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상호는 한숨을 푹 쉬었다.
“……누나.”
“응?”
민정이 고개를 퍼뜩 들었다.
“뭐야, 끝났어? 더 욕해도 돼…….”
“아니……, 누나한테 욕 못 하겠는데.”
“그럼 그냥 해, 계속 해…….”
“그것도못하겠어…….”
욕을 하도 했더니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욕까지 꺼냈는데도 민정은오히려 좋아하기만 했다.
옆에서 멀뚱히 지켜보던 효은이 핀잔을 날렸다.
“언니한텐 진짜 열심히 해 준다, 너.”
“너한테도 열심히 했거든?”
상호는 혀를 차며 넥타이를 매었다.
창밖에서는 아직 세희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끝나려면 한 시간 정도는 남았을 터였다.
효은은 그런 세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돌연 상호에게 물었다.
“저 애는 어디까지 알아? 다 말해 줬어?”
“뭐를?”
“자기가 배운 무공이 누구 건지.”
상호는 고개를 끄덕 였다.
“세희는 대충 다 알고 있어.”
“내가 그냥 교생이 아니라는 것도?”
“응.”
“언니랑네관계도?”
“전쟁 전 이야기는 다 해 줬어. 그 후의 이야기는 아직 안 해 줬고.”
“아직? 그러면 결국 다 해 줄 거야?”
“……그럴걸.”
효은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벌써 인생의 동반자 다 되셨는데.”
“그냥 필요하니까 말해주는 거야. 천색창염을 만든 사람에 대해서……. 제자한테 말 안 하면 누구한테 말하겠어. 내 자식들한테도 말해줄 일 없을 텐데.”
“그럼 그 이야기도 다 해줄 거야? 네 다리랑, 그 일들이랑.”
상호와 효은, 그리고 민정의 시선이 서로 교차했다.
상호는 혜소가 준 염주를 만지작거 리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러려고.”
이미 다 고민을 끝낸 일이었다.
효은은 뭐가 그리 웃긴지 또 헛웃음을 쳤다.
“니는 참…… 알면서 그러는 건지, 몰라서 그러는 건지…….”
“뭐가?”
“아냐, 됐어. 니가 좋다면 좋은 거지. 그래도 7명은 넘기지 마.”
“뭔 개소리야?”
상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효은을 째려보다가, 한숨을 쉬며 차 문을 열었다.
“됐어. 다 해 줬으니까 이제 세히 보러 갈 거야.”
“푹 빠졌네, 아주 그냥. 응? 더 빠지면 이제 섞이겠어.”
“……시끄러.”
차 밖에 나오니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었다. 비록 풍경은 개박살이 났지만.
염마격락으로 싹 쓸려버린 폐허의 한가운데에 가부좌를 틀은 소녀. 가만히 보고 있자니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상호는 세희의 앞으로 다가갔다.
뽀얀 얼굴의 속눈썹에 민들레 씨앗이 하나 붙어 있었다.
‘길기도하다.’
그는 그 씨앗을 살짝 떼어 허공에 날려 보냈다.
문득 큰 고민이 떠올랐다.
‘애 밥은 어떻게 하지? 아니, 밤 되기 전에 숙소는 찾을 수 있으려나…….’
* * *
하필이면 강원도 동쪽 끝까지 와버려서는, 민정의 공간이동으로도 태백산맥 꼭대기를 넘는 데에 그쳤다.
민정은 그 후 산맥을 벗어나는 데 비행마법을 쓰느라 지쳐 버렸고, 상호는 그런 민정을 그나마 무게를 실을 수 있는 오른쪽 어깨에 업었다. 효은은 좀 걷더니 다리가아프다고 징징대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세희의 등에 업혔다.
“세희야. 그 등에 있는 거 그냥 던져버려라.”
“그래, 세희야. 나 버리고 가. 그럼 네 선생님 한 3미터쯤 갔다가 울고불고 빌면서 돌아온다.”
“지랄…….”
“상호야, 누나 많이 무거워……?“
“아니. 던질 만큼 가벼운데. 누난 좀 더 쪄도 돼.”
“알았어, 좀 더 키울게…….”
“……내가잘못들은거 아니지?”
다행히 밤이 되자 숙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개벽 전에도 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따금씩 보였던,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놓인 건물. 붉은 외벽에 걸린 촌스러운 금색 간판이 눈에 띄었다. 글자는 MOTEL.
개벽 전에는 평범한 모텔이었겠지만, 이제는 멀리까지 나가는 헌터들을 위한 전용 여관이다. 상호는 그 안으로 들어가 카운터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방 두 개 주세요.”
그러자 웬 노년의 근육질 여인이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몬스터 깨나 때려잡았을 법한 외모였다.
노인은 상호와 여자들, 특히 세희를 빤히 쳐다보더 니 피 식 웃었다.
“하나밖에 안 남았다.”
“이런 벽지까지 오는 헌터가 어딨어요. 뻥치지 말고 하나만 더 주세요, 어르신…….”
“하이고, 가서 하나씩 두드려 봐라. 뺨따구나 안 맞으면 다행이지.”
“하아…….”
상호는 세희를 돌아보며 고민했다.
‘……아이씨, 안 돼. 차라리 혼자 밖에서 자든가 하지.’
하지만 다른 곳을 찾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결국 그는 카드를 꺼내며 손을 내밀었다.
“그거라도 주세요.”
“그래야지, 흘흘…….”
노인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열쇠를 건넸다. 202호. 2층이 었다.
상호와 세희는 각각 민정과 효은을 업고 계단을 올랐다. 노인의 말이 아주 거짓은 아니었는지, 모텔 여기저기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TV 소리, 샤워 소리. 개중에는 민망한 소리도 가끔씩 끼어 있었다.
세희의 귀에는 안 들릴 것이다. 상호는 그렇게 믿으며 202호의 문을 열었다.
‘좁아터졌네.’
셋이 간신히 누울 정도의 침대. 앉을 구석도 없는 좁은 방. 다행히 걱정과는 다르게 깨끗하긴 했다. 상호에겐 그거 하나면 충분했다. 물론 그가 자려는 게 아니라세히를 재우려고 하는 것이었지만.
그는 민정을 침대에 눕히고 돌아섰다.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상호 어디 가?”
“난 딴 데서 자려고.”
“방 하나밖에 없댔잖아.”
“몰라. 좀 더 걷다 보면 어딘가 나오겠지.”
상호는 문고리를 돌렸다. 그러자 무언가가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뒤를 돌아보니 세희가 그의 재킷을 꼭 잡고 있었다.
“다리 아프시잖아요…….”
간절한 눈빛을 본 상호는 당황하며 더 문을 나서려 했다.
“걷는 건 상관없어. 내일 전화할게. 응?”
“그럼 저도 같이 가요.”
세희는 이제 그의 팔에 달라붙었다.
침대에 누운 효은이 한마디 했다.
“냅둬라, 세희야. 네 선생님 여자랑 자면 옷에 손 집어넣는다.”
“시끄러!”
상호는 이를 갈며 세희를 살살 밀어냈지만, 민정까지 일어나서 그를 잡아끌기 시작했다.
“뭘 또 걸어. 그냥 같이 자. 세희가 괜찮으면 괜찮은 거지.”
“그치만…….”
“누나도 너 어릴 때 같이 잤잖아. 그럼 나도 이상한사람이니?”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됐어. 들어와.”
상호는 자포자기하며 고개를 끄덕 였다.
“알았어, 알았어. 그래도 놔 봐. 잠깐만 내려갔다 올게.”
그는 둘을 떼어놓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카운터에 다시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르신. 뭐 먹을 거 없을까요?”
노인은 마루에 누운 채로 눈을 끔뻑 였다.
“우린 그런 거 안 파는데.”
“그럼 어르신 드시는 거라도요.”
“훤하게 생긴 양반이 웬 구걸이여?”
“애가 있어서 뭐라도 좀 먹이려고……, 저녁을못 먹었거든요.”
상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노인은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허공섭물로 구석에서 과자를 한 봉지 꺼냈다.
그렇지만 카운터 쪽으로 가져가지는 않았다.
“거기서 가져가봐.”
노인의 눈은 상호의 안대와 검을 향하고 있었다.
고작 과자 한 봉지로 시험을 해 보겠다는 건가. 평소 같았으면 드럽고 치사해서 그냥 안 먹고 말았겠지만, 세희는 먹여야 했다.
상호는 내공을 뻗어 과자를 잡았다.
“감사합니다.”
노인은 좀 더 내공으로 줄다리기를 해 보려는 듯했지만, 상호의 내공이 노인의 내공을 가볍게 뚝 끊어 버렸다.
그가 노인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계단을 오르자 등 뒤에서 노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방에 도착해 문을 두드리니 세희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아, 오셨어요.”
“먹어.”
상호는 세희에게 과자를 쥐여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효은은 침대에서 뒹굴고 있고, 민정은 화장실에서 씻는 중이었다.
세희가 과자를 뜯어 한 움큼을 그에게 내밀 었다.
“드세요.”
“아니, 난됐어.”
“교생선생님은요?”
“나도됐어.”
효은도 손을 내저었다. 세희는 과자를 깨작이며 효은의 옆에 걸터앉았다.
상호가 양복 재킷을 벗어 구석에 던지는 그때, 민정이 화장실에서 김을 풀풀 풍기며 걸어 나왔다.
“후우
가운 하나만 걸친 채로.
상호는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누나, 옷입어.”
“응? 아, 상호 왔구나. 나 옷이 좀 더러워져서…… 이대로 잘래. 우리끼린 괜찮잖아.”
괜찮다 괜찮다 하다가 선까지 넘어버렸는데. 대체 어디까지 괜찮은 걸까. 상호는 세희를 흘끗했다.
“그래도…… 애 있잖아.”
“세희 다 안다며. 세희 선생님이랑 언니들이 옛날에 어떤 일 했는지 아니?”
민정의 물음에 세희가 고개를 끄덕 였다.
“네. 저승부대……요.”
“봐봐. 다 알잖아. 부대원들끼리는 볼 거 다 봤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지?”
“네.”
“그래. 이해해 준다니까.”
민정이 태연하게 웃었다.
상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 였다.
“알았어, 알았어
다음 차례인 효은은 그냥 눈치도 안 보고 훌렁훌렁 벗었다.
이윽고 효은도 가운 차림으로 나오고, 세희도 씻고 나오고. 상호도 안대를 벗고 들어가서 씻었다.
위에는 반팔티를. 아래에는 어쩔 수 없이 양복바지를 입고 밖에 나와 보니 여자 셋이 침대에 누워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이야기 해?”
상호가 눈을 멀뚱거 리며 묻자 민정이 답했다.
“네 얘기.”
“나?”
“응. 방금 막 네 첫인상 물어본 참이었어.”
첫인상이라. 상호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곰곰이 그 시절을 떠올렸다. 부대원들을 처음 만났던 때를.
대답은 효은이 먼저 했다.
“싸가지가 없었어.”
“야, 그건 너도그랬어.”
상호가 눈살을 찌푸렸지 만. 효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말을 이 었다.
“불러도 제대로 대답 안 하고, 양아치처럼 건들거리면서 뭐 물어보면 틱틱대고, 아무데나 침 찍찍 뱉으면서 입만 열면 욕이 바가지로 쏟아지고, 지 기분 나쁘면 아무한 테나 시비 걸고. 대단했지 그냥.”
“어…….”
세희가 입을 딱 벌리고 상호를 돌아보았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진짜요?”
“진짜지. 그게 끝이 아냐. 지나가는 여자들 엉덩이 쓰다듬고, 나하고 여기 언니 잘 때 옷에 손 쑥쑥 집어넣고…….”
“지랄하지 마! 그딴 짓은 한 적 없어.”
상호는 이를 갈며 효은의 귀밑머리를 잡아당겼다. 효은이 태연하게 그의 손을 가리켰다.
“이거 봐. 니 선생님 여자 머리채 잡는 거 좋아한다니까. 너도 이거 꼭 기억했다가 어른 되면 선생님 손에 머리채 잡혀 줘. 그럼 좋아 죽는다, 진짜.”
“아니라고…….”
하지만 세희의 표정에는 실망감이 가득 번지고 있었다.
항상 다정하고 상냥한 담임선생님으로 남고 싶었는데. 상호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 며 효은의 머 리카락을 놓았다.
다행히 민정이 그를 구해주었다.
“그래도 나하고 예경이한테는 착했어. 말도 잘 듣고, 걱정하면서 챙겨주고.”
“그러네. 맞네, 이 새끼. 예쁜 여자한테만 잘해줬네. 진짜 속물이다, 너.”
효은이 벌레 보듯 상호를 노려보았다.
상호는 차마 반박을 하지 못하고 세희와 눈을 마주쳤다.
“세희야.”
“네.”
“선생님 믿지?”
세희는 오히 려 역으로 되물었다.
“선생님. 저 예뻐요?”
“응? 어……. 그럼. 예쁘지. 세희…….”
“……그래서 그러셨구나.”
세희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대답을 크게 잘못한 것 같았다.
상호는 당혹스러움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세희야……?“
“농담이에요.”
세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빙긋 웃었다.
상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녀들의 발치에 앉아 윗몸만 뉘 었다.
효은의 발이 그의 얼굴을 문질렀다.
“궁상떨지 말고 올라와, 멍청아.”
“뭘 올라가. 자리도 없구만.”
“니가 애 껴안으면 자리 나오겠구만. 애 몸도 작고.”
“선생님도올라와서 같이 더 이야기해요.”
세희가 몸을 벌떡 일으켜 상호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니까 그냥 안아달라는 말이나 진배없다. 상호는 당황하며 세희를 바라보다가.
‘……모르겠다.’
올라가서 세희의 옆에 어떻게든 끼어 누웠다.
세희가 그의 팔을 베고 가까이 누웠다. 몸이 작은 아이라서 그럭저럭 자리가 생겼다. 하지만 상호는 더 넓게 눕지 않고 그 자리를 세희가 쓰도록 내버려 두었다.
세희의 눈이 그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응?”
“옛날이야기 해주세요.”
“……지금?”
“네.”
눈이 기대감으로 빛났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게 옳은 일일까. 상호는 불안함이 가득한 눈으로 효은과 민정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어째 그녀들도 세희와 같은 눈빛이 었다.
‘아니 이 양반들은 왜…….’
결국 상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
< 옛날 옛날에>
“상호야, 여기.”
소년은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 소녀 티를 벗지 못한 여인이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빨리 와. 우리 차례야.”
“네.”
소년은 여인을 향해 달려갔다.
소년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다 찢어지고 해진 군복을. 하지만 계급장과 이름표는 없고, 손에는 총 대신 검을 들고 있었다. 한쪽 눈에 붕대를 감은 것이 눈에 띄었다그반면에 여인은 제대로 된 검이 아닌 회칼을 들었다. 입은 옷도 군복이 아닌 평상복.
긴 치마와 포근해 보이는 가디건에 회칼을 들고 있으니 그 모습이 참으로 부조화스러웠다. 눈빛이 날카로운 쪽은 소년인데도, 오히려 따뜻한 눈빛을 가진 여인이 더 무서운 분위기를 풍겼다.
여인은 소년의 어깨를 감싸고 카키색 천막으로 데려갔다. 안에는 군인이 몇 명 서 있고, 그 가운데에 군복을 입은 중년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사내의 강렬한 눈빛이 소년과 여인을 훑었지만. 소년은 사내의 수염에만 관심이 있었다. 턱과 코를 온통 덮은 수염은 희끗하기도 했고 거뭇하기도 했다.
‘이 양반도 군인 출신은 아니구만.’
상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윽고 사내가 입을 열었다.
“거기 아가씨가 요즘 유명한…… 헌터. 맞나?”
“네.”
“이름은?”
“백예경이요.”
군인들이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 사내가 박수를 짝 쳤다.
“잘 왔어. 소문 듣고 온 거 지?”
“네. 밥잘준다길래.”
“대신에 괴물 놈들 죽여야 돼. 도살장 도축업자처럼. 할 수 있겠나? 아가씨가?”
그 말에 예경은 말없이 회칼을 들어 보였다.
사내는 만족한 듯 고개를 주억 거 렸다.
“좋아. 한번 해 봐. 그런데…… 거기 꼬마애는.”
사내의 시선이 상호의 군복에 박혔다.
“탈영병인가?”
“아니요. 제 동생이요. 옷은 주워 입은 거라서.”
예경이 상호를 끌어안고 머 리를 쓰다듬었다.
“얘도 괴물 잘 잡아요. 제가 잡은 것도 다 얘랑 같이 잡은 거예요.”
“그래?”
사내는 유심히 상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 였다.
“동반입대를하겠다, 그거지?”
“네. 아니면곤란해요.”
“걱정 마. 가족끼리는 무조건 붙여주니까. 동생 이름은?”
“백상호요.”
“좋아…….”
사내가 옆에 선 군인에게 눈짓하자 그 군인이 장부에 무언가를 적었다.
“입대를 환영한다. 예경, 상호. 계급은 아마 하사가 될 거고, 군복은 이따가 따로 준비해 줄게. 무기도 원한다면…… 아니, 웬만하면 우리가 주는 걸 쓰도록 해. 그 회칼은좀그러니까.”
“네.”
“가서 쉬어. 생활관은‘
거침없이 말을 잇던 사내가 잠시 말을 멈추고 눈을 끔뻑였다.
“같이 쓰는 게 좋나? 남매끼리?”
예경이 상호를 바라보았다. 상호는 얼굴을 붉히며 그 시선을 피했다.
예경은 씩 웃었다.
“네. 아니면곤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