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세족식.
상호는 대야 앞에 둥둥 떠 있는 물의 정령을 바라보았다.
‘……또 씻고 오겠지?’
1학년 아이들도 늦는 걸 보니, 아마 다 같이 발을 한 번 씻고 오려는 모양이었다. 상호는 고개를 돌려 운동장에 펼쳐진 돗자리와 그 위에 앉은 선생들을 쳐다보았다.
다들 이미 세족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중에 건흠이 눈에 띄었다. 그 앞에 줄을 서 있는 다혜도.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전하겠구나.’
상호는 쓴 입맛을 다시며 팔짱을 끼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본관에서 한 아이가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푸른 머리카락과 푸른 뿔.
“선생님…….”
“응?”
아리가 그를 보며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저 세족식 안 하면 안 돼요?”
상호는 이유를 알아차렸지만, 모르는 척 능청스레 물었다.
“왜? 선생님은 아리 발 한번 보고 싶…….”
쫘악
“변태같은 소리 하지 마요, 이 짐승아.”
미진이 그의 등짝을 한 대 후려갈기고는 성큼성큼 멀리 떠나갔다.
바로 옆에서 듣고 있었을 줄이야. 상호는 헛기침을 하고 다시 물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
“그냥…… 그냥, 발을 보여주기 싫어서요…….”
“그래도 학교 행사인데. 단순히 싫은 거면 참는 게 어때?”
동공이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어떻게…… 안 될까요…….”
“알았어.”
상호는 아리의 신발에 손을 얹었다.
“그러면 방과 후에 단둘이 하는 걸로 하자. 괜찮아?”
“단둘……이요?”
“응. 그것도 싫을까?”
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럼 그때 하자.”
상호는 씩 웃고 본관 쪽을 돌아보았다.
“근데 애들은? 언니들은 언제 와?”
“발 씻고 있어요.”
“아직도? 그럼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네.”
아리는 상호의 옆에 앉았다.
푸른 비늘로 다른 반 아이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그러자 아리는 그 시선을 의식했는지 몸을 웅크리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상호는 아리를 곁으로 바짝 끌어당겨 그 시선을 막았다.
“아리는 뿔이 예쁘네.”
그 말에 아리가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선생님이 예쁘다 느끼면 예쁜 거지. 사람마다 다 다른 거 아니겠어? 누군가는 안 예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마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걸.”
“저는 싫어요…….”
아리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저만 이래요. 눈도 이상하고, 피부도 이상하고……. 뿔도 이상하고. 저는 왜 이래요? 태화 언니는 뿔도, 눈도, 꼬리까지 예쁜데…….”
“네 겉모습이 네 취향이랑 다르다고 해서 안 예쁜 건 아니지.”
상호는 아리의 등을 토닥였다.
“이따가 더 이야기하자.”
아리는 젖은 눈을 살짝 들어 상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상호는 대야 앞에 바로 앉아 아이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곧 본관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연속으로 펑펑 터지며 다가왔다.
상호의 코앞까지 다다른 연기 속에서 태화가 뿅 튀어나왔다.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린 채.
“이 몸 등장!”
“앉아.”
“마사지도 해줄 거지?”
“그래.”
“개꿀~.”
태화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의자에 앉아 대야에 발을 담갔다.
돗자리에 앉은 아리는 그런 태화를 선망이 담긴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 뿔을, 얼굴을, 꼬리를.
상호는 그런 아리를 흘끗하며 태화의 발을 문질렀다.
태화가 발장구를 치며 웃었다.
“어때? 발 예쁘지? 부드럽지? 핥아보고 싶지?”
“아니, 못생겼어.”
“우씨!”
태화가 발을 한 번 굴러 상호의 얼굴에 물을 튀겼다.
이미 익숙한 일이라, 상호는 태연하게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쓱 닦고 세족을 이어나갔다. 입에 물이 좀 들어가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한 번 씻었으니까.’
곧 다른 아이들도 뛰어서 그의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째 다들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세희가 태화를 보고 버럭 소리쳤다.
“야, 이태화! 발도 안 씻고 먼저 가는 게 어딨어!”
‘?’ 상호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찼다.
“……발을 안 씻었다고? 그럼 여태 뭐했어?”
“줄 서다가 지 혼자 뛰쳐나갔어요. 순서 다 정해놓고선…….”
“그러니까…… 발을 안 씻었다 이거지?”
“네!”
어쩐지 짭짤하더라. 상호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돗자리 밖에 침을 뱉었다.
태화가 그를 향해 낄낄거렸다.
“앙~, 여고생 특제 육수야~. 쪽쪽 빨아먹어~.”
“옘병하네. 족발 삶은 물이겠제.”
“뭐? 족발은 무슨. 급식실 이모 골수까지 빨아먹는 네가 돼지겠지, 븅신아!”
“뭐라카노, 맨날 치킨 피자 햄버거 처묵고 굶어서 살 빼는 돼지련이……. 운동을 해라, 마. 운동하는 돼지 봤나? 운동을 하는데 어케 돼지고?”
“응~, 몸매 내가 더 빵빵해~.”
“쌤은 근육질에 탄탄한 거 좋아한디.”
“그만 싸우고 다음 사람 앉아라, 얘들아…….”
상호는 그렇게 열심히 아이들 발을 씻겼다.
188. 예쁘다니까
종례 시간.
“자아~.”
태화가 가방에서 종이를 꺼냈다.
“상장!”
“또?”
“이건 내가 만든 거야.”
상호는 교탁에 기댄 채로 태화의 상장을 받아들었다.
맨 위에는 표창장.
받는 사람은 강상호.
내용은.
-표창이다!!!
‘?’
눈앞으로 종이 표창이 날아들었다.
상호는 얼이 빠진 상태에서도 무의식적으로 그 표창을 잡았다.
“아악! 기습 실패!”
“……이거 하겠다고 상장 만들었냐?”
“표창이다!”
“앉아.”
태화가 앉자 상호는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고생했…… 오늘은 딱히 안 한 것 같지만. 어쨌든 수고했고, 들어가서 쉬어. 내일부턴 다시 열심히 수업할 거야.”
“네.”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리만 빼고.
그런데 태화가 나가다 말고 상호를 불렀다.
“아, 잠깐만. 쌤.”
“응?”
“교장쌤이 그랬는데. 나갈 때 한 번씩 안아주라고.”
“……대체 그런 걸 왜 너희한테만 말하는 거야?”
아무래도 거짓말 같지만, 상호는 한숨을 쉬고 교실 뒷문 문턱에 섰다.
곧 아이들이 한 명씩 그의 품에 안겼다.
이제는 껴안는 게 너무 익숙한 네 명. 그리고 이츠키와 나디아도 가볍게 포옹을 했다. 은율도 별 거부감은 없는 듯했다.
이어서 1학년.
“우와~. 단단해~.”
흔들리는 단비의 꼬리에서 털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이어서 초란이 얼굴을 붉히며 살짝 안겼다가 금방 떨어져 나갔고, 하솔도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으로 포옹을 마쳤다.
미래도 부담 없이 꼭 안겼다가 떨어졌고.
남은 것은 이서와 가은.
“어…….”
상호는 둘을 마주하게 되자 진땀이 절로 났다.
“싫으면…… 그냥 악수로 해도 돼.”
이서는 코웃음인지 콧방귀인지 모를 소리를 내고는 상호의 앞에 섰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서.
한번 안아 보라는 투였다.
상호는 이서를 살짝 안고 등을 토닥였다.
“학교생활 잘 하고…….”
“흥.”
이번에는 명백한 콧방귀였다.
다음은 가은.
이쪽은 악수조차도 버거운 상대였지만, 그래도 상호는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었다.
“가은이랑은…… 좀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
가은은 그를 노려보다가 손을 잡았다.
손에 굳은살이 많았다. 세희만큼. 굴곡지고 거친 피부가 상호의 손금을 파고들었다.
그게 한 0.3초쯤 되었을까.
“쯧.”
가은이 혀를 차고 손을 떼었다.
꼭 더러운 것이라도 묻었다는 듯 치마에 손을 문질러 닦는다. 상호는 그 모습을 보며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악수라도 해 줘서 다행이지…….’
“다들 잘 들어가.”
“네~.”
아이들은 그의 배웅을 받으며 복도를 걸어갔다.
이제 교실에는 단둘뿐.
상호는 자리에 앉은 아리를 돌아보았다.
“대야 가져올게. 기다리고 있어.”
“네…….”
아리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 * *
“자.”
상호는 아리의 앞에 대야를 놓고 앉았다.
세족식 때와는 달리 물의 정령이 없어서 대야를 두 개 가져와야 했다. 덤으로 바가지도.
비누와 수건도 잊지 않았다.
“시작할까?”
“네.”
의자에 앉은 아리가 신발을 벗으려고 했다. 상호는 손을 내젓고 아리의 발을 잡았다.
“선생님이 해 줄게. 그냥 앉아 있어.”
“네…….”
아리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하얀 운동화를 벗기자 하얀 양말이 드러났다. 다른 아이들과는 모양이 달랐다. 발가락 쪽이 유난히 울퉁불퉁하고, 발꿈치에도 무언가가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어째 운동화가 헐렁해 보이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야……, 살벌하네.’
양말을 신은 채였는데도 그랬다. 하지만 그런 감상을 입 밖에 낼 순 없고.
상호는 천천히 아리의 양말을 벗겼다.
‘이야…….’
생각보다 더 살벌했다.
얼굴과는 달리 아예 푸른 비늘로 뒤덮여 있었다. 금속의 느낌이 나는 발톱은 공룡의 것처럼 한 번 위로 올라갔다가 갈고리처럼 구부러졌고, 발꿈치 뒤에는 발톱과 같은 재질의 돌기가 돋아 있었다.
“예쁘네.”
“거짓말 마세요…….”
“음, 예쁘다기보다는 멋지다고 해야 하나.”
상호는 아리의 발을 만지작거리며 피식 웃었다.
“남자들이 환장할 만한 발이네.”
“거짓말…….”
“진짜야. 남자들이 공룡 얼마나 좋아하는…….”
“……흑!”
공룡이라는 말에 아리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 단어가 역린이었나. 상호는 황급히 말을 고쳤다.
“아니, 공용, 공용. 남자들이 좋아하는 발이라서 공용으로……. 아오.”
……고쳐지질 않았다.
“미안, 공룡이란 말을 싫어할 줄 몰랐어……. 나는 공룡 좋아해서…….”
아리는 고개를 푹 숙인 상호를 바라보았다. 연신 코를 훌쩍이며.
“선생님 공룡 좋아하세요?”
“응? 응. 좋아하지. 공룡 싫어하는 남자는 세상에 없을걸?”
상호는 아리의 발에 비누를 문지르며 말했다.
“아리 네 생각보다 널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니까.”
“선생님.”
아리가 나직하게 그를 불렀다.
“응?”
“저 좀 보세요.”
상호는 고개를 들어 아리를 보았다.
아리의 노란 눈동자가 흠뻑 젖어 있었다.
“제 눈 좀 보시라구요.”
“보고 있어.”
“이게 예뻐요?”
“예쁜데.”
상호는 이제 웃지 않았다.
“농담하는 거 아냐. 예뻐. 정말로.”
“이 도마뱀 눈이요?”
아리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이 공룡 발이요? 어디가요? 어딜 봐도 다른 애들보다, 언니들보다, 하나도, 하나도 안 예쁘잖아요…….”
“예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
상호는 아리의 발가락 사이사이를 꼼꼼히 문질렀다.
“누가 증명서를 떼어줘? 누가 네 예쁨을 감정해줘? 아리야, 예쁘다는 건 실체가 없어. 그냥 허상일 뿐이야.”
“그치만…… 나도, 나도 예쁘고 싶었다구요…….”
아리가 무릎 위에서 치마를 부여잡고 흐느꼈다.
“나도…… 바지 입고, 모자 쓰고, 사람들하고 눈 마주치고 다니고 싶었다구요. 그런데 그게 안 돼요. 나만 안 돼요……. 세상 사람 모두가 다 하는데, 나만 그럴 수가 없어요…….”
“아리야. 선생님 봐봐.”
상호는 바지를 살짝 끌어 올려 왼쪽 다리를 드러냈다.
벼락 맞은 고목처럼 시커멓게 탄 다리. 그 아래로 용암처럼 흐르고 피처럼 붉은 기운.
아리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울음을 뚝 그쳤다.
“선생님? 다리가…….”
“흉하지?”
상호는 살짝 웃었다.
“나야 뭐 항상 바지로 가리고 다니긴 하지만…… 흉해서 가리는 건 아니야. 남들이 물어보는 게 귀찮아서 가리는 거지.”
“어쨌든 가리고 다니시잖아요…….”
“그래도 여자친구 앞에선 다 보여주지.”
그 말에 아리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그래서요?”
“내 여자친구는 이런 거 봐도 전혀 끄덕 안 해.”
물론 그 이유는 효은과 민정 두 사람이 제 사정을 다 알고 있는 데다가, 사람 내장을 코앞에 들이밀어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 인간들이기 때문이지만.
그런 것까지 아리에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예쁜 건 사랑하는 사람한테만 예쁘면 되는 거야. 그리고 널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로 널 흉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고.”
“저는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냥 제가, 제 모습이 싫어요. 제가…….”
“그니까 그게 다른 사람들이 널 보는 시선 때문이잖아.”
상호는 이제 아리의 발을 헹구고 있었다.
“그런 거 다 쓸데없다. 네 나이 때 외모에 신경 쓰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그러니까 더 이상 그런 일로 마음고생 안 했으면 좋겠어.”
아리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예쁘면 된다구요?”
“그렇지.”
“그러면…….”
아리의 목이 한 번 들썩였다.
“선생님은 제가 예쁘세요?”
“응?”
상호는 당황했지만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럼. 몇 번을 말했는데. 예쁘다니까.”
“증명할 수 있으세요?”
“……증명?”
이게 무슨 소리일까.
당황하는 상호를 향해 아리가 되물었다. 어딘가 애처로운 구석이 있는 목소리로.
“제가 예쁘면……. 예뻐해 주실 수 있으세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상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시간을 벌기로 했다.
“발…… 발 닦을게.”
마른 수건이 아리의 발을 훑었다.
비늘 때문에 이게 깨끗해지긴 한 건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리의 발에 코를 가까이 가져갔다.
‘냄새는 안 나는 걸 보니…… 깨끗해진 것 같네.’
상호는 아리의 발에 양말과 신발을 신기고 고개를 들었다.
“다 됐다. 아리야……, 응?”
아리의 얼굴이 붉었다.
푸른 머리와 비늘 때문에 더욱 그래 보였다.
“아리 어디 아파?”
“……아니요.”
아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상호의 앞에 섰다.
상호도 수건에 손을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 어쨌든…… 선생님은 네가 충분히 예쁘다고 생각해. 그걸 표현하거나 증명할 수는 없지만…… 거짓말은 아니라는 것만 알아줘.”
“……네.”
“시간 내줘서 고맙다.”
상호는 아리의 뿔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가서 쉬어.”
그 말에 아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는 안 안아주세요?”
“응? ……아, 맞다. 깜빡했어.”
다른 아이들은 다 안아줬는데, 자기만 안아주지 않아서 서운했던 모양이었다.
상호는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깊이.
그의 품에서 아리가 중얼거렸다.
“선생님.”
“응?”
“제 눈 봐주세요.”
상호는 시키는 대로 했다.
보석 같은 노란 눈. 그 속에 세로로 찢어진 동공.
상호에겐 그 동공이 꼭 상처처럼 보였다.
“예뻐. 정말로.”
그 말에 아리가 희미하게 웃었다.
얼굴이 가까웠다. 숨을 쉬지 않아도 온기가 느껴질 만큼. 거의 입술이 닿을 만큼 가까웠다.
그래도 상호는 아리에게서 멀어지려 하지 않았다. 상처가 될까 봐.
그냥 아리가 먼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드르륵
……이제는 익숙한 소리.
“죽으세요.”
이것도 익숙한 목소리.
가은은 그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났고, 상호는 아리를 안은 자세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의 품에서 아리가 스르르 빠져나갔다.
“저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그렇게 상호의 마음에는 아리의 눈동자보다 더 큰 상처가 생겨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