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어두운 주방에 차 향기가 퍼졌다.
상호는 자신의 앞 작은 탁자에 찻잔이 놓이는 것을 보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유연이 앞자리에 마주 보고 앉았다.
둘 다 차를 홀짝이고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 누가 먼저 입을 열 것인지 확인했다.
상호의 눈빛이 더 강렬했고,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주무실 시간이지요.”
“네.”
“시간 더 뺏지 않겠습니다. 어머님, 나빛이를 왜 안 믿으시는 겁니까?”
유연은 그윽한 시선으로 먼 곳을 보았다.
“내가 안 믿었나요? 나는 항상 기회를 줬는데.”
“안 믿었습니다. 처음 뵈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담배 건도 그렇고, 접시도 그렇습니다. 왜 나빛이가 당연히 잘못했을 거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담배는 피웠을 거라 생각하고. 접시는 당연히 깨뜨릴 것이라 생각하고. 처음 만났던 날도 그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애가 요리에 관심이 많은데 요리를 몰라요. 친구들이랑 놀러가면 꼭 자기가 해 보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리할 줄을 모른다구요. 왜 집에서도 요리를 못 해본 티가 납니까? 나빛이가 분명히 해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을 텐데요.”
“너무 실수가 많아요.”
유연이 나직하게 대답했다.
“알지 않나요? 나빛이 그런 거. 1년씩이나 봐 왔으면 슬슬 알 법도 하지 않나요? 하긴 평생을 봐온 내 기준에는 못 미치겠지만요.”
“다른 애들이랑 똑같습니다. 어머님이야말로 요즘 애들 어떤지 모르시잖습니까. 대체 누구를 기준으로 하시는 겁니까? 나로인가요? 아니면 어머님?”
유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선생이 보면 압니다. 다른 애들이랑 어떻게 다른지 다 보인단 말입니다. 딱 말해 볼까요? 나빛이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핸드폰 쓰는 것도 친구들이 알려줘야 알고, 옷 스타일도 못 정해서 친구들이 골라줍니다. 티비도 못 봐서 애들이 드라마 이야기하면 뭔 소린지 알지도 못해요.”
상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유연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그녀는 곧 평소처럼 고요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기숙사를 보내야 한다…… 그건가요?”
“기숙사고 나발이고가 문제가 아니라, 어머님이 생각을 바꾸셔야 한다구요.”
상호는 조곤조곤, 그러나 힘을 주어 말했다.
“실수했다고 안 맡기는 게 아니라, 실수를 안 할 때까지 맡겨야 하는 겁니다.”
그 말에 유연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거의 찻잔에 코가 닿을 정도까지.
상호에게는 그녀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러다가…….”
울먹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 잘못되면 누가 책임지나요?”
“나빛이 본인이 책임질 겁니다.”
“그 아이가요? 그게 될 거라 생각해요?”
유연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우리 애 바보예요, 선생님. 세상도 모르고, 사람도 모르고, 자기도 모르는…… 바보란 말이에요.”
목소리에 흐느낌이 섞였다.
“그런 애를 어떻게 버려둬요?”
상호는 잠시 차를 홀짝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결국 딸을 사랑해서 이러는 것일 테지만, 방법이 틀렸다. 그는 잔을 내려놓고 나직하게 말했다.
“알게 만들어야 합니다.”
당연한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기숙사 따위는 세상 축에도 못 낍니다. 그냥 걸음마죠. 그것도 못해서는 언제 어른이 되겠습니까.”
“하지만, 나는, 보내줄 수가 없어요…….”
“버리는 게 아닙니다. 키우는 거죠. 그게 아이를 키우는 거예요.”
아이는 키워본 적 없지만, 전쟁에서 수많은 어른의 모습을 봐 왔다. 스승에게서, 전우들에게서.
상호는 그렇게 단호히 대답했다.
“그러면, 그러면…….”
유연은 탁상을 더듬어 상호의 손을 잡았다.
“우리 딸……, 실수 안 하게, 잘 가르쳐 줄 수…… 있어요?”
뺨에 눈물이 굴러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상호는 양손으로 그녀의 손을 단단히 움켜잡았다.
“예.”
“그러면…….”
유연이 코를 훌쩍였다.
그때 뒤에서 나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얌마, 강상호. 뭐 하는 짓이야!”
상호는 깜짝 놀라 황급히 유연의 손을 놓았다. 나로가 성큼성큼 다가와 유연의 눈물을 닦았다.
“남의 어머니를 왜 울리고 난리야!”
그쪽이었을까. 상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안해.”
“그리고 손은 왜 잡아? 너 씨 설마…….”
“……아니야. 착각이야.”
나로는 상호를 째려보다가 유연을 다독이며 말했다.
“어머니.”
“……어.”
“나빛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줘요.”
듣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유연은 눈을 감더니, 곧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을 떠 상호를 향해 물었다.
“기숙사 신청은 어떻게…….”
상호는 씩 웃었다.
* * *
다음 날 아침.
상호는 물을 마시러 주방으로 향했다가, 두 모녀가 조리대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유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는 깍둑썰기로 썰고…….”
“네.”
“육수는 멸치로 내는 거야. 잘못하면 잡내가 나니까 머리랑 내장은 떼고…….”
나빛은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상호는 그 모습을 확인하고 돌아서려다가 이어진 유연의 말에 멈칫했다.
“나빛아. 어제 접시 있잖아.”
“……네.”
“네 외할머니가 혼수로 주셨던 거야.”
나빛이 기어드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죄송해요.”
“아니.”
유연은 무를 육수에 넣으며 말했다.
“알려주는 거야. 몰랐으니까. 깨뜨린 건 괜찮아.”
나빛의 목소리가 다시 밝아졌다.
“네.”
잘 해결됐나. 상호는 벽에 기대어 모녀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누군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턱 올렸다. 옆을 돌아보니 어느새 나로가 다가와 있었다.
나로가 물었다.
“어때. 만족했어?”
“응.”
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둘이서 모녀가 도란도란 요리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데, 이번엔 뒤에서 봉진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잇, 깜짝이야. 자네 아직도 있어? 대체 언제 가는 거야? 집에 안 가?”
“에이, 아버지. 얘 크리스마스 지나야 간다니까요.”
“그래? 강 선생, 자네 뭐…… 가족이나 애인이 없어?”
상호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아내 비슷한 사람이 있긴 한데…….’
그때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타이밍이 참 귀신같다. 상호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다행히 세희였다.
“어, 세희야.”
[선생님, 아직도 나빛이 집이세요?]
“응. 말했잖아. 크리스마스 때까지…….”
[다행이다.]
다행이라니. 그는 멍하니 눈을 끔뻑였다.
“어…… 그래? 전화는 왜 했어? 무슨 일 있어?”
[저희 지금 가고 있어요.]
“뭐?”
상호가 당황하며 나로와 봉진을 돌아보자 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마주쳐 왔다.
상호는 목소리를 낮추며 나빛의 가족들을 피해 구석으로 향했다.
“어디를? 여기를?”
[네.]
“나빛이한테는 말 했어?”
[아니요.]
“그…….”
그러면 어떡하냐.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너 혼자? 태화랑? 지윤이는?”
[지윤이는 바빠서 못 오고, 태화랑 가고 있어요. 한 명이 더 있긴 한데…….]
“누구?”
[바꿔드릴게요.]
불안해하는 상호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박혔다.
[야.]
“……뭐.”
[방학식을 했으면 했다고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이 새끼야.]
맑은 목소리의 뒤에는 꼭 쌍욕이 따라붙는다. 상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빛이가 나랑 둘만 있고 싶댔어. 그니까 오지 마. 너도 알잖아.”
나빛의 상태를 알고 있으니 딱히 고집부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효은은 콧방귀를 뀌었다.
[어쩌라고. 수틀리면 입술이라도 박던가.]
“여기 나빛이 집이야, 미친년아!”
[나 뒈질 뻔했던 것도 순전히 니가 어물쩍거려서잖아. 니가 옆에 똑바로 붙어 있기만 해도 나빛이가 나처럼 될 일은 없다니까?]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빛이가 그걸 원하는지 어떻게 아냐고.”
[난 알아, 븅딱아.]
지가 안다는데 어쩌랴. 상호는 혀를 찼다. 말싸움으로 이길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언제 오는데.”
[지금.]
창밖에서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들렸다.
127. 민폐라니까
“꺄아악!”
“뭘 꺄아악이야! 인벤토리만 열어도 놀라면 어쩌라고.”
“히익! 흐헝헝헝…….”
“아니, 야! 여기는 놀라는 포인트가 아니라니까!”
아이들은 나로의 방에서 공포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 방 주인은 지금 상호와 효은과 함께 거실로 쫓겨난 채였다.
효은이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바꾸며 중얼거렸다.
“티비 딥따 크다.”
“…….”
“우리도 큰 걸로 살까?”
“몰라.”
상호는 한숨을 푹 쉬었다. 남의 집에 단체로 쳐들어와 놓고는 참 편하게도 지낸다.
옆에 앉은 나로는 멍하니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
‘애가 맛이 갔네…….’
“야, 나로야.”
“응?”
“미안하다.”
“아니, 별로 상관 없는데.”
“그럼 다행이고…….”
하지만 주방에서는 분노의 손님 접대 준비가 이어지고 있었다.
칼로 도마를 내려치는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사납게 들렸다.
“야.”
상호는 효은의 귀에 속삭였다.
“언제까지 있을 거야?”
“니 갈 때까지.”
“나는 크리스마스까지 있는다니까?”
오늘이 22일. 크리스마스까지는 3일이 남았다.
그동안 애 셋에 어른 네다섯 먹을 식사를 끼니마다 차리라니. 연말평가 특훈 때 한 번 데어 본 터라 그 고통을 잘 알고 있는 그였다.
효은은 제 알 바 아니라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어쩌라고.”
“점심만 먹고 애들 데리고 돌아가. 남의 집에서 이게 뭔 민폐야.”
“몰라. X까.”
“하…….”
상호는 한숨을 쉬었다.
와봤자 할 일도 없는 인간이 와 가지고는 사람 곤란하게만 하고. 대체 왜 온 건지 짐작이 가지를 않았다.
그때 주방에서 유연이 걸어 나왔다.
“강 선생님.”
“아, 예, 어머님.”
“식사하세요.”
공손한 말투가 아주 반어적이었다. ‘여기가 니 집이냐’, ‘내가 니 식모냐’ 하는 듯이.
상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감사합니다…….”
* * *
“다 처먹었으면 애들 데리고 가라니까!”
“싫어. 니가 뭔 상관인데. 나도 나빛이 아니까 올 수도 있는 거 아냐?”
효은이 팔짱을 낀 채로 상호를 쏘아보았다.
방금 막 식사를 마친 후 그녀를 이끌고 마당으로 나온 참이었다. 상호는 지팡이로 나빛의 집을 빙 둘러 가리켰다.
“야, 이게 맞아? 남의 집에 와서 뭐 하는 것도 없이 죽치고 밥이나 축내고…….”
“어? 뭐야.”
효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의 지팡이를 가리켰다.
“너 칼 어디 갔냐? 야, 너 설마…… 잃어버렸어?”
“아니야! 나빛이가 가지고 있어.”
“……깜짝 놀랐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툴툴거렸다.
“그래서. 계속해봐.”
“이게 맞냐고. 나보다 누나면 생각을 해 봐. 넌 네 집에 사람이 막 몇 명씩 들이닥쳐서 눌러앉으면 기분이 좋아?”
“난 상관없는데?”
“넌 밥을 안 차리니까 그러지!”
상호는 뒷목을 잡았다. 이게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인간의 사고방식이 맞나.
효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애들 잘 놀고 있잖아. 그거면 된 거 아냐?”
“애들 노는 건 알겠는데 어머님이 힘들잖아. 집에서 쉬지도 못하시고. 나빛이 오빠도 그렇고.”
“너는 안 그랬을 것 같아? 너 방학식인지 종업식인지부터 쭉 있었다며. 너는 뭐 이 집 가족이라 상관없어?”
“나는 나빛이랑도 친하고 나로랑도…… 에휴, 됐다.”
상호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너도 일 좀 해. 아까 밥 먹은 후에도 손가락 하나 안 까딱이더라.”
“너는?”
“난 계속 설거지 했어. 요리도 어제 했고.”
“그래?”
효은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 건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해 보지 뭐.”
* * *
“이야~.”
상호는 화려하게 차려진 반찬을 피해 김치로 젓가락을 뻗었다.
“김치가 제일 맛있네. 역시.”
“처먹어.”
옆에 앉은 효은이 그의 입에 고기반찬을 처박았다. 그 기괴한 맛과 향에 상호의 미간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담배 때문인지 천사화 때문인지. 어떤 연유로든 혀가 맛이 갔다는 건 대충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는 효은을 째려보며 속삭였다.
“이걸 누구 입에 넣어! 개도 안 먹겠다.”
“너 개잖아. 처먹어.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니가 웬일로 음식 투정을 하냐?”
상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대로 평소엔 아무거나 막 먹었는데.
효은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상호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개가 사람이 됐네.”
“……어쨌든 니 요리는 개밥이야.”
그는 의무적으로 식사를 했다.
다른 이들도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세희는 상호처럼 기계적으로 수저를 움직였고, 태화는 상호를 흘끔거리며 밥을 깨작이고 있었다. 나빛은 방긋방긋 웃으면서 음식을 입이 아닌 코로 가져가고 있었다.
유연은 반쯤 눈을 감은 채로 식사를 했고, 나로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유연 때문인지 꾸역꾸역 밥을 먹고 있었다.
나로가 흙 씹은 표정을 지으며 상호에게 속삭였다.
“야, 상호야.”
“응.”
“옆에 여자분…… 혀에 문제 있으시냐?”
“응.”
“아, 정말? 뭐 사연 같은 게 있으셔?”
“대충 뭐 그렇지.”
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연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강 선생님.”
“아, 예.”
“옆에 수녀님이랑 친구시라구요.”
“……예.”
그렇게 말해 뒀다. 덤으로 나빛의 과외 선생님이라고도.
유연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에 나로가 세희와 태화에게 물었다.
“얘들아, 나빛이 학교에서 어때?”
“그냥, 잘 지내죠.”
태화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다행이네. 뭐…… 담배 같은 것도 안 하지?”
장난스럽게 묻는 척을 했지만, 의도는 유연에게 확인시켜 주려는 것일 터였다. 나빛이 당연히 피었을 리 없으니까.
그런데 태화가 나빛을 돌아보며 물었다.
“말해도 돼?”
그러자 유연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었다. 동시에 상호의 심장도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태화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얌마!’
태화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팩 돌렸다. 다행히 세희가 눈치를 살피고 빠르게 대답했다.
“장난이에요. 얘 그런 거 안 해요.”
“그러면 혹시 나빛이 담배 가지고 다니는 건 알고 있었어?”
“그…….”
세희는 살짝 당황하며 상호와 눈을 마주쳤다.
상호는 그냥 아는 대로 말하면 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피지는 않아요. 그냥 들고 다니면서 장난치는 거예요.”
“그러면 어디서 났는지는 아니?”
“글쎄요…….”
세희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대답했다.
“뭐…… 생각없는 날라리 언니가 권한 거 아닐까요?”
“하긴. 뭐 그런 거겠지.”
나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연도 그제서야 납득했는지 좀 풀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는 그렇게 살면 안 돼.”
“네.”
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사자가 앞에 있는 줄은 모르리라. 상호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피식하는 효은과 진땀을 흘리는 나빛이 보였다.
상호도 한마디 거들었다.
“나빛아. 절대 그런 인간 되지 마라. 알았지?”
“아……, 음……, 네.”
나빛이 쓰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