고 했다.
제삼자가 보기엔 안타까운 관계가 있다. 상호 자신이 태화와 중선을 보는 것처럼.
하지만 하나 명백하게 다른 점은, 혜소는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는 것.
영주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해한다 해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네.’
오히려 배웠다. 상호는 턱을 괴고 태화를 바라보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멀리서 머리가 흠뻑 젖은 이츠키와 은율이 걸어오고 있었다.
* * *
“잘 놀았어?”
“엉.”
“네.”
아이들이 녹초가 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신나게 놀았어도 오후 3시 반. 학교로 돌아가면 4시가 조금 넘을 터였다.
상호는 운전을 하며 머릿속으로 계획을 짰다.
‘애들은 다 갔을 테고, 학교에는 세희랑 미래, 이서, 가은이…… 흠, 세희한테만 변명거리 만들어 놓으면 되겠네. 음……. 멀리서 점심 먹었다고 할까?’
그건 안 된다. 자길 왜 안 데려갔는지 의심할 테니까.
‘은율이 집 데려다주는 김에 태화랑 이츠키 마트에서 필요한 거 사줬다고 해야겠다. 그러려면 일단…….’
상호는 뒷좌석을 돌아보았다.
“은율아, 너 집 갈 준비 다 되어 있어?”
“네. 어제 다 싸 놨어요.”
“그러면 내가 집 데려다 줄 테니까, 태화가 세희 몰래 짐 좀 옮겨 줘. 순간이동으로.”
“내가? 왜?”
“세희한테 안 들키게. 잠깐만, 너…….”
상호가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자 태화가 멀뚱히 어깨를 들썩였다.
“왜?”
“너 세희 놀리지 마.”
“왜?”
“내가 데려가 줬으니까 너도 내 말 한 번은 들어야지. 수영장 갔다고 세희한테 자랑하지 마. 네가 자꾸 그런 걸로 놀리니까 어디 놀러 가기가 눈치 보이는…… 컥!”
상호는 말하다 말고 급격히 핸들을 틀었다. 아이들은 휘청거리다가 중심을 잡고 상호를 돌아보았다.
“뭐야, 왜?”
“……못 봤냐?”
“뭐가?”
상호는 벌렁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백미러를 흘끗했다. 방금 지나친 예현여고 교문이 점점 멀어져 갔다.
그 앞에 한 소녀가 칼을 들고 서 있었다.
‘조졌다…….’
상호는 일단 학교 주변을 뱅뱅 돌기로 했다. 대처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칼까지 들고 서 있는 걸 보니 아마 놀러 갔다는 확신을 가진 것 같았다. 대체 어떻게 들킨 건지.
돌연 그의 머릿속에 아침에 태화의 방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야, 태화.”
“응?”
“너 세희 수영복…… 제자리에 갖다 놨어?”
“아니?”
‘……그러니까 들키지!’ 필시 칠칠맞게 침입의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세희는 그걸 보고 무언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거고.
상호는 한숨을 쉬고 교문으로 차를 돌렸다.
“얘들아.”
“네.”
“세희한텐 그냥 동네 수영장에서 놀고 왔다고 해.”
“네.”
차가 교문 입구에 들어서자 머리를 굵게 땋은 소녀가 칼을 들고 그들의 앞을 막았다.
상호는 굼벵이보다 느린 속도로 차를 몰아 소녀에게 찔끔찔끔 다가갔다.
그리고 차창을 내려 세희와 얼굴을 마주했다.
“저기…….”
“…….”
세희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람은 살기를 품을수록 싸늘해지다가, 어느 순간 고요해지는 때가 온다. 상호는 그 정순한 살기를 마주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저는 강상호 씨 동생 강성호구요…….”
개소리를 꺼내자마자 세희의 칼이 차체를 긁기 시작했다.
끼기긱……
“아, 알았어! 미안해, 세희야. 절대 선생님이 가자고 한 게 아니라…….”
끼기기긱……
“물론, 물론 태화가 가자고 했어도 널 불러야 했겠지만! 그래도 태화가 자꾸 너만 빼고 가자고 보채서…….”
카가가각……
“잘못했어…….”
상호는 두 손을 모아 싹싹 비볐다.
그제서야 세희의 검이 차에서 떨어졌다.
“저도.”
“응?”
“저랑도 가요. 나중에.”
“아, 응. 그래야지…….”
“약속했어요.”
세희가 길에서 물러났다.
상호는 한숨을 푹푹 쉬며 이화관으로 향했다.
“진짜 한번 놀러 갈 때마다 무슨 꼴이냐, 이게…….”
“쌤. 쌤쌤쌤.”
“뭐.”
“이제 들켰으니까 자랑해도 되지? 세희한테 사진 보낸다?”
“하지 마. 칼 맞으려고 환장했냐?”
“전송~.”
“……야!”
* * *
“진짜, 방학이 더 힘든 것 같다…….”
첫날인데도. 상호는 차를 몰아 교문을 나서며 한숨을 쉬었다.
“은율이는 어때? 방학이 더 좋지?”
“……그저 그래요.”
뒷자리에서 은율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답이 영 시원스럽지가 않다. 상호는 백미러로 은율의 표정을 흘끗했다.
“방학 별로야?”
“조금…….”
“왜? 친구들 못 봐서?”
“……그래서이기도 해요.”
다른 이유가 더 있는 걸까. 궁금했지만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은율이 집이 학교에서 얼마나 걸리지?”
“한 시간보다 조금 더 걸릴 거예요.”
“그럼 가면 바로 저녁 먹겠네?”
“네.”
“오랜만에 어머니 밥 먹겠네.”
그 말에는 은율이 입을 다물었다.
파도 파도 아리송한 아이들의 집안 사정. 상호는 진땀을 흘리며 핸들을 돌렸다.
‘얘네 집에도 또 뭐가 있구만…….’
되도록이면 저녁상에 동석하지 말아야겠다. 그는 그렇게 다짐하며 은율의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