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그날 저녁.
상호는 욕실에서 세수를 하다가 문밖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 것을 알아차렸다.
창문 여는 소리.
‘교장선생님인가?’
해련은 더 조용히 숨어들어올 텐데. 그는 어깨에 수건을 걸친 채로 욕실 밖에 나왔다.
세희가 창문을 도로 닫고 있었다.
“세희야?”
상호는 눈을 끔뻑였다. 지금은 밤 10시. 이미 통금 시간이 지났는데.
세희가 침대에 앉아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선생님.”
“응.”
“저 궁금해서 잠을 못 자겠어요.”
“뭔데?”
“선생님 첫 제자 있잖아요.”
상호는 다가가 앉으며 쓰게 웃었다.
“다혜? 다혜가 신경쓰여?”
그 말에 세희가 언짢은 듯 중얼거렸다.
“자꾸 절 보고 비웃어요.”
그게 아닌데. 상호는 입맛을 다셨다.
다혜는 동생이 반가워서 웃는 것인데, 세희는 그 웃음의 의미를 곡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웃는 건 아닐 거야.”
“저는 그렇게 보여요.”
세희는 고개를 젓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검은 눈동자에는 뜨거운 열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선생님.”
“응.”
“첫 제자라고 하셨죠. 그 언니가.”
“……응.”
“그 언니도 천색창염이에요?”
상호는 눈을 끔뻑였다. 그게 궁금했던 걸까.
“아니. 애초에 색깔이 다르잖아.”
“저랑 선생님도 다르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어쨌든 다혜한테는 안 가르쳤어. 걔는 날 만나기 전부터 이미 심법을 익힌 상태였거든.”
“……그런가요.”
세희는 더욱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기쁜 것 같기도 했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소녀의 얼굴을 덮은 그 미묘한 흐름을, 상호는 읽을 수가 없었다.
“그게 궁금했어?”
상호가 묻자 세희가 되물었다.
“선생님, 천색창염은…… 최강이죠?”
“최강?”
상호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심법으로는 최강을 판별할 수 없지. 다 상대적인 장단점이 있는 거고…… 천색창염은 특히 그 단점이 크니까. 최강은 아니라고 생각해.”
“아니에요?”
세희가 그의 손을 잡았다.
“선생님의 스승님께서 만드신 심법이잖아요. 가장 강하셨잖아요. 지금도 선생님이 가장 강하시고. 그럼 천색창염이 가장 강한 심법인 거 아니에요?”
상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세희의 말이 맞다. 예경이 만든 심법이니, 천색창염은 언제나 최고의, 최강의 무공이었다. 적어도 그에게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니다.
“전에 말했잖아. 내공을 쌓는 속도가 기본 심법이랑 똑같다고. 사실상 축기 쪽으로는 꼴찌나 마찬가지야.”
상호는 세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나만 보니까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천색창염을 배우면 강기를 뽑는 데에 십 년은 걸렸을 거야. 천색창염은 그런 심법이야. 평범한 사람에겐 심법으로서의 의미가 없는…….”
“선생님.”
세희가 그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 가슴팍에 끌어당겼다.
“구구절절이 핑계 대지 마세요.”
상호의 손바닥 밑에서 세희의 심장이 뛰었다.
두근.
두근.
“그딴 거 다 필요 없어요. 저한테…… 저한테 딱 한마디만 해주시면 돼요.”
세희가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맺었다.
“천색창염은 최강이라고.”
상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세희는 절대로 다혜를 이길 수 없다. 오늘 확신했다. 아무리 세희가 노력에 미친 천재라도, 다혜의 막대한 내공과 수많은 실전 경험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천색창염강기공 때문에 더욱 그랬다.
천색창염은 세희에겐 오히려 족쇄였다.
하지만.
지금 그를 바라보는 세희의 눈빛은, 그렇게만 말해주면 현실에서 증명해줄 것만 같아서.
정말로 천색창염을 최강의 심법으로 만들어줄 것만 같아서,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홀린 듯. 빠진 듯.
“……최강이야.”
상호는 세희의 심장에 손바닥을 더욱 가까이 붙였다.
“당연히 최강이지. 내 스승님하고, 나하고, 네 무공이니까.”
세희의 몸에 든 내공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혜와는 비교가 불가능하고 은율의 내공에도 한참 못 미쳤다. 작년에 그의 내공을 나눠줬었는데도.
하지만 그럼에도, 천색창염이 통계적으로 최강인 것은 분명하니까.
“세희 너도 충분히…… 나하고 스승님만큼 강해질 수 있어.”
그 이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래는 열려 있으니.
세희는 그 대답을 듣고 만족한 듯 웃었다.
“그렇죠?”
“그렇고말고.”
상호도 마주 웃어 보였다.
밤이 늦었다. 그는 시계를 흘끗하고 세희의 몸에서 손을 뗐다.
“이제 가서 자. 내일 월요일이잖아.”
“네.”
세희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하다가, 그를 돌아보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히 주무세요.”
“응.”
상호는 창틀을 넘는 세희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창밖으로 나간 세희는 마지막으로 눈인사를 하고 아래로 폴짝 뛰어내렸다.
그는 창문을 멀거니 쳐다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자극이 좀 컸나 보네.’
세희가 다혜를 의식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잠을 설칠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래도 경쟁은 생존에 좋은 일이니까. 상호는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서로 믿으면 그만이었다.
‘잘 해 주겠지.’
그는 수건을 바구니에 던지고 침대에 몸을 누였다. 내일의 출근을 위해서.
곧 눈꺼풀이 감기고 잠이 찾아왔다.
150. 나쁜 손
“윌쓴!”
태화가 교실 구석을 향해 달려갔다. 그곳에는 허리가 두 동강이 난 목각인형이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었다.
“윌쓴! 오우 X킹 쒯!”
“지각했으면 얌전히 앉아.”
상호는 태화를 타박하고 교탁에 양손을 올렸다.
“오늘 면담 하솔이지?”
“네.”
“내일은 초란이. 다음이 가은이.”
이름을 불린 아이들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 명은 동그란 안경 너머로 소심한 눈빛을 보내왔고, 다른 한 명은 아이답지 않게 냉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백안. 검은자위보다 흰자위가 더 많이 보이도록. 항상 눈을 치뜨거나 흘기는 아이. 박가은.
상호는 아이들과 잠시 눈을 마주치고 다시 입을 열었다.
“꼭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까. 무슨 일 있으면 말하고 나중에 면담해도 돼. 말없이 도망치지만 말고…….”
그 말에 이서가 눈동자를 옆으로 굴리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호는 교탁을 두드리며 창밖을 가리켰다.
“나가자, 이제.”
* * *
이제는 익숙해진 면담.
“자.”
책상에 기록부가 놓였다.
상호가 의자를 꺼내 앉자 하솔이 그를 바라보았다. 세희와 은율을 닮은 차분한 눈빛으로.
아마 성격도 비슷하리라. 상호는 기록부를 펴며 물었다.
“하솔이는 어떤 이유로 선생님 반에 왔어?”
“아버지가 추천해 주셨어요.”
“……아버지가?”
아는 사람이라면 신청서를 봤을 때 기억에 남았을 텐데.
어쩌면 저승부대 시절에 군인으로 만난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름은 모르고 얼굴만 아는 사이라든가. 상호는 고개를 기우뚱거리며 뒤통수를 긁었다.
“아버님은 어떤 일 하셔?”
“평…….”
하솔이 잠시 그의 시선을 피했다.
“……범하게 회사 다니셔요.”
전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분명 뭔가 숨기는 게 있는데, 뭔지는 알 수가 없으니. 그래도 상호는 더 캐묻지 않았다.
“어머님은?”
“주부세요.”
“으음…….”
나중에 가정방문을 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 하솔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그러면 하솔이 네 이유는 없어? 너는 왜 선생님을 골랐는데?”
“어…….”
하솔이 당황한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상호는 그 모습을 보고 쓰게 웃었다.
“따로 생각해둔 선생님이 있었나 보네?”
“……네.”
하솔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히 대답했다.
상호의 머릿속에 하솔의 신청서를 발견했던 날이 떠올랐다. 분명 선별해 둘 때에는 하솔의 신청서가 없었는데. 반 편성이 확정되어가던 와중에 쥐도 새도 모르게 하솔의 신청서가 섞여 들어와 있었다.
즉, 하솔도 상호를 선택하지 않았고.
상호도 하솔을 선택하지 않았었다.
‘결국 선택해서 지금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거지만.’
부모의 추천으로 그의 반에 들어온 아이. 작년 초의 나빛과는 정반대인 상황.
상호는 속으로 고민했다. 하솔을 제 뜻대로, 가고 싶었던 반으로 보내주는 게 맞을지. 아니면 부모의 뜻대로 그가 가르치는 게 맞을지.
“하솔이는 혹시 지금도 다른 반에 갔으면 해?”
“아니요, 지금은 여기가 좋아요.”
“다행이네.”
상호는 씩 웃었다.
“그럼 그건 됐고…… 하솔이는 보니까 이미 심법을 배웠더라. 맞지?”
“네.”
하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른 1학년 아이들보다 내공이 많아 보였다. 희미하긴 하지만 검기도 뽑아낼 수 있었다. 색깔은 명확히 분간되진 않았지만 대체로 누런 빛깔.
이미 기본심법을 뗀 상태다. 고유심법이든 공개심법이든.
“심법 이름이 뭐야?”
“천공육도기공이요.”
“고유심법인가봐?”
“네. 집에서 배웠어요.”
상호는 손을 손바닥이 보이도록 내밀었다.
“손 좀 만져봐도 될까?”
“네?”
하솔이 살짝 움찔했다.
상호는 순간 오해를 샀다는 것을 직감하고 서둘러 부연했다.
“아니, 내공 좀 확인하려고 그래. 이상한 게 아니라…….”
“…….”
하솔은 내키지 않는 듯 천천히 손을 얹었다. 상호는 눈을 감고 하솔의 체내를 살피는 데 집중했다.
역시나 내공이 많았다. 단전도 튼튼하고. 이미 중학교 때부터 고유심법으로 단련해 온 것 같았다.
그런데 어째 기운이 익숙했다.
‘어디서 한번 본 것 같은데…….’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끝내 기억해내지는 못했다. 남의 내공을 일일이 확인해 두지는 않으니까. 상호가 명확히 기억하고 있는 내공은 세희와 지윤, 은율, 그리고 도현의 것이 전부였다.
‘모르겠다. 가정방문을 가보면 알겠지.’
어쨌든 내공이 많은 건 호재니까. 건강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걱정할 필요는 없으니 천천히 두고 보면 될 일이었다.
상호는 눈을 뜨고 하솔의 손을 놓으려 했다.
“됐다. 내공이 꽤 많네…….”
그때 교실 문이 열렸다.
타인의 체내에 집중하느라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지 못했다. 상호는 흠칫 고개를 들어 문가를 쳐다보았다.
냉랭한 눈빛.
가은이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어……, 가은아?”
그가 부르자 가은의 눈동자가 빠르게 아래로 내려갔다가 돌아왔다. 찰나였지만, 그 시선은 분명 하솔의 손을 잡은 상호의 손을 향하고 있었다.
가은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놓고 간 게 있어서요.”
가은이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책상 밑에서 책을 한 권 꺼냈다. 상호는 그 책의 제목을 흘끗했다.
성범죄의 심리학.
‘어려워 보이는 책을 읽네.’
흉기로 쓸 수 있을 정도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두께였다.
가은은 책을 챙기고 상호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곧 말없이 교실을 나섰다.
돌아서는 눈빛이 자못 매서웠다.
‘뭔가 큰 오해를 산 것 같은데…….’
진땀이 등에 축축하게 배어났다.
그렇지만 잡기엔 늦었으니. 상호는 옅게 한숨을 쉬고 다시 하솔을 마주했다.
“음…… 뭐 말하다 말았더라? 아, 하솔아. 내공이…….”
“선생님.”
“응?”
하솔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손 되게 크시네요.”
상호의 손이 아직도 하솔의 손을 잡고 있었다.
상호는 그제서야 그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손을 놓았다.
“아……, 미안.”
“선생님.”
“응.”
“제가 소문을 들은 게 있는데요.”
“아니야.”
“네?”
“아니야…….”
“……네.”
하솔은 고개 숙인 상호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눈을 끔뻑였다.
* * *
“윌쓰으으은!”
콰과과광
검붉은 폭발이 목각인형을 덮쳤다.
그 앞에서 태화가 주먹감자를 날리듯이 팔오금을 치며 가운뎃손가락을 추켜세웠다.
“X밥쉑~.”
“욕 쓰지 마라.”
상호가 핀잔을 날리자 태화는 혀를 쏙 내밀고는 순간이동을 쓰며 목각인형과의 전투를 이어갔다.
“하…….”
상호는 한숨을 푹 쉬고 옆을 돌아보았다. 옆쪽에서는 곰인형과 검을 든 소녀가 싸우고 있었다.
유약한 인상. 안경은 벗고 렌즈를 꼈다. 뚱뚱한 편은 아니지만, 다른 아이들보다는 좀 더 살집이 붙어 있었다.
유초란.
‘실력은 그냥저냥이네.’
단적으로 말해서 부족하다. 세희와 은율 같은 최고의 인재들을 차치하고서라도, 평범한 아이들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초란은 많이 약했다.
다만 신입생이 약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상호가 문제 삼는 것은 따로 있었다.
‘행동에 자신감이 없다.’
그러니 검을 휘둘러도 느리고, 힘도 약한 것이다.
신청서에서부터도 그랬다. 자기소개란에 적은 글에서부터 주관이 약하다는 게 드러났다. 갈팡질팡하고, 뜬금없이 죄송하다는 말로 글을 맺고.
그게 상호가 초란을 반으로 데려온 이유였다.
‘또 허공에 헛손질하네.’
그는 보다못해 초란에게 소리쳤다.
“초란아. 검을 좀 확실하게 휘둘러 봐.”
“네? ……아, 네!”
하지만 초란의 검로는 여전히 매가리가 없었다.
하루아침에 고칠 수는 없을 테다. 상호는 입맛을 다시며 초란이 싸우는 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 * *
“집에는…… 딱히 어려운 건 없는 것 같아요.”
“음.”
상호는 기록부를 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초란이도 기숙사에 살지?”
“네.”
“부모님께 연락은 자주 하고?”
“어…… 아마도요.”
“아마도요가 뭐야. 네가 생각하기에 자주 하면 하는 거지.”
그가 쓰게 웃으며 말하자 초란이 얼굴을 붉히며 눈을 내리깔았다. 지금은 다시 안경을 쓰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뭘 또 죄송해.”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일이 아니래도……. 하지 마, 하지 마.”
“죄송하…… 앗, 죄송…… 아, 아…….”
초란은 결국 고개를 푹 숙였다.
얘를 어떻게 해야 할까. 상호는 고민하다가 손을 뻗어 초란의 손을 잡았다.
초란이 살짝 흠칫했다.
“어…….”
“좀 긴장한 것 같은데. 긴장 풀어.”
그는 초란의 손을 조물조물 주무르며 나직하게 말했다.
“이대로 면담하자. 괜찮지?”
“어……음……, 네.”
초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초란이 너는 왜 선생님 반으로 왔어?”
“어……. 그…… 소문을…… 들었어요.”
“소문?”
“반평균이…… 제일 높다고…….”
“뭐, 사실이긴 하지.”
상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초란의 손을 쉬지 않고 계속 주물렀다.
“그러면 네 목표는 좋은 성적을 받는 거야?”
“네,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아요가 아니고…….”
“아, 죄송…….”
그때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어찌 된 영문인지 걸음에서도 서늘함이 느껴졌다. 상호는 식겁하며 본능적으로 초란의 손을 떨쳐내고 팔짱을 끼었다.
초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선생님……?”
교실 문이 벌컥 열렸다.
들어서는 이는 상호의 예상대로 가은이었다. 가은이 서늘한 눈빛으로 상호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책을 놓고 가서요.”
“……응.”
“신경쓰지 말고 하던 이야기 하세요.”
“으응…….”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상호는 차마 이야기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대신에 가은을 흘끔거리다가 눈이 마주치자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가은은 아무런 반응도 해주지 않고 말없이 책만 챙겨 교실을 나가버렸다. 같은 공간에 1초도 더 있기 싫다는 듯.
상호의 골머리가 서서히 아파 왔다.
‘끄응, 내일 면담은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