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오전 예선이 끝난 후. 1학년 아이들은 상호의 앞에 모였다.
대부분 표정이 좋지 않았다.
단순히 성적이 안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하솔이가 10승이지?”
“네.”
“가은이도 10승이고.”
“예.”
성적이 좋은 아이 두 명이, 조용하거나 원래 표정이 안 좋은 아이였기 때문에.
하솔은 당연히 성적이 좋을 거라 예상했지만, 가은도 성적이 좋은 것은 약간 의외였다. 평소 수업에서는 그렇게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그 외의 다른 아이들은 성적이 안 좋아서 표정이 안 좋은 게 맞았다. 아리가 6승, 미래가 5승, 초란과 단비가 3승.
그나마 이서 정도가 5승으로 생각보다는 잘 해 주었다.
‘작년에 우리 애들이 유별나게 강했던 거지.’
열심히 굴리긴 했지만, 한 달 만에 천재나 괴물을 만들어낼 순 없는 법이었다.
상호는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성적이 맘에 들 수도 있고, 맘에 안 들 수도 있지만…… 너희가 최선을 다했으면 알아서 결과를 받아들이겠지. 부족한 게 있으면 채우면 돼. 그러니까 성적이 안 나왔다고 자책하지 말고, 너희가 최선을 다했는지만 되돌아봐.”
“네에…….”
“멍…….”
“가은이랑 하솔이는 오후 평가 준비하고. 아리도 혹시 모르니까 준비는 하고 있어. 마법사나 주술사랑 싸울 때 조심해야 할 점. 기억하고 있지?”
“네.”
“그래. 선생님은 2학년 언니들 보러 갈게. 밥 맛있게 먹고. 과식은 하지 말고.”
“네.”
아이들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급식소로 걸어갔다. 자기들끼리 도란도란 수다를 떨며.
“아, 난 슈트만 쓰면 다 이기는데…….”
“멍, 나는 칼 휘두르다가 틱이 나와서……. 근데 가은이 아까 엄청 세게 때리더라. 아팠어…….”
“미안.”
상호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예비 운동장으로 향했다.
걷다 보니 2학년 아이들이 미진과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얘들아.”
“쌤.”
“선생님~.”
그가 손을 흔들자 아이들도 손을 흔들며 뛰어왔다.
“어떻게 됐어. 잘 봤어? 사카시타랑 나디아. 어땠어? 할 만 했어?”
“6승입니다.”
“네.”
나디아가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쳤다.
평범한 성적이지만, 그래도 굴린 만큼 약간의 기대를 했는데. 상호는 살짝 당황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디아는 그럭저럭 잘 했는데…… 사카시타는 조금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어? 생각보다 낮네.”
“재수가 조금 없었습니다.”
“재수?”
이츠키의 시선이 은율을 향했다.
“첫판부터 은율 양을 만나서. 그리고 중간에 그 사람도 만났습니다.”
“그 사람?”
“반에 자주 찾아오던…….”
“……아아.”
다혜를 말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은율은 몰라도 다혜를 이기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었으니까.
상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다섯 명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나 10승.”
“10승이에요.”
“10승이요, 헤헤.”
“10승이요.”
“지만 9승이네예.”
지윤이 혀를 차며 투덜거렸다. 상호는 피식 웃으며 지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했잖아. 근데 그 한 명은 누구였어?”
“지도 그 언니 만나 가지고.”
“다혜?”
“예.”
지윤은 한숨을 푹 쉬었다.
“눈에 뵈지도 않더라구예.”
지윤도 당했다.
이러다 반 전체가 다혜 한 명한테 당하는 게 아닐까. 상호는 불안한 예감을 느끼며 미진을 보았다.
“잘 찍었죠?”
“설마 찍는 것도 제대로 못 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니 그냥 묻는 거지…… 당연히 미진 씨가 나보다 잘 찍겠죠. 오후에도 잘 부탁해요.”
“1학년은 어떻게 됐어요?”
“가은이랑 하솔이만 올라갈 것 같아요. 아리가 6승이긴 한데 아마 안 될 것 같고.”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둘밖에 못 갔어요?”
“아이고~ 반 망했네, 망했어~.”
“뭘 망해 임마. 일곱 중에 둘이면 평균만큼 간 거지……. 너희랑 비교하지 마. 너희는 중학교 때부터 1등이었잖아.”
“걔들 다 합치면 몇 승이야?”
“어…….”
상호는 손가락을 접으며 셈을 했다. 하솔이 10. 가은이 10. 아리가 6. 미래가 5. 이서가 5. 단비가 3. 초란이 3.
“42네.”
“우린 60인데. 이것들 안 되겠네. 내일 한번 잡아야지…….”
“그랬다간 내가 너 잡을 거야. 꿈도 꾸지 마.”
“헹.”
태화는 코웃음을 치고는 급식소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어쨌든 2학년은 성적이 좋았다. 아주 많이. 일단 다섯 명은 오후 본선까지 확정이니까.
상호는 아이들을 데리고 급식소로 향했다.
“자, 밥 먹자, 밥. 빨리 먹고 소화시켜야지.”
“쌤 때문에 못 뛰는 거야! 빨리 와!”
“선생님, 또 태워 드릴까요? 저번처럼 방어막으로…….”
“아니, 쪽팔려서 싫어…….”
“그럼 이리 오이소. 지가 업겠심더.”
“야, 야! 내려놔!”
“으잉, 등에 머가 막 닿는디…….”
“내려놓으라고!”
179. 버틸 수 있을까
“저야 뭐 한 번 당해 보긴 했습니다만…….”
이츠키가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날 줄은 몰랐습니다.”
“난 알았어.”
상호의 목소리는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경기장에선 64강전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빨간 뿔이 달린 소녀와 검사 소녀.
태화와 다혜.
“아으.”
다혜가 멍하니 소리를 내었다. 태화의 허리를 깔고 앉은 채로.
바닥에 엎어진 태화가 신음을 흘렸다.
“끄으…….”
“느아?”
“느아는 뭘 느아야, X팔…….”
경기장 밖에서 진행교사가 소리쳤다.
“송다혜, 승…….”
그때 태화의 몸에서 검은 불꽃이 확 타올랐다.
“뜨아?!”
다혜가 엉덩이를 부여잡고 펄쩍 뛰어올랐다.
태화는 그 틈을 타 순간이동을 했다. 다혜의 머리 위에 나타난 태화의 손에는 시뻘건 장미가 한 송이 들려 있었다.
태화의 손이 다혜를 향해 내리쳐졌다.
꽈아앙
검붉은 폭발이 일었다.
시합이 끝나 내려갔던 결계가 신속하게 다시 올라왔다. 급속히 팽창하던 흑연이 결계에 갇혀 난폭하게 날뛰었다. 굶주린 짐승처럼 그르렁거리며.
쿠르르……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던 흑연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사그라졌다. 흩어지는 연기 사이로 두 소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축 늘어진 채로 멱살을 잡힌 태화와, 화난 듯이 눈썹을 치켜세운 다혜.
“아우……아.”
다혜가 태화의 멱살을 두어 번 흔들었다. 그러지 말라는 듯이.
태화의 입에서는 대답 대신 신음만이 흘러나왔다.
“으…….”
다혜는 그 신음을 듣고는 태화의 멱살을 놓았다.
힘없이 쓰러지는 태화의 뒤로 진행교사가 다시금 선언했다.
“송다혜, 승. 그리고 이태화는 규칙 위반으로 패자전 실격이다.”
“끄으으으…….”
상호는 신음하는 태화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패자전 실격이면 64등. 본선 꼴찌.
‘동생들을 그렇게 무시하더니, 정작 자기가…….’
경기장에서 다혜가 폴짝 뛰어 내려왔다.
다혜는 검을 쥔 채로 뒷짐을 지더니 태평한 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했다.
“으아…….”
늘 그렇듯, 얼빠진 소리를 흘리며.
* * *
4강. 준결승전.
“천세희, 승.”
세희는 눈앞에 선 은율을 바라보았다. 은율은 스스로의 부러진 검을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깊은 고민에 빠진 듯이.
하지만 곧 빙긋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졌네.”
“응.”
“축하해.”
은율의 시선이 옆을 향했다. 그곳에서는 이미 시합을 끝낸 다혜가 경기장에 걸터앉아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길 수 있겠어?”
“아니.”
세희는 어깨를 들썩였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언제나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그러면 설령 지더라도 후회는 없을 테니.
세희는 뚜벅뚜벅 걸어 경기장을 내려갔다.
* * *
상호는 경기장 가까이에 서서 결승전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의 옆에는 지윤과 태화, 이츠키와 나디아가 모여 있었다.
곧 패자전을 끝낸 나빛과 은율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지윤이 둘을 돌아보며 물었다.
“누가 이깄노?”
“은율이. 헤헤…….”
“봐준 거 아이가?”
“아, 아니야. 으흠! 헤헤헤…….”
나빛은 뜨끔했는지 헛기침을 하고 멋쩍게 웃었다.
지윤의 옆에서 태화가 벌레 씹은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흥.”
“이 시끼는 꼴등을 하드만 면상도 꼬라박아뿟네. 뭔 짓을 해싸서 실격을 당하고 앉았노?”
“몰라, X바.”
상호는 투닥거리는 둘을 무시하고 생각에 잠겼다. 은율이 3등, 나빛이 4등, 지윤이 14등, 태화가 64등.
그리고 세희가 1등 혹은 2등.
물론, 사실상 2등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반 성적은 좋다만…….’
다혜는 연말평가를 따로 친다고 했다. 그러니 태화나 세희가 다혜 때문에 10등에 못 들어갈 일은 없는데.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다혜도 전국평가를 나가나?’
이사장과의 내기. 아니, 이사장의 명령.
딱히 무언가를 걸지는 않았다. 그저 다혜의 편을 들어주는 대신 전국평가에서 1등을 해오기로 한 것일 뿐.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이 돌아올 게 뻔했다. 상호는 혁을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양반 성격상 뭔가 수를 썼을 것 같은데…….’
그래도 그건 나중의 일이었다. 지금은 눈앞의 결승전에 집중해야 했다.
이윽고 경기장에 세희와 다혜가 올라섰다.
“볼 것도 없지, 뭐.”
태화가 혀를 차며 돌아섰다.
“1초나 버티면 다행이다.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겨.”
“그래도 봐 둬, 임마. 다른 사람들 싸우는 걸 봐 둬야 네 실력도 오르는 거야.”
“잔소리 멈춰!”
“너 이리 와. 사람이 말을 하면 들어먹어야지…….”
“아야야야!”
상호는 태화의 양 볼을 잡아당기며 경기장을 올려다보았다. 결승전의 시작을 알리는 결계가 올라오고 있었다.
* * *
“언니.”
“아으?”
다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희는 그런 다혜를 향해 다가가며 칼을 뽑았다.
“선생님이 그러시던데요.”
“으아?”
“언니는 진지하지 않아서 싫다고.”
당연히 도발을 위한 거짓말이었지만, 효과는 좋았다.
다혜의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느아앙~?”
“진짜예요. 나랑 대련할 때마다 장난으로 한다고 그러셨어요. 선생님은 항상 최선을 다하는 걸 좋아하시거든요.”
세희는 고개를 살짝 들어 다혜를 깔보듯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선생님은 언니가 싫은가 봐요. 날 훨씬 좋아하시더라고요.”
“아으…… 흐흐.”
다혜가 결계 너머 어딘가를 향해 눈을 번득였다. 거기에 상호가 있다는 듯이.
세희의 검이 하늘빛으로 번득였다.
“그러니까 선생님한테 잘 보이고 싶으면, 진심으로 한번 해 봐요. 봐주지 말고.”
그 말에 다혜는 고개를 기웃하며 검을 뽑았다.
“느우웅…….”
“1초 만에 끝내도 상관없어요.”
세희는 다혜를 노려보며 검을 치켜들었다.
“뭐, 그러지도 못하겠지만.”
“느흥.”
다혜는 코웃음을 치더니 세희에게 달려들었다.
눈 깜짝할 새, 아니 그보다 더 빠르게. 다혜의 검이 세 개로 나뉘더니 동시에 세 방향으로 짓쳐들어왔다. 머리로, 왼쪽 어깨로, 오른쪽 허리로.
세희는 그 모습을 보고 넋이 빠져 버렸다.
‘아……, 씨, 이게 아닌데.’
딱 한 번만이라도, 검 대 검으로. 강기 싸움을 걸어 보려고 했는데.
이래서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세희는 세 개의 검 중 하나를 골라 검을 휘둘렀다. 비교적 막기 힘든 방향, 오른쪽 허리.
집중이 최고조에 이르자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검은 아직 닿지 않았다.
‘아직이야.’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야 했다. 세희는 눈을 부릅뜨고 다혜의 검에 집중했다. 오른쪽 허리를 향해 다가오는 단 하나의 검에만.
이게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은 머리로, 왼쪽 어깨로 날아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세희는 잡념을 날려 버리고 내공을 전부 끌어 모았다.
기회는 단 한 번.
‘아직…….’
세희의 검은 휘둘러지는 중이었다.
검과 검의 간격은 손가락 한 마디만큼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세희는 기다렸다. 머리카락 한 올만큼도 떨어지지 않을 때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졌다.
이윽고, 검과 검이 맞닿는 바로 그 순간에.
‘지금!’
세희의 검에서 하늘색 불꽃이 타올랐다.
두 소녀의 눈동자에 그 하늘색 불꽃이 비쳤다. 한쪽은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을 품었고, 한쪽은 하늘처럼 맑고 순수한 놀라움을 품었다.
검이 검을 베었다.
써억……
종이 찢는 소리를 천 번 겹치면 이런 소리가 날까. 세희는 멍하니 검들을 바라보았다.
검은 검을 어느 정도 베어나가다가, 초강기가 끊기자마자 역으로 잘려나갔다. 하지만 다혜의 검도 성치 못했다.
다혜의 검도 곧 부러졌다.
세희의 머리와 왼쪽 어깨를 노리던 검들도 정확히 같은 모양으로 부러졌다.
하지만 다혜의 붉은 강기는 끊어지지 않았다.
콰악
다혜의 검들이 세희의 몸을 때렸다. 정확히 동시에. 세 방향으로.
“……윽.”
세희는 비틀거리며 땅으로 무너졌다. 머리를 맞은 게 결정타였다.
졌다. 또 졌다. 당연히. 이기면 안 되는 수준이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얻었다.
‘조금만 기다려.’
입술 밖으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금방 이겨줄게…….’
바닥이 눈앞으로 닥쳐왔다.
* * *
“……아으.”
다혜는 쓰러진 세희에게 다가갔다.
기절을 한 걸까.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숨만 쉰다. 굵게 땋은 머리에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아으…….”
다혜는 부러진 검을 대충 던져놓고 세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세희의 머리를 들어 무릎에 올린 후, 땋은 머리를 풀어 손가락으로 하염없이 쓸어내렸다.
경기장 밖에서 진행교사가 무어라 말했지만, 다혜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박수도, 환성도.
“아으, 아으…….”
양옆에 누군가 다가서는 게 느껴졌다. 두 사람. 두 남자.
두꺼운 손이 다혜의 등을 두드렸다.
“잘했어.”
건흠이었다.
“결국은 10등 안에 들었네.”
재작년에는 이루지 못했던 일.
다혜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아…….”
하지만 일어나지는 않았다.
건흠은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여기 더 있을 거야?”
“아으.”
“그래, 그럼 좀 더 있다가 와.”
건흠은 그 말을 남기고 경기장을 내려갔다. 다혜는 이제 흙을 털어낸 세희의 머리를 다시 땋기 시작했다.
다혜의 옆에 선 다른 남자가 말했다.
“옛날에도 그렇게 땋아 줬어?”
상호는 그렇게 물으며 쪼그려 앉았다.
다혜는 세희의 머리카락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으.”
“잘 땋네.”
“느흐흥…….”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히죽거리던 다혜는,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고개를 퍼뜩 들고 상호를 노려보았다.
“……아으.”
“응?”
“느아아악!”
“나, 나 뭐 잘못했어?”
상호는 진땀만 뻘뻘 흘렸다. 세희의 거짓말 때문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미안해, 미안해…… 뭐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느아아아악!”
“미안해…….”
“……꾸우웅.”
다혜는 토라진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세희의 머리를 다 땋자 다혜가 세희를 번쩍 들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상호를 향해 세희를 내밀었다.
“아으.”
꼭 우리 애 잘 부탁한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상호는 쓰게 웃으며 세희를 받아들었다.
“고마워. 다혜 너도 가서 쉬어.”
“으아.”
다혜는 뒷짐을 진 손에 검을 들고 휘적휘적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