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501)

***

설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또 꾸중을 들었다. 결국은 8시가 되어서야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상호는 세희와 함께 본관을 나섰다.

“선생님.”

그는 세희의 부름에 그녀를 돌아보았다.

“응?”

“아까 들었는데…… 선생님하고 선생님 첫사랑 나이차가 여섯 살이었다면서요.”

“그랬지. 그건 왜?”

세희는 어리둥절해하는 상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생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 이만 들어갈게요.”

“아, 어, 그래. 조심히 들어가.”

상호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다가, 새삼스럽게 그녀들과 자신의 나이차가 딱 여섯 살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내가 애들 나이 때 나만한 사람을 좋아했었구나.’

그 사실이 참 미묘한 기분을 들게 했다.

상호는 설미의 말을 떠올렸다. 남들이 보기엔 그도 어려 보인다는 말.

허구한 날 그를 꼬맹이 취급하던 부대원들이 떠올랐다.

‘어른스럽다는 게 대체 뭔지, 참……. 더 늙어 봐야 아는 건가?’

그는 투덜거리며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인맥도 능력이다

결국은 태화도 기습에 성공을 했고, 세희, 태화, 지윤 이 셋이 소원권을 얻게 되었다. 나빛만 빼고.

어지간하면 나빛에게도 맞아주려고 했는데, 너무 뻔하고 너무 느려서 도저히 그래줄 수가 없었다. 그 수준도 하찮기 짝이 없었다. 뿅망치로 등 때리기, 담요 뒤집어씌우기. 나빛 스스로도 그걸 아는지 공격을 하고 나면 멋쩍게 웃었다.

“헤헤…….”

결국 나빛이에게는 청소를 잘 했단 핑계로 소원권을 주었다.

물론 반발은 있었다.

당연히 태화였다.

“왜 나는나는나는나는 안줄라그랬으면서 나빛이느으은!”

“태화야.”

“넹.”

“또 떼쓰면 선생님 그냥 퇴직한다.”

그러자 세희가 벌떡 일어나 태화의 꼬리를 잡고 자리로 질질 끌어 데려갔다.

태화는 늘 그렇듯 얼굴을 붉히며 말없이 세희의 뒤를 졸졸 따랐다.

어쨌든 그렇게 네 명이 소원권을 가졌고, 상호는 드디어 기습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피곤해 죽는 줄 알았네…….’

상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복도를 걸어갔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자습을 시켜놓고 다른 반 수업을 보러 가는 중이었다.

그가 운동장에 나가자 설미와 그녀의 반이 수업을 하고 있었다. 상호는 스탠드에 앉아 있는 설미에게 다가갔다.

“설미 선생님.”

“아, 상호 씨 왔어?”

설미가 인사하자 그녀의 학생들도 상호를 돌아보았다.

어째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꺅! 강쌤이다!”

“우리 쌤 보러 온 거예요? 우와!”

“선생님 우리 선생님이랑 친해요?”

상호는 헛기침을 하며 설미의 옆에 앉았다.

운동장에선 설미의 학생들이 대련을 하고 있었다.

“애들끼리 대련시켜요?”

“응. 보호구 찼으니까 괜찮아.”

설미의 학생들은 마법과 주술 유형이다. 운동장에서 불과 얼음을 터트려가며 싸우는 아이들의 목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녹색 보석이 달린 목걸이였다.

상호는 그 보석을 보며 설미에게 물었다.

“저게 그 아티팩트예요? 보호 목걸이?”

“응. 상호 씨는 처음 보지?”

“네.”

착용자가 다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마법 아티팩트.

저것이 있기에 안전하게 대련을 할 수 있고, 연말에 학생 등수를 정하는 총결산 교내대회에서도 학생들끼리 신나게 치고박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학교에 단 네 개밖에 없기 때문에, 상호처럼 짬도 낮고 학생도 없는 반은 빌리기가 힘들었다. 설미도 아마 간신히 빌렸을 터였다.

설미가 살짝 웃었다.

“미안해, 우리 애들 다 쓰고 나면 또 다른 반에 넘겨줘야 돼서…….”

“네?”

상호는 어리둥절해하다가 그녀가 뭔가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손을 내저었다.

“아뇨, 아뇨. 제가 가져가려고 온 게 아니라 그냥 보려고 온 거예요. 얼마나 튼튼한지.”

그에게도 저 아티팩트가 필요하긴 했다. 그래도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궁금한 게 있었다.

“선생님. 저 죄송한데 딱 10초만 빌려도 돼요?”

“응? 10초로 뭘 하려구.”

“얼마나 단단한지 실험해 보려고요.”

설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뭐…… 그러면 잠깐 빌려줄게. 지금 하는 애들 끝나면.”

“고마워요.”

상호는 잠자코 기다렸다.

설미의 학생들도 제법 실력이 상당했다. 상호는 그녀들의 대련을 보며 자신의 기준이 상당히 낮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시대에는 그의 나이대에 싸우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요즘 헌터를 지망하는 아이들은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늦어도 중학교 3년 내내 헌터 교육을 받는다. 상호는 여태 그걸 머리로는 알아도 실감은 한 적이 없었지만, 이제 다른 반 학생들을 보니 느낄 수 있었다.

멀거니 바라보는 그에게 설미가 다시 말을 걸었다.

“저거 꽤 단단해. 매달 테스트하는데 교장선생님이 직접 하셔. 그래도 멀쩡하더라.”

“테스트를 어떻게 하시는데요?”

“자기 팔에 감고 검으로 내리치셔. 팔에 감아도 보호막은 생기거든.”

상호는 턱을 괴고 생각에 빠졌다.

‘흠……. 아마 팔에 호신강기를 두르고 그 위에서 테스트하시나 보네.’

해련이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꽤 단단한 모양이었다. 상호에게도 목걸이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곧 설미가 대련을 중지시켰다. 아이들은 싸우던 걸 멈추고 설미에게 목걸이를 가져왔다.

설미는 그 목걸이를 상호에게 내밀었다.

“자. 여기.”

“금방 끝낼게요.”

상호는 팔에 호신강기를 두르고 목걸이를 감았다.

보석에서 마나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마법사들이라면 이 보석이 작동하고 있는지 아닌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터였다.

호신강기 위로 보이지 않는 방어막이 코팅처럼 덮였다.

아이들이 그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쌤 뭐해요? 신기하다.”

“우와, 우와.”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은 별로 신기하지도 않으면서 관심을 끌려고 그러는 것일 테다. 상호는 쓰게 웃으며 검을 뽑았다.

그는 다시 팔에 정신을 집중하고 검을 치켜들었다. 검에도 짙푸른 강기가 흘렀다.

그리고 내리쳤다.

파카아앙

시원한 소리와 함께 검이 튕겨져나왔다. 상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의외로 단단하네…….’

그래도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니까. 그는 다시 강기를 가다듬고 내리칠 준비를 했다.

그 순간 목걸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쩌적

초록색 보석이 두 쪽으로 갈라져 바닥에 떨어졌다.

“아.”

“망가졌다~.”

아이들이 재잘거렸다.

반면 설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 그거 부서지면…… 안 되는데…….”

상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렇게 쉽게 부서질 줄이야.

‘큰일 났다…….’

***

“힘조절을 못 한다는 게 정말이었네요.”

해련이 상호를 보며 킥킥 웃었다. 상호는 고개를 푹 숙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설미와 함께 교장실에 불려와 살짝 꾸지람을 들은 참이었다. 귀한 건데 함부로 다루면 곤란하다고.

하지만 설미는 상호의 강함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므로 그녀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상호의 잘못이 맞았다. 힘조절을 못한 잘못.

어떻게 보면 억울하게 꾸중을 들은 설미는 울상을 지으며 교장실을 나갔다.

지금은 상호와 해련 단 둘이서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그 목걸이는 아이들 수준에서나 안전한 거지, S급 선생들이 작정하고 부수려면 부술 수 있는 정도예요. 강 선생이 강기를 뽑아서 치면 당연히 부서지죠.”

“교장선생님이 직접 테스트하셨다길래…….”

“나는 강도를 아니까. 평소보다 약해지진 않았는지만 보는 거예요.”

키득거리는 해련의 표정이 점점 쓴웃음으로 변해갔다.

“근데 큰일이네. 구하기 힘든 건데…….”

“많이 비쌉니까?”

“비싸죠. 이거 부서진 거 알면 이사장이 많이 화낼 정도?”

건물로 내기하는 이사장이 많이 화낼 정도라니. 상호의 손바닥에 진땀이 배어났다.

“그렇게나 비쌉니까? 대체 얼마길래…….”

“억이 넘어요. 그래서 네 개밖에 없는 거예요. 우리 학교니까 네 개라도 있는 거지 다른 학교는 렌트해서 써요. 그나마도 몇 개 못 빌리고.”

“끙…….”

상호는 초조해져서 얼굴을 손으로 문질렀다.

“……그 목걸이는 어디서 구하는 겁니까?”

“마법학회죠. 한국마법학회.”

“서울에 있는 거기입니까?”

“네.”

해련이 씩 웃었다.

“가서 사오게요? 강 선생 돈 많아요?”

상호는 결연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한번 되는 데까지 깎아 보고 오겠습니다.”

“그럼 한번 해봐요. 후훗…….”

해련은 웃었고, 상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여기인가.’

상호는 높디높은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무슨 대기업 빌딩 같은 건물이었다. 헌터협회 건물보다도 더 컸다. 얼핏 듣기로는 이 탑이란 형태가 마법 연구에 유리한 형태라는 말을 들은 것 같지만, 상호에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다.

그는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로비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기하학적인 모양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도 있었다. 손님을 받는 카운터는 따로 보이지 않았다.

상호의 앞에 웬 종이로 접은 새가 날아왔다.

[마법협회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상호는 잠시 고민했다.

‘이거 사람인지, 인공 생명체인지…….’

“김민정이라는 사람 여기 있어요?”

종이새의 눈 부분이 붉게 반짝였다. 좀 불길한 느낌의 빛이었다.

[보안 시스템 가동 중,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보안?”

상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갑자기 그의 발밑에 마법진이 펼쳐지며 시야가 암흑으로 뒤덮였다.

‘이건 또 뭐야…….’

상호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마도 결계.

결계 안에 양복을 입은 이들이 슉 하고 나타났다. 총 아홉 명. 늙고 젊은 남녀들이 다 있었지만,다들 선글라스와 이어셋을 쓰고 있다는 점은 한결같았다.

마법협회의 경비들 같았다.

그들 중 젊은 사내가 앞으로 걸어나와 상호에게 물었다.

“민정 님은 왜 찾으십니까?”

“그냥 아는 누나라서요.”

“신분증을 좀 보겠습니다.”

상호는 B급 헌터증을 건네주고 머리를 긁적였다.

“누나가 이렇게 시끄러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사내는 말없이 헌터증을 돌려주고 무전기를 꺼냈다. 평범한 물건과는 좀 다르게 생긴 물건이었다. 안테나 끝에 달린 보석이 특히.

무전기에 대고 뭐라 말하던 사내는 머리 위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검은 결계가 갈라지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사라졌다.

상호의 주변 사람들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이 평범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아공간이었나.’

종이새가 다시 말했다.

[확인되었습니다. 민정 님이 있는 곳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저를 찢어 주십시오.]

그때서야 상호는 이 종이새가 왜 있는지 깨달았다.

‘……스크롤이었군.’

상호가 새를 찢자 주변이 하얗게 물들었다.

머지않에 세상에 형태와 색채가 돌아왔다.

주변이 통짜 유리로 된 고층 펜트하우스였다. 샹들리에도 있고 소파도 고급 티가 팍팍 나는 게 꽤나 비싼 집 같았다.

“……진짜 상호구나.”

상호는 목소리가 들린 곳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퀭한 눈에 동그란 안경을 쓴 20대 후반의 여인이 벽에 기대어 있었다.

“민정 누나.”

입가에 어색한 웃음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웃지 못한 사람 같았다.

“너 많이 컸다.”

“누나가 훨씬 늙은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몸이 안 좋아 보여? 그리고 만나는데 뭔 절차가 있는 것 같드만.”

상호는 소파에 털썩 앉으며 그녀를 보았다.

민정은 저승부대의 일원이었다. 12명 중 단 둘뿐인 마법 유형의 부대원.

분명 그녀는 X급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택했는데, 왜 이런 보호를 받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저승부대였던 거 들킨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마법 발명품 이것저것 만들었더니 노리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래. 다른 나라에서도 막 찾아오고…….”

민정이 찬장을 뒤적이며 말을 이었다.

“마법사들은 무예인들보다 제압하기 쉬우니까. 그리고 제압한 상태로 써먹기도 쉽잖아. 그래서 납치하러 오기도 하고…….”

“뭐?”

상호는 깜짝 놀랐다.

“납치까지 하러 왔다고? 어떤 놈들이?”

“물론 혼내줬지. 내가 누구니? 후후…….”

민정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상호는 그 웃음을 보며 안심했다.

“……뭐, 한국 최고 마법사님이니까.”

“얘가 훌쩍 커서 오더니 비행기 태우는 법도 배웠네.”

그녀가 손을 흔들자 주전자와 찻잔이 이러저리 움직이더니 상호의 앞으로 날아왔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네가 날 다 찾아오고.”

“누나.”

상호는 핸드폰으로 보호구 아티팩트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거 학회에서 만든다던데, 뭔지 알아?”

“응. 이거 내가 만든 건데.”

민정이 핸드폰을 보며 눈을 끔뻑였다. 상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진짜? 그럼 이거 하나만 만들어줄 수 있어?”

“상호 너한텐 줄 수 있지. 근데 왜? 너 이런 거 필요 없잖아.”

“누나 혹시 도현이 형한테 이야기 못 들었어?”

“연락 안 한 지 좀 됐는데…… 너도 나한테 연락 오랫동안 안 했잖아. 무슨 이야긴데?”

“나 교사야.”

그 말을 들은 민정은 입을 떡 벌리며 눈을 퉁방울만하게 떴다.

“네가 교사라고? 왜?”

“그게 왜라고까지 물을 일이야?”

“너 누구 돌보고 그런 성격 아니잖아.”

“그건 옛날 일이지.”

상호는 입맛을 다셨다.

“다 변하는 거지 뭐…….”

“근데 네가 애들 가르치는 건 진짜 상상이 안 가. 나한텐 너도 애잖아. 애가 애를 가르친다는 게 참……, 푸후훗.”

“그게 뭐야……. 그래서, 줄 수 있다 이거지? 좀 많이 줄 수 있어?”

그의 물음에 민정은 머리를 연신 쓸어내렸다. 뭔가 곤란한 듯했다.

“네가 달라면 주겠지만…… 막 퍼줄 수 있는 건 아니야. 알지?”

“왜? 만들기 힘들어서?”

“만들기 힘든 건 아닌데 보석이 비싸. 그리고 찾는 사람도 많아. 방탄복 같은 거잖아? 부자들도 찾고, 국회의원들도 찾고, 학교에서도 찾고……. 암튼 그래.”

“그럼 얼마나 줄 수 있는데?”

“열 개…… 정도는 줄 수 있는데, 그냥 줄 수는 없고…….”

민정이 웃었다.

“가끔 놀러올 수 있어? 누나 너무 심심해.”

상호는 입맛을 다셨다.

“먼저 연락하지 그랬어. 그럼 백수일 때 자주 놀러왔을 텐데.”

“그런가, 교사라 바쁜가 보구나…….”

민정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학교는 어디야?”

“예현여고. 도현이 형이 추천했어.”

“어머, 여고야?”

말을 할 때마다 놀란다. 상호는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그게 그렇게 이상해? 내가 여고 선생인 게?”

“네가 아이들 가르치는 게 상상이 안 가. 애들 때리진 않지?”

“내가 애들한테 맞고 다녀.”

상호는 킥킥 웃었다.

민정은 그가 웃는 것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곧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도현이 오빠가 좋은 일 했네.”

상호는 어깨를 한 번 들썩이고는 차를 홀짝였다.

그러던 차에 어떤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데 누나. 방금 그 목걸이 있잖아.”

“응.”

“좀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어? 방어막 말이야. 내 공격을 몇 번 막아낼 정도면 좋겠는데.”

힘조절은 더 신경을 쓰겠지만, 오늘 같은 일이 또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좀 더 안전에 신경을 쓰고 싶었다.

“좀 어려운 주문이네…….”

민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지. 대신 마나를 따로 충전해야 할 거야. 그래도 괜찮아?”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지?”

“그건 당연하지. 너한텐 얼마 안 되는 양일걸.”

“그럼 됐어. 부탁할게.”

“몇 개 만들어 줄까?”

상호는 검지를 들어올렸다.

“하나. 딱 하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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