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1화 (71/501)

***

‘이게 뭔…….’

상호는 교실 한가운데에 놓인 의자에 멀뚱히 앉아 있었다.

눈앞에는 태화가 서 있고, 다른 아이들은 좀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는 중이었다.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읽던 태화가 손뼉을 짝 쳤다.

“오케이! 준비 끝!”

“너는 마법을 폰으로 배우냐?”

“그럼 안 돼요?”

그녀는 뻔뻔한 표정으로 다가와 상호의 이마에 양손을 얹었다. 옆에서 세희가 물었다.

“뭐 하는 건데?”

“최면마법.”

“최면?”

아이들이 다같이 의아해하며 태화를 바라보았다.

태화의 손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뇌파를 유도하는 거야. 한 손으로는 뇌파를 측정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마나로 파동을 만들어서.”

“그게 돼?”

“몰라. 요튜브에서는 되던데.”

상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요튜브에서 본 거였냐. 그럼 그렇지…….’

정신계 마법은 극소수의 몬스터들이 사용하는 마법. 인간에게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뿐이지 그 실체가 명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악마 융합체인 태화라면 몬스터들의 마법도 쓸 수 있지 않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에 불안감이 살짝 끼어들었다. 진짜로 최면이 걸리면 어떡하나 싶어서.

태화가 그와 눈을 마주쳤다.

“준비되셨어요?”

“응.”

“해볼게요.”

마나가 약하게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태화가 눈을 감고 집중하자 그의 머리에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뿐. 기분이 묘해진다거나 나른해진다거나, 어떤 감정이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상호는 속으로 헛웃음을 쳤다.

‘그럼 그렇지…….’

요튜브의 흔한 조작 영상이다. 인간의 정신은 쉽게 다룰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장난기가 동한 그는 표정을 지우고 멍한 눈으로 허공을 쳐다보았다.

“어?”

태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른 아이들도 깜짝 놀라 옆으로 다가왔다.

“뭐고? 진짜 된 기가?”

“선생님, 선생님.”

세희의 손이 어깨를 흔들어도 상호는 가만히 있었다. 태화가 역정을 내며 그 손을 쳐냈다.

“뭐해! 깨우지 마.”

“선생님이 바보가 됐어…….”

나빛이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상호의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하지만 태화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풀면 되지. 하지만 그 전에…… 이것저것 해보자고.”

“뭐를?”

“평소라면 못 하는 거.”

그 말에 세희가 고개를 퍼뜩 들었다.

“야, 너 설마…….”

“너희도 궁금하지 않아?”

태화의 손이 상호의 몸 아래쪽을 향해 내려왔다.

상호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 손에 온 신경을 쏟았다. 이상한 곳으로 가면 바로 쳐낼 생각이었다.

‘얘가 뭘 하려고…….’

“난 궁금해서 미치겠던데.”

태화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아래로, 더 아래로 가져갔다.

그리곤 그의 셔츠 끝단을 잡고 확 들어올렸다.

“쌤 복근 있는지 없는지.”

뚜렷하게 각이 잡힌 복근이 드러나자 지윤이 제일 먼저 눈을 반짝였다.

“우왓! 복직근 외복사근 전거근!”

“그게 뭐야?”

“더 올려바라! 광배도 함 보게! 으아, 빨래판이네, 빨래판…….”

근육에 관심이 많으니 더 환장하는 모양이었다. 상호는 지윤이 배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느끼며 진땀을 흘렸다.

‘그래도 이 정도는 뭐…….’

쭈뼛거리던 세희와 나빛도 가세해서는 검지로 근육을 꾹꾹 눌렀다.

“딴딴해!”

“……우와.”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태화가 상호의 넥타이를 끌렀다.

“야. 뭘 그렇게 소심하게 만지냐. 걍 싹 벗기…… 아얏!”

이마에 딱밤을 얻어맞은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상호를 바라보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그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에이, 착각이겠지.”

“얌마. 손 떼.”

“칫…….”

그의 배를 조물조물거리던 아이들도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손을 뗐다. 상호는 혀를 찼다.

“최면 같은 게 어딨냐, 얘들아. 믿을 게 따로 있지.”

“헤헤…….”

“이상하다…… 분명 이론적으로 문제 없는데…….”

태화가 입술을 부루퉁히 내밀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그녀에게 대고 한마디했다.

“마법은 제대로 된 걸 배워야지. 검증도 안 된 걸 덜컥 믿어버리면 어떡해.

요튜브 말고 학교 마법서 읽어.”

“근데 학교 거는 보기 힘들단 말이에요.”

“왜?”

“3학년 언니들이 다 가져가요. 가서 보면 기초적인 것만 남아 있어요. 거의 중학교 수준이나 다름없는 것만.”

“그래?”

상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그럼 학회 가서 배워 볼래?”

태화가 머뭇거렸다.

“그 분…… 한테 배우는 거예요?”

“네 맘대로. 학회에도 책 많이 있으니까 책을 봐도 되고, 설명이 필요하면 누나한테 배워도 되고.”

“음……, 네. 그럴래요.”

“그래. 학교 끝나면 같이 가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아이들이 그와 태화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어디 가요?”

“그 분이 누고?”

“저희도 같이 갈래요!”

“어…….”

마법도 안 배우는 애들이 따라와서 뭘 하겠다는 걸까. 당황해하던 상호의 눈에 지윤이 들어왔다.

‘맞네. 민정이 누나한테도 인사 한번 시켜야지…….’

“알았어, 알았어. 다 같이 가자. 종례 없이 바로.”

“네!”

아이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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