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또 왔네.’
상호는 뒤쪽에서 따끔하게 찌르는 시선을 느꼈다.
아마도 본관 2층. 계단 쪽 창문.
누군지는 돌아보지 않아도 뻔했다.
‘이렇게까지 따가운 눈빛은…… 흔치 않지.’
지금은 방과 후의 대인무술 수업시간.
그가 있는 곳은 운동장.
거리가 꽤 됐지만, 정신줄을 놓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바라보는 시선에 희미한 살기가 섞여 있어서.
그래도 굳이 신경 쓰지 않고, 세희와 은율의 대련에만 집중을 했다.
카앙
세희의 검이 하늘을 날았다.
상호는 내공을 뻗어 그 검을 잡고 둘에게 말했다.
“잘했어, 둘 다. 실수 없이.”
세희는 둥실 날아온 검을 잡고 상호를 돌아보았다. 은율도 마찬가지로 상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제는 아주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거야. 검의 속도, 내공의 강도…… 그리고 실수라고 부를 수도 없는 찰나의 판단들이. 무슨 말인지 알지?”
“네.”
“그러니까 결국 시간 싸움인 거지. 경험을, 내공을 많이 쌓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뭐 그런 요소들은 지금까지도 별다를 건 없었다만…….”
상호는 씩 웃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말로 가르쳐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 같아.”
은율이 눈을 깜빡였다.
“그러면요……?”
“그건 이제 내가 고민할 문제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주 작은 것들을…… 가르치는 거. 쉽지야 않겠다만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세희와 은율은 검을 쥔 채로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별안간 세희가 물었다.
“저희 많이 강해졌어요?”
“응.”
상호는 흐뭇하게 웃었지만, 세희는 다시금 물었다.
“그러면 그 언니 이길 수 있어요?”
“다혜?”
상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글쎄.”
“글쎄예요?”
세희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솔직히 답해 달라는 듯이.
상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많이 힘들지.”
그게 솔직한 평가였다.
“그래도 뭐…… 강하니까 도전할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어? 저번에도 말했잖아. 자기보다 약한 놈만 상대로 삼는 인간은 강해질 자격이 없다고.”
“그런가요.”
세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되물었다.
“그럼 3학년은 이길 수 있어요?”
“3학년?”
그건 또 왜 물을까. 상호는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속으로 계산을 했다. 이따금씩 봤던 3학년들의 실력을 고려해서.
“음……. 상위권 애들은 힘들겠지만…… 하위권 애들은 충분히 이길 것 같아. 물론 너희가 전력을 다한다는 가정 하에.”
“그럼 됐어요.”
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러운 대답이 되었을까. 상호는 애써 웃으며 자연스럽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근데 그건 왜 물어? 뭐 3학년이랑 대련이라도 해?”
“아니요.”
세희도 비슷한 웃음을 지었다.
“그냥, 개인적으로 궁금했어요.”
그 말이 상호에게는 다르게 들렸다. 묵사발을 내놓고 싶은 3학년이 있다는 소리로.
그렇지만 차마 더 묻진 못하고.
“무슨 일 있으면 선생님한테 말해. 대련도 웬만하면 선생님 앞에서 하고…….”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세희는 그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가만히 있다가, 이내 그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네.”
대답을 들어도 전혀 안심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수업은 이걸로 끝. 상호는 둘의 어깨를 토닥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부터 따갑게 등을 찌르던 시선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
상호는 교무실 자리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옆으로 다가온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이서가 그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불렀어요?”
“아, 이서 왔구나.”
상호는 씩 웃으며 의자를 돌려 이서를 마주보았다.
“할 말이 있어서 불렀어.”
“길어요?”
“아니. 5분이면 돼. 혹시 더 할 일 있어?”
“빨리 끝내 줘요.”
이서는 상호가 가져온 의자에 앉으며 팔짱을 끼었다.
상호는 주변을 한 번 쓱 둘러보고 말을 꺼냈다.
“이서 네가 저번에 중간평가 때 5승 5패였잖아?”
“예.”
“선생님이 그때 좀 놀랐거든. 의외로 성적이 꽤 나와서.”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항상 수업을 대충 듣는 이서가 단비와 초란보다 승수가 높다니. 어쩌면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말에 이서가 무심한 표정으로 머리를 빗어 넘겼다.
“그래서요?”
“조금만 더 노력하면 오후 본선 나갈 실력이 될 것 같아서. 딱 2승만 더 올리면 되잖아. 혹시…… 나머지 수업…….”
“싫어요.”
이서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럴 줄 알았다. 상호는 한숨을 쉬고 솔직한 본심을 꺼냈다.
“이서야. 선생님이 솔직히 말할게.”
“이미 수업 다 듣고 있잖아요. 더 하란 법이 있어요?”
“아니 말 좀 들어 봐. 선생님이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뭔데요?”
이서가 눈살을 찌푸렸다.
상호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가은이 있잖아. 선생님이 가은이를 방과 후 수업에 넣고 싶거든.”
“알아서 하세요. 저랑 상관없잖아요.”
“상관이 있지.”
상호의 손이 이서의 손을 잡았다.
“네가 재능은 있지만 하솔이나 가은이를 이길 정도는 아니잖아?”
“그래서요?”
“그런 네가 수업을 듣고 나서 가은이를 이기면? 가은이는 네가 대체 무슨 수업을 받았는지 궁금해하겠지?”
“……뭔 소리를 하나 했더니.”
이서는 콧방귀를 뀌며 손을 뺐다.
“됐어요. 전 생각 없어요.”
“제발…….”
상호는 두 손을 비볐다. 사실 방과 후에 대인 무술을 가르치는 것은 가은을 위해서이기도 한데, 맨날 멀찍이서 구경만 하고 수업에는 절대로 참여하지 않았다.
아마 상호가 싫어서이겠지만, 그래도 자기보다 밑에 있던 이서가 자신을 이기게 되면 그때는 상호의 수업에 관심을 가질 터였다.
“선생님이 소원 하나 들어 줄게. 소원권 하나 줄게…….”
“그 소원권이란 거.”
이서가 눈썹을 살짝 올렸다.
“진짜로 아무거나 다 들어줘요?”
뭘 하려고 이럴까. 상호는 진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범죄만 아니면. 그리고…… 교사로서 할 수 없는 일도 안 되고.”
“……흠.”
이서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듯하더니만 다시금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근데 수업 빡세잖아요.”
“……그렇지. 아무래도.”
“그럼 안 해요. 귀찮아요. 소원이고 뭐고 필요 없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이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호는 이서를 잡을 말이 떠오르지 않아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알았어……. 교실 가서 쉬어.”
“예.”
이서는 망설임 없이 뒤돌아서 교무실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그때 나빛이 교무실 안으로 고개를 빼꼼 들이밀고는, 상호와 이서를 발견하고 방긋 웃었다.
“선생님~. 앗, 이서도 있네.”
“……아.”
밖으로 향하는 이서의 걸음이 빨라졌다.
하지만 나빛의 곁을 지나치지 못하고, 소매를 붙들려서는 다시 상호의 앞으로 끌려오고 말았다. 나빛이 상호를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하고 계셨어요?”
“응? 그냥 이서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 근데 됐어. 이서가 안 한대.”
“그래요?”
나빛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서가 안 한대요?”
그 말에 이서가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상호는 둘이 왜 이러나 싶어서 잠시 눈을 끔뻑이다가, 이서가 나빛에게 쩔쩔매던 것을 떠올리고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작업에 들어갔다.
“응, 선생님한텐 좀 중요한 일이라서. 이서가 꼭 해줬으면 했는데…… 귀찮아서 하기 싫대.”
“네? 귀찮아서요?”
“응. 근데 뭐 어쩔 수 없지. 자기가 귀찮다는데……. 괜찮아. 그냥 선생님이 좀 더 고생하면 돼.”
“다른 이유도 아니고 그냥 귀찮아서요……?”
나빛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이서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이서는 나빛의 눈치를 보더니, 잔뜩 쪼그라들어서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언니, 그게 아니라…….”
“아니라?”
“나보다 성적 안 좋은 단비랑 초란이도 안 하는데…… 꼭 내가 해야 할 이유는 없잖아…….”
“무슨 부탁을 하셨길래?”
“선생님이 나머지 수업 받으래……. 세희 언니랑 은율이 언니가 하는 그거.”
“그래?”
나빛이 방긋 웃었다.
“수업 받는 게 귀찮아?”
“아니, 그니까 이제…… 귀찮다기보다는…… 단비랑 초란이도 안 하는데, 나만 하는 건 불공평하지 않나…… 싶은 거지…….”
“세희랑 은율이가 하는데 어떻게 그게 불공평한 게 돼?”
나빛이 방실방실 웃었다.
“언니가 바보인가? 이해가 잘 안 돼~, 이서야.”
“그…….”
이서는 결국 고개를 푹 숙였다.
“……할게.”
“그치~?”
나빛은 손뼉을 치고 상호를 바라보았다.
“해결되셨어요?”
“응, 덕분에.”
상호는 씩 웃고 책상 서랍에서 소원권을 꺼내 이서에게 건넸다.
“자, 그러면 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
“……네.”
이서는 상호를 한 번 흘겨보고는 마뜩잖은 표정으로 소원권을 받아들었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어느새 수업 시간 직전이었다. 상호는 검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아이고, 늦겠다. 빨리 교실 가…….”
가자, 라고 말하려는 순간 나빛이 그의 어깨를 밀었다.
그리고는 상호의 코앞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생글뱅글 웃었다.
“저는요?”
“으, 응?”
“저는요? 저는요? 저는요?”
꼭 입이라도 맞출 것처럼 저돌적으로 밀어붙인다.
이쯤 되면 거의 협박이 아닐까. 상호는 시야를 꽉 채운 나빛의 미소를 마주하고는 어떻게든 눈길을 피하려 했다.
“나빛이 넌 이미 많잖아…….”
“헤헤, 많으면 좋잖아요.”
“너희들 있는 거 쓰고 나면 줄게. 그렇게 많이 쌓이다가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 졸업 전까지 다 쓸 순 있겠어?”
“네?”
나빛이 눈을 깜작였다.
“평생 쓸 건데요?”
그 말에 상호의 머릿속이 아뜩해졌다.
“……평생?”
“네, 평생.”
때마침 수업 종이 울렸다.
나빛은 서랍을 열어 소원권 한 장을 꺼내 흔들었다.
“가져갈게요, 선생님~.”
밝고 맑은 웃음을 지으며.
그러고는 이서의 손을 잡고 쌩하니 달려 나가 버렸다. 상호는 멍한 눈으로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평생…….’
평생 애들 소원을 들어주며 살아야 한다니. 잠깐만 상상해도 손발이 덜덜 떨렸다.
언젠가는 저 소원권을 회수하고 말리라. 상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교실로 가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났다.
걸어가는 뒷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처량했다.
199. 마중지봉 근묵자흑
“결국 왔네.”
상호는 빙긋 웃으며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검을 들고 운동장에 선 아이들. 세희, 은율.
그리고 이서.
“이서도 대인무술 이론은 알지? 그럼 바로 시작할까?”
“……잠깐만요.”
이서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보고 언니들이랑 싸우라고요?”
“안 될 거 있어?”
“상대가 안 되잖아요.”
당연하지 않느냐. 이서는 그런 말투로 쏘아붙이며 세희와 은율을 가리켰다.
“2학년에다가 1등 2등을 밥먹듯이 하는 언니들이랑 제가 어떻게 싸우냐고요.”
“못할 거 없지. 그럼 너랑 선생님이 싸우는 것도 말이 안 되겠네.”
상호는 어깨를 들썩이며 대꾸했다.
그 말에 이서의 눈가가 꿈틀했다.
“그…….”
조금 발끈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지만, 반박할 거리는 찾지 못했는지 짜증만 얼굴에 담뿍 담고는 입을 닫았다.
상호는 조금 물러나서 셋을 향해 말했다.
“세희는 나랑 하고. 은율이가 이서랑 해. 한 판 끝나면 바꾸고. 시작하자.”
“네.”
그렇게 양쪽에서 대련이 시작되었다.
세희가 검을 치켜들고 상호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상호도 칼끝으로 세희를 겨누고 눈을 맞추는데.
“악!”
옆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상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세희의 기습을 막았다.
“악! 악! 악!”
퍽 빠악 뿌직
“끄그흐윽!”
사람 잡는 소리가 났다.
세희의 검을 밀어내고 옆을 돌아보니, 이서가 거지꼴이 되어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시작한 지 3초도 안 됐는데.
“으으으…….”
“죽기살기로 피해야지.”
그 말에 이서가 그를 노려보았다.
“안 보고 있었잖아요.”
“굳이 안 보고도 알지. 네 수준에서는.”
그 말에 이서가 신경질적으로 검을 내팽개치고는, 앙칼진 표정으로 돌아서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서의 걸음은 금방 멈췄다.
“헤헤, 이서야~.”
운동장 입구에 선 나빛이 방긋 웃었다. 손에 이온음료와 수건을 든 채로.
“너 마시라고 사 왔어~. 어? 저거 네 검 아니야?”
“……맞아.”
“그러면 안 돼~. 잘 챙기고 다녀야지~.”
“하…….”
이서는 터덜터덜 걸어가 검을 주웠다.
나빛의 말은 참 잘 듣는다. 상호는 나빛을 향해 살짝 웃고 이서에게 말했다.
“이번엔 세희랑 해. 은율이가 나한테 오고.”
“……네.”
이서는 힘없이 검을 들어 올렸다.
* * *
“파이팅~ 파이팅~.”
나빛이 성력으로 만든 황금빛 응원 수술을 흔들었다.
“이서 잘한다~. 와아아아~.”
“제발…….”
이서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칼집을 짚고 일어섰다.
“그러지 마, 언니…….”
“파이팅~. 와~.”
“하아…….”
폴짝폴짝 뛰는 나빛과 고개 숙여 좌절하는 이서. 상호는 둘을 바라보다가 세희와 은율에게 말했다.
“됐다. 이제 이서는 놔두고 너희끼리 대련해. 이서 대련해준다고 너희가 대련 못 하면 안 되니까…….”
“네.”
곧 둘이 검을 들고 격돌했다.
상호는 쨍쨍거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이서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다가온 나빛이 이서에게 이온음료를 건넸다.
“자, 이서 수고했어~.”
이서는 망설이다가 그 음료수를 받아들었다.
“……고마워.”
병을 기울이자 흙 묻은 목이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들썩였다.
아마 죽도록 힘들었을 테지만, 상호는 일부러 모른 척 웃으며 물었다.
“어때, 할 만 하지?”
“…….”
이서의 눈이 상호를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그러자 나빛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서 눈이 왜 그래?”
“아, 그, 아니…… 그냥.”
“그냥? 이서야, 나 좀 봐봐. 그래. 눈을 그렇게 떠야 예쁘지~. 웃어, 웃어. 아이, 웃으면 더 예쁜데~.”
나빛은 손을 쭉 뻗어 이서의 머리를 토닥였다. 이서의 키가 더 커서 토닥이는 모양새가 퍽 어색해 보였다.
“눈동자 옆으로 돌리지 않기~. 약속!”
“약……속. 하아…….”
“또 돌아간다, 또!”
“이건, 이건……, 끄응…….”
이서는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상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서의 어깨에 묻은 흙을 털었다.
“원래 죽도록 맞는 게 두 번째로 빨리 강해지는 길이야.”
“첫 번째는 뭔데요.”
“진짜로 죽을 뻔하는 거.”
“……하아.”
이서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하지만 상호는 그럭저럭 만족 중이었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은율과, 그리고 세희와 대련을 붙여 봤으니까.
처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우니까. 앞으로도 이서를 쎄빠지게 굴릴 궁리만 하는 상호였다.
‘내가 패면 반감만 심해지겠지. 일단 세희랑 은율이한테 채찍질을 시키고, 나빛이한테 당근을 맡겨야겠다.’
그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무도 모르게 슬쩍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