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땀방울이 상호의 이마를 두드렸다.
상호는 땀이 맺힌 지윤의 턱을 올려다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땀 내면 안 찝찝해?”
“지는 이게 좋아예.”
지윤이 씩 웃으며 상호의 품에 풀썩 쓰러졌다.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쌤허고 땀 흘리는 게 제일입니더. 안 그래도 요즘 몸 쓸 일이 없어서예. 쌤은 땀 흘리는 거 싫으십니꺼?”
“아니. 나야 뭐, 땀 흘리고 못 씻는 게 일상이었지…….”
상호는 땀이 묻은 머리를 쓸어올렸다.
“이불에서 냄새 나겠다.”
“괘안습니더. 빨면 되지예.”
지윤은 상호를 끌어안고 고개를 푹 묻었다.
“이번이 마지막이겠네예.”
상호의 눈이 끔뻑였다.
“응?”
“쌤허고 하루종일 노는 것도…….”
“아.”
아이들이 많아지니까. 두 배도 아니고 세 배로.
상호는 지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음 설에 또 놀면 되지.”
“쌤이랑 단둘이서 체단실도 못 갈 거구예.”
“그렇겠지.”
“……섭섭하네예.”
지윤이 그의 몸 위에서 꾸물거렸다.
“지도 쌤이랑 살고 싶은디.”
세희와 태화의 이야기를 들었을까. 상호는 쓰게 웃었다.
“여름방학에 같이 놀면 되지.”
“그기 되겠습니꺼. 열 몇 명이 쌤을 노릴 터인디.”
“에이, 너희들이나 날 노리는 거지. 다른 애들은 안 그래.”
“두고 보입시더. 우째 되는지.”
지윤은 그의 품에서 몸을 일으키며 손가락 관절을 꺾어 우두둑 소리를 내었다.
“2라운드 가지예.”
“나 죽어, 지윤아…….”
* * *
결국 하루 종일 뒤엉켜 지내다가, 저녁에 정애가 도착하고 나서야 떨어질 수 있었다.
“언니~ 우리 와써.”
“그래, 그래.”
“지갑~ 우리 와써.”
“삼촌이야…….”
상호는 허벅지에 달라붙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정애의 분위기가 살짝 심상치 않았다. 지훈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것이 꼭 쩔쩔매는 것 같았다.
상호의 머릿속에 비상등이 켜졌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
정애가 그를 불렀다.
“……예.”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넵…….”
상호는 그녀의 뒤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주 작은 방. 두 명이 대자로 누우면 꽉 찰 정도로 좁은 방. 상호와 정애는 짧은 거리를 두고 마주 앉았다.
정애가 그를 불렀다.
“강 선생님.”
“예.”
둘의 눈이 마주쳤다.
정애의 눈빛은 늘 처연했다. 항상 지친 채. 항상 슬프게. 상호는 그녀를 볼 때가 제일 마음이 아팠다.
정애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훈이한테 들었는데요.”
“……예.”
“지윤이랑…… 꼭 끌어안고 계셨다고.”
상호의 숨이 턱턱 막혔다.
그래도 땀범벅으로 뒹굴고 있었다고 말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그는 떠듬거리며 대답을 지어냈다.
“그게…… 겨울이라, 추울까봐…….”
“선생님은 추우면 제자를 끌어안고 자나요?”
“아니요……. 그게…….”
“지윤이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애가 되물었다.
상호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제자죠.”
“선생님은 제자를 그렇게 껴안으세요?”
“그리고 조카고……, 동생이죠. 그 이상은 아닙니다. 분명히.”
아이들 모두가 그렇다. 세희, 태화, 나빛, 지윤. 넷 모두 단 한 치의 차이도 없이.
상호는 선을 딱 그었다.
“형수님이 생각하는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
어머님이 아니라 형수님. 정애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조카고 동생인 건가요.”
“예.”
“알았어요. 그런데…… 지윤이가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고 계신가요?”
상호는 정애의 시선을 피했다.
‘이걸 안다고 해야 하나, 모른다고 해야 하나…….’
안다고 하면 귀찮아질 것 같고.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고.
상호는 결국 고개를 푹 숙였다.
“아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다시 물을게요.”
정애가 나직하게 물었다.
“지윤이한테…… 어떤 감정을 갖고 있어요?”
대답 잘해야 한다. 상호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고민하다가, 이내 답을 결정했다.
“평범한 사제 관계보다는…… 조금 더 사랑합니다.”
“조금과 사랑은 같이 쓰일 만한 단어가 아닌 것 같은데요.”
정애가 그와 눈을 마주쳤다.
“어느 쪽인가요. 조금인가요? 사랑인가요?”
“사…….”
상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사랑입니다.”
정애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정애가 무언가 말을 할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로 기다렸다.
이윽고 정애가 말했다.
“알았어요. 사랑은 어쩔 수 없지요.”
상호는 눈을 떴다. 정애가 눈을 내리깔았다.
“이제…… 나가 봐도 괜찮아요.”
상호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황급히 방을 나섰다. 숨이 턱턱 막혀서 오래 있기가 힘들었다.
‘어휴, 어쨌든 살았다…….’
그의 등에 정애의 시선이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상호는 그 시선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무사히 빠져나왔음에 안도할 뿐이었다.
* * *
옳은 대답을 하는 데 성공했을까. 지윤이 상호와 같은 방에서 자겠다 해도 정애는 안색 한 번 바뀌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상호는 옆에 누운 지윤을 돌아보았다.
“너도 참 징하다.”
“히히.”
지윤이 키득거리며 그를 향해 눈을 반짝였다.
“또 하실랍니꺼?”
“또?”
“내일 가시잖아예. 한 판만 더 하입시더.”
“그래…….”
상호는 한숨을 쉬며 손을 까딱였다.
* * *
“항복! 항복!”
상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힘과 체력은 되는데 오기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의 위에 올라탄 지윤이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웃었다.
“겨우 이 정도입니꺼. 쌤도 별것 없네예.”
“마나만 없으면 네가 짱이다. 어휴…….”
“흐흐.”
지윤은 키득거리다가 상호의 위로 몸을 눕혔다.
“쌤예.”
“응?”
“하루만 더 있다 가심 안됩니꺼?”
“미안. 당장 내일부터 바빠져서.”
2월이 되면 입학설명회 준비하고, 신청서 받고, 수업 준비하고. 그나마 미진에게 그 일들을 가르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게 다행이었다.
지윤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역시 바쁘신가예.”
“응. 뭐 언젠가 날이 또 있겠지.”
상호는 지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지윤은 상호의 윗옷을 꼭 쥐고 품에 얼굴을 묻었다.
“간만에…… 아부지랑 노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더.”
상호는 말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늦게까지 구르느라 피곤했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안은 채로 잠에 빠져들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심장이 같은 높이에서 맞닿아 있었다.
* * *
작은 손이 뺨을 주물렀다.
“고기이~.”
“지갑~.”
상호는 슬며시 눈을 떴다.
지영과 지성이 그의 머리맡에 앉아 장난을 치고 있었다.
“고기 조아~.”
“지갑 조아~.”
“……그래, 얘들아. 잘 잤어?”
“웅~.”
상호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자신의 위에 누운 채로 잠들어 있는 지윤을 발견했다.
‘……잠깐.’
그의 시선이 문을 향했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지영과 지성이 그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형부~.”
“매형~.”
“삼촌이다…….”
상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가 움직이자 지윤도 잠에서 깨어나 눈을 느리게 끔뻑였다.
“일어나셨습니꺼.”
“응. 근데 지윤아…….”
상호는 열려 있는 문을 눈짓했다.
하지만 지윤은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듯 이불을 개기 시작했다.
“괘안습니더. 쌤이랑 좀 잘 수도 있지예.”
“쌤이랑 껴안고 자는 제자는 없지…….”
“지 주변에도 셋이 더 있는디예.”
“난 모르겠다…….”
상호는 방을 나서다가 주방에 있는 정애와 눈이 마주쳤다.
이미 봤을 게 뻔하다.
그는 진땀을 흘리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랑하는 건 맞나 보네요.”
정애는 그 말을 남기고 무심하게 요리에 집중했다.
상호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식사 준비를 돕기 시작했다.
* * *
“잘 쉬다 갑니다, 어머님.”
상호는 현관에 서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정애의 다리 옆에서 지성과 지영이 소리쳤다.
“내일도 와!”
“모레도 와!”
“삼촌 일해야 돼. 추석에 보자.”
“이잉…….”
지영이 칭얼거리며 발을 굴렀다.
“고기가 와야 엄마가 가게 안 간단 말이야!”
“어머님이 계시니까 삼촌이 오는 거야…….”
상호는 아기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지훈과 지예에게도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정애에게 고개를 숙였다.
“가보겠습니다, 어머님.”
“네. 살펴 가세요.”
“지윤아, 학교에서 보자.”
“예.”
지윤이 정애의 뒤에서 팔을 크게 흔들었다.
“연락 씹지 마이소.”
“응…….”
“일 열심히 하시구예.”
“그래.”
“지 없다고 아들이랑 신나게 놀믄 안됩니더.”
“물론이지.”
꼭 출장 가는 남편 대하듯 한다. 상호는 쓰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현관을 나섰다.
* * *
“쌤 왔다.”
“다녀오셨어용~.”
상호가 방으로 들어서자 태화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침대에 앉아 있던 세희도 현관으로 걸어왔다.
“지윤이는 잘 있대요?”
“응. 근데 너희…… 왜 선생님한테 지윤이 연락 온다고 말 안 했어?”
“저희가 말해드리면 건망증이 치료가 안 되잖아요.”
“그…… 에휴, 그래.”
상호는 한숨을 쉬고 신발을 벗다가 움찔했다. 현관에 여자 신발이 세 쌍 놓여 있었다.
‘……뭐지?’
하나는 세희 것, 하나는 태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체불명.
모양을 보면 해련의 것은 아닌데. 젊은 소녀들이나 신을 법한 물건이었다.
은율이가 왔을까. 아니, 어쩌면 해련의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상호는 안으로 들어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침대 밑에서 사람 숨소리가 들렸다.
‘……일단 모르는 척해야 하나?’
그는 침대에 앉았다.
“너희 밥은 먹었어?”
“아니. 사줘.”
“뭐 먹고 싶은데.”
“나 청국장.”
태화가 씩 웃으며 말했다.
얘가 오늘따라 왜 이럴까. 상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너 그런 거 싫어하잖아.”
“좋아하는데?”
“세희가 찌개 먹자고 하면 맨날 할머니라고 놀렸잖아.”
“아닌데? 나 청국장 좋아하는데?”
“그래? 그럼 뭐…… 먹으면 되지.”
몸에 나쁜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데 세희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 저는 일식이 좋을 것 같은데…….”
“일식?”
상호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딱히 먹을 걸 가리지 않는 세희인데. 평소 먹는 음식은 한식 위주고.
그래도 세희가 먹고 싶다고 하면 사 줘야 했다. 이런 경우가 흔치 않아서.
“그래. 일식 먹자.”
“아이씨! 왜 청국장 안 먹는데! 나보고 편식하지 말랬잖아!”
“너 먹고 싶은 거 먹은 날이 많냐, 세희 먹고 싶은 거 먹은 날이 많냐? 청국장은 나중에 집에서 끓여 줄게.”
“우씨, 맨날 편애야. 나 삐져떠.”
태화가 팩 토라져서는 벽을 보고 쪼그려 앉았다.
저러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예삿일이었다. 상호는 태화를 무시하고 세희를 돌아보았다.
“근데 웬일이야? 일식이 땡겨?”
“그게…….”
세희가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와 동시에 방이 갑자기 확 조용해졌다. 아니,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상호는 왼발에 닿았던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건…….’
익숙한 감각.
정확히는, 감각이 사라지는 감각.
상호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안녕하십니까.”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는.
고양이상의 소녀가 손바닥을 들어 보이고 있었다.
138. 제자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한국은 선생님이랑 제자가 같이 삽니까?”
이츠키가 밥그릇과 젓가락을 든 채로 물었다.
상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나랑 얘들이 특이한 거야.”
일식집에 외식을 나온 참이었다. 옆에 앉은 태화의 앞에는 라멘이 놓여 있었고, 앞에 앉은 세희와 이츠키의 앞에는 돈카츠와 우동 등이 놓여 있었다.
상호는 입에 든 덮밥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말을 이었다.
“언제 왔어?”
“이틀 됐습니다.”
“방은? 사감선생님도 휴무시잖아.”
“세희랑 같이 지냈습니다.”
갑자기 태화가 끼어들었다.
“쌤, 그거 알아요?”
“뭐를?”
“얘 세희만 이름으로 불러요. 야, 이츠키.”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습니다.”
“나 한번 불러 봐.”
“……이양.”
“꺄하하하! 이양이래! 이양~ 이양~.”
태화가 자지러지게 웃자 이츠키의 눈가가 꿈틀했다. 상호는 아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어……, 사카시타?”
“네.”
“이름으로 부르는 게 그렇게 싫어?”
“그…….”
이츠키가 고개를 기웃했다.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세희가 대신 말을 이었다.
“오글거린대요.”
“그래? 근데 세희랑은 이름으로 부르잖아.”
“세희는 괜찮습니다.”
이츠키가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친하면 괜찮은가 보다. 상호는 그러려니 하고 밥을 먹으려다가 멈칫했다. 문득 의문이 들어서.
“알았어. 근데…… 밥 먹는데 자꾸 귀찮게 해서 미안한데, 혹시 신청은 누구한테 넣을 거야?”
그러자 이츠키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이.
“당연히 선생님입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
상호는 엷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신경 써야 할 아이가 한 명 늘었다.
“그래, 자세한 건 천천히 알아가면 되고…… 당장 뭐 필요한 건 없지? 유학 준비 알아서 잘 해 왔지?”
“그렇습니다.”
“그래.”
상호는 맘 편히 식사를 계속했다.
그런데 이츠키가 밥을 먹으면서도 자꾸 그를 흘끗했다. 정확히는 그의 오른손을. 상호는 눈을 끔뻑였다.
“사카시타?”
“선생님.”
이츠키가 그의 오른손을 가리켰다.
“그 염주? 묵주? 그건 어디서 난 겁니까? 저번엔 없지 않았습니까?”
“……누가 선물로 준 거야. 왜?”
“그냥, 눈이 좀 아파서 그렇습니다.”
“눈?”
“체질입니다.”
체질이라. 상호는 어리둥절해하며 염주를 소매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눈에 안 보이면 되는 거야?”
“그렇습니다.”
“어떤 체질인지 물어봐도 돼?”
이츠키는 이번엔 그의 안대를 쳐다보았다.
“주술이 보입니다.”
“보인다고?”
“그렇습니다.”
“어떻게?”
“빛나는 실 같은 겁니다. 보고 있으면 눈이 아리고…… 시야가 고장 난 티비처럼 지지직거리기도 합니다.”
“신기하네.”
그런 체질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상호는 자신의 오른 손목을 가리켰다.
“그러니까 이 염주에 강한 주술이 걸려 있다, 그거야?”
“그렇습니다.”
이츠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희와 태화가 말똥말똥한 눈으로 상호를 쳐다보았다.
“그 염주가 뭔데요?”
“누가 줬어요?”
“……그냥, 아는 사람이.”
상호는 손을 흔들었다.
“밥이나 먹어. 별것 아니니까.”
“넹.”
아이들은 다시 밥을 먹었다. 상호도 부지런히 숟가락을 움직였다.
하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다. 오른손을 움직일 때마다 알알이 거치적거리는 염주가.
‘혜소가 그렇게 강할 리는 없고…….’
필시 그자의 꾀.
하지만 혜소와 약속했다. 다시는 염주를 벗지 않기로.
상호는 영주의 말을 되뇌었다.
‘운명은 바꿀 수 없다……고 했지. 그렇다면 내가 이걸 차든 안 차든 바뀌는 건 없다는 소리냐?’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직접 마주해 보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식사에 열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