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9화 (219/501)

* * *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너 미워서.”

상호는 그렇게 답하며 내공으로 차 문을 열었다.

효은이 조수석에 털썩 앉으며 재차 물었다.

“미워? 여자 생겼냐?”

“아니.”

“그 수호부대 할머니?”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왜? X라 쌔끈하드만. 수영복 입으니까 완전 20대던데.”

“지…….”

지금은 더 젊어, 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괜히 기름을 끼얹는 것 같아서.

상호는 한숨을 쉬며 핸들을 잡았다.

“아니야.”

“뭐가 아니야?”

“몸매가 내 스타일이 아니더라고.”

“그으래?”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효은의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졌다.

“그 말은 몸을 보긴 봤다는 말이네?”

“그…….”

봤다뿐이랴. 씻기기도 하고 끌어안고 자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으니.

‘말했다간 나중에 씹힐지도 몰라…….’

이제는 성창보다 이빨이 더 무섭다. 상호는 대충 얼버무렸다.

“봤지 그럼……. 그냥 스치듯이 본 거지.”

“그냥 스치듯이 보면서 몸매를 평가해? 와……. 대단하네, 이 새끼. 너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냐?”

효은이 벌레 보듯 상호를 꼬나보았다.

뭔 말을 못 하겠다. 상호는 잔뜩 쪼그라든 채로 중얼거렸다.

“아니, 니 몸매가 더 좋다는 뜻으로 말한 거지…….”

“절벽이라고 하던 새끼는 뒤졌냐?”

“누가 절벽이야? 어유, 수박이네 수박.”

“병신…….”

효은은 낄낄거리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농담이야, 멍청아. 난 바람피는 건 뭐라 안 해.”

“아니라고…….”

“내가 원했던 거니까.”

어두워진 창문에 효은의 쓴웃음이 비쳤다.

“남이 원한다고 뭐라 할 순 없겠지.”

그런 이야기였나.

상호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효은을 흘끗하며 말했다.

“그래도 난 너밖에 없어.”

“늦었어, 새끼야. X급이란 새끼가 대답은 몇 초씩 걸리네, 븅신…….”

“난 B급이거든.”

“자랑이다, X밥아.”

차는 밤의 도로를 달려 학교로 향했다.

* * *

밥까지 먹고 오니 시간이 늦었다. 상호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와이셔츠를 벗어 침대에 던졌다.

“빨리 씻고 자.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니까.”

하지만 효은은 수녀복 차림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을 했다.

“씻으면 뭐해, 땀 뻘~뻘 흘릴 거면서. 날도 더워 죽겠구만.”

“……오늘 안 할 거야. 내일 일찍 이사장실 가야 돼. 수업하기 전에…….”

“뭐어? 니가 좋아하는 까만 속옷 입고 왔는데!”

“내가 언제 그딴 말을 했어, 시바……. 어쨌든 안 해. 빨리 자.”

“참나, 야. 그러면 내가 왜 니 부탁 들어줘야 되는데?”

효은이 쌍심지를 켰다.

“여기 홍보대사 해서 나한테 떨어지는 게 뭐가 있다고. 그 쥐꼬리만한 돈 받고 얼굴을 팔으라는 거야? 양심 있냐?”

“그래서 이렇게 예뻐해 주잖아.”

상호는 양손으로 효은의 얼굴을 붙잡고 마구 문질렀다.

“정 할 거면 내일 하면 되지. 오늘만 날이냐. 그래도 간만에 같이 자잖아.”

“흥.”

콧방귀는 뀌지만 납득을 했는지, 효은은 침대에서 일어나 수녀복을 걷어 올렸다.

“근데 홍보는 왜 하라는 거야? 교장한테 이쁨받으려고?”

“아니, 이사장 때문에.”

“이사장도 여자야?”

“남자.”

“뭐? 너 이 새끼 설마…….”

“뭐.”

“그쪽이냐?”

또 헛소리. 상호는 한숨을 쉬었다.

“아니야. 내 첫 제자가 사고를 쳐서…… 그거 퇴학 막는다고 이사장한테 샤바샤바 하는 거야.”

“첫 제자는 여자냐?”

“여고인데 당연히 여자지……. 만난 건 여기가 아니었지만.”

“그래?”

효은이 그를 욕실로 잡아끌었다.

“씻으면서 썰 좀 풀어 봐.”

“야, 야…….”

“벗어, 빨리.”

“야!”

그는 욕실에게 잡아먹히듯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 * *

“오호.”

침대에 누운 효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수호부대 할머니한테 상처를 냈다고?”

“뺨에 살짝.”

상호는 검을 머리맡에 기대어 두고 효은의 옆에 누웠다.

“그래도 금방 제압하셨지. 교장선생님이.”

“그래야지, 짬이 있는데. 그러면 그 용혈이란 거는 대체 왜 생긴 거야?”

“난들 아냐? 마나란 걸 다 알지도 못하는데.”

참 지멋대로인 놈이다. 사람을 젊게 만들기도 하고, 뿔을 나게 만들기도 하고.

영혼을 담기도 하고.

“그래서 교장선생님이 민정이 누나한테 데리고 갔어. ……잠깐, 그러고 보니까 소식이 없네.”

상호는 황급히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따로 온 연락은 없었다.

잘 만나긴 했을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걱정이 됐지만, 해련이라면 자기가 알아서 잘 하고 있을 터였다.

“모르겠다. 자자.”

“야.”

“또 뭐.”

“나 벌렁거려.”

“혼자 해결해.”

“X 까.”

“……싫어.”

“까라고!”

“싫다니까!”

“니가 안 까면 내가 하면 되지, 븅신.”

효은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오기 시작했다.

상호는 뜨거운 입김이 닿는 것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에휴, 아침에 어떻게 될지 눈에 선하다…….’

그렇지만 차마 밀쳐내지는 못하고.

조용한 한숨만 푹푹 쏟아질 뿐이었다.

* * *

“일어나라고!”

“10분마안…….”

“그러게 내가 참으라고 했지! 니랑 나랑은 세 시간이 기본이라고!”

상호는 효은의 몸에 둘둘 말린 이불을 확 잡아당겼다.

“빨리 일어나서 준비해.”

“참나, 나중에는 지가 더 신나게 달려 놓고선…….”

효은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둘은 대충 끼니를 때우고, 세수하고 양치하고. 옷을 입었다. 넥타이를 다 맨 상호는 차림새를 쓱 훑고 현관으로 향했다.

“야, 가자. ……뭐하냐?”

“화장.”

효은은 침대에 앉아 화장품 손가방을 열고 있었다.

가뜩이나 바쁜데 이젠 또 화장인가. 상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냥 와.”

“쫌 기다려. 늦으면 죽냐?”

“안 해도 예쁘니까 빨리 와!”

“눈이랑 입은 해야 할 거 아냐!”

“수녀가 무슨 화장이야! X랄 말고 빨리 가자고!”

상호의 내공이 효은을 번쩍 들어 현관으로 데려왔다. 화장품 손가방은 침대에 떨궈둔 채.

상호는 공중에 둥둥 뜬 효은에게 신발을 신겼다. 그러자 효은이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니랑 할 때 눈썹 안 그릴 거야.”

별것도 아닌데 가슴이 철렁했다. 그동안 쌩얼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니.

상호는 식겁하며 효은의 얼굴을 더듬었다.

“……뭐야, 진짜잖아.”

“딱 보면 모르냐? 븅신~.”

효은이 낄낄거리며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그런 그녀의 손목을 상호가 붙잡았다.

“야, 잠깐만.”

“뭐. 왜.”

“방 밖에서는 아는 척 하지 마.”

상호는 효은의 얼굴 앞에 검지를 세웠다.

여기는 학교. 그리고 남교사 숙소.

새벽 일찍 나가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다.

“너는 X급 헌터님이고, 나는 일개 B급 교사. 너는 손님, 나는 직원. 뭔지 알지?”

“그런 설정이야?”

“그게 현실이지. 저번에 교생 때도 잘 했잖아. 이번엔 X급인 걸 까고 오는 거지만…….”

“알았어.”

효은은 혀를 차며 상호에게 다가섰다.

“그럼 여기서 실컷 하고 가야겠네.”

“뭐, 뭘 하려고…….”

“눈 감아, 멍청아.”

입술 사이로 혀가 번들거렸다.

상호는 얼굴을 붉히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다가, 벽에 등을 부딪히고는 더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닫고 눈을 감았다.

연한 담배 맛이 났다.

* * *

“왜 이렇게 늦어?”

효은이 소파에 누워 빈둥거렸다.

“X급 헌터님을 이렇게 기다리게 해도 되는 거야?”

“우리가 일찍 나온 거야.”

상호는 커피를 홀짝이며 핀잔을 날렸다.

둘이 있는 곳은 별관 휴게실. 아직 혁이 오지 않아서 이사장실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효은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툴툴거렸다.

“그러면 더 자도 됐던 거 아니야?”

“거기 남교사 숙소였어, 멍청아. 니가 내 방에서 나오면 큰일나.”

“왜 반말이야?”

“……응?”

상호는 눈을 끔뻑였다. 이 여자가 잠이 덜 깼나.

“갑자기 뭔 소리야?”

“밖에서는 B급 교사라매.”

“둘밖에 없잖아. 야, 그거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러지 말라는 거지…….”

“B급따리가 건방지게 뭐라는 거지?”

효은이 눈썹을 치키며 검지를 까닥였다.

“야, B급. 이리 와 봐.”

심심한가 보다.

상호는 한숨을 푹 쉬며 효은의 앞에 섰다.

“예예, 헌터님.”

“꿇어.”

그는 그 말대로 했다.

“어디 싸가지 없게 따박따박 말대꾸야? B급밖에 안 되는 게.”

효은의 손바닥이 그의 뺨을 짝짝 두들겼다.

아프지는 않지만 착착 감기는 게 은근히 따가웠다.

“표정 풀어. 어쭈, 빡쳤어?”

“……아니요.”

“그치?”

효은은 상호의 머리채를 움켜잡았다.

“손님 따위가 감히 교사…… 아니, 교사 따위가 감히 손님한테 대들면 안 되지? 아주 중요한 손님인데 말이야. 그치?”

“예.”

“시키는 대로 해야겠지?”

“예.”

상호는 조금씩 올라가는 효은의 옷자락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 * *

커피에 오묘한 맛이 섞였다.

상호는 소파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입속을 씻어냈다. 그 옆에 앉은 효은이 다리를 꼬며 상호를 흘겨보았다.

“B급 주제에 감히 나를 먹는구나.”

“됐어 임마. 언제까지 할 거야.”

“뭐? 야, 내가 너한테 맞춰주는 거잖아! 누가 시켰는데!”

“시끄러.”

별관 현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상호는 소파에서 일어나 효은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이사장은 알고 있으니까, 그 사람 앞에서는 크게 신경 안 써도 돼.”

그 말에 효은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상호는 눈을 끔뻑였다.

“왜?”

“아니, 너……. 은근히 즐기면서 사는구나 싶어서.”

“……그런 거 아냐. 어쩌다가 들켰어.”

이사장실 쪽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혁이 온 모양이었다.

상호는 효은과 함께 휴게실을 나섰다.

복도로 나오니 혁이 이사장실 문을 열다 말고 그들을 돌아보고 있었다.

“아.”

혁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오셨습니까, 헌터님.”

“네.”

“들어오시지요.”

혁은 문을 활짝 열고 효은이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상호는 효은을 뒤따르다가 혁을 흘끗했다.

“허리가 그렇게 유연하신지 몰랐습니다.”

“사회적 지위의 차이라는 거지. 자네같은 애송이들은 무력이 다인 줄 알겠지만.”

혁이 어깨를 들썩였다.

“꼬우면 X급 받고 와. 그럼 얼마든지 굽혀 줄 테니.”

“……됐습니다.”

상호는 혀를 차고 안으로 들어섰다. 효은은 당연하다는 듯 상석에 앉아 거만하게 탁자 위로 다리를 꼬고 있었다.

X급 헌터라면 어디서든 응당 저런 대우를 받겠지만, 애인이 저따위로 굴고 있는 것을 보니 낯 뜨거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야, 다리 내려.”

“B급따리…….”

“좀 내려! 내가 부끄러워 죽겠어, 아주 그냥…….”

상호는 직접 효은의 자세를 바로잡았다.

혁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자기 책상으로 가서 뭔가를 뒤적이더니, 얇은 종이 뭉치를 하나 들고 효은의 앞에 놓았다.

“계약서입니다. 내용은 저 친구 통해서 알려드린 대로입니다. 읽어보시고 이상 없으시면 밑에 사인 부탁드립니다.”

급여. 기간. 타교와의 이중계약 금지. 일정 기간마다 의무적으로 활동.

효은은 종이를 넘기며 내용을 쭉 읽어 내려갔다.

상호는 멀거니 서 있다가, 혁이 효은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손짓해 부르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조용히 다가서서 효은을 등지고 물었다.

“뭡니까?”

“애인인가?”

“……그렇습니다만.”

“수녀복은 패션인가 보구만.”

“대충 그럴 겁니다.”

“그럼 결혼도 생각 중인가?”

“아마도요.”

“하지마.”

“네?”

상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뭔 소립니까? 갑자기.”

“할게 못 돼.”

혁의 눈빛은 진지했다. 상호는 그 모습에서 진정성 어린 순수한 호의를 느끼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기혼이셨어요?”

“담배를 왜 끊었겠어?”

“거 백해무익한 거 이유 없이 피면 이유 없이 끊을 수도 있는 거지……. 그래서 그 말은 왜 하는 거예요?”

“교육자의 마음이지.”

혁은 쓸쓸히 중얼거렸다.

“인생 선배의 조언이니 새겨들어. 교사니까 조언이란 게 얼마나 귀한지 알잖아?”

“예…….”

상호는 진땀을 흘렸다.

당장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차에, 이리 쓰디쓴 조언을 들으니 괜스레 가슴이 서늘해졌다. 안 그래도 방금 휴게실에서 매운맛을 살짝 본 뒤라서.

상호의 시선이 효은을 향했다.

‘……아직 불임 맞……겠지?’

설마 민정에게 몰래 치료받은 게 아닐까. 그러나 그는 곧 고개를 흔들었다.

선택지는 없다. 더 이상 떨어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에.

“조언은 감사하지만…… 제가 알아서 할 일이죠.”

“그래?”

혁은 혀를 차며 돌아섰다.

“뭐 알아서 잘 해 보라고. 도망도 못 치는 몸으로 자기만큼 강한 여자한테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궁금하구만.”

꼭 죽을 사람 취급과 같았다.

상호는 결의를 다지며, 한편으로는 두려움을 억누르며. 계약서에 사인하는 효은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당분간 과녁 밖에 쏴야겠다…….’

204. 사면초가

상호는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효은을 행정실로 데려다 주었다.

홍보대사가 뭘 하는지는 행정실 직원들이 알아서 처리할 테다. 그는 문을 열고 효은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전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헌터님. 만수무강하세요.”

“네. 나가 죽으세요, 선생님.”

그 말에 직원들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지만, 상호는 개의치 않고 행정실을 나섰다.

그런데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강 선생님 또 여자 건드렸나 봐.”

“어머, 어떻게 X급 헌터를 건드릴 생각을…….”

“처음에는 깡패인 줄 알았다가 의외로 서글서글해서 놀랐는데, 알고 보니 완전 난봉꾼이야.”

“임 선생님만 불쌍하지…….”

설미의 이야기는 대체 왜 나오는 걸까. 상호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행정실은 교장실과 거리가 가까웠다. 복도를 걷다 보니 교장실 안쪽에 앉아 있는 해련과 눈이 마주쳤다.

상호는 손을 흔드는 해련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안으로 들어섰다.

“……어, 다혜는 어디 있어요?”

다혜가 같이 있어야 하는데.

혁이 다혜의 곁에 상호나 해련이 붙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 또 짜증을 내며 뭐라뭐라 할 것이었다. 상호는 당황하며 교장실을 둘러보았다.

해련이 여유롭게 차를 홀짝이며 답했다.

“하루만 거기서 재웠어요.”

“그럼 오늘 학교 안 와요?”

“아니, 아침에 자기 누나랑 같이 오기로 했지.”

“자기……?”

자기가 누구냐. 상호의 머릿속이 잠시 정지했다.

“……제 누나요? 민정이 누나 말하는 거예요?”

“그럼 여기서 누나라고 할 사람이 어딨어. 다들 언니지.”

“아니…… 알았어요. 그럼 그건 됐고. 누나가 여기 온다고요? 다혜랑?”

“응.”

상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 치료 방법이 그런가 보죠?”

“아니. 방법은 아직 못 찾았어.”

“그럼요?”

“애를 둘이서만 돌보면 힘들잖아. 게다가 강 선생은 남자인걸.”

“아…….”

납득이 됐다. 안 그래도 업무가 많은 교사와 교장인데, 둘이서만 교대하기는 많이 벅찬 일이었다. 거기다 상호는 다혜의 생활은 돌봐 줄 수가 없으니.

“그러면 여기서 머물겠네요?”

“응. 머물면서 방법 찾아 달라고 했어.”

“알았어요.”

상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가로 향했다.

“전 수업 들어갈게요.”

“응, 들어가요. 아 참, 근데…….”

“네?”

돌아서는 그를 향해 해련이 웃었다.

“아침에 들어보니까 여자친구가 학교에 온다던데. 지금 와 있어요?”

“아……. 네.”

“학교에 머무르는 거야?”

“그럴…… 거 같아요. 걔 사는 곳이 멀어서, 여기 자주 오기 힘들어 가지고…… 홍보대사 일이 어느 정도 끝날 때까지는 여기 있지 싶어요.”

“그럼 같은 방 쓰나?”

그 말에 상호의 얼굴이 붉어졌다.

“따로 방을 못 얻어서…….”

“어머, 핑계는~.”

해련이 키득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냥 물어 봤어요. 어머, 얼굴이 홍시가 됐네. 어서 수업 들어가요~.”

“……네.”

상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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