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4화 (134/501)

 * * *

“……좋은 곳이 여기예요?”

 상호는 방으로 들어서며 난색을 표했다. 손에 든 비닐봉투에는 편의점에서 산 과자와 술이 가득 담겨 있었다.

설미가 뒤따라 들어서며 웃었다.

“좋잖아. 둘이서 오붓하고. 시끄럽게 떠들어도 되고.”

 둘이 들어온 곳은 모텔. 아예 방을 잡고 술을 까자고 온 것이었다.

상호는 봉투를 바닥에 놓았다.

“이걸로 되겠어요? 뭐 치킨이라도 시킬…… 켁!”

 그는 설미를 돌아보았다가 깜짝 놀라 나자빠질 뻔했다. 설미가 블라우스를 벗어서 침대에 집어던지고 있었다.

그녀는 끈나시 차림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아니 왜는 내가 할 말…… 왜 벗어요!”

“입었잖아. 속옷도 아닌데 뭐. 편하게 있으려고 방 잡은 거잖아.”

 그렇다기에는 이미 치마까지 벗어서 속바지를 내보이고 있었다. 상호는 당황하며 고개를 돌리고 술자리를 준비했다. 뭐 준비한다고 해 봐야 봉투에서 쏟아놓는 것이었지만.

상호가 그 앞에 앉자 설미도 마주 보고 앉았다.

“자. 얼른 마셔.”

“난 마시고 싶은 만큼 마셨어요. 누나나 마셔요.”

“같이 취하려고 온 거야.”

 설미가 맥주 한 캔을 까서 내밀었다.

“난 얼마 안 남았으니까 너만 취하면 돼.”

 상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맥주를 받아들었다.

“저번에 취한 거 봤었잖아요. 그거로는 만족 못 했어요?”

“그땐 내가 안 취했었잖아. 다음날 수업 때문에 길게 마시지도 못했구. 자, 빨리 마시기나 해.”

 설미는 맥주를 하나 더 까더니 고개를 뒤로 젖히며 쭉 들이켰다.

“푸하~.”

 그러고는 캔을 입에서 떼며 헤벌쭉 웃었다.

상호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손에 든 맥주를 흘끗했다.

‘……내가 안 건들면 되는 거지, 뭐.’

 곧 그도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104. 동침

“아니 그래서 이 꼬맹이들이…… 선생을 물로 보고 그런 짓을 한다니까요…….”

“그랬구나~.”

“내 체면은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들고 던지고……. 내가 힘을 쓰면 못 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질 못하니까…….”

“그랬구나~.”

 둘 다 알딸딸하게 취한 채였다.

“게다가 애들 중에 둘은 성적 안 나오면 퇴학당하는 애들이고…… 아니, 시바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누나 나 먼저 갈게요.”

 상호는 소주병을 맥주 캔에 대고 털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미가 해롱거리며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졌다.

“어디 가~.”

“애들 가르치러 가야 돼요.”

“한밤중이야, 바부야~.”

“그러면 야간전투 가르치면 되지…….”

 둘은 비틀거리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켁! 아오…….”

 무릎을 찧은 상호는 몸을 웅크리고 고통을 삭이다가, 어깨에 설미의 팔이 둘러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설미가 그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발갛게 상기된 얼굴을 더욱 뜨겁게 달구며.

상호는 그녀의 눈을 보고 정신을 퍼뜩 차렸다.

“누나?”

“상호.”

 말에 묻어나는 숨결이 뜨거웠다.

“나 잘 몰라서 그러는데…….”

 설미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물었다.

“이 시간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 해도 되는 거지?”

 상호는 이게 뭔 소리인지 얼른 알아듣지 못했다.

“네?”

“그러니까…….”

 설미가 끈나시의 밑을 잡고 들어 올리려 했다.

“술 들고 같이 들어온 순간부터…… 사실상 합의가 된 거 아니야?”

“네?”

 상호는 그때서야 말을 알아듣고 당황했다. 이 뭔 범죄자 같은 논리인지.

‘시바, 내 주변 여자들은 왜 다 이래?’

 그는 황급히 설미의 손을 붙들었다.

“아니……, 합의는 뭐가 합의예요! 나 여자 있어요, 진짜!”

“뻥치지 마. 너 여자 맘도 모르면서 뭔 여자가 있어.”

“진짜라니까! 아니 교사가 되어 가지고 이게 무슨 짓이에요. 정신 차려요!”

 상호가 윽박지르자 설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학교에 남자가 없어…….”

“그야 여고니까…… 그래도 교사 중엔 많잖아요.”

“젊고 착한 남자가 없어…….”

“그럼 착한 남자 찾아요. 착하지도 않은 남자 붙잡지 말고. 여자 맘도 모르는 남자라면서요.”

 상호는 설미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침대에 내려놓았다.

“빨리 자요, 그냥.”

“끄응…….”

 다행히 설미는 금방 잠들었다.

상호는 검과 외투를 챙기다가, 학교까지의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자고 갈까?’

 취한 사람을 내버려 두고 가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또 무슨 곤란한 일이 터질지 모르니, 아침까지는 챙겨주는 게 맞는 판단 같았다.

‘일단 좀 치우고 씻을까.’

 그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정리하고 설미의 옷을 차곡차곡 개어 놓았다.

‘세수만 하고 자야겠다. 갈아입을 옷도 없고…….’

 그리고 욕실에 들어가 간단하게 세수를 마쳤다.

침대로 돌아오니 설미가 대자로 누워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그는 설미의 팔다리를 가지런히 놓고 그 옆에 누우며 골똘히 생각했다.

‘뭔가 이상한데…….’

 언젠가부터 여자 옆에 누워 자는 게 딱히 어색하질 않았다. 전에는 민정의 옆에서 자는 것도 어색해서 침대 끝에 걸쳐 누웠었는데.

지금은 어째 제집 안방마냥 편했다.

‘나도 취했나?’

 상호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곧 내공을 뻗어 불을 끄고 눈을 감았다.

* * *

“훌쩍…….”

 코 먹는 소리가 났다.

슬며시 눈을 떠 보니 어둠뿐. 상호는 그 훌쩍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여인의 울음소리였다.

‘뭐야.’

 옆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떨며 울었다.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전등 스위치를 향해 내공을 뻗었다.

 하지만 내공이 끌어 올려지질 않았다.

“흑, 흐윽…….”

 여인은 계속 울기만 했다. 상호는 그 울음소리를 듣다가 흠칫 놀랐다.

“……누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상호는 재차 질문했다.

“누나예요?”

“어흑, 흑, 흐윽…….”

 예경이 더욱 서럽게 울었다.

또 심상인가. 그는 기쁘면서도 슬픈 마음으로 손을 뻗으려 했지만, 여태까지와 같이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운기조식을 할 때는 뒤에서 나타나더니, 이제는 앞에서 나타났는데도 불이 꺼져서 볼 수가 없었다.

“왜 울어요, 누나.”

“상호 너무 바람둥이야…….”

 그 말이 상호의 가슴을 사정없이 후벼 팠다.

“아니, 누나,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요…….”

“민정이 언니는 그렇다 쳐도, 어떻게 직장 동료하고까지 같이 자니? 효은이 한 명 허락하니까 아주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죄송합니다…….”

 상호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그 말밖에 하지 못했다. 운기조식도 안 했는데 어떻게 나와서 꾸중을 하는 건지.

“보다 못해서 나왔어, 상호야. 아무리 네가 허튼짓할 생각이 없어도……, 여자랑 같이 자는 걸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아할 수가 있니?”

“미안해요…….”

“나는 그렇다 쳐. 그런데 효은이가 있잖아. 너 효은이한텐 미안하지도 않니? 오늘 일 효은이한테 말할 수 있어? 민정이 언니한테는?”

‘그 양반들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그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왔지만, 상호는 간신히 삼켰다.

“……잘못했어요.”

“네가 지금 같이 자는 사람한테도 실례야. 네가 똑바로 행동하지 않으면 자꾸 착각하고, 결국엔 모두가 상처받는단 말이야. 누나가 다른 남자 옆에서 자는 거 봤어?”

“아니요…….”

 예경은 항상 그와 작전을 나가거나 혼자만 다녔다.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상호는 그저 빌고 또 빌었다.

“미안해요.”

“이제 그러지 마.”

“그럴게요…….”

 그의 품으로 따뜻한 온기가 들어왔다.

심상인데도 참 생생했다. 상호는 무심코 손을 들었다가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온기를 끌어안았다.

 아주 깊숙이.

* * *

감은 눈꺼풀 너머로 밝은 빛이 느껴졌다. 상호는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꾸물거렸다.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손끝에 여전히 온기가 남아 있었다. 생생하게.

 아니, 생생한 정도가 아니라 명확하게 느껴졌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결이.

상호는 눈을 번쩍 떴다.

“쿠울…….”

 설미가 그를 마주 끌어안은 채로 곤히 자고 있었다. 체구가 작아서 품에 쏙 들어왔다.

상호는 식겁하며 그녀를 놓고 뒤로 물러났다.

‘……뭐야 X바!’

 예경에게 혼난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이제는 껴안고 자다니. 상호는 황급히 검을 찾았다. 설미가 깨어나기 전에 빨리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설미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으음……. 흐아.”

 그녀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더니, 잠이 덜 깬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상호와 눈을 마주쳤다.

설미의 눈이 몇 차례 끔뻑였다. 아직 이 상황을 뇌에 입력하지 못한 듯했다.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상호 씨……?”

 설미는 고개를 갸웃하며 머리를 긁적이다가, 자신의 끈나시와 속바지 차림을 내려다보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상호는 일부러 차분한 목소리를 지어냈다.

“일어났어요?”

“상호 씨.”

 설미가 혼란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잤어?”

 잠이야 당연히 잤지만. 그걸 묻는 게 아닐 터였다. 상호는 헛기침을 했다. 한 번으론 모자라서 두 번 세 번 하고 겨우 입을 열었다.

“아뇨.”

“그럼…… 나 왜 벗고 있어?”

 지난밤에는 옷 입었으니까 벗은 거 아니라더니 이제는 벗었단다. 상호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게…… 누나가 벗은 건데…….”

“뭐? 그럼, 그럼 여기는……? 모텔 아냐? 상호 씨가 데려왔어?”

“여기도 누나가 오자고 했는데요…….”

“뭐?”

 설미는 당황한 눈빛으로 상호를 바라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가렸다.

 그녀의 의심 가득한 눈초리가 상호를 향했다.

“상호 씨.”

“네.”

“상호 씨가 나 끌고 왔지?”

“……네?”

“맞잖아.”

 설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내가 상호 씨를 모텔까지 데려와서 옷까지 벗었을 리가 없잖아!”

“……정확히 그 말대로 했는데요.”

 기억이 싹 날아간 모양이었다. 상호는 두통이 몰려와서 이마를 짚었다. 숙취는 아니었다.

“똑바로 알려줄게요. 누나가 먼저 2차 가자고 했고, 누나가 여기로 오자고 했고, 누나가 불편하다면서 벗었어요.”

“아니야아! 내가 그렇게 가벼워 보여? 상호 씨가 데려왔지? 그치?”

“숙박비 누나가 계산했는데요.”

“……아?”

 설미는 그 말에 황급히 핸드폰을 찾았다.

화면을 본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끄으…….”

“진짜죠?”

“으으…….”

 설미는 핸드폰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인정했다.

“미안해, 상호 씨…….”

“그러게 진짜라니까요.”

“미안해…….”

 설미가 훌쩍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상호는 당황해서 그녀의 옆에 앉아 등을 다독였다.

“아니 왜 울어요! 별일도 아닌 거 가지고.”

“미안해…….”

“뭘 미안해요. 술 잘 마셔 놓고. 잘 놀았고 아무 일 없었으니까 신경 쓰지 마요.”

 상호가 휴지로 눈물을 닦아주자 설미는 그제서야 울음을 멈췄다.

“훌쩍…….”

“자, 옷 입어요.”

 상호는 그녀에게 밤에 개어 놓았던 옷을 건넸다.

옷을 받아 입던 설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상호……야.”

“네.”

“진짜 아무 일 없었어?”

“네.”

“근데 나 잠깐 깼었는데…….”

 그녀는 단추를 채우다 말고 상호를 바라보았다.

“상호 네가 나 끌어당겨서 안은 것 같았어.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상호는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아마 그녀의 말이 사실일 터였다.

 그래도 긍정은 하지 않았다.

진심이 아니라 실수였으니까.

“몰라요. 누나가 안겼을 수도 있죠.”

“그런가?”

 옷을 다 입은 설미는 거울 앞에 가 매무새를 다듬고 상호를 돌아보았다.

“나갈까? 차는 어디 있어?”

“고깃집 앞에 놔두고 왔어요.”

“가자.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어.”

 둘은 방을 나섰다.

* * *

술 마시다 밤늦게 잔 탓에 학교로 돌아올 때는 점심때가 되어 있었다.

상호는 설미의 차를 학교 주차장에 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리다가 멀리에 서 있는 해련을 발견했다.

‘인사를 해야 하나?’

 멀쩡해 보이는데 굳이 잘 들어가셨었냐고 안부를 물어야 할까. 상호가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해련도 그를 발견하고 눈을 마주쳤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교장선생님.”

“응, 강 선생.”

 평소처럼 부드럽고 인자한 목소리였다.

상호는 해련을 향해 다가가며 물었다.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아니.”

 해련이 빙긋 웃었다.

“강 선생이 버리고 가서 식당에서 자고 왔는데.”

 상호는 그 대답을 듣자마자 조용히 돌아서서 남교사 숙소로 걸어갔다. 그런 그를 향해 강대한 내공이 덮쳐들었다.

해련은 내공으로 상호의 어깨를 돌려세우며 해맑게 웃었다.

“강 선생은 임 선생이랑 잘 잤어요?”

“안 잤어요…….”

“뭐라고? 그럼 안 자고 뭐 했어요?”

“아뇨, 잤어요…….”

“임 선생이랑 잤다고?”

“잠만 잤다고요…….”

 고개를 푹 숙인 상호의 옆으로 설미가 뛰어와 해련에게 허리를 굽혔다.

“안녕하세요, 교장선생님……. 잘 들어가셨어요?”

“응. 임 선생은 괜찮아요? 어제 많이 마시던데.”

“네……. 상호가, 아니 상호 씨가 잘 돌봐 줘서…….”

“흐음…….”

 해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들어가서 쉬어요. 난 또 교장실 가서 일하게 생겼네.”

 상호와 설미는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질문은 설미가 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교생이 한 명 새로 올 거라서.”

 해련의 시선이 상호를 향했다.

“이번에 오면 강 선생이 가르치겠네. 아마 부담임이 될 거고.”

 상호는 눈을 끔뻑였다.

“무예가예요?”

“응. 무예가.”

“여자요? 남자요?”

“여자.”

 또 여자인가. 뭐, 딱히 남자가 온다고 편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호는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이는요? 저보다……?”

“어려요. 스물둘.”

 그 말에 설미가 깜짝 놀랐다.

“스물둘이요? 상호 씨도 엄청 어린 건데…….”

“부담임만 맡길 거니까. 물론 나이에 비해서 실력이 좋기도 하지만.”

 해련은 상호를 보며 씩 웃었다.

아무리 나이에 비해 실력이 좋아도, 상호와는 당연히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뜻인 것 같았다.

“자세한 건 오늘 면담해 보고 알려줄게. 강 선생은 일단 그렇게 알고 있어요.”

“네.”

 상호는 본관으로 걸어가는 해련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부담임이라…….’

 부담임이 생기면 저번처럼 쓰러지거나 부대원들에게 납치당하더라도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을 터였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교생도 가르쳐야 한다는 게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그것도 그냥 아이들처럼 교육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교육하는 방법을 교육해야 했다.

 그래도 가르치고 나면 편해질 테다.

“설미 선생님. 저도 이제 들어가 볼…… 응?”

 상호는 설미를 돌아보며 말하다가 눈을 끔뻑였다. 설미가 어딘가를 멀거니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을 불렀다는 것도 모르는 듯했다.

“뭘 그렇게 봐요? ……아.”

 상호도 그 방향을 쳐다보고 깨달았다. 설미가 뭐에 정신이 팔렸는지.

교문 방향에서 키가 훤칠한 여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105. 싸가지

“어때 보여?”

“뭐가요?”

“저 여자.”

 설미의 물음에 상호는 멍하니 눈을 끔뻑였다. 방금 막 처음 보는 여인이 본관으로 들어간 참이었다.

“제가 보자마자 사람을 평가하는 인간은 아니라서……. 대화는 해 봐야 알죠.”

“그래도 느낌이 있잖아. 어때?”

“느낌은 모르겠고, 일이나 잘 배웠으면 좋겠어요.”

 그의 말에 설미는 뭔가 불만족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어쨌든 막내 탈출이네. 좋겠네.”

“뭐 그건 좋죠.”

“이제 나한테 일 물어볼 일도 없겠네.”

 그 쌀쌀맞은 말투에 상호는 당황했다.

“에이……, 아직 다 아는 것도 아닌데요. 계속 배워야죠. 설미 선생님한테…….”

“흥.”

 흥은 또 무슨 뜻일까.

설미는 삐진 표정으로, 또 힘없는 걸음으로 여교사 숙소를 향했다. 상호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 참, 왜 저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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