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상호는 교무실 의자에 털썩 앉았다. 남은 점심시간 동안 쉬려고 온 것이었다. 일도 깨작깨작 좀 해놓고.
그런데 문이 벌컥 열리며 지윤과 태화가 들어왔다.
“쌤요!”
등받이에 한껏 늘어져 있던 상호는 급히 고개를 들었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아뇨. 그냥 놀러 왔는데.”
“쌤. 그거 들으셨습니꺼?”
지윤이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상호는 눈을 끔뻑 였다.
“뭐를?”
“애비게일은 이미 몬스터랑 싸워 봤답니더.”
미국은 그런 곳인가.
지윤이 들떠서 말을 이었다.
“가는 친구들하고 같이 오우거 잡았다 그러데예. 쌤도 더 어릴 때 몬스터 잡지 않았습니꺼? 쌤은
“잠깐.”
태화가 눈살을 찌푸렸다.
“넌 그거 어떻게 알아? 쌤이 말해줬어?”
“마, 니는 아빠 친구가 우습나?”
지윤도 딱히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받아쳤다.
“내보다 쌤 잘 아는 사람 우리 반에 없대이. 까불지 말으라.”
“우씨……. 그럼 너는 쌤 다리 왜 다쳤는지 알아?”
“……아니.”
지윤이 눈을 피하자 태화가 코웃음을 쳤다.
“헹, 쌤 몸은 내가 제일 잘 아는가 보네.”
“교무실에서 그런 말 좀 하지 마라, 인마.”
상호는 태화의 볼을 살짝 꼬집 었다. 태화는 볼을 부풀려 꼬집은 손을 밀어 내고는 눈을 반짝였다.
“그런데 쌤.”
“응?”
“쌤 친구 중에 주술사 친구는 없어요?”
상호의 숨이 살짝 거 칠어졌지만, 아이들이 알아차릴 정도는 아니었다.
“……없어. 왜?”
“배워 보려고요. 주술도 뭔가 재밌을 것 같아서.”
“정령 말고 저주 쪽 주술 이야기하는 거지?”
“네.”
기본적으로 정령과 주술의 원리는 같다.
정령사는 세상을 이루는 정령과 계약해서 정령의 힘을 빌어 쓰고.
주술사는 세상 그 자체와 계약해서 세상의 이치를 뒤튼다.
두 가지 힘에는 그리 큰 차이가 없었기에 둘을 뭉뚱그려 주술사로 칭하고, 학교에서도 함께 가르쳤다. 다만 어느 쪽을 잘 다루느냐에 따른 재능의 차이는 있을 수 있었보통 헌터라면 몬스터를 공격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주술이라 함은 대부분이 저주였지만, 이로운 쪽으로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네가 배우고 싶다면야…… 선생님이 어떻게든 사람 찾아서 알려 줄게.”
상호는 살짝 웃었다.
태화에게는 그 웃음이 어색하게 느껴졌던 모양이 었다.
“쌤.”
“응?”
“웃기 싫으면 웃지 말라면서요.”
중선과의 일이 있었을 때 그가 한 말이었다. 상호는 머쓱해져서 애꿎은 뒤통수만 긁적였다.
‘얘가 독심술을 배웠나…….’
“아니, 그냥웃는거지 뭐…….”
“뭐 숨기는 거 있죠?”
태화가 얼굴을 상호의 코앞에 들이밀 었다. 빨간 눈동자가 상호의 눈과 마주쳤다.
상호는 어째서인지 그 눈을 오래 바라볼 수가 없었다.
심장의 박동이 빨라졌지만. 태화 때문은 아니 었다.
“……별거 아냐.”
지윤과 태화가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평소와 그리도 달랐을까.
상호는 애써 밝은 목소리를 지어냈다.
“여기 놀러오지 말고 외국 애들이랑 놀아. 시간도 많지 않은데 그동안 잘 놀아야지.”
“3일밖에 못 보는데 정 들어서 뭐해요.”
태화가 입맛을 다셨다.
하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차피 안 볼 애들이니까 맘대로 굴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다 기회고 인연인 거야, 인마. 쌤이 뭐랬어. 서로 배우는 거라고 했잖아. 말 좀 안 통해도 이야기 많이 해.”
“흐으음….”
태화는 팔짱을 끼고 뚱한 표정으로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그 틈을 타 지윤이 끼어들었다.
“쌤요. 가들이 유학 올 수도 있는 거 아닙니꺼?”
상호는 눈을 끔뻑 였다.
‘너 같으면 오겠니?’
고국에서 잘 살고 잘 배우다가 친구도 가족도 버리고 먼 타향에 가서 구르겠다니.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지간해서는 안 그러지 않을까?”
“그래도 가능성은 있는 거 아닙니꺼?”
“가능성……, 가능성은……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솔직히.”
“엥…….”
지윤이 순식간에 시무룩해졌다. 상호는 당황하며 지윤의 팔뚝을 토닥였다.
“왜. 왜 그래. 애들이랑 벌써 정들었어?”
“그기 아니고…… 그냥 같이 놀고는 싶은데, 태화 말대로 정 뭍이면 힘들어지니까예.”
“그러면 뭐…… 펜팔? 메일로 연락해도 되고, 요즘은 으? 으도 있잖아. 너희도 살면서 한 번쯤은 외국 갈 수도 있고…… 특히 일본은 가깝기도 하고, 헌터들도 지원 자주 가니까. 또 볼 수도 있지.”
상호는 둘을 향해 손을 내저 었다.
“그러니까 얼른 가서 애들이랑놀아. 말 제일 많은 너희 둘이 여기 있으면 어쩌냐. 그리고 나디아 좀잘 챙겨 줘.”
“걔 나빛이랑 말 안 하던데요. 왜 그럴까요?”
“그거는…….”
정확한 이유는 당연히 그도 몰랐다.
“나중에 내가 따로 이야기해 볼게. 어쨌든 너희랑은 말 잘 하지?”
“하죠. 걔는 한국말을 못 하긴 하지만.”
“그럼 됐어.”
상호의 말에 지윤과 태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쌤, 저희 갈게예.”
“갈게용~.”
“응.”
상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차피 20분 뒤에 운동장에서 볼 텐데.
둘이 교무실을 나가자 상호의 웃음이 흐려졌다.
‘주술
태화에게 주술을 가르쳐줄 사람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민정처럼.
사실 저승부대에도 주술사는 있었고, 지금도 멀쩡히 살아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안 된다.
태화는 민정을 만나기 전, 마법공학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여자냐 남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두?. 그리고 여자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배워 보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남자라서 안 되었고.
둘째로 친구가 아니 라서 안 되 었고.
셋째로 죽이고 싶은 인물이 기에 안 되 었다.
‘손영주.’
상호는 검의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효은도 옛날에는 죽일 듯이 싸웠지만, 그래도 사람 취급을 안 했을 뿐이었지 정말로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주는.
정말로 죽이고 싶었다.
죽이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지금 다리에 있는 이 악마를. 부대원 열두 명 중 일곱 명을 죽인 이 악마를 언젠가는 다시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그것만 아니 었다면 도현과 민정을 무시하고 영주를 찾아내 도륙을 냈을 터 였다그어디 있는지도 모르긴 했지만.
“후우…….”
상호는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저 었다.
이런 생각은 학교에 있을 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오후에는 드디어 아이들끼리 대련을 시킬 수 있었다. 상호의 앞 운동장에서 세희와 이츠키가 검을 부딪쳤다.
등 뒤에서는 지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 태화야.”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이제 알긋나. 마법이 사기인 기라. 무예가 사기인 기 아이고. 앞으로는 무사기 무사기 징징대지 말그라. 으이?”
“……시끄러.”
태화가 뿌루퉁한 말투로 대답했다.
방금 전에 아비게일에게 패한 것 때문이었다. 순간이동과 보법을 섞어서 사용하니 그 수준은 낮아도 예측이 엄청나게 어려웠다.
뒤로 빼는 듯하더니 코앞에 뿅 나타나고, 오른쪽에 번쩍 왼쪽에 번쩍. 덕분에 태화는 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두들겨 맞다가 항복까지 했다.
태화가 이를 악물고 중얼거 렸다.
“나도 보법 배울 거야…….”
“니가 그걸 무신 세월에 배우노. 있는 거나잘 하…….”
카아앙
운동장에서 칼과 칼이 부딪히자 지윤의 말이 끊겼다.
이츠키가 부적을 세희에게 찔러 넣었다. 세희는 몸을 빙글 돌려 간단하게 피하고 검을 밀어붙였다.
부적을 잡느라 한 손으로 검을 들고 있던 이츠키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바닥에 놓친 부적이 굴러다녔다.
“쟈는 쓰레기를 막 버리뿔고 댕기네. 저건 다 누가 치우라고…….”
그때 세희의 검이 이츠키의 검을 흝으며 부적을 여러 장 찢었다.
“아……!”
세희가 눈을 부릅뜨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츠키도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상호는 세희가 앞으로 넘어지는 순간부터 서둘러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쓰러지는 세희를 내공으로 뭍잡고 앞으로 데려왔다.
“세희야, 세희야.”
세희는 허공을 바라보며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손을 덜덜 떨며 몸을 움찔거리는데 말은 하지 못했다.
이츠키가 검에 붙은 부적을 둘러보며 말했다.
“눈이랑 귀 막는 저주하고, 혀 굳는 저주하고 팔다리 마비시키는 저주입니다. 같이 썼을 때 치명적인 건 없습니다.”
“혀 굳는 저주도 있어?”
“마법사전용입니다.”
그 말대로면 아무리 말해도 안 들린단 뜻이다. 상호는 세희를 안심시키기 위해 등을 토닥이고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손바닥에 글씨를 써 주었다.
‘괜찮아. 기다리면 풀릴 거야.’
그러자 세희는 몸을 떠는 것을 멈줬다. 호흡도 안정을 되찾았다.
상호는 팔다리에 힘 이 빠진 세희를 안아 들고 스탠드로 돌아왔다.
“다음. 나빛, 나디아.”
일부러 둘을 붙였다.
두 아이는 살짝 당황하다가 운동장으로 걸어 나왔다. 상호는 세희의 목걸이를 나빛에게 주었고, 나디아도 이츠키에게서 목걸이를 건네받았다.
나디아가 오른손으로 등에 멘 검을 뽑아 들었다. 왼쪽 손에는 황금빛의 둥그런 방어막을 펼치고 있었다.
나빛은 그 모습을 보고 상호를 흘끔했다. 진심으로 싸우면 되냐고 묻는 듯했다.
상호는 고개를 끄덕 였다. 싸움은 항상 진심으로, 죽일 각오로 해야 한다.
그러자 나빛의 등 뒤에 일곱 개의 성창이 떠올랐다.
“미안.”
나빛이 중얼거리며 성창을 쏘았다.
첫 번째 성창은 나디아의 방어막을 부쉈고.
나머지 여섯 개의 성창은 나디아의 목을 향해 조여들었다.
나디아는 당황하며 검을 늘어트렸다.
대련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실력 차이가 컸다. 상호는 엷은 한숨을 쉬며 둘에게 말했다.
“됐다. 그만하고 들어와.”
나빛은 성창을 거두고 나디아에게 걸어가 손을 잡으려 했다. 많이 미안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나디아는 얼굴을 붉히며 손을 잡아뺐다.
“아…….”
당황한 나빛을 내버려 두고, 나디아는 총총걸음으로 스탠드에 돌아와 지윤의 옆에 앉았다.
상호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디아랑은 방과 후에 꼭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기약>
하루종일 대련만 시켰더니 아이들이 죽으려고 했다. 그래도 상호는 풀어주지 않았다.
결국은 종례까지 운동장에서 약식으로 하고 보내주었다.
“아이고…….”
아이들은 짐을 챙기기 위해 본관으로 비칠비칠 걸어갔다.
“잠깐만, 나디아.”
상호가 부르자 나디 아뿐만이 아니 라 다른 아이들도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나디 아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을 까딱였다.
“이야기 좀 하자.”
나디아는 뒤로 빙글 돌아서 상호를 향해 걸어왔다. 다른 아이들은 그런 나디아를 잠시 쳐다보다가 교실로 향했다.
수업 이 다 끝난 운동장에는 상호와 나디 아밖에 남지 않았다.
상호는 손을 슬쩍 올려서 나디아에게 경례를 해 보였다.
“아!
나디아는 반색하며 빠르게 발을 착 붙이고 마주 경 례를 했다.
상호가 눈썹에서 손을 내리자 나디아도 관자놀이에서 손을 떼고 핸드폰을 꺼냈다.
타자를 두드린 후의 화면에는 번역된 문장이 떠 있었다.
-군인이신가요?
“전엔 그랬지. 지금은 아니고.”
그렇게 말해도 나디아는 반갑다는 듯이 웃었다.
“좀 앉자.”
상호는 스탠드를 가리키고 거기 앉았다. 나디아도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다른 나라 아이들이랑은 좀 친해졌어?”
“네.”
“그래? 근데 아직 한 명이랑은 못 친해진 것 같던데.”
그 말에 나디 아가 당황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저랑 약간 안 맞는 것 같아요.
“둘이 성격 비슷한 것 같은데?”
-아니에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거 아냐? 솔직하게 말해 봐.”
상호는 나디아를 살살 타일 렀다.
나디아는 우물쭈물해하다가 이 내 작은 손으로 핸드폰을 두드렸다.
-사람을 가려서 만나야 해요.
“왜?”
-그러지 않으면 부모님한테 폐가 돼요. 아버지가 종교인이시라서…….
설명은 이미 니콜라이에게 들었다. 상호는 넌지시 떠보았다.
“다른 종교라서 그래?”
“……네.”
“순전히 그것 때문에?”
한 번 말문이 트인 나디아는 이제 곧바로 대답을 했다.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면 부모님들이 힘들어져요. 특히 아버지는 정계에도 적이 있어서요.
“교인인데도?”
-러시아는그래요.
나디아는 속눈썹을 내 리깔았다.
-저는 종교인의 딸이라기보다는…… 정치인의 딸인 셈이죠.
정적들이 공격하는 걸까.
꼬투리가 잡히면 모가지가 날아가는 나라라는 것은 상호도 알고 있었다. 뭐 어느 나라가 안 그러겠냐만은.
그는 다시 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부모님 신경 쓸 필요가 있나?”
나디아는 잠시 먼 산을 보다가 핸드폰을 두드렸다.
-굳이 부모님 때문이 아니라도, 신앙을 지키는 건 당연한 거예요. 나라에 충성하는 것처럼…….
상호는 손바닥에 턱을 괴 었다.
‘……뭔가에 많이 얽매여 있구만.’
“나디아.”
“네.”
“그렇게 살면 행복할까?”
나디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그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물론 부모님 관련한 일들은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니까, 네가 조심하는 게 맞겠지. 그런데 평생 그렇게 살 거야?”
“네……?”
그냥 이해를 못 해서 묻는 게 아니 라 그럼 달리 무슨 방법이 있냐는 말투였다.
“네가 강해져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
상호는 나디아의 등에 메인 검을 톡톡 두들겼다.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힘, 나라가 네게 매달릴 만큼 강한 힘. 그걸 가지고 나면 네가 지금 신경 쓰고 있는 모든 문제를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이야.”
나디 아는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너 자신이 누구인지도 찾을 수 있게 될 거고, 그러면 다른 종교 사람이 친구가 되든 말든 상관없겠지. 네 믿음이 단단할 테니까.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란 거지.”
-어떻게요?
“노력해서.”
-노력은했어요…….
“죽을 만큼 열심히 노력해야지. 너 자신을 잊을 만큼.”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힘을 얻으려면, 반대로 자기 자신을 죽이고 살아야 한다. 놀고 싶다며, 도망치고 싶다며 꿈틀거리는 욕망을 억누르고 무쇠로 만든 깡통 로봇처럼 앞으로만 걸어야 한다.
이 아이는 딱 봐도 그런 길을 걸어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미안한 말이지만…… 네 성격과는 별개로. 네 몸은 고생을 전혀 안 했어. 더 노력해야 해.”
나디아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담임도 아닌데 너무 참견했나. 상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일으켰다.
“가자. 너도 이제 쉬어야지.”
돌연 나디아가 벌떡 일어나서 그를 향해 경례를 했다. 각이 딱 잡히고 눈에도 힘이 있었다. 아까의 인사치레와는 달랐다.
상호는 당황하다가 마주 경례를 해주었다.
“굳이 그렇게 제대로 안 해도 돼……. 그리고 남들 앞에선 하지 마.”
나디아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게 경례는 당연히 제대로 해야 한다는 뜻인지. 남들 앞에서도 할 거란 뜻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상호는 알 수가 없었다.
‘……모르겠다. 그래도 평소엔 제복 입고 있으니까, 남들도 막 이상하게 보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