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340화 (340/351)

# 340

14화

“쳐라!”

그 순간 케이슨의 명이 떨어지자 케이슨 용병기사단은 각자 맡아야 할 마법사들이 숨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흑풍대 역시 숨어 있는 마탑 마법사들을 향해 쏘아나갔다.

“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우리는 2진에 위치한 하위 마법사들을 노린다!”

아그논의 명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흑풍대를 선망하고, 마탑에 반기를 들고 이 자리에 왔지만 그전에 그들은 용병들이었고, 용병들이 처절한 싸움터에서 살아남는 수칙을 잊지 않고 있었다.

용병들이 살아남는 수칙은 다른 게 아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아그논의 명은 적절했고, 용병들은 묵묵히 전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으아아악!”

드디어 마탑 마법사의 비명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마법사들이 골목 곳곳에서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늑대왕 용병대는 우측 골목길에 포진한 하위 마법사들을 맡는다. 가자!”

아그논은 흑풍대와 마법사들이 뒤엉킨 전장에는 쉽게 끼어들지 못하고 후방에서 마탑을 지원하는 마법사들을 발견하고는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용병대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상대할 마법사들을 찾아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사크스는 용병들의 거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3층 건물 옥상에 앉아 있다가 마법진에서 치솟아 오르는 불길을 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옆에 있던 카뮈도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흘러가는 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불길에 휩싸인 대로만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왕귀진과 철용이 불기둥을 뚫고 몸을 날렸다.

철용은 왕귀진에 앞서 사크스와 카뮈가 있는 옥상으로 내려섰다. 그리고는 찰나의 머뭇거림도 없이 사크스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 들어갔다.

쐐애애액!

사크스는 순간 철용의 너무도 빠른 롱소드를 피할 수 없음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옆에 멍하니 서 있는 카뮈의 뒷덜미를 잡아 끌어당겼다.

푹!

철용의 롱소드는 사크스가 아닌 카뮈의 오른쪽 가슴을 찔렀다.

“컥!”

카뮈의 몸이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파르르 떨렸다.

사크스는 그런 카뮈를 철용에게 밀쳐내며 품에서 마법 스크롤을 뽑아들었다. 마법 스크롤을 알고 있는 철용은 순간 긴장하며 롱소드를 세워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마법 스크롤이 사크스의 손에서 찢어지려는 그때였다.

* * *

용병들의 거리는 점점 혼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퍼벙 퍼버벙 퍼버버버벙!

마탑 마법사들은 저서클, 고서클을 구분하지 않고 2인 1조, 혹은 3인 1조로 한 조를 이루어 용병들을 향해 쳇바퀴를 돌 듯 쉴 새 없이 공격 마법을 퍼부었다. 또한 위력은 강하지만 시간이 지체되는 고서클의 공격 마법보다는 비록 위력은 약하지만 빠르게 캐스팅할 수 있는 저서클 공격 마법으로 용병들의 진로를 차단했다.

그 같은 공격 마법을 상대하는 것은 소드마스터인 케이슨에게도 벅찰 정도였으니 흑풍대를 따르는 십좌왕 용병대 소속 용병들은 오죽하겠는가.

곳곳에서 폭음이 터졌고, 그 여파로 수많은 용병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너무나 큰 희생이 따른다.’

조금씩 마탑 마법사들과 거리를 좁혀가고 있었지만 용병들이 그 거리를 완전히 따라잡으려면 엄청난 희생이 뒤따를 것이 분명했다.

무슨 수를 써야 할 텐데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할 수 없다. 무리를 해서라도 마탑 마법사들의 대열을 깨트리는 수밖에.’

케이슨은 이를 악물고 마탑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케이슨은 코앞까지 날아온 공격 마법을 힘겹게 피하고 그를 향해 또 다른 공격 마법을 막 시전하려는 한 마법사의 가슴을 벨 수 있었다.

“으아악!”

쓰러지는 저서클 마법사의 피를 온몸으로 받으며 케이슨은 앞으로 걸음을 내딛으려 했다.

콰그그극!

그런 그의 발아래서 모래 창이 불쑥 튀어나왔다.

“큭!”

날카로운 모래 창은 케이슨의 다리를 스치며 긴 상처를 남겼다. 케이슨은 휘청거리는 몸을 간신히 바로잡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런 케이슨의 등 뒤로 또 하나의 공격 마법이 날아왔다.

‘젠장!’

케이슨은 바닥으로 몸을 뒹굴었다.

콰과광!

불덩이가 아슬아슬하게 케이슨의 등을 스치며 건물 벽에 부딪혀 폭발을 일으켰다.

케이슨이 몸을 채 일으키기도 전에 또 다른 공격 마법이 숨 쉴 틈도 없이 다시 날아왔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케이슨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파이어 에로우를 피하지 않고 몸을 날리려 했다.

그그그극!

그런데 그가 서 있는 바닥에서 갑자기 모래 장막이 튀어 올라왔다.

콰광!

그 장벽은 케이슨을 덮치던 파이어 에로우를 완벽하게 막아주었다.

“용병들을 보호하라!”

하늘에서 울려 퍼진 낯선 목소리.

케이슨은 급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하늘에 떠 있는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바로 대장장이, 샤토 마탑의 마법사들이었다. 그들은 일제히 품에서 마법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촤아아악―

하늘에서 빛 무리가 쏟아져 내렸다.

그그그그극!

용병들의 거리에 무수한 모래 장막이 솟아올랐다.

어느새 용병들의 거리는 모래 장막으로 미로를 만들어놓은 것처럼 변했다. 그로 인해 마탑 마법사들과 용병들 사이에 완벽한 차단벽이 생겼다.

“네, 네놈들은?”

마탑 마법사 무리에서 경악성과 배신감에 물든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격하라!”

케이디는 대장장이, 샤토 마탑의 마법사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고는 사크스가 있는 옥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그 곳으로 블링크 마법을 이용해 순간 이동했다.

트랩에 의해 하늘로 치솟은 불기둥 뒤편에 위치한 3층 건물. 그 옥상까지 순간 이동한 케이디는 사크스와 대치하고 있는 철용을 볼 수 있었다.

‘저것은?’

사크스가 손에 들고 있는 마법 스크롤을 본 순간 케이디의 눈동자가 커졌다. 대장장이, 샤토 마탑에서도 몇 장 만들지 못한 고서클 공격 마법인 파이어 토네이도 마법이 새겨진 마법 스크롤이었다.

“파이어 에로우!”

케이디는 급히 불화살을 만들어 사크스의 손을 노리고 날렸다.

사크스는 마법 스크롤을 찢으려는 순간 왠지 모를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다. 그는 급히 손을 품으로 끌어당겼다.

쑤아아앙!

케이디가 날린 파이어 에로우는 사크스의 손등을 살짝 지나 마법 스크롤 끝부분을 스치고 바닥에 내리꽂혔다.

화르르륵!

열기에 휩싸인 마법 스크롤은 순식간에 불에 휩싸이며 타버렸다.

운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을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그사이 왕귀진이 사크스의 맞은편에 내려섰지만 곧장 사크스에게 달려가지 않고 고개를 들어 허공에 떠 있는 케이디를 쳐다보았다.

생각지도 못한 케이디의 등장에 철용과 사크스 사이에 잠시의 머뭇거림이 생겼다. 당연히 철용의 시선 역시 허공에 떠 있는 케이디에게 향해 있었다.

케이디를 등지고 있는 사크스는 자신을 공격한 것이 케이슨 용병기사단의 흑마법사 밀러라 여겼다.

“……!”

케이디의 등장으로 생긴 자그만 틈.

사크스는 그것이 그저 적들의 손발이 맞지 않아 생긴 틈이라 여겼고, 그렇게 만들어진 미세한 틈을 놓치지 않고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렇게는 안 된다!”

케이디는 사크스가 끌어올린 마나의 파동을 느끼자 일갈을 터트리며 미리 준비하고 있던 마나로 재빨리 라이트닝 랜서를 시전했다.

파지지직!

불꽃을 튀기며 번개 창이 사크스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헉!”

사크스는 헛바람을 들이마시며 마나를 급히 돌려 실드를 쳤다.

촤자자자작―

사크스의 실드 위로 불꽃이 튀었다.

“히익!”

사크스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조금 전 자신을 급습했던 번개 창의 마나에서는 어둠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그것은 분명 빛의 마나였다.

“너, 너는?”

케이디의 얼굴을 본 사크스의 눈은 화등잔처럼 크게 떠졌다. 하지만 케이디는 그런 사크스의 시선을 싸늘히 외면하며 왕귀진과 철용을 쳐다보았다.

“인사는 나중으로 미루겠소!”

케이디는 옥상으로 툭 떨어졌다.

그리고는 품에서 한 장의 마법 스크롤을 꺼내 들었다.

케이디는 마법 스크롤을 반으로 찢은 것과 동시에 두 조각이 된 스크롤을 양 손바닥에 쥐고 옥상 바닥을 짚었다.

지이이― 잉―!

눈을 부실 정도의 거대한 하얀 빛이 옥상을 집어삼켰다.

“컥!”

그 빛에 휩싸이자 사크스는 왼쪽 심장 언저리를 오른손으로 움켜잡으며 신음을 토했고,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것은 마나동결 마법이었다.

그 기운은 왕귀진과 철용의 몸까지 뒤덮었고, 이내 둘은 케이디가 어떤 마법을 펼쳤는지 알아차렸다.

“나도 얼마 버티지 못하오. 어서!”

케이디는 급속하게 사그라지는 자신의 마나를 관조하며 소리쳤다.

왕귀진과 철용은 케이디가 누군지 모르나 일단 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철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까지 숨이 끊어지지 않아 고통스럽게 꿈틀거리고 있는 카뮈를 옆으로 밀쳤다.

쐐애애액!

철용은 사크스의 목을 향해 롱소드를 휘둘렀다.

사크스가 죽음을 직감한 순간, 한 줄기 날카로운 파음이 철용의 롱소드를 덮쳤다.

“부마탑주님!”

점점 돌아가는 상황이 이상해지자 급히 와본 케네티가 손을 쓴 것이다. 그는 사크스를 살리기 위해 급히 아쿠아 랜서를 날렸다.

콰광!

철용의 롱소드가 아쿠아 랜서에 방향이 뒤틀리며 사크스의 몸을 비켜나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케네티는 옥상 한구석에서 마나동결 마법을 펼치고 있는 케이디를 발견했다.

“네놈이 감히!”

플라이 마법으로 허공에 몸을 안착시킨 카네티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케이디의 머리를 향해 더욱 강력한 공격 마법을 날렸다.

“차가운 설풍이 태양마저 얼려버리리라, 블라자드!”

쏴아아아아―

거대한 눈보라가 케이디를 덮쳤다.

‘이럴 땐 내 목숨을 먼저 돌봐야 하나, 아니면 대장장이, 샤토 마탑 제자들의 밝은 미래를 생각해야 하나.

그 순간 케이디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그는 결국 밝은 마탑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서!”

케이디는 발악하듯 마지막 말을 쥐어짜내 소리친 후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케이디 앞에 왕귀진이 섰다.

“흐아압!”

왕귀진은 일갈을 터트리며 롱소드를 번쩍 들어올렸다.

후우우웅―

롱소드의 검날에서 묵빛 검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쐐애애애― 지잉!

마치 허공에 먹물로 이뤄진 공기방울이 부풀어 오르는 듯 반투명한 검막이 거대한 우산처럼 왕귀진과 그의 등 뒤에 있는 케이디를 보호했다.

죽음을 예상했던 케이디는 이상함에 눈을 떴다.

그리고 한없이 넓게 느껴지는 왕귀진의 등과 그 앞에 펼쳐진 보호막을 볼 수 있었다.

“철용!”

검막을 펼치며 왕귀진이 철용을 불렀다.

철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크스의 목을 노리고 검을 휘두르려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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