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6화 (176/501)

* * *

일곱 개의 묘비.

그중에 시체가 없는 가묘가 하나.

지윤과 상호는 그 앞에 섰다.

“자.”

 상호는 안주머니에서 하얀 꽃을 꺼내 지윤에게 내밀었다.

지윤이 그 꽃을 받아들며 씩 웃었다.

“작년에 기억나십니꺼?”

“그럼. 절대 못 잊지.”

 꽃을 집어던지고 지르밟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땐 진짜 깜짝 놀랐는데.”

“흐흐.”

 지윤은 싱겁게 웃고는 무릎을 꿇으며 묘 앞에 꽃을 놓았다.

시신이 없는 가묘지만, 그 의미가 다르지는 않았다. 지윤의 얼굴에서 웃음이 차츰 흐려졌다.

“아부지.”

 상호는 말없이 뒤돌아섰다.

“바깥사람이랑 같이 왔어예.”

 ……가 다시 돌아섰다.

상호의 이마에 진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지윤아?”

 지윤이 키득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장난스러운 웃음은 곧 처연한 눈빛으로 바뀌어 묵묵히 묘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필요하겠지.’

 상호는 지윤이 일어설 때까지 기다렸다. 예경의 묘 앞을 서성거리며.

수풀 너머 멀리에서 선생들이 학생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갈 시간인가 본디예.”

 지윤이 고개를 들어 말했다.

 하지만 상호는 손을 내저었다.

“더 있고 싶으면 더 있어도 돼. 선생님은 여기 계속 있을 거니까.”

“……그렇심꺼.”

 일어나려던 지윤이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럼 더 있을게예.”

“응.”

 아이들이 다 떠난 묘지엔 새소리만 맴돌았다.

바람도 잘 불지 않는 고요한 3월의 공기 속, 상호는 미지근한 햇살을 맞으며 묘지의 뒷산을 쳐다보았다.

‘오늘은 안 찾아오려나.’

 가까우니까 얼굴이나 한 번 보면 좋을 텐데.

 물론 그렇다고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가 보려는 것은 혜소지 영주가 아니었으니까.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지윤이 몸을 일으켰다.

“쌤예.”

“갈까?”

“예.”

 상호는 지윤의 손을 잡았다.

“추모관 들렀다 가자.”

“무신 일 있습니꺼?”

“너 선물 주려고.”

“선물이예?”

 지윤이 눈을 끔뻑였다.

* * *

“계속 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상호는 사진을 고정하는 유리판의 나사를 돌리며 말했다.

“사진으로 찍어가.”

“그라도 됩니꺼?”

 지윤은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리 몰래 해삤다가 잡히가는 기 아입니꺼?”

“내껀데 뭐 어때.”

 상호는 피식 웃으며 나사를 뽑았다.

삐용 삐용

경보가 울리며 방이 붉게 물들었다.

“……이야, 이 집 관리 잘하네.”

 몰래 쏙 빼서 찍고 쓱 나가려고 했는데. 이런 장치가 되어있을 거라고 미리 예상을 했어야 했다.

지윤이 휙 돌아섰다.

“지 먼저 나가보겠심더.”

“괜찮아, 괜찮아. 그냥 기다려.”

“지 잡히믄 어무이 쓰러질 터인디…….”

 경비원들은 순식간에 들이닥쳤다.

남색 전투복을 입은 이들이 전시관의 모든 입구에서 몰려들어와 상호에게 총을 겨누었다. 검을 꺼내는 이도 보였다.

“멈춰!”

“검 놓고, 나사 떨어트리고 손들어!”

 상호는 총구의 개수를 눈으로 쓱 훑으며 지윤을 등 뒤로 이끌었다.

 그리고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입을 열었다.

“저어, 여기 관장님을 좀 뵙고 싶은데요.”

 그 말에 경비원들이 잠깐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총구를 추켜올렸다.

“그건 나중에 알아서 하고 일단 검에서 손 떼!”

“흠.”

 상호는 검을 지윤에게 넘겼다.

시커먼 총구를 마주했는데도 지윤은 떨지 않았다. 곁에 있는 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상호는 나사를 집은 손을 앞으로 뻗었다. 검지와 엄지 사이에서 나사가 붉게 빛났다.

“움직이지 마! 그거 그대로 떨어뜨려!”

 제일 앞에 선 경비원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꼭 나사를 흉기로 취급하는 듯한 분위기. 옳은 판단이었다. 무예가 헌터의 손에서는 나사도 충분히 훌륭한 흉기가 될 수 있으니까.

 다만 상호는 나사를 무기로 쓸 생각은 없었다.

‘지윤이한텐 못 보여줬지.’

 그의 손에서 나사가 떨어졌다.

경비원의 눈에 안도하는 기색이 돌았다.

“그래, 이제 손들고…….”

 나사가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촤르르

금속제 물건이 우르르 쏟아지는 소리가 났다.

경비원들은 흠칫하며 소리가 난 곳을 내려다보았다. 자신들의 발치를.

총에 끼워뒀던 탄창이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철커덕, 찰칵……

마지막 탄창이 떨어지는 소리가 모두의 귀에 울려 퍼졌다.

“……어?”

“이건……!”

 상황을 파악한 그들은 다급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쏴!”

 약실에 든 단 한 발의 총알이 격발되었다.

총구는 18개. 총알도 18개.

상호는 뒤에 있는 지윤을 신경 쓰며 총알의 궤도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고민이 하나 들었다.

‘잡을까? 멈출까?’

 머릿속에 든 생각은 그것뿐. 다칠 것이란 걱정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잡자.’

 생각과 행동이 동시에 이뤄졌다. 상호의 손이 일순 18개로 분열하더니, 각각의 총알을 잡아 손바닥에 그러쥐었다.

0.1초도 안 되는 시간.

작업이 끝난 후 상호의 손아귀에는 총알 18개가 들어 있었다.

 그는 바닥에 총알을 떨어뜨렸다.

촤르르…… 딸그랑

경비원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윽…….”

“지원, 지원을…….”

“자, 여러분.”

 상호는 양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지금부터 제 말을 들으시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겁니다. 자, 우선 총구를 내리고요.”

 내렸다.

“칼도 집어넣고.”

 넣었다.

“관장님 불러서, 서도현이란 사람 동생이 왔다고 하세요.”

“서도현? 부협회장님……?”

“빨리.”

“네, 넵.”

“아, 그리고 이 경보도 빨리 꺼 주시고요.”

“예, 알겠습니다.”

 경비원들은 헐레벌떡 탄창을 챙겨 전시관에서 빠져나갔다.

전시관으로 한 중년인이 달려왔다.

새치가 드문드문 보였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살집이 푸짐한 게 일단 무예가 헌터로는 보이지 않았다.

중년인은 상호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 * *

“……아하.”

 그러고는 뭔가를 떠올린 듯한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경계가 한결 풀린 모습이었다.

“개관식 때 한번 뵈었지요?”

 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거.”

 중년인은 상호와 악수하고 사진을 돌아보았다.

“이걸 꺼내려고 하셨다는데…… 맞습니까?”

“예. 사진 한 번 찍으려고요.”

 그 말에 중년인은 군말 없이 나사를 풀었다.

상호가 이미 풀었던 곳을 제외한 세 개의 나사가 풀리고, 사진을 고정시키던 유리가 분리되었다.

뿌옇게 가려져 있던 부분이 드러났다. 상호, 민정, 영주의 얼굴.

“자, 찍어.”

 상호는 사진을 꺼내 지윤에게 내밀었다.

지윤은 머뭇머뭇 핸드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다가, 뺨을 약간 붉히며 키득거렸다.

“쌤 와 이라케 귀엽습니꺼.”

“……너희 나이 때야.”

“쌤도 따로 찍어야겠는디예.”

“맘대로 해…….”

 예상대로 좋아한다. 이래서 유리판을 떼고 찍으려 했던 것이다. 상호는 입맛을 다시며 지윤을 외면했다.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관장이 물었다.

“가르치는 학생분이신가요?”

“예, 제자입니다. 여기 이 사람 딸이기도 하고.”

 상호의 검지가 성철을 가리켰다.

관장은 성철의 얼굴을 확인하고 지윤을 지긋하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님이 기뻐하시겠네요. 딸도 헌터 지망생이니…….”

“그러길 바라고 있죠.”

 상호는 쓰게 웃었다.

더 이상 사진 찍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가 옆을 돌아보니 지윤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다 찍었어?”

“예.”

 지윤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쌤은 안 찍으십니꺼?”

“나? 나는 어차피 다 기억하니까.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상호는 관장이 들고 있는 나사와 유리판을 허공섭물로 들어 올렸다.

 그가 사진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려는데.

“잠깐만예.”

 지윤이 손을 뻗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봐도…… 됩니꺼?”

“얼마든지.”

 상호는 지윤에게 사진을 내밀었다.

지윤은 사진을 받아들어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미동도 없이. 마치 망부석처럼.

젖은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아.”

 뺨을 타고 내려간 눈물은, 턱에 방울져 맺혔다가 사진 위로 떨어졌다.

성철의 얼굴에 정확하게.

“앗……!”

 지윤이 황급히 소매로 사진을 닦았지만, 이미 잉크가 번진 뒤였다.

상호와 관장도 그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

“아이고…….”

“헉……!”

 성철의 얼굴이 흐릿하게 뭉개졌다.

지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이거…… 파일, 사진파일 없습니꺼?”

“방금 학생이 찍은 거밖에…….”

“아…….”

 지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래도 별일은 아니다. 상호는 지윤을 안심시키려고 일부러 쾌활한 목소리를 지어냈다.

“괜찮아. 성철이 형도 얼굴 가려놓으면 되지 뭐. 그쵸? 가족이 가려달라고 했다 하면 누가 따지겠어요.”

“그…… 그렇게 해도 될까요?”

“그렇게 해요 그냥. 누가 꼬투리 잡으면 부협회장한테 따지라 그래요.”

“그럼……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호는 지윤에게 사진을 받아든 뒤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유리판을 덧대고, 나사를 조이고.

 그렇게 해 놓으니, 성철이 꼭 상호와 민정과 영주처럼 숨어서 살아가는 것 같았다.

‘죽었지만.’

 상호는 손수건을 꺼내어 지윤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저게 뭐 비싼 물건도 아니고. 네 핸드폰에는 남아 있잖아.”

“……그래도예.”

 지윤은 관장에게 허리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더.”

“괜찮아요. 선생님 말대로 걱정하지 말고. 헌터님, 그럼 아까 말씀하신 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둘은 관장에게 인사하고 전시관을 빠져나왔다. 지윤이 복도를 걸으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상호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맘에 들어?”

“윽수로예.”

 지윤이 화면에 상호의 사진을 띄워 보였다.

“아부지 사진도, 쌤 사진도.”

“……그거 남들한테 보여주지 마. 애들한테도. 성철이 형 사진만 가족들한테 보여줘.”

“그럴게예.”

 지윤이 배시시 웃었다.

잘한 일이 맞을까. 상호는 괜시리 불안해지는 마음을 다독이며 지윤이 내민 핸드폰의 시간을 보았다.

어느새 오후 두 시가 넘어 있었다.

“아, 참. 점심 먹어야지, 너.”

“그렇지예.”

“밖에서 먹고 가야겠네……, 배 안 고팠어? 말을 해주지 그랬어.”

“참는 건 쉽습니더. 지가 무신 돼지도 아니고……. 배고픈 기는 어릴 때 이미 익숙해졌어예.”

“빨리 가자. 너 더 굶으면 쓰러질라.”

“에이, 장난치지 마이소! 돼지 아니라니까예!”

 둘이 장난스럽게 투닥거리는 그때, 상호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꺼내서 화면을 확인해보니 해련의 전화였다.

‘무슨 일이지?’

 상호는 어리둥절해하며 전화를 받았다.

“예, 교장선생님.”

[강 선생.]

굳은 목소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상호는 입가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아직 추모관이에요?]

“이제 볼일 끝나고 출발하려고 했습니다.”

[지금 바로 돌아와요.]

“예, 바로 가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그의 머릿속에 가장 큰 걱정 두 개가 들어찼다. 태화일까. 나빛일까.

해련이 한숨을 쉬었다.

[다혜 때문에 그래요.]

“다혜요?”

[오면 설명해줄게요. 지금도 정신이 없어. 택시를 타든 해서 최대한 빨리 돌아와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빨리 와요. 빨리.]

 통화가 끊겼다.

대체 무슨 일일까. 상호는 다혜가 오늘 이상했던 것을 떠올렸다. 눈에 초점이 없고 입에서 침을 흘리던 모습.

일단은 빨리 가야 했다.

“지윤아, 밥 못 먹을 것 같다.”

 154. 사냥

택시에서 내린 상호는 서둘러 교장실로 향했다.

무슨 일일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해련이 진지해질 만한 일이 무엇인지. 왜 건흠이 아니라 자신을 부르는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이 앞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예상을 하지 못했다.

“교장선생님.”

“들어와요.”

 자리에 앉은 해련이 무거운 목소리로 그를 맞이했다.

소파에는 뒤통수만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소녀가 앉아 있었다. 푸른 머리카락에 푸른 뿔.

주아리.

상호의 몸이 잠시 멈칫했다.

“아리야? 왜 여기…….”

 아리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상황이 더욱더 알 수 없게 되었다. 상호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해련을 돌아보았다.

“다혜는요? 다혜는 어디 가고 아리가…….”

“강 선생.”

 해련이 한숨을 쉬었다.

“가까이 와 봐요.”

 상호가 그 말대로 하자 해련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창가로 이끌었다.

 그리고 아리에게 들리지 않도록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저 아이, 용 융합체죠?”

“예.”

“다혜는 용 피가 묻어 있었고.”

 상호의 등골이 싸늘해졌다.

“……설마 다혜가.”

“공격했어요.”

 해련이 아리를 흘끗했다.

“야생에서의 본능 같은 게 깨어난 거겠죠. 사람 맛을 본 맹수가 다시 사람을 노리는 것처럼.”

“그런…….”

 상호는 당황하며 이마를 짚었다.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혜가 아리를 공격했다고요? 정말요? 그럴 리가…….”

“버스에서 내려서 애들을 기숙사로 보내는데, 갑자기 칼을 들고 달려들었어요. 내가 곁에 있었으니 망정이지, 없었다면 주변 아이들도 크게 다쳤겠죠.”

 해련이 중얼거렸다.

“저 아이는 다치는 걸로 끝나지 않았을 거고.”

 학생이 감당할 수 있는 강함이 아니니까 말이다.

도무지 믿기 힘든 소식. 상호는 할 말을 잃고 양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다혜가 아리를 잡아먹으려고 했다니.

“……교장선생님.”

“응.”

“얼마나 봤죠?”

“많이. 선생들도 몇 명 있었고.”

 상호의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다.

“주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짐작을 못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내 생각을 말해 줬더니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지금은 다혜랑 교무실에 있고.”

 충격을 받기는 상호도 마찬가지였다.

상호는 해련에게 무어라 더 말하려다가 입을 닫고 아리를 돌아보았다.

다친 곳은 없어 보였지만,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아리야, 괜찮아?”

 아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상호는 다시 해련을 향해 작게 속삭였다.

“애들은 모르죠? 다혜가 잡아먹으려고 했다는 거.”

“그렇겠죠.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냥 칼 들고 달려든 걸로만 보였을 테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식인의 공포와 알 수 없는 악의.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무서울까.

상호는 전자이기를 바랐다. 아리가 더 큰 충격을 받지 않도록.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리네 부모님이 곧 오실 거예요. 강 선생이 담임이니 나하고 같이 뵐 거고.”

“다혜는…….”

“다혜는 일단 주 선생님하고 같이 있을 거고, 처분은 아마 학폭위나 이사회가 내리게 되겠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런가요.”

 상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다혜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아리는 그의 반 학생이고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일단은.

“다혜 상태 좀 보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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