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다음 날 아침.
“갔다올게~,”
태화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상호에게 손을 흔들었다. 침대에 앉은 상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어디 가는데?”
“알바.”
“뭔데 이렇게 시간이 확확 바뀌어? 완전 제멋대로 가잖아.”
“일찍 가서 일찍 끝내려구. 오늘이면 끝나.”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약간 기뻤다.
일이 끝나서 기쁘다기보다는, 선생님을 속이지 않아도 되어서.
배시시 웃는 태화에게 상호가 물었다.
“아침 안 먹어? 좀 챙겨 먹어.”
“별로 배 안 고파. 이따가 먹을게.”
상호는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잘하고 와.”
“웅~.”
태화는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고는,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상호는 그녀가 떠난 것을 확인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누나. ……어. 지금부터.”
* * *
“……여기라고?”
상호는 핸드폰을 귀에서 떼며 중얼거렸다. 차창 밖에서는 익숙한 빌딩이 그를 굽어보고 있었다.
‘확실히 이상한 곳은 아니긴 한데…….’
그렇다면 대체 왜 숨겼을까.
‘누나가 착각……하지는 않았을 거고.’
어제 세희를 만난 직후에 민정을 찾아가서, 추적 마법이 걸린 약을 받아 과채 갈은 것에 몰래 섞어 태화에게 먹였다. 그게 지난밤의 일.
아침에 줬다가는 안 먹고 튀거나 그가 자는 사이에 홀랑 가버릴까 봐 밤에 줬는데, 돌이켜 보면 옳은 결정이었다.
어쨌든 이곳으로 온 건 확실하다. 상호는 다시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갔다.
“몇 층인데?”
[지금 올라가고 있어. 상호 너도 슬슬 따라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상호는 그 말대로 차에서 나와 협회 건물로 향했다. 다만 표정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굳이 빨리 갈 필요까지 있나? 딱히 위험한 곳도 아니고 마법으로 튀지도 못하는데…….”
[지금…… 지금 거기로 가고 있어.]
민정의 목소리에 불안한 기색이 묻어났다.
[빨리 가, 빨리…….]
“어디로? 어딘데?”
[66층……. 상호야, 비밀 엘리베이터 어딨는지 알지?]
“알긴 하지만…….”
상호는 더 캐물으려다가 분위기를 읽고 손발을 바삐 움직였다. 약간 아프더라도 서둘러서.
그는 검을 절걱거리며 건물로 최대한 빨리 뛰어 들어갔다.
* * *
“됐다.”
주사기에 피가 차올랐다.
여인은 주사기를 태화의 팔에서 뽑으며 웃었다. 하회탈처럼 늘 웃고 있는데도 더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이게 마지막이네. 그동안 수고했어요.”
“……네.”
태화는 소매를 내렸다.
“돈은요?”
“지금 보내 줄게요.”
여인은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자, 보냈어요.”
태화도 핸드폰을 꺼내 계좌를 확인했다.
1320만 원. 정말로 받았다.
“……감사합니다.”
태화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일어나려 했다.
그런데 여인이 태화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태화 양.”
“네?”
“일 하나만 더 해볼 생각 없어요?”
태화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돈은 충분히 벌었고, 몸도 더 이상 굴리기 싫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피 뽑는 거 아니에요. 이젠 더 이상 뽑을 필요 없고.”
“별로…… 관심 없어요.”
태화는 손목을 빼려 했지만, 여인이 놓아주지 않았다.
“여기가 헌터 협회인 건 알죠?”
“……그게 뭐요.”
공간에 흐르는 기운이 점점 서늘해져 갔다. 태화의 솜털이 바짝 솟았다.
“여기는 공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곳이에요.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가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소수를. 희생시킬 수 있는 곳이에요.”
‘시키다’. 그 말이 태화에겐 섬뜩하게 느껴졌다.
“……뭐요. 그래서.”
“태화 양. 조금만 희생해주지 않을래요?”
여인은 이제 찢어질 듯이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세상을 구하는 일이에요.”
태화는 조용히 여인을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런가요.”
“네. 보수도 많이 줄 테니까…….”
콰악
태화의 주먹이 여인의 팔을 내리찍었다. 여인은 깜짝 놀라 태화의 팔을 놓치고 말았다.
“큭!”
“그딴 건 X도 관심 없어요.”
태화는 그렇게 쏘아붙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때 문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절걱거리는 금속 소리.
뚜걱거리는 위압적인 발소리.
“늦었어요.”
여인이 핸드폰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 태화는 여인이 핸드폰으로 송금만 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태화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이……!”
하지만 마법은 없고.
뿔로라도 찔러 버리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여인에게 달려들으려는 순간, 문고리를 잡는 소리가 들렸다. 태화는 흠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여인이 밝게 웃었다.
“자, 태화 양, 얌전히…… 응?”
문이 열리자 여인의 웃음이 사그라졌다. 그녀가 요청한 지원군이 아니었다.
검을 들고 안대를 쓴 청년.
“태화야.”
태화는 창백한 얼굴로 상호와 눈을 마주쳤다.
“쌤…….”
“가자.”
상호는 태화의 어깨를 감싸고 잡아끌었다.
그리고 방을 나서다가 여인을 한 번 흘끗했다. 때마침 여인도 그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상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렇구만. 저 여자가…….’
그가 노려봐도 여인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상호는 그렇게 지긋하게 눈을 마주치다가, 말없이 눈길을 거두고 태화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 * *
헌터들이 도착한 것은 몇 분 후였다.
짧은 검을 차고 까만 전투복을 입은 요원들이, 리주가 태화를 채혈했던 방에 들어와 있었다.
“죄송합니다, 소장님. 비밀 엘리베이터를 누가 이미 쓰고 있었습니다.”
“아뇨.”
리주는 피가 든 주사기를 만지작거리며 방금 본 청년의 모습을 떠올렸다.
다리를 절뚝이던 모습을.
“왔어도 어쩔 수 없었을 거예요.”
“네?”
리주의 말에 헌터들이 어리둥절해했지만, 리주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계속, 계속. 그 청년을 떠올릴 뿐.
‘그렇구만. 그 남자가…….’
또 하나의 봉인.
리주는 헌터들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어차피 오늘은 안 됐어요. 어쩔 수 없었어. 여러분들 잘못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급이 다르니까.
“천재지변인 셈 치죠. 다들 돌아가요.”
“……네.”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헌터들이 갑자기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리주의 하회탈 같은 얼굴에서 처음으로 웃음이 사라졌다.
“어라?”
“공리주 소장.”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리주는 뒤로 돌아 여인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다시금 웃음 지었다.
“……아아, 그렇죠. 당신은 마법 허가를 받았었죠. 아니……, 당신이 만든 거니까 허가는 의미가 없나?”
민정은 웃지 않았다.
“그 아이에 대한 정보는 다 파기해요.”
“이태화 양 말인가요?”
리주의 눈썹이 꿈틀했다.
“웃기네요. 지인의 목숨은 귀하고, 타인의 목숨은 하찮다? X급 헌터가 갖기에는 너무 위험한 사상인데요.”
“엄연히 옳은 일이 있고 그른 일이 있어요.”
“이제 자원자가 없어요~ 마법사님.”
리주는 느물거리며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연구를 성공하셨어야죠. 누가 실패하래요?”
“……당신.”
민정의 눈에 어울리지 않는 살기가 깃들었다.
“겁대가리가 없어.”
“겁대가리가 있으면 이 일을 하겠어요? 까딱하면 모가지가 날아가는 일을. 나는요,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있다구요.”
리주는 주사기를 민정에게 가볍게 던졌다. 민정은 염력마법으로 주사기를 멈췄다.
리주가 말을 이었다.
“내 연구는 이미 끝났어요. 결과는 전부 내 머릿속에 들어 있고. 데이터는 뭐, 파기하라면 하겠지만, 의미는 없을 것 같네요. 나를 죽일 게 아닌 이상.”
“결과가 뭔데요.”
“백 퍼센트 적임자. 한국에선 더 나은 사람이 없어요.”
민정은 주사기를 꼭 움켜쥐며 중얼거렸다.
“그 아이한테…… 손대지 마요. 절대.”
“당장 내일부터 희생자를 납치해야 하는데요? 이대로는 정말로 살인자가 되어 버린다구요. 나도, 당신도, 부협회장님도.”
“차라리 그게 나아요.”
민정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두 번은 안 돼요. 그 애한텐…….”
리주는 그 말은 알아듣지 못했다.
“……어쨌든, 날 죽일 게 아니라면 소용없으니까. 알아서 잘 하시고. 슬슬 돌아가세요.”
“난 경고했어요.”
민정은 그 말을 남기고 빛과 함께 사라졌다.
리주는 그녀가 떠난 빈자리를 쳐다보다가 툭 내뱉었다.
“……쓰레기 새끼들.”
목숨 하나보단 목숨 두 개가 당연히 중할진대, 그 이상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데도 하나를 바치지 않으려 하다니.
참 웃기는 세상이다. 저런 자가 영웅이라.
리주는 자고 있는 헌터들을 건너뛰며 혀를 찼다.
‘세상을 구하는 일을 포기하라고?’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서랍을 열었다.
거기에는 태화가 작성한 신상정보가 적혀 있었다. 이름, 주소, 번호, 계좌.
리주는 그 중 주소에 주목했다.
‘시간문제지.’
그녀의 입꼬리가 귀를 향해 스멀스멀 올라갔다.
* * *
달리는 차의 창밖으로 가로수들이 지나갔다.
태화는 상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그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태화야.”
상호가 그녀를 불렀다.
태화는 얼른 대답을 하지 못하다가, 이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네.”
“거짓말했네.”
“……네.”
“어떤 일이었어?”
“피…… 뽑는 거.”
상호는 핸들을 돌리며 무심하게 물었다. 화가 난 목소리는 아니었다.
“얼마나 뽑았는데?”
“몰라요, 기억 안 했어요…….”
“네 몸인데 관심이 없어?”
그제서야 상호의 목소리에 노기가 서렸다.
“기억 안 나?”
“그, 그…… 한, 500미리 정도…….”
“돈은 얼마 받았어?”
“천…… 천 넘게.”
“많이 받았네.”
태화는 긍정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상하다는 생각 못 했어?”
“네……. 그냥, 헌터 협회니까. 안전할 줄 알았고……, 그냥 악마니까…… 비싸게 사는 줄 알았어요.”
“그럴 수 있지.”
그러나 그렇게 넘어갈 만한 일이 아니었다.
상호는 입술을 자근자근 씹었다. 그의 생각이 맞다면, 오늘 태화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뻔했다.
하지만 그걸 말해버렸다가는 태화가 두려워할 것이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채로 계속. 심하면 죽을 때까지.
그것이 그의 말 못 할 걱정이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태화야.”
“네.”
“협회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어. 협회 사람이라고 믿지 말고…… 조심해야 해.”
“……네.”
“앞으로 어디 갈 일 있으면 쌤한테 말해. 꼭 같이 가줄 테니까. 그게 쌤이 싫어하는 일이더라도…… 일단은 같이 가줄 테니까. 알았지?”
태화가 코를 훌쩍였다.
“네.”
“그리고…….”
상호는 손을 뻗어 태화의 손등에 살며시 올렸다.
“건강 함부로 해치지 마.”
평소보다 창백해진 손.
그가 살짝 주무를 때마다 잠깐씩 혈색이 돌아왔다.
“전에도 그랬지.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게 너라고.”
악마는 성력으로 치료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도 넌 자꾸 몸을 함부로 하더라.”
첫날부터 그랬다.
곰인형과 싸울 때도 뒤를 생각하지 않아서 땅바닥에 처박혔고.
섬을 갔을 때도 갯바위를 마구 뛰어다녔다.
“너는 자꾸 자기를 하찮게 여겼고.”
치마 이야기.
“너보다 다른 애들을 더 예뻐한다느니, 내가 너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처럼 굴었어.”
마치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듯이.
“너는…… 너 스스로도 널 아끼고 있질 않아.”
상호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태화는 그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점점 더 깊게 고개를 숙여 무릎에 파묻었다.
꼭 감은 눈꺼풀 안에 눈물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거 하나만 알아줘라.”
상호의 손이 태화의 머리카락을 가닥가닥 쓸었다.
“네가 널 안 아껴도…… 널 아끼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가족이 없어도, 떠나고 버려져도.
“세상에 아무리 적어도 한 명만은, 분명히 널 아낀다고.”
태화는 고개를 들어 동그란, 젖은 눈으로 상호를 쳐다보았다.
상호는 차 앞을 살피다가 태화를 흘끗하며 웃었다.
“그것만 기억해 줘.”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다시 전방을 주시했다.
그래서 태화는 마음 놓고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그럴게요.”
다만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더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음에 감사하며, 태화는 팔에 남은 주사 자국을 긁었다.
동그란 딱지가 톡 하고 떨어져 나갔다.
“쌤. 나 밥.”
“뭐 먹을까?”
“무조건 비싼 거. 오늘은 내가 사줄게.”
“뭘 니가 사, 임마. 얌전히 먹기만 해.”
“힝…….”
* * *
그날 밤.
한 무리의 괴한들이 빌라 입구로 짓쳐 들어갔다. 신속하고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총 여섯 명. 모두가 하나같이 검었다. 복면도, 옷도, 장갑과 신발도. 허리에는 짧은 검을 차고 있었다.
괴한들은 소리 없이 계단을 올라 어느 집 현관문 앞에 멈춰 섰다.
“…….”
그들은 수신호로 집의 호수와 계획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찰……칵
문이 열리자 묵은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
괴한들은 바닥을 구르는 술병에 발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당황하며 서로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비었다.’
‘그래도 살펴봐!’
괴한들은 이 잡듯이 집 구석구석까지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소녀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도 없었다.
집이 빈 지 오래된 것 같았다.
‘도망쳤나?’
한 명이 수신호를 보내자 다른 한 명이 복면을 벗으며 말했다.
“뭘 아직도 손짓하고 자빠졌냐. 말로 해.”
“눈치채고 도망쳤나 본데요.”
“아니야. 여자애가 살았던 흔적 자체가 없어.”
“그럼 매복해도 소용없나?”
“그럴 것 같은데.”
“그럼 어떡해.”
그 말에 처음 복면을 벗었던 사내가 대답했다.
“뭐 어쩔 수 있나. 여기 집주인을 찾아내야지. 집을 쫙 쓸어 봐. 어딘가엔 단서가 있을 거 아냐.”
“예.”
괴한들은 작업을 계속했다.
* * *
다음 날. 상호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세희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 세희야.”
상호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옆을 돌아보았다. 태화가 팔을 베고 누워 있었다.
어제 아침, 점심, 저녁까지 외식하고 돌아와서, 잠은 따로 자려고 했는데 억지를 부리면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그래서 결국은 같이 잤다.
상호는 태화의 잠든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아주 헤벌쭉한 웃음을.
‘얘는 자면서도 하나도 안 피곤해 보이네.’
이 아이에게만은 피곤과 잠이 동떨어진 개념 같았다.
세희가 상호와 태화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도 같이 잘 줄 아는데…….”
“미안. 나중에 같이 자자…… 가 아니지. 태화도 이제 따로 잘 거야.”
시계는 아침 아홉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상호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검을 짚고 주방으로 걸어갔다.
“좀 있으면 또 알바 가겠네.”
“네.”
“아이구, 고생이다.”
상호는 물을 마시며 내공을 뻗어 세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검술 연습할 시간도 별로 없네. 밤에라도 할까? 선생님은 괜찮으니까, 밤에 수련하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
“그럴게요.”
세희가 빙긋 웃었다.
상호는 기특해 죽겠다는 눈빛으로 세희를 바라보았다. 저기 침대에 누운 누구랑은 달리 속을 썩이지도 않고, 또 자기 집에 있는 누구랑은 달리 걱정을 시키지도 않고.
몸만 조금 더 건강하면 바랄 게 없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침 식사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