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고생했어.”
상호는 교탁 앞에 서서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요즘 날도 더운데 수업은 더 힘들어져서 짜증나지?”
“예.”
이서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상호는 멋쩍게 웃고 다시 말을 이었다.
“뭐, 그게 다 수업이니까 내가 딱히 미안해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다 보면 나중에 다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힘들어도 일단 방학까지는 열심히 하자. 알겠지?”
“네.”
아이들이 예쁘게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태화가 무심하게 한마디를 툭 던졌다.
“방학에 또 놀러갈 거지?”
상호는 웃는 얼굴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걸 왜 지금 말하냐…….’
역시나, 태화의 말을 들은 1학년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러 가요? 선생님이랑?”
“반에서 다 같이요?”
“어딜요?”
“어디 갔었어? 멍.”
단비의 물음에 태화가 씩 웃었다.
“바다.”
“우와……. 가서 뭐 했어?”
“신나게 놀았지. 근데 딱 하루 낮만 놀고 돌아왔어. 밤에도 놀고 다음날도 놀려고 했는데…….”
“했는데? 왜? 못 놀았어?”
“쌤이 여자에 정신이 팔려서.”
교실에 찬바람이 불었다.
사정을 아는 세 명, 나빛과 세희와 지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상호를 향해 경멸과 실망의 눈빛을 보냈다.
상호는 이제 슬슬 저 눈빛에도 익숙해져야겠다 생각하며 손을 내저었다.
“맘대로 생각해. 난 떳떳하니까…….”
“내 말이 틀렸어? 쌤이 하룻밤 불장난 치려다가 그 교생쌤이 빡쳐서…….”
“내 어릴 때 친구였어, 임마. 꼬신 것도 걔가 먼저였고……. 그리고 지금 내 애인이 걔야. 하룻밤이라느니 불장난이라느니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그래서 했어 안했어? 했잖아! 담날에 잠도 못 자서 퀭~한 눈으로 졸면서 운전해 놓고는…….”
“안 했어!”
“잉차잉차 했잖아아아!”
상호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너 자꾸 그러면 안 데리고 간다.”
“그치? 이번에도 갈 거지?”
“하아…….”
“어디로 갈까? 바다? 계곡? 워터파크?”
태화가 꼬리를 파닥파닥 흔들었다.
방학은 두 달 가까이 남았건만, 벌써부터 놀 생각만 하는 것이 참으로 평소의 태화다웠다. 상호는 한숨을 쉬었다.
“나중에 정해, 나중에……. 시간 한참 남았잖아. 오늘은 다른 거 정할 거야.”
“뭔데?”
“대토론회. 나갈 사람 있어?”
작년처럼 6월 중순에 대토론회가 열린다.
“무조건 나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학교 행사니까,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면 좋지. 물론 너희가 바쁘면 안 해도 돼. 혹시 할 사람 있어?”
미래가 물었다.
“작년에도 했어요?”
“응.”
“누가 나갔어요?”
“지윤이.”
그 말에 아이들이 깜짝 놀랐다. 완전 의외라는 듯이. 작년에 있었던 아이들만 빼고.
그런데 태화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지윤을 돌아보았다.
“우와~, 니가아~? 토론대회를 나갔다고?”
“니는 대체 와 놀라노?”
“너 돌머리잖아.”
“이 문디 가스나가…….”
지윤이 태화의 허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상도 받았다, 마. 무시하지 마라.”
“멍, 진짜? 지윤이 언니가 상 받았어?”
“별 말 안 했는디 점수가 높드라. 기준은 잘 모르겠다.”
“그럼 소원권 받았어?”
“받았디.”
그 말에 아이들이 단체로 손을 들었다. 미래, 단비, 은율, 이츠키.
뒤이어 초란과 하솔도 슬금슬금 손을 들었다.
“저 나갈래요.”
“저도요, 멍.”
태화가 낄낄 웃었다.
“야, 니가 상 받았다니까 다 튀어나오는 거 봐라. 킥킥킥……. X나 쉬워 보이긴 해, 그지?”
“……끄지라.”
지윤이 흙 씹은 표정을 지었다.
상호는 아이들을 보며 당황했다. 이렇게 많이 나간다고 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는데.
“한 반에 한 명이야, 얘들아……. 너희들 중에서 골라야 해.”
미래가 손을 들었다.
“그 대회가 언젠데요?”
“열흘 후.”
“그럼 우리끼리 토론 배틀 해요!”
“……우리끼리?”
상호가 눈을 끔뻑이자 미래가 검지를 들어 보였다.
“우리끼리 대결해서 제일 토론 잘 하는 사람을 뽑는 거예요. 그 사람이 반 대표로 토론회에 나가는 거죠.”
“뭐…… 나쁘진 않겠다만.”
상호는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그럼 그렇게 정하는 걸로 할까? 내일 실내 수업 시간에?”
“네.”
“그래. 그렇게 하자. 오늘 핸드폰으로 주제 정해 줄 테니까, 내일까지 준비해서 와 봐. 알았지?”
“네!”
“수고했다. 가서 쉬어.”
“네~.”
그는 교실을 나서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늘도 세희와 은율이 남아서 그와의 방과 후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호는 둘을 향해 말했다.
“먼저 가 있어. 선생님 교무실에 출석부만 놓고 갈게.”
“네.”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 창밖으로 뛰쳐나갔다.
출석부를 챙기고 문가로 향하는 상호의 머릿속에는 고민만이 가득했다. 내일 토론 주제를 뭘로 정해야 좋을지.
‘아니, 그 전에…… 대결을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토너먼트인가? 팀인가? 아니면 점수제? 아이고, 이것부터 정해야겠네…….’
그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복도를 걸어갔다.
194. 내놓으라고
“자.”
상호는 물백묵으로 칠판에 글씨를 썼다.
-결혼, 의무인가 선택인가
“이게 주제야. 다들 준비해 왔지?”
지윤이 눈을 끔뻑였다.
“작년하고 다르네예.”
“그러게. 나도 올해가 2년차라 몰랐어.”
교실 가운데에는 책상 몇 개가 마주 보고 붙여져 있었다. 자리의 주인들은 미래, 단비, 하솔, 초란, 은율, 이츠키.
미래, 초란, 은율은 창가 쪽.
단비, 하솔, 이츠키는 복도 쪽이었다.
“시작해.”
“흠흠.”
상호의 말에 지윤이 헛기침을 했다. 지윤은 앞쪽에 자리를 두고 사회자 역할을 맡고 있었다. 나름 토론대회에 참여해 본 경력자이기에.
“에~. 그라믄~. 강상호배 사망토론, 교사와 학생이 연애하믄 안되나~ 에 대해 토론해보도록 하겠슴니데이~.”
“지윤아…….”
“하겠습니다~.”
“아니, 사투리 문제가 아니라…….”
“시작!”
“와아~.”
나빛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지윤이 미래, 초란, 은율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먼저, 의무다~ 측부터 발언토록 하겠슴다~.”
“결혼은!”
미래가 양손으로 책상을 내려치며 일어섰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항이에요!”
지켜보던 태화가 한마디 했다.
“시작부터 어디까지 가는 거야?”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해!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야! 단지 너무 많은 사람한테 나뉘어져 있어서 희석됐을 뿐! 여기 데이터를 보면…….”
미래의 장갑에서 프레젠테이션이 쏘아졌다. 상호는 그 모습을 보고 난색을 지었다.
“미래야, 대회에선 프레젠테이션 못 쓴다.”
“네?! 밤새 만들었는데……!”
미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대로 폭사해 버렸다.
다음은 반대편 진영의 단비. 단비는 복슬복슬한 꼬리를 살랑이다가 입을 열었다.
“자기가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상호는 입을 다물어버린 단비를 보며 당황했다.
“단비야? 그게…… 끝이야?”
“멍.”
“조금 더…… 뭐 없어?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결혼을 하면 뭐가 안 좋다, 뭐가 나쁘다, 그런 거 있잖아.”
“저는 결혼 좋아요.”
“아니…….”
자기 생각과 달라도 각자 진영의 뜻을 관철하는 게 토론대회다. 상호는 한숨을 푹 쉬고 지윤의 어깨를 토닥였다.
“계속해.”
“둘 다 반박할 꺼리가 없응게 넘어갑니데이. 다음, 이번엔 초란이.”
지윤의 말에 초란이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어, 우리는…… 연애나 출산이 아니라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상호는 초란이 이렇게 길게 말하는 것을 처음 들었다. 목소리가 의외로 또랑또랑했다. 음량은 좀 많이 작았지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결혼을 해야 하느냐지, 연애를 해야 하느냐나 아이를 낳아야 하느냐가 아닙니다. 즉 우리는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이미 연애를 하고 있다 가정한 후에, 그런 상황에서 결혼이 의무인지 선택인지를 논해야…… 할 것입니다.”
상호는 초란의 말을 듣고 조금씩 쪼그라들었다.
‘뭔 말인지 모르겠으니까 조용히 있자…….’
“결혼이란 제도가 연인들에게 의무인가 선택인가. 이게 제가 생각하는 논점입니다.”
“오옹…….”
태화의 눈이 핑핑 돌았다.
“오케이, 이해했어.”
“똑똑한 척하지 마, 멍청아.”
세희의 핀잔 뒤로 초란의 말이 이어졌다.
“저는 연인 사이에는 결혼이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은 무를 수 있습니다. 약혼했으면 파혼하면 되고, 결혼했으면 이혼하면 됩니다. 그럼에도 결혼을 하지 않는 건, 사랑하는 사람과 재산을 나누지 않겠다, 혹은 노동력을 나누지 않겠다는 뜻과 같습니다. 그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지가…… 의문이 듭니다.”
초란이 단비를 바라보자 단비는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멍, 나 보지 마……. 난 몰라…….”
“사랑이 사랑이라면 결혼이 예의고 의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초란은 그렇게 말을 마쳤다.
지윤이 단비와 하솔, 은율을 바라보았다.
“반박.”
“어…….”
하솔이 헛기침을 했다.
“사랑을 하더라도 꼭 결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은 제도일 뿐이고…… 정말로 사랑이 숭고하고 법 위에 있는 것이라면, 굳이 제도 따위로 묶어둘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거기에 이츠키가 말을 보탰다.
“세상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고, 안락사를 시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생존조차 의무인지 선택인지를 논하는 이 시대에, 결혼이 의무인지 선택인지를 논하는 건 백 년은 늦은 겁니다.”
“으음…….”
뒤에서 듣던 아이들의 눈이 뱅글뱅글 돌았다.
상호도 정신이 약간 멍해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듣기는 다 들었다. 그는 교실 뒤편에 앉은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잘 들어. 누가 제일 감명 깊었는지 뽑을 거니까.”
“네…….”
아이들과 상호는 그렇게 눈의 초점이 풀려 멍한 표정으로 토론을 들었다.
* * *
투표는 책상에 엎드려서 손을 들게 했다.
“자.”
상호는 칠판에 적힌 이름들을 훑었다. 초란이 4표, 하솔이 2표, 은율과 이츠키가 각각 1표.
“초란이가 나가게 됐네. 준비 잘 해서 상 받아 보자.”
“네.”
초란이 얼굴을 붉혔다.
이제 나가서 전투 수업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상호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나가자고 말하려다가, 아직도 책상에 엎드려 있는 태화를 발견했다.
“태화야?”
“웅?”
태화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입가에 침 한 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뭐야, 끝났어?”
“끝나긴 한참 전에 끝났지……. 잠깐, 너 투표 했어?”
“투표? 아니?”
상호는 진땀을 흘리며 칠판을 돌아보았다. 총원 14명. 토론 참여 6명. 취침 1명.
투표는 8명.
“……그럼 한 명은 누구지?”
“히익…….”
나빛의 안색이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어째 날이 조금 쌀쌀해진 기분이 들었다. 상호는 으스스해지는 팔뚝을 쓸어내리며 서둘러 문가로 걸어갔다.
“빨리 준비해서 나와, 얘들아…….”
“네, 네…….”
아이들도 허겁지겁 옷 갈아입을 준비를 했다. 1초라도 빨리 교실을 벗어나려는 듯이.
* * *
날이 지나 6월 둘째 주 수요일.
상호는 대토론회 준비가 한창인 단상을 올려다보았다.
‘왜 내가 여기…….’
작년에야 몬스터 관련한 토론이었으니까 나름 소신이 있었지만, 올해 토론 주제는 잘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오히려 남들보다 몰랐다.
주제는 그렇듯 달랐지만, 옆에 앉은 사람은 작년과 같았다.
“강 선생 뭐 신경쓰이는 거 있어?”
“아니요.”
“그럼 나 좀 봐요.”
“왜요?”
“그냥, 얼굴 보면 좋잖아.”
상호는 슬쩍 눈을 돌려 해련을 바라보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다. 뺨도 발갛고.
“됐죠?”
“에이, 고개 돌려서~.”
“나중에요, 나중에……. 쉿, 시작하나 봐요.”
상호와 해련의 시선이 단상을 향했다.
길쭉한 책상이 두 개. 그중 하나에 초란이 앉아 초조한 표정으로 준비해 온 종이를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초란이 맡은 진영은 왼쪽. 결혼은 선택이다 진영.
상호의 반에서 토론을 했을 때와는 반대였다.
‘잘 준비해 왔겠지…….’
상호는 속으로 초란을 응원했다. 하지만 그가 응원해야 할 아이는 한 명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이 오른편 진영을 향했다.
거기에는 하솔이 초란과 별반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종이를 읽고 있었다.
‘하솔이도 알아서 잘 하는 아이고…….’
상호는 속으로 하솔도 응원했다.
이게 어쩌다 이렇게 되었느냐면, 초란의 이름으로 토론대회를 접수했더니 며칠 후 인원이 부족하니까 반에서 한 명을 더 뽑아오란 이야기를 듣고 하솔까지 대회에 참가시킨 것이었다.
부족한 인원을 왜 하필 그의 반에서 충원하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어쨌든 하솔의 진영은 결혼은 의무다 진영. 하솔도 상호의 반에서 토론했던 때와는 반대되는 주장이었다.
‘서로 상대가 했던 말을 하게 되겠네.’
곧 토론이 시작되었다.
상호의 예상대로 하솔은 초란이 했던 말에 살을 붙여 말했고, 초란도 하솔이 했던 말에 살을 붙여 말했다.
상호는 채점을 하다 말고 해련의 채점지를 슬쩍 확인했다. 마침 해련은 하솔의 점수를 매기던 중이었다.
논리 40/40. 자세 60/60.
‘……하솔이가 마음에 드셨나?’
상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솔의 주장은 초란의 주장에서 기인한다. 그러니 초란에게도 점수를 좋게 주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는 채점지에 초란의 점수를 적었다.
논리 40/40. 자세 60/60.
“응?”
그의 채점지를 본 해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초란이는 목소리가 좀 작지 않아요?”
“네? 제가 듣기로는 그냥 괜찮아서…….”
“안 돼, 안 돼. 자기 반일수록 냉정해야지. 자세는 59점으로 해요.”
상호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점수를 고쳤다.
다음은 하솔의 점수를 매길 차례. 상호는 고민하다가 펜을 들었다.
‘자기 반일수록 냉정하라고 했으니까…….’
논리 38. 자세 60.
그렇게 적고 펜을 떼는데, 갑자기 해련이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만점.”
“……네?”
“만점이라고요, 하솔이는.”
상호는 당황하며 해련을 돌아보았다. 해련은 여태껏 본 적 없는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빨리 고쳐요.”
“아니……, 물론 하솔이도 잘했지만……. 논리가 약간, 아쉽지 않았나 싶어서…….”
“아니에요. 완벽했어요. 당장 고치도록 해요.”
“저도 제 기준이 있는…….”
해련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그 눈빛에 상호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지금 우리 손……, 아니, 내 안목이 틀렸다는 건가요?”
“그건 아닌데요…….”
“어머? 어른이 말하는데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
“알았어요…….”
상호는 결국 38에 두 줄을 긋고 40으로 고쳤다.
‘하솔이가 그렇게 맘에 드셨나…….’
단상에서 하솔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처럼 결혼, 혹은 재혼을 하는 것이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줌을 자료를 통해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옳지, 옳지.”
옆에서 해련이 생글거렸다.
정말 많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상호는 멀뚱히 해련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를 돌아보는 해련과 눈이 마주쳤다.
“왜. 뭐요. 내 얼굴에 뭐 묻었나?”
“아뇨, 그냥……. 보고 싶어서 본 거예요.”
“거봐요.”
“네?”
“얼굴 보면 좋죠?”
해련이 빙긋 웃었다.
상호는 그대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해서 허탈하게 웃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