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수업 종이 치고도 약간의 시간이 지났다. 세희와 태화, 그리고 미래와 아리와 단비는 교실을 향해 질주했다.
태화가 숨을 헐떡거리며 짜증을 냈다.
“아오, 이 빌어처먹을 전우조 땜에 순간이동도 못해, X바! 귀찮아아악!”
“멍!”
단비가 동의한다는 듯이 짖었다.
복도를 달리던 다섯은 곧 화장실 쪽에서 달려오는 나빛과 이서를 마주쳤다. 나빛이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뭐가 안녕이야, 등신아! 뛰기나 해.”
“히잉…….”
태화의 핀잔에 나빛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 꿍얼거렸다.
이제는 일곱. 유일하게 경공을 배운 세희가 제일 앞이었고, 달리기가 느린 태화와 나빛이 맨 뒤였다. 하지만 교실이 보이는 곳에 다다르자 태화가 순간이동을 쓰더니 교실 문 앞에 나타났다.
그리곤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세에에이프!”
“아웃. 나가.”
“노! 홈런! 집으로 달리다! 오케이, 조퇴!”
“조용히 하고 빨리 들어와, 임마!”
상호가 호통을 치고 한숨을 쉬었다. 세월과 고뇌가 절절히 느껴지는 노인의 한숨이었다.
세희는 안으로 들어서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해요…….”
“됐어. 선도부는 좀 늦을 수도 있지.”
“뭐? 아니야! 쟤 나랑 매점 갔다 왔어!”
“시끄러. 앉아.”
“크아아아아아악!”
태화가 칠공에서 불을 내뿜으며 비틀거렸다.
상호는 내공을 뻗어 태화의 입을 막고 방금 막 들어온 여섯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세희, 나빛, 미래, 아리, 이서, 그리고 단비.
단비의 전우조는 이츠키인데, 이츠키는 그가 교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단비야. 왜 사카시타랑 따로 다녔어?”
상호의 엄한 목소리에 단비의 귀와 꼬리가 축 늘어졌다.
“배…… 배고픈데, 이츠키 언니는 안 간다고…… 해서요…….”
“그럼 너도 가지 말았어야지.”
“죄송해요…….”
상호는 이어서 이츠키를 바라보았다.
“사카시타 너도. 단비가 간다고 하면 따라가든가, 아니면 못 가게 막았어야지. 혹시 전우조가 뭔지 이해가 덜 됐어?”
“그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너희 둘은 학교 끝나고 남아.”
“네.”
이츠키는 눈을 감았고, 단비는 쩔쩔매며 이츠키의 눈치를 보았다.
상호는 그런 둘에게서 눈을 떼고 세희와 다른 네 명을 바라보았다.
“근데 얘들아. 혹시 다혜 못 봤어?”
세희와 미래, 아리가 눈을 끔뻑였다.
“봤어요.”
“봤어? 어디서? 뭐 하고 있었어?”
“매점이요. 뭐 먹을 거 찾으러 온 모양이던데…….”
“그래? 으음…….”
“왜 그러세요?”
상호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니, 그게…… 이 시간쯤 되면 꼭 교무실로 와서 빵을 먹었거든. 나나 건흠 선생님이 입마개 풀어주고……. 그런데 오늘은 안 왔더라. 그래서 궁금해서 물어봤어.”
그 말에 세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배고파서 산 빵을 굳이 점심식사 후에 먹을 이유는 없으니. 필시 타의로 인해 방해를 받았을 터.
‘……또 빼앗았구나.’
세희는 허공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상호는 그런 세희의 눈을 보고 당황했다. 다혜에 대해서 물었을 뿐인데 왜 세희의 표정이 썩어드는지.
“세희…… 무슨 일 있어?”
“아니요.”
심지어 다혜에게 준 빵은 세희의 돈으로 산 것이었다.
언젠가 죗값을 치르게 해 주리라. 세희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상호에게는 사글사글하게 웃어 보였다.
“그냥, 선도부 일이 좀 생각나서요.”
“그래? 별거 아닌 거야?”
“네. 선생님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이 문제는 직접 해결할 것이다. 세희는 왼팔에 찬 완장을 의식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상호는 그런 세희를 멀뚱히 바라보다가 칠판을 향해 돌아섰다.
“그래. 수업하자.”
172.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상호는 눈앞에 선 이츠키와 단비를 바라보았다.
“시작하자.”
“네.”
셋의 손에는 분무기와 신문지가 들려 있었다.
전우조를 어긴 벌은 청소였다. 이츠키와 단비는 창가로 가서 창문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상호도 허공섭물로 청소를 시작했다. 주로 높은 창문이나 창문 바깥 유리. 아이들의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을.
“꼼꼼히 해. 검사할 거야.”
“알겠습니다.”
“멍.”
둘은 착실하게 창문을 닦았다.
사실 창문 청소를 굳이 할 필요는 없었다. 방학에 업체에서 싹 해주고 가니까. 하지만 아이들을 때릴 게 아닌 이상 체벌은 청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상호는 창문에 물을 뿌리다가 아이들이 잘 하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뭐여.’
살랑거리는 단비의 꼬리에서 털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창문을 닦으려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가느다란 갈색 털이 교실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상호는 그 광경을 보고 당황했다.
“저기…… 단비야?”
“네?”
“어디 아파?”
“아니요?”
“털이…….”
단비는 상호의 시선을 따라 바닥을 내려다보더니, 별것 아니라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원래 이래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알았어, 계속 닦아.”
“네.”
상호는 단비가 창문으로 고개를 돌리자 청소도구함에서 조용히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꺼냈다.
그리고 바닥을 쓸면서 말했다.
“사카시타, 단비. 청소하면서 대답해.”
“네.”
“왜 따로 다녔어?”
단비가 신문지로 창문을 문지르며 웅얼거렸다.
“배고파서요…….”
“그건 매점을 간 이유지 따로 다닌 이유가 아니잖아.”
“죄송해요…….”
“별 이유 없었어? 안 혼낼 테니까 솔직히 말해봐.”
“네…….”
상호는 조곤조곤하게 말을 이었다.
“전우조를 시킨 이유는 별거 없어. 그냥 너희가 친한 애들끼리만 다니는 것 같아서 섞어 보려고 그랬던 거야.”
“네…….”
“근데 그거랑 전우조를 안 지킨 거는 다른 문제야.”
아주 간단한 규칙이다. 모든 장소에 전우조와 함께 있을 것.
그 간단한 규칙을 지키지 않는 이유도 간단했다.
귀찮으니까.
“단비야, 헌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지?”
“네? 네……. 몬스터 잡는 거요.”
“헌터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지? 전쟁이 나면 먼저 나가서 싸워야겠지?”
“네…….”
“전쟁을 하다 보면 숨어서 기습해야 할 때도 있겠지?”
“네.”
“숨어 있는데 배고프다고 밥 지을 거야?”
“아니요…….”
전쟁은 고행이고, 인간을 강제로 수양시킨다. 수양을 당하지 못한 이는 보통 죽기 마련이었다.
당하다 못해 미쳐 버리는 경우도 많지만.
“숨어있는데 오줌 마렵다고 화장실 갈 거야?”
“아니요…….”
“그래, 그런 거야.”
상호는 목소리를 부드럽게 바꿨다.
“헌터는 참을 줄 알아야 해. 배고픈 것도 참고, 마려운 것도 참고, 졸린 것도 참고…… 때로는 부조리도 참고. 그게 헌터인 거야.”
단비의 창문 닦는 속도가 느려졌다. 그의 말을 가만히 곱씹는 것처럼.
상호는 이쯤 하면 알아들었을 것이라 여기고 이츠키를 쳐다보았다.
“이츠키도. 알았지?”
“네.”
“그래. 다 닦았으면 슬슬 끝내자.”
셋은 도구를 챙기고 청소를 마무리 지었다.
* * *
전우조 이틀째.
이제는 전우조끼리는 말을 다 텄다. 가장 말이 없는 편인 은율과 하솔끼리도.
다만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짝이 있었다.
“네!”
“네? 어……, 음……, 화장실이요?”
“네!”
“네, 가, 같이 가요.”
“네!”
나디아가 초란의 손을 잡아끌었다.
지윤은 그런 둘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쟈는 은제 한국말 할란가 모르겠네. 사투리는 알아들으면서 와 말은 못하는지…….”
“저거 일부러 그러는 거라니까.”
태화가 다리를 꼬며 턱을 괴었다.
“쌤이 쟤한테만 발표 안 시키잖아. 지도 아는 거지. 말 못하는 게 더 편하다는 거……. 야, 우리 나디아 한번 놀려 볼래?”
그 말에 세희가 눈살을 찌푸렸다.
“너 그러다…….”
“뭐 어때. 친구끼리 장난도 못 치냐? 니도 나한테 장난 오지게 쳤잖아!”
“……알아서 해.”
말 못 하는 걸로 놀리면 선생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눈에 선했지만, 세희는 모른 척 하기로 마음먹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디아와 초란이 반으로 돌아왔다. 태화는 나디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네.”
“네?”
나디아가 눈을 끔뻑이며 대답했다.
태화도 멀뚱히 나디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태화는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로 깐죽거리며 대꾸를 계속했다.
그러자 나디아의 푸른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초롱초롱한 빛은 곧 촉촉한 물기로 바뀌더니.
“네?”
“으아아앙!”
울음으로 터져 나왔다.
* * *
“또 너냐? 또 너야? 지겹지도 않아? 대체 언제 철들래?”
“우씨……. 울 줄 몰랐지.”
태화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신경질적으로 꼬리를 휘둘렀다.
수업 시간이라 교무실엔 사람이 적었지만, 그만큼 조용하기도 했다. 상호는 주변을 한번 쓱 둘러보고 태화를 째려보았다.
“혼난다, 진짜. 애들 놀리는 게 몇 번째야? 너 때문에 수업도 못 하고 있잖아.”
“미안.”
“말 못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너는 왜 꼭 놀려도 하필 사람 약점 갖고 놀리냐. 응?”
“몰라, 집안 교육을 못 받아서 그런가 보지.”
태화가 고개를 돌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체 누가 잘못한 건지 모를 노릇이다. 상호는 한숨을 쉬고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래. 넌 교육 좀 받자.”
“응?”
그 말에 태화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무슨 교육?”
찌익
상호는 테이프를 찢어서.
철썩
태화의 입에 붙였다.
그리고 짤막하게 한마디 했다.
“묵언수행.”
“…….”
“학교 끝날 때까지 떼지 마.”
“으부붑!”
“떼지 마. 떼면 이틀 더 붙일 거야. 또 떼면 사흘 더 붙일 거고. 알았어?”
“……꾸우웅.”
태화는 흙 씹은 표정을 지으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라도 말 못하는 고통을 겪어 보게 해야 했다. 상호는 검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수업하러.”
* * *
그렇게 교실로 돌아와서,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옆에 앉은 미래가 태화의 팔꿈치를 콕콕 찔렀다.
“언니, 화장실 가고 싶지 않아?”
“…….”
“싫어? 도리도리라도 해 봐.”
“…….”
“세희 언니! 태화 언니 바보 됐어! 언니!”
세희는 입에 테이프가 붙은 태화의 꼴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걘 원래 바보야.”
“……우우웁!”
태화의 눈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우부붑! 어우우웁!”
“뭐래. 바보야. 사람 말로 해.”
“읍……! 끄으으…….”
태화는 화를 내려다 말고 의자에 축 늘어졌다. 더 화내 봤자 자기 속만 터질 것 같았다.
세희는 한 차례 더 비웃어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리야. 매점 가자.”
“아, 네.”
태화의 시선이 세희에게 꽂혔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뜻은 알 수 있었다. 네가 웬일로 이틀 연속으로 점심시간 전에 매점을 가냐, 이런 뜻이리라.
세희는 검지로 완장을 한 번 튕겼다.
“순찰.”
“읍읍.”
“같이 가자고?”
“읍.”
“따라오든가.”
세희는 아리와 함께 교실을 나섰다.
아리는 뒤를 따르는 태화와 미래를 흘끗하고는 세희를 돌아보며 물었다.
“언니는 태화 언니 말 잘 알아듣네. 입을 막아도…….”
“쟤는 바보라서 하는 말이 정해져 있어.”
그 말을 또 들었는지 태화가 세희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마법사의 발차기라 아프진 않았지만, 세희는 표독한 눈빛으로 태화를 째려보았다.
그리고 꼬리를 덥석 잡았다.
“끄으응…….”
“꼭 이래야 말을 듣지. 가자, 얘들아.”
태화가 세희의 곁에 다소곳하게 붙었다. 미래와 아리는 그 광경이 신기한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넷은 그렇게 복도를 걸어 매점으로 향했다.
* * *
퍽
“읍!”
“아으!”
붉은 뿔이 난 소녀와 입마개를 한 소녀가 매점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으으으…….”
태화는 엉덩이를 문지르다가 자신과 어깨를 부딪힌 사람이 다혜라는 것을 알아보고는 도끼눈을 뜬 채로 삿대질을 했다.
“읍읍! 으브븝!”
“으아으……?”
“우브윽브븝!”
입을 안 막았어도 대화하기 힘들 텐데, 입까지 막았으니 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 세희는 투닥거리는 둘을 떼어놓았다.
“그만 싸워요.”
그리고 다혜의 안색을 살폈다.
예상대로 오늘도 왔다. 늘 배가 고픈 얼굴이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군침을 흘리고.
세희는 어제 상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다혜가 교무실에 오지 않았다는 말.
빵을 먹지 않았다는 뜻.
“언니.”
그렇게 부르자 다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희는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어제 준 빵 먹었어요?”
“아으.”
뜻 없는 옹알이지만, 세희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먹었다고요? 언제 먹었는데요?”
“아으아으.”
“점심 전에? 근데 우리 선생님은 언니가 교무실로 안 왔다던데요. 언니는 교무실에서만 먹는다면서.”
“……으아.”
다혜는 당황한 표정으로 세희의 눈길을 피했다.
세희는 다혜를 향해 몸을 기울이며 나직하게 물었다.
“다른 사람이 가져갔어요?”
“으아으.”
“아니에요? 그건?”
“우으아……. 느아으으.”
“다 방법이 있다고요? 그거, 입마개 차고도 먹을 수가 있어요?”
“아으.”
다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세희는 믿지 않았다.
“……알았어요.”
세희는 다혜와 태화를 일으키고 둘의 옷을 툭툭 털어주다가, 문득 이 행동이 상호와 닮았다는 것을 깨닫고 뺨을 살짝 붉혔다.
‘선생님 닮아가면…… 좋은 거지, 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아리와 미래를 돌아보았다.
“얘들아, 골라. 어제 못 사준 거 사줄게.”
“읍읍!”
“넌 니가 사 먹어.”
“우우웁!”
“이럴 때만 친구냐?”
“읍.”
태화는 눈을 찡긋하더니 급기야는 달라붙어서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세희는 피식 웃으며 태화를 바라보았다.
“사줘?”
“읍!”
“뭐? 네가 미래 전우조니까 미래 빵은 네가 사겠다고?”
“……읍?”
“네가 웬일이야? 남한테 빵을 다 사주고. 어쨌든 알았어. 그렇게 해. 난 아리만 사주면 되지?”
“읍읍──! 읍!”
“뭐라고? 아리 것까지 네가 산다고? 너 오늘 왜 이래?”
“끄으우우우우웁! 꿉!”
“뭐……?”
세희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지으며 가슴 앞에 양손을 모았다. 감동받은 척.
“내 것까지 사준다고? 진짜……? 알았어. 빨리 고를게. 미래야, 아리야. 맘껏 골라.”
“진짜? 두 개씩 사도 돼?”
“두 개가 뭐야, 세 개씩 사도 돼. 아니다, 그냥 교실에 있는 애들 것도 사자.”
“응!”
아리와 미래는 신나게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데 무언가가 옆구리를 찔렀다. 세희는 고개를 돌려 그 무언가를 확인했다.
태화의 검지.
“읍읍.”
태화는 세희에게 손을 흔들고는.
펑
검은 연기를 남기고 사라졌다.
연기가 허공에 흩어지자 빵을 고르던 아리와 미래가 깜짝 놀랐다. 그러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품에 안은 빵과 세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태화가 없으면 계산하는 사람은.
“언니, 이거…… 내려놔?”
“아니.”
그럴 필요는 없었다.
세희가 고개를 젓자 아리가 진땀을 흘렸다.
“그, 그래도…… 그냥 우리 둘 것만 사면…….”
“아니.”
세희는 주머니에서 태화의 지갑을 꺼냈다.
“싹 쓸어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