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9화 (189/501)

* * *

“이야기 잘 했어?”

“네!”

 미래가 씩 웃었다.

설계도 때문에 슬퍼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상호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됐어? 같이 일하자고 했어?”

“아뇨, 토요일에 한 번 더 만나기로 했어요.”

“그래?”

 상호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그 정도면 소원권으로 쳐줄 거야?”

 미래는 곰곰이 고민하는 척을 하더니 곧 밝게 대답했다.

“네!”

 충분히 만족한 듯했다.

목적을 이룬 것은 상호도 마찬가지였다. 흡족한 표정을 짓던 그에게 갑자기 미래의 질문이 날아들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태궐 그룹 사장씩이나 되는 분을 어떻게 알아요?”

“응?”

 순간 상호의 머릿속이 멍해졌다.

남매 이름이 그토록 비슷한데 알아차릴 법도 하지 않나.

‘……전혀 모르는 건가?’

“미래야, 방금 그 아저씨 이름 기억 나?”

“하나로 사장님이요.”

“…….”

 그건 알면서 이건 왜 모르니. 상호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결론을 내렸다.

‘말하지 말자.’

 지금은 안 되고 나중에 말해주리라. 그 편이 재밌을 것 같았다.

 그런 상호의 장난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래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한 것도 없는데 뭐. 친구 소개시켜 준 게 다지.”

 상호는 씩 웃어 보이고 손을 내저었다.

“가서 쉬어. 아, 토요일에 간다 했지? 같이 갈래? 태워다 줄게.”

“네!”

“그래, 그럼 주말에 보자. 들어가.”

“네~.”

 미래가 손을 흔들며 교실을 나섰다.

상호는 마주 손을 흔들다가 핸드폰을 꺼내 일정을 등록했다. 토요일. 미래.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형이 답장을 안 하네. 바빴으면 나중에라도 연락을 했을 텐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상호는 고민하다가 전화를 걸었다.

‘……또 안 받네.’

 무슨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힘이 있는 사람이니, 무언가 사고가 났다면 상호도 도와줄 수 없는 일이리라.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결했을 것이고,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호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교실을 나섰다.

* * *

죄를 지을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도현은 한숨조차 내뱉지 못하고 창밖의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듣고 있으세요?”

 등 뒤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봉인체 수명이 내일까지라구요. 오늘까진 구해놔야죠.”

“……밤에 구할 겁니다. 나가요.”

 짤막하고 차가운 대답이 도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리주는 오히려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냥 부하들한테 맡기지 뭐하러 직접 손을 더럽혀요?”

“내가 누굴 죽였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도현은 도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어두운 하늘. 어지러운 불빛들.

오늘 밤, 저 불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연고 없는 부랑자 하나가 명을 달리할 것이다.

도현은 조용히 그 어둠을 바라보다가, 유리창에 비친 리주를 향해 충혈된 눈을 번득였다.

짙은 살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나가라고 했을 텐데.”

 하지만 리주의 담력도 보통이 아니었다.

“사형수가 그렇게 빨리 동날 줄은 몰랐죠?”

 도현은 대꾸하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기가 싫죠?”

 대꾸할 가치가 없었다.

“목숨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것도.”

 그랬다.

연고 없는 부랑자라고 죽어야 할 이유가 더 있는 것이 아닌데.

그저 편리하단 이유로 희생양이 되어 버린다.

리주는 다 안다는 듯이 살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 이제는 도망칠 수 없는 현실이네요.”

“……본론만 말하고 꺼져.”

“나한테 맡기세요.”

 도현의 눈 밑이 꿈틀했다.

“뭘 믿고.”

“딱 한 명만 찾아내면 돼요.”

“한 명?”

 도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리주를 돌아보았다.

“누군데?”

“악마 융합체요.”

“저번에 그 연구? 그거 확실하긴 한 건가? 악마 융합체는 훨씬 오래 버틴다는 게 정말로 확실해?”

“무조건 확실해요.”

 리주는 한껏 실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 애는 더 특별해요. 내 예상이 맞다면 수십 년. 적어도 수 년. 정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예상보다 짧다 해도 십 수 일은 버티겠죠. 그동안은 부협회장님도 쉴 수 있겠네요.”

“이 일을 시작한 후로 편히 쉰 적이 없어.”

 봉인이 갑자기 풀릴까봐. 예경이 죽은 그 날부터 봉인체의 곁을 거의 떠나지 않았고, 가끔 멀리 나가더라도 발 뻗고 편히 지내지 못했다.

도현의 목소리에 감출 수 없는 피로가 묻어났다.

“어쨌든 다른 사람들은 살릴 수 있겠네. 그래. 한번 믿어보지. 그 융합체가 누군데?”

“말한다고 알아요? 내가 찾아와야죠.”

 리주가 피식 웃었다.

“그니까 도와줘요. 추적하려면 헌터가 더 필요해요. 나한테 배정된 인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서.”

“그래.”

 도현은 내뱉듯이 대답했다.

“달라는 대로 줄 테니, 할 수 있는 만큼 해 봐. 헌터든 돈이든 다 지원해 줄 테니까.”

“잘 생각했어요.”

 리주는 뒤돌아서 휘적휘적 걷다가, 무언가가 생각난 듯이 도현을 돌아보며 실쭉 웃었다.

“그래도 당분간은 사람을 잡아와야겠네요. 오늘밤도 잊지 말고.”

“꺼져.”

“네엡.”

 도현은 멀어지는 리주를 언짢은 듯 째려보았다.

기분 나쁜 여자다. 하지만 가져온 소식은, 슬프게도 희소식.

사람을 덜 죽여도 된다는 희소식.

“……X발.”

 그는 책상에 놓인 밧줄과 커다란 자루를 집어 들었다.

 169. 시험 준비

“이상으로, 일반인이 운용 가능한 배치형 이동 병기의 수익성에 대한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미래가 그들을 돌아보며 말을 맺었다. 상호는 소파에 앉은 채로 멀거니 눈을 끔뻑였다.

‘……그게 뭐여. 뭔지도 모르고 들었네.’

 이곳은 나로의 사무실. 주말이 되어 미래를 데리고 나로를 찾아온 참이었다.

상호의 옆에 앉은 나로가 턱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미래 양. 질문이 있는데.”

“넵.”

“이동 병기를 정부에 팔면, 정부가 알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할 거라고 했죠?”

“네. 일반인은 그 돈을 주고 살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럼 정부가 살 이유는?”

“헌터의 출동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요.”

“그러면 시가지나 주택가에 놓겠죠? 군부대에 놓으면 또 출동 시간이 걸리니까.”

“그렇게 되겠죠.”

“일반인이 이걸 과연 사용할까요?”

“몬스터에게 공격받고 있다면…… 쓰지 않을까요?”

 당연하지 않느냐, 그런 투로 미래가 고개를 기웃했다.

 하지만 나로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은 도망쳐요. 군중심리도 그렇지만, 평생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무기를 믿고 싸우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음……. 집하고 가게를 버리고 도망가는 사람이……, 으음, 많기야 하겠지만,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제 기능을 할 수…….”

“사람들은 익숙한 걸 좋아해요. 제품을 만들 때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철칙이에요.”

 나로의 목소리는 확고했다.

“사람들은 헌터를 더 믿고, 헌터들한테 싸움을 맡기는 데 더 익숙해요. 내가 볼 때 이 방식대로는 못 팔아요. 냉정하게.”

 미래가 풀죽은 목소리로 물었다.

“사업성이 없다는 말씀이세요?”

“이 방식대로는 없지. 대신에 다른 방법이 있어요.”

“다른 방법이요?”

“웨어러블 웨펀을 일반인의 헌터화가 아니라, 헌터의 일반화라고 생각하는 건 어때요?”

“네?”

 미래와 상호가 동시에 눈을 끔뻑였다.

나로가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헌터는 전부 협회 소속이라 사업에 제약이 많거든요. 근데 이렇게 협회 소속이 아닌 헌터를 만들 수 있다면 헌터가 필요한 사업들에게 도움이 되겠죠.”

“헌터가 필요한 사업이요?”

“몬스터를 소재로 연구하는 사업이라든가.”

 나로의 회사 이야기였다. 상호는 입맛을 다셨다.

‘결국은 좋다 이거구만.’

 나로가 말을 이었다.

“우리 회사에 필요한 게 바로 그거예요. 헌터가 아니되 헌터만큼 강한 인력. 미래 양은 우리 회사 같은 곳이랑 일해야 하는 거죠.”

 미래는 얼른 알아듣지 못하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나로의 말뜻을 깨닫고 반색하며 소리쳤다.

“동업하자는 거죠?!”

“물론이지.”

“아싸!”

 미래가 신나서 방방 뛰었다. 상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로의 귀에 속삭였다.

“애 학교 다녀야 하는 건 알지?”

“뭐 크게 상관있나? 학교 끝나고 일하면 되지.”

“애한테 학교에서 서울까지 왔다갔다를 하라고?”

“네가 픽업해주면 되잖아.”

“야이…….”

 학을 떼는 상호를 향해 나로가 낄낄거렸다.

“걱정 마. 맨날 부를 것도 아니고, 부를 일 있으면 직원 시키면 되지 뭐. 마침 나빛이 태우던 차도 놀고 있고.”

“……그런 거야?”

“그런 거지.”

“그럼 됐고.”

 별 문제는 없어 보였다. 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또 가서 애들 봐야겠다. 가자, 미래야.”

 * * *

“만족했어?”

“네!”

 미래가 조수석에서 씩 웃었다.

“돈도 주고, 제작공방도 지원해 주신대요. 아, 빨리 가보고 싶다.”

“다행이네.”

 창밖에 개나리 꽃잎이 한둘씩 떨어지고 있었다.

‘곧 4월이구나.’

 다사다난한 3월도 이제 끝이다.

4월이면 태화랑 몰래 갈 벚꽃 축제도 알아봐야 하고, 발명대회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당연히 1학기 중간평가.

‘또 빡세게 수업해야겠구만.’

 상호는 어떻게 수업을 할지 고민하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나 미래를 돌아보았다.

“미래야.”

“네?”

“소원권 어떻게 썼는지 말하지 마. 다른 애들한테.”

“자랑하면 안 돼요?”

“누구는 뭐 해줬는데 자기는 못 해준다고 말 나오면 안 되니까. 자랑하면 서로 비교하게 되잖아.”

 미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부탁 좀 할게. 선생님이 그런 거로 당한 적이 많아서.”

“언니들한테요?”

“응.”

“어떤 식으로요?”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

“저 궁금하면 잠 못 자요.”

“아이고, 알았어. 말해 줄게…….”

 둘은 그렇게 수다를 떨며 학교로 향했다.

* * *

월요일. 4월이 시작되는 날.

상호는 침대에 일어나 앉은 채로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조심해야겠지.’

 작년까지는 잊고 살았지만, 올해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장난이 1년 중 최대치를 찍는 날.

만우절.

‘일단 태화랑 지윤이부터 경계하고…….’

 세희도 은근히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니까, 맘 놓고 있으면 큰코다칠 것이다. 상호는 침대에서 일어나며 한숨을 쉬었다.

‘수업도 제대로 못 할 것 같네…….’

 그리곤 세수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걸어갔다.

* * *

의외로 출근길에는 아무도 달라붙지 않았다. 교무실까지 들어와 교실 갈 준비를 마치는 순간까지도.

이토록 조용하니 오히려 불안했다. 교실에 들어가면 대체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단체로 목매달고 있는 건 아니겠지……?’

 뭘 보든 간에 오줌은 지리지 말자. 상호는 단단히 각오를 하며 교실로 향했다.

일부러 복도 바닥에 검을 짚으며 다가가는데, 교실에서 평소처럼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떠는 소리가 들렸다.

‘몰카는 아닌가?’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방심할 수 없다.

상호는 심호흡을 하고 앞문을 열었다.

“……으아아악!”

“봐, X바. 이 정도는 해 줘야 놀란다니까.”

 태화가 수영복 위에 교복을 입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무슨 담배를 물고 다리를 꼬아? 그 정도로는 쌤 놀라지도 않아.”

“그런가? 헤헤…….”

“이야, 효과 쥑이네.”

 다른 네 명, 세희와 나빛과 지윤과 은율도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상호는 귓불까지 시뻘겋게 붉어진 채로 교실 구석에 처박혔다.

‘아니…… 어떻게 은율이 너까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른 게 쪽팔려가지고는 일어나지도 못했다. 2학년들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상호의 귀를 파고들었다. 개중에는 미래와 단비의 것도 섞여 있었다.

학생이 선생에게 수영복 차림을 보여주다니. 이 사실이 1학년들 학부모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뒷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아니야, 태연하게, 태연하게…….’

 별것 아닌 것처럼 굴자.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던 상호는 헛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얘들아, 4월 일정 알려줄 테니까 잘 듣고…….”

“선생님.”

“응? 사카시타, 왜?”

 이츠키가 자신의 부푼 배를 쓰다듬었다.

“아버지가 되셨습니다.”

“…….”

“오늘부턴 이츠키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성이 강이 됐기 때문에.”

“…….”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상호는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교탁에 손을 얹었다.

“자, 4월에는…… 중요한 행사가 두 개 있지? 17일에 마법공학…….”

“임신.”

“임신대회…… 아니! 야, 하지 마.”

“낄낄낄…….”

 태화가 배를 잡고 끅끅 웃었다.

상호는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마법공학 발명대회야. 나갈 만한 사람이…… 미래랑, 태화랑, 아리 정도인가? 나갈 거야?”

“소원권 줘?”

“소원권 줘요?”

“상 받으면 주지.”

 미래가 손을 들었다.

“그럼 저 나갈래요.”

 이어서 태화가 손을 내젓고, 아리가 우물쭈물해했다.

“난 안 나갈래. 더 만들 것도 없고.”

“저, 저도…… 마법공학은 자신 없어서…….”

“그래. 일단 알았다. 나중에 한 번 더 물어볼게.”

 상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거. 1학기…….”

“가슴.”

“가슴평가…… 야, 임마!”

“X나 야해~. 낄낄낄…….”

 상호의 눈이 질끈 감겼다. 두 번 다시 같은 수법에 당하지 않으리라.

“어쨌든, 가슴평…… 아니, 씨, 뭐더라……. 중간평가. 그래. 중간평가 있단 말이야, 4월 말에. 25일에.”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시간 금방이야. 얼마 안 남았어. 다들 수업 집중하고, 따라오는 게 좀 힘들면 나머지 수업 해줄 테니까, 학교 끝나면 연락해. 귀찮다고 안 하거나…….”

 상호의 시선이 이서를 흘끗했다.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선생님은 항상 학교에 있을 거니까. 만약 통금시간이 안 됐는데 내가 아무도 안 가르치고 있다면…… 랜덤으로 한 명 뽑아서 일대일로 수업할 거야. 특히 1학년들.”

“에엥…….”

 1학년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머지 수업은 싫은 듯했다.

 하지만 상호는 이제 달려야 했다.

 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싫어?”

 위험한 냄새를 맡았을까. 아이들의 표정이 살짝 창백해졌다.

“강해지려고 온 거 아니야? 강해지게 만들어 주겠다는데 싫어?”

“아니요…….”

“그렇지? 아니지? 그런데 나머지 수업은 싫은가 보네?”

“아니요…….”

“싫은가 보다. 목소리에 힘이 없네.”

 상호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이렇게 할까? 나머지 수업 하지 말자.”

“아니에요…….”

“아냐, 안 해도 돼. 안 해도 너희 성적 뽑을 수 있어. 학교 수업시간에 더 굴리면 되지. 그치?”

 그 말에 아이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니요!”

“아니지?”

“네!”

 상호는 빙긋 웃었다.

“그럼 학교 끝나고…….”

“교미!”

“교미 수업……, 야!”

 상호는 더 참지 못하고 태화에게 지탄을 날렸다. 하지만 태화는 순간이동으로 여유롭게 피해내고는 혀를 쏙 내밀었다.

“메~롱, 못맞췄지~롱~.”

“혼난다! 어디 선생님 이야기하는데 끼어들어!”

“뭐 어때. 쌤이 무시하면 되는 거 아냐?”

“얌마, 동생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 애들이 다 너처럼 장난치면 수업이 아예 안 될 거 아냐. 너 하나로도 힘든데…….”

 상호는 이마를 짚으며 푸념을 했다.

“어쨌든…… 나가자. 수업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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