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6화 (196/501)

 * * *

수업은 방과 후까지 이어졌다.

“보법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야. 번개처럼 빠른 보법. 물처럼 변화무쌍한 보법. 구름처럼 두루뭉술한 보법. 이 세 가지 형태를 자유롭게 구사해야 해.”

“이기어검을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야. 상대한테 의중을 숨기고, 공수 변환이 바로바로 되어야 하고, 그렇게 막거나 공격할 때는 최대한 빨라야 해. 한번 보여줄게.”

“야, 이태화. 싸울 때 도박하지 말라고 몇 번을…….”

 짜증을 내는 상호의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섰다. 상호는 다혜가 구경 왔나 싶어서 반색하며 돌아보았다.

“다…….”

 하솔이었다.

“……솔이네.”

“하솔인데요.”

“미안, 선생님이 발음이 안 좋아서…… 왜, 같이 수업하려고 왔어?”

 운동장에서 나머지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전부 2학년이었다.

하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 잘 왔다. 으음, 누구랑 붙여 줄까…….”

“근데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응? 뭔데?”

“선생님 혹시 군인이셨어요?”

 상호의 눈동자가 옆으로 굴렀다.

“응, 군인이었지. 근데 그건 갑자기 왜?”

 하솔은 무언가를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전부터 궁금했어요.”

 뭐 궁금할 수도 있는 부분이니. 상호는 별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더 물어볼 거 있어?”

“아니요.”

“그래. 그럼 저기 사카시타 언니한테 가서 대련해.”

“네.”

 하솔은 그 말대로 했다.

 그렇게 운동장에서 여덟 명이 짝을 지어 대련하게 되었다. 상호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또 옆에 누군가 다가온 것을 알아차렸다.

이번엔 구두 소리.

상호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인사했다.

“오셨어요?”

“옹야.”

“그 할머니 같은 소리 안 내면 안 돼요?”

“아잉.”

“……그냥 옹야 하세요.”

“옹야~.”

 해련이 씩 웃으며 상호의 옆에 섰다.

“수업은 잘 되고 있어요?”

“네.”

“흐음.”

 해련은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하솔을 가리켰다.

“저기 저 아이는 어때요?”

“네?”

“수업 잘 따라와요? 말은 잘 듣나?”

“하솔이요?”

 상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조용하고, 말 잘 들어주고……. 싸움머리도 좋고, 가르치면 잘 받아들여요. 집에서 조기교육을 받았다던데 그래서 그런가 봐요.”

“흐음~.”

“가르치기 제일 편한 애예요. 말수가 좀 적은 것만 빼면.”

“그렇구나~.”

 해련이 천진한 웃음을 지었지만, 상호에게는 어째 음험하게 느껴졌다.

“그러면 사람으로서는 어때요?”

“네?”

“제자 말고 사람으로서. 예쁘다 귀엽다, 그런 감흥 없어요? 손…… 아니, 딸이었으면 좋겠다든가 말이야.”

“대체 뭔 소릴 하는 거예요?”

 이런 질문을 하는 저의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상호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자 해련은 팔짱을 끼고 뾰로통하게 시선을 피했다.

“내가 뭐 못할 말 했나? 그럼 그건 됐고. 실력은 어때? 1등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등이요?”

 상호의 눈동자가 하솔을 향했다. 하솔은 지금 이츠키를 상대로 무난하게 대련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1학년이지만 1학년이 아닌 실력. 작년의 은율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뭐……, 별 탈이 없으면 상위권까진 가겠죠. 1등까진 모르겠어요. 다른 반 애들은 아직 못 봤으니까.”

“그런가.”

 해련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수고해요. 아 참, 나물 다 먹지 않았어요?”

“다 먹었죠. 더 주시게요? 나중에 필요하면 갈게요.”

“으응, 아니. 내가 강 선생 방으로 가면 되지. 수고해요~.”

“예.”

 상호는 멀어지는 해련을 지켜보다가 다시 아이들을 향해 눈을 돌렸다.

“하솔이, 발 좀 더 확실하게 딛고. 사카시타는 부적을 칼보다 우선하지 마. 칼로 벨 수 있는데도 부적을 쓰고 있잖아. 지윤이, 보법에만 정신이 팔려서 발차기가 안 나간다. 다리를…….”

 그렇게 슬슬 수업이 끝나갈 무렵. 또 누군가가 옆에 다가왔다.

이번엔 누구인가. 상호는 슬슬 짜증이 나서 눈살을 찌푸리며 옆을 돌아보았다.

“으아.”

 다혜였다.

상호는 황급히 눈살을 펴고 웃음을 지었다.

“다혜구나. 또 구경 왔어?”

“아으.”

“대련할래?”

“느아앙~.”

“못 알아듣겠으니까 고갯짓으로 해 줘…….”

“아으아으.”

 곤란해하는 게 재밌는 걸까. 다혜는 씩 웃으며 입마개 속 입으로만 대답을 했다.

“근데 수업 이제 끝났는데…….”

“누웅.”

“괜찮아? 그냥 온 거야?”

“으에에~.”

“……일단 수업 마치고 말하자. 괜찮지?”

“아으.”

 말하는 음절이 늘어나는 것을 보니 서서히 차도가 있는 듯했다. 좀 더 있으면 간단한 말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상호는 대련 중인 아이들을 바라보며 손뼉을 짝 쳤다.

“그만.”

 그의 신호에 아이들이 몸을 멈췄다.

“이만 끝내자. 내가 말한 거 다 기억하고 있지?”

“네.”

“가서 쉬면서 다시 잘 생각해 봐. 고생했다.”

“쌤도예.”

“고생하셨습니다.”

 아이들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터덜터덜 기숙사로 향했다.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줄기차게 대련을 했으니 지칠 만도 했다.

상호는 녹초가 된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세희가 친구들과 가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왜인지는 묻지 않았다.

이유를 알고 있으니까.

“더 대련하고 싶어?”

“네.”

 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 상호는 뒷짐을 진 채로 다혜와 세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래. 시작하고 싶을 때 시작해.”

 둘이 동시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두 아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상호의 머리 위였다. 상호는 자신의 머리를 짚는 다혜의 손과 어깨를 짓누르는 세희의 무릎을 느끼며 속으로 감탄했다.

‘이야, 한번 집중하면 다른 건 생각도 안 하는구나.’

 좋은 현상이다. 그래서 혼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었다.

최단거리이자 예상치 못한 공격로. 둘 다 생각하는 것이 똑같아서 행하는 공격도 같았다.

상호의 머리 위에서 검이 부딪혔다.

카앙

원래대로라면 다혜의 검이 닿자마자 세희의 검이 두부 썰리듯 잘려나가야 했지만, 다혜가 강기를 조절하고 있는지 둘의 공방은 꽤 오래 이어졌다. 상호의 머리 위에서 내려온 후에도.

 그렇게 강기의 수준을 맞춰 주었는데도 세희는 다혜를 전혀 몰아붙이지 못했다.

“……윽!”

 검술에서부터 차이가 심하다.

상호는 당황하는 세희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항상 날카롭게 평정을 잃지 않던 세희가 다혜를 상대할 때면 유난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럴 만큼 실력 차가 크긴 했지만.

‘……다른 이유가 더 있는지도 모르겠네.’

 그는 둘의 대련을 잠자코 지켜보았다.

* * *

“으…….”

 세희가 침음하며 몸을 일으켰다. 머리카락과 몸 앞쪽에 온통 흙이 묻은 채였다.

멋들어지게 납도를 하던 다혜는 그 모습을 보고 세희에게 달려갔다.

“으아…….”

“됐어요.”

 세희는 다혜의 손을 뿌리치고 몸에 묻은 흙을 털었다.

 그러고는 상호의 앞으로 또박또박 걸어와 눈을 마주쳤다. 평소처럼 조언해 달라고.

 하지만 상호는 살짝 웃어주고 다혜를 보았다.

“고맙다, 다혜야. 가서 쉬어.”

“아으아?”

“뭐, 어땠냐구? 그냥 잘했지 뭐…….”

“느흐흥~.”

“잘 가.”

 세희는 뒤돌아서 휘적휘적 걸어가는 다혜와, 그 뒤에 손을 흔드는 상호를 망연자실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윽고 상호가 세희를 돌아보았다.

세희는 자세를 바로 하고 귀를 기울였다. 늘 그랬듯, 알아듣기 쉽게, 부족한 부분을 짚어줄 것이다.

그랬을 터인데.

“해줄 말이 많지 않아.”

 전혀 기대하지 않은 말이 나왔다.

“솔직히…… 네가 다혜를 이기면 안 돼. 그 정도로 실력이 차이가 나. 강기, 검술, 경공, 보법, 모든 면에서…… 이기는 게 불가능해. 그래서 짚어 줄 것도…… 별로 없어.”

“……네?”

 세희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네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다혜를 이길 수 없다는 뜻이야.”

“……그게.”

 세희는 마른침을 삼켰다.

“무슨 말씀이세요?”

 이기면 안 된다니. 이기는 게 불가능하다니.

“이번 중간평가에서요? 아니면…… 올해 내내요?”

 상호는 입을 열다가 말았다.

 그 모습을 본 세희의 눈썹이 꿈틀했다.

“더 길어요? 더 오랫동안이요?”

“……아마도.”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 같던 세희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왜요?”

“메꿀 수 없는…… 차이가 있어.”

 상호는 세희의 팔뚝을 살짝 잡았다.

“생사경을 밟아보지 않은 사람은 넘을 수 없는…… 벽, 틈, 그런 게 있어. 그래서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나는 거고……. 너한텐 기분 나쁘게 들리겠지만, 다혜는 아마 너랑 대련하는 걸 장난으로 여기고 있을 거야.”

“장난이요?”

 세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목소리도 점차 거칠어져 갔다.

“제가 죽도록 노력하는 게…… 그 사람한텐 장난이라구요?”

“그럴 거야.”

 상호는 세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진지하게 하진 않더라.”

 세희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굴러떨어졌다. 하지만 목소리는 오히려 차분해져 있었다.

“생사경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요?”

“한두 번의 생사경으로는 그렇게 큰 차이가 안 날지도 몰라. 하지만 그게 몇 주, 몇 달이 되면…… 그때부터는 엄청난 차이가 되지. 다혜는 1년 동안 그렇게 살았고.”

“생사경이란 거는…… 몬스터한테 죽을 뻔하고, 몬스터를 죽이고, 그런 걸 말하는 거죠?”

“그렇지.”

 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희가 한숨을 푹 쉬고 웃었다.

“알았어요.”

“……언젠가는 이길 수 있을 거야.”

 상호는 세희를 끌어안았다.

“언젠가는…….”

 기약 없이 텅 빈 위로를 건네며.

세희는 검을 잡은 손을 부르르 떨다가, 이내 힘없이 축 늘어져 상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말이 너무 심했나.’

 상호는 세희의 등을 토닥이며 세희의 머리에 얼굴을 묻었다. 고운 이마에 입술이 닿도록.

 그래서 알지 못했다.

세희가 그의 품속에서 눈을 번득이고 있다는 것을.

* * *

다음 날 아침.

상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눈을 끔뻑였다.

“……세희 왜 안 왔어?”

 세희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다들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세희와 친한 아이들, 태화와 은율과 이츠키조차도.

“어제 저녁에 장 보러 간다고 한 후로 못 봤습니다.”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어서…….”

“내가 들어가 보니까 없더라고? 그래서 먼저 온 줄 알았더니만……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

 태화가 고개를 갸웃했다.

문득 상호의 머릿속에 어제 세희와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설마.’

 망치로 맞은 듯 뒤통수가 얼얼했다.

그것만은 아니기를. 상호는 핸드폰을 꺼내 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만 울리고 연결은 되지 않았다.

‘일부러 안 받는구나.’

 이유는 당연히 하나밖에 없으리라. 상호에게는 다신 겪고 싶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그는 문가로 걸어가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2학년. 전부 따라와.”

 177. 헌터의 일

“새벽 다섯 시요?”

 상호는 핸드폰을 든 채로 세희의 방 안을 서성거렸다. 핸드폰 너머에서 해련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그때 교문으로 나갔대. 전투복에 검은 후드랑 짧은 바지 입고…… 검은 가방도 멨고. 버스 정류장 쪽으로 가는 것까지 확인했어. 그다음부턴 이제 경찰하고 찾아야지.]

“알겠습니다.”

[강 선생은 뭔가 찾았어요?]

“아뇨, 아직. 대신 짐작 가는 게 하나 있어서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알았어요. 뭐라도 찾으면 연락해요. 나도 바로바로 알려줄 테니까.]

“네.”

 상호는 전화를 끊고 옆을 돌아보았다.

세희의 침대에 앉은 여섯 명의 아이들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태화가 침대에 벌렁 나자빠지며 물었다.

“뭐래?”

“전투복 입고 나갔댄다. 새벽 다섯 시에.”

“전투복?”

“몬스터 잡으러 갔나 봐.”

 그 말에 은율과 나빛이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지윤은 상호의 눈치를 살폈다.

“지한테 말씀허지 않았습니꺼, 꼭 허락받고 가라고……. 세희헌티는 말씀 안 하셨어예?”

“했지……. 했을 거야, 아마도. 내가 그런 걸 싫어한다는 건 분명히 알고 있었을 텐데…….”

 함부로 몬스터 잡으러 가지 말라는 말도 했고, 다혜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줬었다. 그러니 상호가 이런 상황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을 터인데.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알고는 있었다. 승부욕 하나는 하늘을 찌르는 세희니까.

다혜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네 그런 점이 늘 좋았는데…… 오늘은 아니구나.’

 상호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세희는 위험한 곳까지 가려고 할 것이다. 목숨의 위협을 느낄 만큼. 그러니 아이들을 데려갈 순 없었다. 오히려 방해만 될 공산이 컸다.

 하지만 태화를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그래서 그는 결정을 내렸다.

“태화만 따라와. 나머지는 교실로 돌아가고.”

“응? 나만?”

 태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옆에서 나빛이 벌떡 일어났다.

“저도 갈래요!”

“안 돼.”

“몬스터 잡으러 갔다면서요! 세희가 다쳤으면 치료해야 하잖아요!”

 듣고 보니 그 말이 맞았다. 나빛까지는 데려가야 했다.

“그래, 그럼 나빛이도 따라와.”

“지들은예?”

“저희는요?”

“저희는 안 갑니까?”

“네? 네? 네?”

“소풍 가는 거 아니야.”

 상호는 단칼에 거절했다.

“지윤이, 은율이, 사카시타, 나디아. 너희는 교실로 돌아가. 가면 미진 선생님 있을 거니까 평소처럼 수업 받고. 1학년 애들 걱정 안 하게 안심시켜 줘. 부탁한다.”

“……알았심더.”

 지윤이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심히 다녀오이소.”

“응.”

 상호는 지윤에게 손을 내밀어 손뼉을 마주쳤다.

“다녀올게.”

“그래도 저는 데려가는 게 좋을 겁니다.”

“응?”

 상호는 이츠키를 돌아보았다.

이츠키가 검지를 들어 스스로의 눈을 가리켰다.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주술을 보는 눈.

상호는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카시타까지만 따라와. 가자, 얘들아.”

“응.”

“네.”

 셋은 상호의 뒤를 따랐다.

* * *

“으아~ 이게 뭐야~.”

 태화가 조수석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뭔 가출소녀 잡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수업 받는 게 낫겠네. 얼마나 남았어?”

“모르지.”

“끄으아아아…….”

 차를 탄 지 두 시간째. 이제 슬슬 강원도 중심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세희는 대중교통을 사용하다가 도보로 걸어갔을 테지만, 새벽 일찍 출발했으니 지금쯤 어디에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사카시타. 실은 계속 앞쪽에 있어?”

“그렇습니다.”

“세희가 확실한 거야?”

 뒷좌석에 앉은 이츠키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지금 여기 네 명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 또 있는 게 아닌 이상.”

 그렇다면 아마 맞을 것이다. 상호는 굽이진 도로를 따라 더욱 빠르게 차를 몰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중에.

“어!”

 태화가 창밖을 가리켰다.

“저거 몬스터 아냐?”

 그 말대로 멀리 산 정상에 커다란 골렘이 한 마리 서 있었다. 상호는 차창을 열고 검을 던졌다.

번개처럼 날아간 검이 골렘을 세로로 갈랐다.

쿠르르……

“슬슬 위험지역인가 보다.”

“더 가야 돼? 걔는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몬스터 잡으려고 온 거지.”

“그니까 왜 몬스터를 잡으려고 하냐구.”

“강해지려고.”

 상호는 되돌아온 검을 잡아 차 안으로 가져왔다.

“몬스터를 잡으면 마나가 빨리 쌓이니까. 그리고…… 죽을 고비를 넘어보면 감각이 훨씬 증폭되거든.”

“죽을 고비? 죽으러 갔다는 소리야?”

“그건 아니겠지만.”

 확답은 아니었다.

태화가 그 말을 듣고는 혀를 찼다.

“참나…… 내가 그렇게 이기고 싶었나.”

“너 때문 아니야, 임마.”

“쌤이 뭘 알아? 걔는 그럴 애야. 작년에 진 것 땜에 아직까지 꽁~ 해가지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창유리에 비친 태화의 눈빛에는 초조한 기색이 듬뿍 묻어나고 있었다.

상호는 더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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