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화 괴물 (3)
닐스의 시선이 키메라를 부리던 소녀, 보니에게 고정되었다.
언뜻 보기에는 가냘픈 소녀의 모습에 불과했지만, 그녀에게 느껴지는 소울에너지는 능력자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이었다.
만약 이쪽 세계에서 얻게 된 무제한의 소울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내가 패했겠지.’
닐스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석장을 고쳐 잡았다.
“아무래도 널 그냥 살려 두면 안 되겠군. 너무 위험해.”
보니는 다급히 팔을 휘둘러 어떤 오브제든 끌어오려 했지만, 모래 파도에 휩쓸려 모든 것이 파묻힌 전장에서 그 무엇도 보니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어째서… 어째서……!?”
“네 능력은 내게 통하지 않아.”
주변의 오브제를 융합하고 컨트롤하는 보니의 능력, 그 약점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 무엇도 컨트롤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면 그만이다.
과연 모든 것을 석화해 파묻어 버린 닐스의 필드 속에서 보니는 그 어떤 것도 제작할 수 없었다.
“가까이 오지 마!”
타타탕!!
프랑켄의 소울웨폰에서 산탄들이 쏟아져 나왔다.
프랑켄의 무기에는 ‘Nox—Franken’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딘의 무기가 아니군.’
어딘지 모르게 조잡하고, 유난스러웠다.
온 사방을 매운 황금빛 산탄들이 일제히 닐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닐스는 별 감흥이 없는 듯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가짜에 불과해.”
눈속임에 불과한 가짜 따위, 이제는 지긋지긋할 뿐이었다.
콰콰쾅!!
붉은빛의 방패가 산탄의 궤적을 따라 겹겹이 형성되었다.
태일의 아스트라페마저 막아 냈던 방패.
그 어떤 능력이라 해도 닐스의 방패를 뚫을 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둔탁한 소리가 들려올 뿐 단 한발의 총탄도 방패를 관통하지는 못했다.
콰쾅!
그 와중에 멀지 않은 어딘가에서부터 푸른 섬광이 번쩍였다.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9중대라 해도 태일의 발목을 오래 붙잡아 두진 못할 것이다.
“시간이 별로 없어. 이만 끝내기로 하지.”
닐스의 석장에서 묘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우우우우우…….
‘네 무기에는 108개의 악마를 숨겨 놓았어.’
닐스에게 자신이 제작한 석장을 건네며 딘이 했던 말이었다.
당시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딘이 능력을 발휘할 적마다 들려오는 소리는 정말 108마리의 악마가 신음 소리를 내는 것처럼 들렸다.
알렉세이 딘이 만든 가장 불길한 소울웨폰, 영혼을 부르는 석장, ‘지심’.
스스스스…….
“이, 이게……!!”
보니의 발이 닐스가 만들어 낸 모래 늪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보니!!”
잠깐 사이에 보니의 하반신이 완전히 잠겼고, 온 사방에서 덮쳐 온 모래 주먹들이 보니를 완전히 파묻어 버릴 기세로 날아들었다.
프랑켄이 황급히 손을 뻗어 보니의 팔을 붙잡았지만, 프랑켄의 몸 역시 함께 끌려 들어갈 뿐이었다.
“이 손 놔, 프랑켄! 너도 같이 빨려 들고 있잖아!!”
다급한 와중에 보니가 고함을 내지르며 프랑켄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프랑켄은 이를 악문 채 온 힘을 다해 보니의 팔을 잡아끌었다.
“으아아아!!”
프랑켄은 보니의 팔을 단단히 붙잡은 채 이를 악물었지만, 구해 내기는커녕 함께 대지 속으로 파묻혀 갈 뿐이었다.
“멈춰.”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사방에 울린다.
콰콰쾅!!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며 보니를 중심으로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그와 함께 마치 보니를 지키기라도 하듯 토네이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잠시 놀라는 기색이던 닐스는 곧이어 토네이도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사내의 얼굴을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겨우 다시 만났군. …친구.”
“입 닥쳐.”
분노로 인해 창백하게 질린 클라이드의 붉은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
온 사방에 모래를 머금은 토네이도 수십 개가 형성되어 닐스를 포위했다.
철컥.
클라이드는 닐스의 말을 막은 뒤, 꽤 오랫동안 들지 않았던 머스킷을 뽑아 들었다.
딘을 배신한 이후 선뜻 손에 쥐지 못했던 소울웨폰, ‘스핏파이어’.
‘악마까지도 날려 버릴 수 있는 무기야.’
딘은 무기를 건네며 영문 모를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닐스, 네 무기에는 악마가 들어 있다고 했던가?”
“…….”
“딘 녀석이 그러더군. 내 스핏파이어는 악마를 날려 버릴 수 있다고.”
어쩌면 딘은 감각적으로 미래를 알았던 게 아닐까?
굳은 얼굴로 클라이드의 머스킷을 바라보던 닐스가 그제야 깨달은 듯 보니를 바라보았다.
눈부신 금발에 핏줄이 드러날 만큼 투명한 피부의 바토리 일족.
보니와 클라이드는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아아, 기억났군. 그래. 네게 동생이 있었지. 결국 찾았나 보군. 그렇지? 축하해. 진심으로 말이야.”
“그리고 넌 그런 내 동생을 죽이려 했지.”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콰쾅!!
온 사방에서 어지럽게 형성된 토네이도들이 여섯 방면에서 닐스를 포위한다.
마치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같은 형상의 토네이도가 마침내 고개를 숙여 닐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우우우우웅!!
그 속에서 지심의 웅장한 울음소리와 함께 수십 마리의 모래 사자들이 얼굴을 드러낸다.
바람으로 형상화된 용과 흙으로 빚어낸 사자의 머리가 어지러이 교차되며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와중에 피와 뼈가 뒤섞인 흙으로 만들어진 주먹들이 클라이드의 머리를 노렸다.
“오빠……!”
클라이드는 땅을 부수어 매몰당하기 직전의 보니를 끌어 올려 뒤로 밀어냈다.
“프랑켄, 보니를 부축해. 뒤로 물러서 있어.”
“…알겠습니다.”
보니를 밀어낸 클라이드가 스핏파이어를 고쳐 잡고 닐스를 겨누었다.
타탕!!
공기를 찢는 파공음과 함께 파이크의 형태를 띤 칼바람이 피의 망치를 향해 똑바로 날아들었다.
스톤퀘이크와 스톰벨트.
배신의 밤, 태일을 향해 쏘아졌던 두 개의 힘이 서로를 향해 거대하게 충돌했다.
콰콰콰쾅!!
붉은색을 띤 바람이 온 사방으로 흩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땅이 융기되어 솟아올랐다.
“클라이드, 아직 모르겠나? 여긴 내 구역이야!”
애당초 49구역 황무지는 닐스의 능력에 최적화된 최적의 필드였다.
거기에 인간의 뼈와 피로 가득한 전쟁터라면 더할 나위 없었다.
모래도, 피도, 뼈도 모든 것이 악마의 도구로 이용된다.
클라이드의 전후좌우로 붉은빛의 삼각 벽이 솟아났다.
앞서 키메라를 가두었던 피라미드가 더욱 강력한 형태로 솟아나고 있었다.
“오빠, 조심해!!”
보니가 고함을 내지르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클라이드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닐스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 와중에 닐스의 주변에서 빚어져 나온 백여 마리의 사자들이 용의 형태로 전장을 휩쓰는 토네이도를 향해 마구잡이로 달려들고 있었다.
잦아드는 바람과 포위망 한가운데 선 클라이드.
그의 상황은 그저 위태롭게만 보였다.
클라이드는 자신을 봉인하기 위해 구축된 삼각 장벽을 바라보며 메데이아를 떠올리고 있었다.
‘동생을 구하려면 그 정도로는 안 돼.’
바토리 일족을 위해 평생을 싸워 온 마녀.
그녀는 실패했다.
메데이아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니, 사실 너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하지.’
혼자였기에 이길 수 없었다.
혼자였기에 지킬 수 없었다.
클라이드 역시 긴 시간 동안 혼자 싸워 왔다.
센트럴의 연구실을 파괴해 탈출할 때도, 센트럴로부터 도망쳐 나올 때도, 동생을 찾아 헤맬 때도, 심지어 혁명군에 속했을 때조차도 클라이드는 철저히 혼자였다.
태일이 내민 손을 잡지 않았고, 혁명군이 내세운 뜻에도 크게 관심은 없었다.
그저 동생을 찾기 위해, 동생을 구하기 위해 싸웠을 뿐이다.
그래, 혼자가 편했다.
지금껏 그렇게 믿어 왔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부당하게 빼앗긴 권리를 돌려받고, 잃어버린 자유를 쟁취할 것이며, 약자를 위해 앞장설 것이고, 평등한 미래를 위해 싸울 것을 이 탑 앞에 맹세하노니…….’
유치하게만 여겨졌던 혁명군 선언.
붉은 언덕 위에서 비장하게 입을 열던 태일을 보며 당시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었던가.
솔직히 인정하자면 그건 가슴 뛰는 설렘이었다.
무언가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였다.
곁에 함께 선 동료들이라면 함께 싸워 줄지도 모른다는 믿음이었다.
‘그걸 내 손으로 부숴 버렸지.’
클라이드는 동생을 찾기 위한 힘을 손에 넣기 위해 태일을 배신했다.
동료를 버렸고, 결국 실패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설사 운 좋게 보니를 찾았다 해도, 그녀를 지킬 수 없다.
숨을 가다듬은 클라이드가 천천히 눈을 떴다.
‘오늘 여기서 죽게 될지도 모르겠군.’
머스킷을 고쳐 잡고 하늘을 겨누었다.
닐스가 가진 전력과 주변의 환경은 절대적으로 그에게 유리하다.
철컥.
그러나 싸운다.
동생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타탕!! 탕! 탕! 탕!
동생을 위해 싸워 줄 다른 이들을 구하기 위해.
한순간에 네 발의 총탄이 발사되며 네 방향에서 기울어지던 붉은 장벽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와 동시에 클라이드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바람에 휩싸인 채 상공에 떠오르자, 모래로 뒤덮인 전쟁터의 전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몸이 석화되어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병사들,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거신병과 망가져 버린 총기들.
클라이드는 공중에 몸을 빙글 돌리면서 온 사방으로 머스킷을 발사했다.
바로 아래쪽에서 보니가 벌게진 얼굴로 뭐라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다.
‘미안하다, 보니.’
클라이드를 향해 몇 마리의 모래 사자들이 몰려든다.
펑! 퍼펑! 펑!!
그러나 이미 발사된 탄환들은 온 사방으로 흩어져 거대한 바람을 일으켰다.
쏴아아아아아아!!!
닐스의 능력으로 인해 완전히 굳어 버렸던 전장에 바람이 휘몰아친다.
모래 파도에 의해 전복되었던, 석화되었던 모든 것들이 쓸려 나갔다.
피부 곳곳에 달라붙어 굳어 버렸던 모래들이 부스러져 먼지로 변해 휘날린다.
기계와 총구의 미세한 부분까지 파고들었던 흙모래들이 일제히 토네이도에 휘몰렸다.
모든 것을 석화시켜 파묻어 버리는 닐스의 능력은 모든 것을 부스러뜨리고 흩어 버리는 클라이드의 능력 앞에서 힘을 잃는다.
“아, 아아! 팔이… 팔이 움직인다!”
“쿨럭, 쿨럭! 이, 이제야 앞이 보인다! 살 수 있어!”
병사들은 석화되었던 몸이 풀려나자 비치적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멈춰 버렸던 북쪽 전쟁터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온 사방에서 달려든 모래 사자들이 클라이드의 몸뚱어리에 이빨을 박아 넣었다.
콰득! 콰드득!!
뜨끈한 통증과 함께 온 사방에 피가 튄다.
“오빠!!!”
보니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클라이드는 프랑켄을 바라보며 자신이 쥐고 있던 스핏파이어를 손에서 놓았다.
마지막 힘을 쏟아 내 만들어 낸 한줄기의 바람이 소울웨폰 스핏파이어를 프랑켄의 앞으로 인도했다.
‘여기까지구나…….’
그 와중에 동쪽 전장에서 푸른빛이 내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대장이 그곳에 있었다.
그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해 주었던 남자, 그러나 정작 클라이드는 그런 태일을 배신했다.
‘미안해, 대장.’
끝내 전하지 못한 한마디와 함께 클라이드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만 쉬고 싶었다.
* * *
클라이드 바토리의 죽음.
마침내 표적 중 하나를 사살했다.
그러나 클라이드의 죽음은 닐스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운 결과였다.
‘이렇게 쉽게 포기한다고?’
수년 동안 혁명군에서 함께 지냈기에 클라이드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클라이드는 이쪽 세계로 넘어오면서 자신과 같이 무한에 가까운 소울을 손에 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이드는 너무나 쉽게 쓰러졌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마지막 순간, 클라이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터무니없는 양의 소울 에너지를 온 전장으로 흩어 버린 것이다.
그 힘을 이용해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면, 얼마든지 전투를 이어 갈 수 있었다.
‘자살이라도 하려고 했던 건가?’
아니, 그럴 리 없다는 사실을 닐스는 알고 있었다.
그처럼 아끼던 동생을 남겨 두고 그렇게 쉽사리 목숨을 포기할 리 없다.
“죽어!!!”
날카로운 고함 소리와 함께 닐스의 주변에 어두운 그림자가 깔린다.
콰쾅!!
줄곧 멈춰 섰던 거신병의 주먹이 닐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설마……!”
재빨리 몸을 피하며 주변의 상황을 살핀 닐스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거신병뿐만이 아니었다.
석화되어 죽어 가던 병사들이 이쪽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생존한 돌격대 병사들은 차마 사령관인 닐스를 향해 총구를 겨누지 않았지만, 겁에 질린 눈으로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클라이드……!’
뿌득.
지심을 움켜쥔다.
석장 끝이 보니를 향해 겨눠진 바로 그 순간.
“어딜.”
웬 여검사가 소리 없이 닐스의 가슴팍으로 치고 들어왔다.
여검사의 손에 쥐어진 사인검이 닐스의 몸을 가를 기세로 날아들었다.
“크윽!”
닐스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주변에 흙의 장벽을 둘렀고, 전면의 장벽이 사인검에 의해 반으로 쪼개졌다.
탕!
바로 그 순간, 한 발의 탄환이 뒤쪽에서 파고들었고, 간발의 차이로 닐스의 뺨을 스쳤다.
당황한 닐스가 비틀거리는 찰나, 뒤쪽에서 무언가 굴러왔다.
데구르르르르.
자그마한 소형 폭탄.
쾅!!
다급히 펼쳐 낸 모래 방패가 폭발을 막아 냈지만, 그 와중에 닐스의 다리에 파편이 튀어 상처를 남겼다.
‘고작 이 정도에……!’
태일이나, 클라이드의 능력에 비하면 장난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작 그런 수준의 공격에 상처를 입고 만 것이다.
“이 벌레 같은 놈들이, 감히!”
분노를 참지 못한 닐스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칫, 아쉽네. 간발의 차이였는데.”
“방심하지 마라, 페이진. 그러다 죽는다.”
“흥, 잔소리는 집어치워.”
“둘 다 집중해.”
기척도 없이 나타난 카츠미, 사각지대를 노리고 저격해 온 페이진, 은밀하게 폭탄을 투척한 민호.
세 사람이 닐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네가 닐스 레오나드냐?”
“…….”
닐스는 대답하지 않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50구역에서 온 마피아들과 레지스탕스들이 어느새 닐스를 포위하고 있었다.
첫 전투에서 궤멸시켰던 연합의 생존자들이었다.
이미 한 차례 철저하게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눈빛에는 복수에 대한 열망과 분노가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아마 그처럼 사기가 오른 이유는 눈앞에 나타난 세 사람 때문일 것이다.
“너희가 이 오합지졸의 대장인가 보군.”
“오합지졸?”
페이진이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뜨린다.
“이봐, 사령관님. 지금 당신네 부대원들이 다 어쩌고 있는지 보여?”
생존한 돌격대는 닐스를 구하려 하지 않았다.
아니, 전투 자체를 포기한 채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고 있었다.
석화가 풀린 병사들은 총을 비롯한 장비들을 집어 던진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다.
“어지간히 무서운 모양이군.”
민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닐스를 노려보았다.
“…자신들의 사령관이 말이야.”
센트럴의 최정예라 불렸던 돌격대는 알마티가 아닌 자신들의 상관으로부터 도망치는 중이었다.
“왜 아니겠어? 자신들의 대장이 이런 괴물인 줄 이제야 알았는데 말이야.”
카츠미의 차가운 목소리에 닐스의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혁명가, 세상을 박살 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