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343화 (343/351)

# 343

17화

이곳으로 오면서 들은 그간의 일들.

갑작스러운 마탑의 통합, 그 과정에서 사라진 두 마탑주.

‘두 마탑주의 마나를 흡수한 게 틀림없군.’

마현이 눈을 찌푸렸다.

한평생 함께한 동지들을 집어삼키면서까지 권력에 집착하는 그 모습에 구역질이 다 나올 것 같았다.

‘훗!’

마현의 입에서 조소가 흘러나왔다.

어쩌면 이베른은 처음부터 그럴 작정을 했는지 모른다. 평생을 함께한 그들조차 동지로 여기지 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간이 어찌 저리 간악해질 수 있겠는가.

마현은 점점 거세지는 이베른의 마나에 대항해 서클 단전의 마나를 모두 개방했다.

“대지가 분노하여 벌을 내리느니, 얼쓰 퍼니쉬(Earth punish)!”

콰그그그극!

마현이 서 있던 바닥에서 검처럼 날카로운 괴석들이 튀어 올라왔다.

마현은 빠르게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태양의 파편이 세상을 태우리라, 파이어 레인(Fire rain)!”

쿠오오오오!

허공으로 몸을 띄운 마현의 머리 위에서 불타는 구름이 만들어졌고, 그 구름에서 불덩이들이 후드득 떨어졌다.

이베른은 고서클의 대지 계열 마법을 시전한 후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화염 계열의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헙!’

마현은 생각지도 못한 이베른의 빠른 캐스팅에 헛바람을 들이마시며 허공답보의 수로 공중에서 재빨리 신형을 비틀었다.

콰과과과광!

아슬아슬하게 허공에서 떨어지는 불덩이를 피한 마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공격 마법이었다.

“바다의 분노가 해일로 이어지나니, 타이들 웨이브 오브 앵거(Tidal wave of anger)!”

콰과과곽!

마탑 광장에 깔린 장판석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졌다.

쏴아아아아―

그 틈으로 어마어마한 물기둥이 회오리처럼 치솟아 올라 마현의 몸을 덮쳤다.

팡!

마현은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거대한 물기둥을 향해 양손으로 장풍을 날렸다.

푸학―!

물보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 반동으로 마현은 좀 더 높은 공중으로 몸을 날릴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번 마현은 이베른 곁으로 순간 이동했다.

번쩍!

그런 마현의 몸을 빛이 휘감았고, 거의 그와 동시에 물기둥이 마현을 집어삼켰다.

이베른의 등 뒤에 모습을 드러낸 마현은 빠르게 공격 마법을 퍼부었다.

“지옥으로 향하는 길에 겁화가 피어나니, 플레임 온 더 헬 로드(Flame on the hell load)!”

시커먼 불이 땅을 집어삼키며 이베른을 향해 곧장 뻗어나갔다.

“대지의 따뜻함이 나를 지켜주느니, 얼쓰 배리어(Earth barrier)!”

쿠구구국!

마현을 향해 돌아서는 이베른 앞으로 거대한 암석이 땅속에서 튀어 올라와 단단한 방벽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에도 깨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방벽은 시커먼 불을 견디지 못하고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이베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더 블레이즈 커튼(The blaze curtain)!”

이베른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녹아가는 암석 방벽 뒤로 불의 장막을 쳤다.

콰르르르릉!

마현의 검은 불길과 이베른의 붉은 불의 장막이 부딪히자 마치 천둥이 치는 것처럼 굉음이 터졌다. 아울러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두 불 사이에서 검은 불덩이와 붉은 불덩이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잠시 비등비등하게 힘겨루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이베른의 불의 장막은 마현의 검은 불길을 온전히 막지 못한 채 서서히 허물어져갔다.

그러자 이베른은 뺨을 씰룩거리면서 양팔을 높이 들어올렸다.

“……, 레이진 웨이브즈(raging waves)!”

그의 앞으로 거대한 파도가 솟아올라 불의 장막을 누르고 있는 시커먼 화염을 집어삼켰다.

치지지지직―

이미 암석 방벽과 불의 장막에 힘을 빼앗긴 듯 시커먼 불길은 성난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꺼져갔다. 그로 인해 마현과 이베른 사이에 검은 수증기가 하늘로 피어올랐다.

마치 대낮에 검은 먹구름이라도 낀 것처럼 사방은 어둑어둑해졌다.

“……, 에로우 오브 레인(Arrow of rain)!”

쐐애애애액!

먹구름은 한순간에 사방으로 갈라지더니 곧 날카로운 물화살로 변해 마현을 엄습했다.

“실드!”

마현은 급히 몸 주위에 보호막을 쳤다.

따당 따다다당!

마치 철화살이 쏟아지는 것처럼 마현의 실드가 요동쳤다.

“……, 어쓰퀘이트(Earthquake)!”

크그그그극!

마현이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땅이 마구 뒤틀리며 갈라졌다. 그로 인해 마현은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고, 마나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실드의 한 부분이 약해졌다.

차장창창창!

실드는 버티지 못하고 곧 부서졌다.

마현은 허공답보의 수로 지상에서 발을 떼며 허공에서 빗발치듯 쏟아지는 물화살을 향해 쌍장을 휘둘렀다.

파방 파바바방!

마현이 한순간 펼친 건 허진의 독문무공인 마라독혈장(魔羅毒血掌)이었다.

묵빛 장풍이 마현을 가리고, 하늘도 가렸다.

허공답보의 수로 안정감을 유지한 마현의 쌍장은 거침이 없었다.

파방!

마현은 또 한 번 장풍으로 마지막 물화살을 쳐내며 잠시 뒤로 물러났다.

이베른의 얼굴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흠……!’

마현은 제아무리 이베른이 다른 두 마탑주의 마나를 흡수했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 여겼다. 그저 세 명의 7서클 마법사를 상대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을 거라 단순히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베른의 힘은 8서클인 자신의 힘에 필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일 마법에서는 자신이 우위에 있었지만 복합적인 마법에는 이베른이 우위를 점했다.

단지 마법만으로는 이베른을 이기기 힘들다는 사실을 마현은 깨달았다.

“너는 내 제자다!

나의 마공은 너로 이어진다.

흑마법의 단점을 나의 마공으로 채우거라!”

그때 허진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스승님!’

마현은 마음속으로 허진을 불렀다.

우우웅!

마현은 용병들이 서 있는 곳으로 손을 뻗었다.

스르릉!

한 용병의 허리에 걸려 있는 롱소드가 뽑혀 마현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이곳에 오면서 롱소드를 버렸었다.

8서클의 흑마법사로서 모든 복수의 길을 끝내고자 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흑마법에 몰두하는 동안 자신이 허진의 제자라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껏 허진의 독문마공을, 그가 가르쳐준 마공을 쓰면서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공기를 마시는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마현의 눈빛이 변했다.

콰그그그그그극!

그 순간 거대한 흙더미가 파도처럼 마현을 덮쳤다. 갈라지고 뒤틀린 땅거죽 사이로 붉게 이글거리는 용암도 보였다.

대지 계열의 마법과 화염 계열의 마법이 합쳐진 것이 분명했다.

마현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블링크나 텔레포테이션과 같은 순간 이동 마법이 아니었다.

이형환위(移形換位).

허진의 독문마공 중 마라환영보가 만들어낸 극에 달한 허상의 움직임이었다.

모습을 감췄던 마현이 다시 나타난 곳은 거대한 대지의 파도 위. 그의 신형은 마치 연달아 블링크를 시전하는 것처럼 대지의 파도 위를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베른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당황스런 감정이 담겼다. 그 감정은 곧 이베른의 얼굴을 일그러지게 만들었다.

“……, 바이어런트 타이푼(Violent typhoon)!”

콰르르르르르!

마현의 머리 위에서 거센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흐아압!”

마현은 롱소드를 강하게 움켜잡으며 기합을 터트린 후 폭풍우 속으로 몸을 훌쩍 날렸다.

후우웅!

롱소드에서 맑은 검명이 울렸다.

아울러 묵빛 검강이 오연하게 솟아올랐다.

그 검강이 반월을 그렸다.

그 반월은 시렸다.

시린 반월은 일순간 천 개로 갈라져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번쩍―!

묵빛 섬광과 함께 폭풍우 한편이 갈기갈기 찢겼다.

허진의 독문마공인 천수마라검이 하르센 대륙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캬하아아악!

마치 드래곤이 피어라도 뿜어내는 것처럼 맑은 검명은 야수의 울음으로 바뀌었다.

콰과과광!

폭풍우가 부서지며 그 사이로 검은빛이 폭사되었다.

그 빛 사이로 마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현의 롱소드에 담긴 묵빛 검강이 반월을 그리며 이베른을 향해 날아갔다.

“히, 히익!”

이베른은 창백한 얼굴로 헛바람을 들이마시며 황급히 블링크로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콰과과과광!

이베른이 서 있던 자리에서 폭음이 터졌고 그 위에 마현이 내려섰다. 마현은 마치 하늘에서 마탑의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이베른이 잔뜩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서 있었다.

“홀드!”

마현은 이베른을 향해 홀드 마법을 시전했다.

그 홀드 마법만으로는 이베른을 잡아두지 못한다. 그 사실을 마현도 알고 있었다.

“하압!”

이베른은 단 한 모금의 기합으로 마현의 홀드 마법을 부숴 버렸다. 하지만 마현이 원한 것은 찰나의 시간 정도였다.

핑―!

홀드 마법에 의해 이베른의 몸이 움찔거릴 때 마현은 십여 줄기의 지풍을 날렸다.

지풍은 형체도 없고, 소리도 미세했다.

그마나 미세한 소리도 이베른의 기합에 묻혀 버렸다.

마현이 쏘아 보낸 지풍이 이베른의 혈도에 꽂혔다.

“큭!”

이베른의 눈이 화등잔처럼 크게 떠졌다.

원활하게 흐르던 마나의 흐름이 마치 둑에 막힌 것처럼 툭 끊어져 버린 것이다.

“내, 내 몸에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이냐!”

이베른은 급기야 발악에 찬 일갈을 터트렸다.

그리고 마나를 움직이기 위해 서클에서 마나를 끌어올렸지만 오히려 마나가 역류하는 바람에 몸 곳곳에 핏줄이 울룩불룩 돋아났다.

“지옥으로 가는 문이 열려 그대를 환영한다, 폴 인투 더 헬(Fall into the hell)!”

마현의 양손이 바닥을 때렸다.

쿠오오오오오!

어마어마한 양의 묵빛 마기가, 어둠의 마나가 땅으로 스며들었다.

번쩍!

이베른이 서 있는 땅에서 검은 선이 그려졌다.

그 선은 원이 되고, 곧게 뻗은 선이 되어 역오망성의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키히이이이!

―캬하아아아!

검은 빛이 역오망성에서 뿜어져 나오면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기괴한 흉성이 터져 나왔다.

턱!

역오망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빛 속에서 거무튀튀한, 마치 녹아버린 피부를 가진 듯한 앙상한 손이 튀어나와 이베른의 발목을 잡았다.

“헉!”

이베른이 놀라가기도 전에 또 다른 팔이 튀어나와 이베른의 허벅지를 잡았다.

그리고 다음에는 피를 머금은 듯한 붉고 우둘투둘한 손이 튀어나와 이베른의 허리와 가슴 언저리를 잡았다. 이어 기괴한 팔들이 연이어 튀어나와 이베른의 몸 곳곳을 움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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