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오후 수업을 마치고 종례까지 끝낸 후, 교무실에 돌아와 보니 그의 자리엔 미진이, 그 옆에는 설미가 앉아 있었다.
설마 저 둘 중에 하나가 들었을까. 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상호는 자리로 다가가 출석부를 꽂으며 물었다.
“일이 아직 더 있어요?”
키보드를 두드리던 미진이 움찔했다.
“그, 조금 남은 게 있어서.”
“나와요. 제가 할 테니까.”
그 말에 미진은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이상했다. 평소대로라면 ‘너 일 못하니까 그냥 내가 하겠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을 텐데.
상호는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보았다.
“……뭐야, 이거. 제 일이 아니잖아요.”
“그게, 제가 조금 받아와서 하던 거라…….”
미진이 쩔쩔매며 뒤로 살짝 물러나 그와 거리를 두었다.
당황스럽기는 상호가 더했다.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설마 효은과의 통화를 들었을까.
그는 애써 밝게 웃었다.
“……이건 그냥 제가 할게요. 미진 씨 일 많이 했잖아요.”
“아니요. 제가 받아왔으니까 제가 할게요.”
“괜찮은데…….”
상호는 난색을 표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황급히 시선을 피하는 설미를 발견했다.
이 사람은 또 왜 이러나 싶었다.
“설미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아니.”
설미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냥, 그게…… 그냥.”
뭐라 변명을 해보려고 하지만 끝내 떠올리지는 못한 듯했다. 상호는 속으로 침음했다.
‘이 둘 중에 한 명이 들은 거 같은데…….’
그렇다고 그걸 또 물어볼 수는 없고.
상호는 두 여자를 차례로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두 여자 다 그의 시선을 피하며 먼 곳을 쳐다보았다.
어느 쪽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모르겠다. 에휴, 욕을 좀 줄이든가 해야지…….’
그는 어깨를 쭈그리며 키보드를 잡았다.
108. 11월 11일
11월.
11일.
상호는 침대에 누운 채로 식탁에 놓은 봉투를 흘끗했다. 그 안에는 초콜릿을 입힌 막대 과자가 들어 있었다. 야구 배트처럼 길다고 해서 과자에 붙인 이름이 빠따로.
오늘이 바로 그 빠따로 회사의 상술이 펼쳐지는 날이었다.
낱개로 열 개.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해서 넉넉하게 사 왔다.
‘일단 애들 넷 줘야지. 안 주면 또 삐질 테니까…….’
그리고 직장 최고령자에게 하나. 맞선배에게 하나. 맞후배에게 하나.
학교에서의 예상 지출은 일곱 개.
‘열 개면 충분하지.’
봉지 안에는 그 낱개로 된 큰 빠따로 말고도 다른 빠따로가 하나 들어 있었다. 얇은 개 여럿 들은 갑과자.
제일 평범한 모양이었다.
상호는 그 빠따로만 빼고 열 개를 챙겨 방을 나섰다.
* * *
“상~호~씨~.”
“아, 네……?”
본관으로 향하는 길에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상호는 설미인 줄 알고 뒤를 돌아보았다.
잔뜩 신이 난 태화가 촐싹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얌마!”
“상상상상~사아앙호오오씨이앰~.”
“씨이앰이 어떻게 쌤이 되냐?”
상호가 태화의 이마에 딱밤을 날리자 태화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또 머리! 맨날 머리만 때려! 나 바보되면 쌤이 책임질 거예요?”
“겨우 그거 가지고 뭔 바보가 돼.”
“나 바보 됐어! 으엥~ 데엥~.”
“길바닥에 눕지 말고.”
상호는 바닥에 드러누우려는 태화를 허공섭물로 일으켜 세웠다.
태화가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쌤.”
“뭐.”
“빠따로.”
“없어.”
사실 안주머니에 들어 있지만, 장난을 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태화가 심통이 난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더니.
“왜애애!”
그의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팍 밀었다.
우두둑
“힉!”
태화가 기겁하며 펄쩍 뛰었다.
“쌤, 쌤! 뼈 부러졌……!”
“…….”
상호는 이마를 짚었다.
* * *
결국 하나 빼고 싹 부서졌다.
태화가 멀쩡한 거 달라고 떼를 썼지만, 부순 벌로 가장 많이 부서진 빠따로를 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아홉 개.
교무실에 들어서니 미진이 일찍 출근해 그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상호는 안주머니를 더듬으며 고민했다.
‘뭘 주지?’
멀쩡한 걸 줄까, 부서진 걸 줄까.
가뜩이나 사이도 어색한데 부서진 걸 줬다가는 오해가 깊어질 것 같았다. 지금 그를 흘끗거리는 미진의 눈빛은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마주친 여인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근데 뭐……, 멀쩡한 걸 준다고 나아질 것 같진 않네.’
상호는 부서진 빠따로를 꺼냈다.
“미진 씨.”
“아, 네.”
미진이 퍼뜩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상호는 부서진 빠따로를 건네며 말을 이었다.
“받아요. 그냥 주는 빠따로.”
“……예?”
미진은 빠따로를 향해 손을 뻗다가 흠칫하더니 상호의 눈치를 살폈다. 의미를 오해한 듯했다. 아마 연애가 아닌 협박 쪽으로. 하필이면 부서진 빠따로라서.
상호는 그 모습을 보고 난감해했다.
“진짜 그냥 주는 거예요. 주머니에 많이 있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요.”
“……그럼.”
미진은 빠따로를 받고 고개를 까딱했다.
상호는 출석부를 챙기며 설미의 자리를 돌아보았다. 그곳은 비어 있었다.
“설미 선생님은 아직 안 오셨어요?”
“네. 아직 출근 안 하셨어요.”
설미에겐 나중에 줘야 할 듯했다.
상호는 돌아서서 반으로 가려다가 황급히 다시 미진을 바라보았다. 부탁할 것이 있었다.
“미진 씨. 죄송한데…….”
“네?”
“오늘 종례 좀 대신해 주실 수 있어요? 제가 어디 갈 데가 있어 가지고…….”
“……그럴게요.”
미진이 작게 중얼거렸다.
상호는 씩 웃어 보이고 교무실을 나섰다. 그가 문을 열며 뒤를 돌아봤을 때, 미진은 부서진 빠따로를 보며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고 있었다.
* * *
빠따로가 허공을 둥실 날았다.
“자, 세희 하나.”
“감사합니다.”
“나빛이 하나.”
“헤헤.”
“지윤이 하나.”
“감사합니더.”
빠따로를 받은 아이들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날아간 빠따로의 개수는 세 개. 못 받은 사람은 한 명.
태화가 팩 토라졌다.
“나만 안 줘!”
“혼날래? 아까 줬잖아.”
“몰라~ 쌤이 마빡 때려서 바보됐어~.”
태화는 등받이에 벌렁 늘어지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 옆에서 나빛이 부서진 빠따로를 둘러보며 고개를 기웃했다.
“선생님. 왜 다 부서졌어요?”
“태화가 아침에 나 때리다가 부숴먹었어.”
“하이고, 잘하는 짓이다, 이 가스나야.”
지윤이 태화의 뒤통수를 후리자 태화가 눈을 부라렸다.
“악! 넌 또 뭐야! 왜 다 머리만 때리는데!”
“고장난 기계는 쳐야 고쳐진다 아이가. 니는 뇌가 고장났응게 대가리를 쳐야제. 이리 와라. 함 더 맞자.”
“뭐래, 내가 제일 머리 좋거든? 너 그래서 마법 써? 발명대회 상 받았어?”
“그만해라, 얘들아.”
상호는 출석부로 교탁을 두드려 주의를 집중시켰다.
“이제 수업 준비해. 교과서 꺼내고, 핸드폰 집어넣고.”
“아, 선생님.”
나빛이 가방을 뒤지더니 빠따로를 꺼냈다. 그녀를 필두로 다른 아이들도 가방을 열었다.
세희가 제일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상호의 앞에 달려왔다.
“여기요.”
길다란 낱개 빠따로 여러 개.
이어서 태화가 웬 빠따로 뭉텅이를 교탁에 턱 하고 올려놓았다.
“오다 주웠다.”
“버려 그럼.”
“아 왜 안 받아줘! 감동받아서 심쿵! 해야지~.”
지윤이 앙탈을 부리는 태화를 밀어내고 상호에게 거대한 빠따로를 건넸다. 과자가 아니라 빵으로 만든 듯했다.
“거 쪼매난 걸로 기별이나 가겠심꺼. 많이 드시라구예.”
“제 것도, 헤헤…….”
나빛의 것은 약간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귀여운 포장지에 손가락만한 게 셋 들은 물건.
상호는 빠따로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약간 기뻐서 살짝 목이 메었지만, 그래도 해야 할 말은 따로 있었다.
“선생님 선물에 돈 쓰지 마라, 너희.”
돈으로 마음을 표현해 버리면 삭막하니 정도 없고, 부유한 아이와 가난한 아이 사이에 불공평이 생기고, 그 마음을 돌려주기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그는 웃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거면 충분해. 굳이 이런 특별한 거 줄 필요 없어.”
“뭐 어떻습니꺼. 쌤이 사주는 밥보단 안 비쌉니더.”
“그래도 싼 거 사. 아예 안 줘도 좋으니까. 준 건 고맙게 잘 먹겠지만…… 누가 더 나을 것 없이, 똑같이 주고 똑같이 받은 걸로 생각할 거야. 알았지?”
“넹.”
“어쨌든 고맙다.”
상호는 그제서야 씩 웃었다.
그런데 어째 아이들이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그의 앞에 멀거니 서 있었다. 뭔가를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상호의 등에 진땀이 흘렀다.
“얘들아……?”
“아이, 왜 이러실까.”
태화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건들거렸다.
“슬슬 척 하면 척 할 때도 됐잖아요.”
“뭔 말인지 모르겠다.”
상호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지만, 아이들은 그가 걸은 만큼 따라와 그를 칠판에 밀어붙였다.
결국 상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와라 와. 에휴……, 니들이 초등학생이냐, 진짜…….”
“가자아아~!”
이제는 익숙했다. 상호는 품에 처박힌 아이들의 머리를 손으로 슬슬 쓰다듬었다.
그때 교실 문이 드르륵 열렸다.
“강 선생님. 저 업무가 새로 생겼는데 이것만 잠……깐…….”
또박또박 시작한 말이 뒤로 갈수록 흐려졌다.
문가에 선 미진이 아이들을 품은 상호를 혼란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상호는 아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은 채로 굳어 있다가, 곧 떠듬떠듬 입을 열어 대답했다.
“잠시…… 잠시만 기다려요. 금방 교무실 갈 테니까…….”
“네……, 네.”
미진은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문을 닫기 직전, 그녀의 눈동자에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은 한없이 혐오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상호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쉬었다.
“수업하자, 얘들아…….”
* * *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설미는 어디로 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상호는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예~.”
“강상호입니다.”
“아, 강 선생. 빨리 들어와요.”
들어와요도 아니고 빨리 들어와요랜다. 상호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닫고 돌아보니 해련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해련이 팔을 책상에 올리고 손깍지를 끼어 그 위에 턱을 괴었다.
“오늘이 빠따로 데이라며. 알아요?”
“저희 세대는 다 알죠. 어디 십 년씩 갇혀 있던 게 아닌 이상…….”
“그래? 준비해 왔다는 뜻이죠?”
해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상호를 향해 다가왔다. 싱글벙글 웃음을 띤 채로.
“어디 얼마나 대단한 걸 가져왔는지 한번 볼까?”
상호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자 해련이 눈을 깜작였다.
“뭐야, 왜 그래요?”
“아니, 아뇨. 아니에요.”
주머니에 부서진 게 다섯, 멀쩡한 게 하나. 하지만 멀쩡한 게 있다는 사실은 숨겨야 했다.
상호는 부서진 빠따로를 꺼내 해련에게 두 손으로 내밀었다.
“애들이 장난치다 부숴먹어서…….”
해련은 빠따로를 가만히 쳐다보다 씩 웃었다.
“그럴 수 있지.”
그녀의 손이 상호의 어깨를 두어 번 털더니, 아래로 내려와 재킷 깃을 잡고 매무새를 다듬었다.
해련은 상호의 넥타이를 반듯하게 당겨주며 입을 열었다.
“강 선생.”
“네.”
“나한테 준 게 가장 싼 건 아니지?”
“그럼요.”
상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해련의 손이 그의 가슴팍 아래를 더듬었다. 양복 안주머니가 있는 곳이었다.
손끝이 멀쩡한 빠따로의 길쭉한 윤곽을 따라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그럼 이건 뭘까?”
해련이 음흉하게 웃으며 그를 밀어붙였다. 상호는 쩔쩔매며 검을 뒤로 짚다가 벽에 등을 부딪혔다.
“그게, 이거는 따로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누군데? 나보다 중요한 사람이 있나? 응?”
“중요하다기보단…… 고마운 사람이죠.”
“임 선생이구나.”
해련이 그의 눈앞에 고개를 아주 가까이 들이밀었다. 잡티 하나 없는 투명한 피부가 눈에 띄었다.
상호는 부정하지 못했다.
“네.”
“……흐음.”
해련은 말없이 상호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의 넥타이를 덥석 잡고 자신을 향해 잡아끌었다.
“켁!”
기껏 다듬어주고는 왜 행패인가. 상호는 해련의 어깨를 잡고 버텼다. 그녀가 아예 몸을 겹쳐버릴 듯이 잡아당기고 있었기에.
해련이 그의 귀에 속삭였다.
“강 선생.”
“네.”
“나 강 선생 빠따로가 갖고 싶은데.”
해련의 다른 손이 상호의 등허리를 쓸었다.
상호는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눈동자로 시계를 흘끗했다.
“교장선생님.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딜 가요?”
“그, 시간이 슬슬 수업 준비해야 할 시간이라서…….”
“그럴 줄 알고 시계 10분 밀어 놨지.”
“아니…….”
해련이 빙긋 웃으며 그를 소파로 잡아끌었다. 상호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우리 10분 동안 천천히 이야기나 할까, 강 선생?”
“……마음대로 하세요.”
노장은 당해낼 수가 없었다.
* * *
상호는 해련에게 허벅지를 주물러지다가 10분을 채우고 나서야 교장실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밖에 나와 교무실에 들렀지만 설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끝나도록.
결국은 종례 시간이 되었고, 상호는 설미의 반 문 앞에 섰다.
‘이거 이래도 되나……?’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했다.
고민이 되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상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한창 종례 중이던 설미의 목소리가 뚝 끊기더니 곧 다시 들려왔다.
“누구세요?”
“선생님. 저 잠깐만.”
상호가 말하자마자 교실이 뒤집어졌다.
“꺄아아악! 강쌤이다!”
“쌤! 빨리! 빨리 나가요!”
“받! 아! 줘! 받! 아 줘!”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상호는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을 각도로 몸을 숨겼다.
잠시 후에 교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설미가 문을 열었다.
“상호 씨……?”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왜 지금 왔어…….”
“지금 아니면 시간이 없어서요.”
“상호 씨 종례는 어떡하구……?”
“미진 씨한테 맡겼어요. 저 어디 가봐야 할 곳이 있어가지고.”
상호는 그렇게 대답하며 주머니에서 빠따로를 꺼냈다. 멀쩡한 것으로.
“자, 여기요.”
설미가 멍하니 그 빠따로를 바라보았다.
상호는 그 표정을 보고 머쓱해하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냥 주는 거예요. 맞선배니까…….”
“……응.”
설미는 빠따로를 받아 가슴 앞에서 두 손으로 꼭 쥐었다.
그리고 상호를 향해 밝게 웃어 보였다.
“나도 실은…… 언제 주나 했어.”
창가에서 반투명한 요정이 빠따로를 들고 날아왔다. 바람의 정령은 상호에게 과자를 넘겨주고 허공에 녹아들었다.
상호는 그 빠따로를 주머니에 챙기며 씩 웃었다.
“고마워요.”
“응, 나도. 잘 먹을게.”
“애들 기다리겠네. 저 이제 갈게요.”
“응.”
설미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상호가 돌아서자 등 뒤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우레와 같은 비명이 이어졌다.
“우와! 진짜! 진짜! 진짜!”
“어떡해? 어떡해? 이러면 확정 아니야?”
“역시~ 꿀이 떨어지더라니~ 아닌 척하더니~.”
설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상호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애들한테 오해 제대로 사게 생겼네. 그래도 뭐, 누나는 어른이니까. 오해는 안 하겠지. 무슨 뜻으로 줬는지 말도 했고…….’
그는 생각을 정리하고 계단을 내려가 남교사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