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330화 (330/351)

# 330

4화

“흑검탑에 흑마법사가 있었구나!”

마이런은 팔짱을 풀며 낭랑하게 일갈을 터트리며 붉은 마나를 몸 주위에 일으켰다.

“쥐새끼들이나 주르르 데리고 다니는 주제에 뭐라고 씨부리는 것이냐? 키키키키키!”

“뭐, 뭐라?”

밀러의 이죽거림에 마이런은 발끈하며 노기를 드러냈다.

“네놈을 죽여 이 땅에…….”

그때 은밀하고도 신속하게 저택을 빠져나가는 기운이 느껴졌다. 케이슨 용병기사단이었다.

“말만 많은 쥐새끼 같은 놈! 키히히히히!”

그 기운을 밀러 역시 느낀 것인지 저택을 보호하던 방어마법진의 마나를 거두는 것과 동시에 마이런을 향해 공격 마법을 퍼부었다.

“지랄 맞은 물 풍선 맛이나 봐라, 이 쥐새끼야! 키히히히히! 매드니스 아쿠아 밤(Madness aqua bomb)!”

푸쉭― 푸쉬쉬쉿!

강력한 마력과는 달리 밀러의 손에서 날아간 거무죽죽한 물 덩이는 마치 바람 빠져 이리저리 바람에 휩쓸려 힘없이 날아가는 풍선처럼 마이런을 향해 날아갔다.

“흥! 고작 이런 것으로……, 파이어 커터!”

불로 만들어진 칼날은 너무나도 쉽게 밀러가 날린 거무죽죽한 물 덩이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하지만 반으로 갈라진 거무죽죽한 물 덩이는 마치 자가 분식하는 생물처럼 순식간에 덩치를 키우더니 다시 마이런을 향해 날아갔다.

“사악한 흑마법이로구나!”

마이런은 다시금 불로 만들어진 칼날을 연거푸 날렸다.

치직 치지직!

순식간에 거무죽죽한 물 덩이는 십여 개로 조각났다.

그것들은 이번에도 역시 순식간에 몸집을 키우더니 마치 밀러가 애초에 십여 개의 거무죽죽한 물 덩이를 날린 것처럼 마이런을 압박해 들어갔다.

“요망하다! 요망해!”

마이런은 눈살을 찌푸리며 양팔을 크게 휘둘렀다.

화르르륵!

그의 손에서 뿜어져나간 것은 하나의 그물이었다. 그 그물은 순수한 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어부가 그물을 투망해 물고기를 잡듯 마이런의 손에서 뻗어나간 불로 이루어진 그물은 십여 개의 거무죽죽한 물 덩이를 완벽하게 옭아맸다.

치지지직― 퍼벙! 퍼버버벙!

그물 안에 갇힌 거무죽죽한 물 덩이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며 소멸했다.

“키키키키!”

그 광경을 보며 밀러는 숨죽여 웃음을 토하더니 다시 중얼거리며 마법을 시전했다.

“미쳐라, 미쳐라, 미쳐야 죽는다, 키히히히! 매드니스 포이즌 워터(Madness poison water)!”

분명 다른 마법이다.

그런데…….

푸쉬쉬쉿 푸쉭!

거무죽죽한 물 덩이가 다시금 마이런을 향해 날아갔다.

“흥! 어리석은 놈!”

마이런은 가소로운 표정과 함께 실소를 머금으며 불로 만들어진 그물을 펼쳐 거무죽죽한 물 덩이를 다시 옭아맸다.

치지지지직!

불로 만들어진 그물 안에서 이리저리 날뛰던 거무죽죽한 물 덩이는 결국 열기와 불을 이기지 못하고 검은 수증기가 되어 공기 속으로 젖어들었다.

그리고 그 검은 수증기는 바람에 휩쓸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제 목을 내놓아라, 마신의 추종자여!”

마이런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마나를 폭출시키자마자 뒤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헉! 도, 독이…… 다!”

“컥, 컥!”

주위에 있던 제자 둘이 우연찮게 바람에 휩쓸린 검은 수증기를 마시자 그들의 얼굴빛이 한순간 검게 물들었다. 그런 그들의 코와 귀로 검은 핏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 순간을 밀러는 놓치지 않았다.

“크레이지 윈드(Crazy wind)!”

단순하다면 단순한 저서클 바람 마법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 마법보다 적절하고 무서운 마법은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미친 바람, 그 바람은 방향을 정하지 않고 독기운을 사방으로 흩날려 버렸다.

“크악!”

“크으으으!”

독 기운이 강하지 않기에 누구 하나 죽는 이는 없었지만 적의 마법 공격을 무력화시키기에는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마법 조합이었다.

“이! 이!”

마이런은 당황한 나머지 얼굴이 붉어졌다.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

마이런이 살심을 여지없이 드러냈을 때였다.

후아아아앙!

그때 마이런이 서 있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짙은 청록색의 마나가 밀러를 향해 날아들었다.

“헛!”

철용은 헛바람을 들이마시더니 밀러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청록빛 파란 마나가 밀러와 철용이 서 있던 장소로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생각했던 폭발은 없었지만 푸른 마나는 마치 그 장소를 잠식하듯 스며들었다.

쫘작 쫘자자자작!

그곳을 중심으로 얼음 꽃이 피듯 지붕은 삽시간에 하얗게 얼어붙었다.

그 광경에 당황한 이는 철용도 밀러도 아니었다.

누구보다 격노한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마이런, 바로 그였다.

“카네티!”

마이런은 맞은편에 모습을 드러낸 바다, 샤메일의 새로운 탑주 카네티의 이름을 분노를 담아 외쳤다.

바다, 샤메일 탑의 제자들과 모습을 드러낸 카네티는 그런 마이런의 고함을 한 귀로 흘리며 낭랑하게 소리쳤다.

“사악한 악의 무리다! 모두 죽여라!”

“와아아아!”

이어 바다, 샤메일 탑의 제자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장대한 푸른 마나를 내품었다.

당연히 카네티를 바라보는 마이런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카네티는 그런 마이런의 시선을 못 본 척 흘리며 마나를 일으켰다.

“거대한 해일 앞을 가로막을 것이 그 무엇이 있을까, 타이들 웨이브(Tidal wave)!”

쏴아아아아!

카네티 앞에서 일어난 푸른 마나는 거대한 물이 되었고, 그 물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해일이 되어 저택을 뒤덮었다.

“이, 이런!”

어렵사리 밀러를 품에 끼고 다시 지붕에 안착한 철용은 서둘러 롱소드를 휘둘러 검막을 펼치며 지붕 아래로 뛰어내렸다.

쿵!

비록 불길이 꺼졌다고는 하지만 신발 밑창이 녹을 정도로 정원 바닥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나마 지붕에서 쏟아진 물이 바닥을 흥건히 적신 이후라 큰 낭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놔라, 이놈아! 키키키키! 저놈들의 육신을 썰어…….”

이제는 몸을 숨기고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할 때다.

“죄송합니다.”

퍽!

철용은 품에서 발악하는 밀러의 뒷목을 수도로 강하게 내려쳐 기절시켰다.

푸쉬시시식―

땅에 남은 열기와 저택 지붕 위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만나 주변은 금세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수증기로 가득 찼다.

철용은 서둘러 기척을 숨기며 사각으로 숨어들었다.

“카네티, 이게 뭐하는 짓이오?”

마이런은 누르락붉으락한 얼굴로 다시 한 번 분노한 목소리로 항의했다.

하지만 카네티는 그런 고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데리고 온 바다, 샤메일 제자들을 더욱 다그쳤다.

“도망가지 못하게 단단히 에워싸라!”

“탑주님의 명이다. 놈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빈틈없이 저택을 포위하라!”

“명!”

“명!”

바다, 샤메일 탑의 마법사들은 일사분란하게 흩어져 저택을 에워쌌다.

그 광경에 마이런의 눈썹 한 끝이 파르르 떨렸다.

“플레임 샷(Flame shot)!”

결국 참지 못한 마이런은 카네티를 향해 분노를 터트렸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화염계 마법이 시전되었다.

쿠오오오오!

이글거리는 화염이 공기를 활활 불태우며 카네티를 향해 무섭게 날아갔다.

“이게 무슨 짓인가?”

카네티는 허공에서 블링크를 이용해 간격을 벌리며 서둘러 실드를 쳤다.

콰과과광!

카네티가 서 있던 허공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파방― 치치치직!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불길은 금세 사라지며 자욱한 수증기가 하늘로 피어올랐다.

“마이런 탑주. 지금 이 일은 용납하지 않겠소!”

“뭐, 뭣이라?”

적반하장도 유분수가 있지, 먼저 일을 훼방 놓은 게 누군데 지금 그런 소리를 한단 말인가. 마이런의 뺨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씰룩거렸다.

“지금 공을 가로채려고 한 것이 누군데!”

“공? 하하하하.”

마이런의 항의에 카네티는 어이없다는 듯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다 죽어가는 것을 구해준 이가 누군데!”

카네티는 입술 끝을 말아 올렸다.

“그리고 적을 바로 눈앞에 두고 지금 내 공, 네 공 가르자는 것이오?”

카네티는 교묘히 자신의 행동을 포장했다.

“내 그렇게까지는 안 봤는데, 도저히 말로는 상종할 위인이 아니구나!”

마이런은 더 이상 살기를 감추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노골적으로 쏟아지는 살기에 카네티의 안색도 굳어졌다.

“이 기회에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

마이런의 주위로 뜨거운 열기를 담은 붉은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정녕 이리 나온다면 나도 참을 수 없다!”

카네티도 차가운 눈빛을 하고 얼음장 같은 푸른 마나를 폭사시켰다.

파지지직!

둘의 마나가 허공에서 맞부딪히자 마른하늘에 벼락이 치듯 번개가 작렬했다.

그 충동의 여파는 주위로 퍼져나갔다.

“큭!”

근처에 있던 양 탑의 제자들은 마나의 뒤틀림과 폭주를 감당하지 못하고 뒤로 서둘러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철통같은 방비선에 미세한 틈이 발생했다.

이 틈을 놓칠 철용이 아니었다.

인기척을 숨기고 있던 철용은 마치 한 줄기 빛살처럼 그 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곳을 어정쩡하게 방비하고 있는 양 탑의 제자 둘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저, 적이…… 크아악!”

“으아악!”

두 마법사의 붉은 피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철용의 신형은 방어선을 뛰어넘었다. 그리고는 단숨에 거리를 벌리며 저택 밖으로 도주해 버렸다.

두 제자의 단발마.

이어진 소란.

마이런과 카네티의 얼굴이 동시에 구겨졌다.

‘아차!’

뒤늦게 둘은 자신들의 실수를 깨달았다.

하지만 철용의 신형은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뒤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둘은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서로를 탓하는 눈빛이 다시 한 번 맹령하게 부딪혔다.

* * *

“흑검탑 본부라…….”

“저희들도 어서 빨리…….”

“아니야.”

대지, 듀락의 탑주 몬텔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나의 먹이를 두고 여러 마리 사자가 덤벼들면 어떻게 될 거 같나?”

몬텔레는 부탑주로 임명한 자신의 충직한 제자, 티모시를 향해 물었다.

“그거야 더욱 쉽게 먹이를 잡지 않겠습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두 사자가 협력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지. 하지만 그것이 너무나도 탐스럽고 맛좋은 먹이라면? 그리고 두 사자가 절대로 협력할 수 없는 앙숙 관계라면?”

“아!”

대지, 듀락의 부탑주 티모시가 몬텔로의 그 말을 못 알아들을 리 없었다.

“거기에 끼어들어 봐야 상처만 입어. 그리고 그 아귀다툼에선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할 테고…….”

“그렇다면 저희들은…….”

“비록 맛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확실히 먹을 수 있는 먹이로 골라야지.”

몬텔레는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스승님, 찾았습니다.”

몬텔레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젊은 마법사가 다급히 뛰어왔다. 그는 몬텔레의 둘째 제자인 프리크였다.

“늑대왕 가이진과 그를 추종하는 용병대가 시내 한 주점에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늑대왕 가이진?”

티모시의 눈빛이 번뜩였다.

동시에 몬텔레의 입가에도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

“이건 맛이 떨어지는 먹이가 아니군. 대어가 걸렸어.”

몬텔레는 고개를 돌려 티모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장소가…….”

프리크는 망설이는 듯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티모시가 눈빛으로 사제를 다그쳤다.

“그들이 있는 장소가 용병 길드 본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입니다.”

자칫 잘못해서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면 용병 길드와 상당히 껄끄러운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다. 아니 애꿎은 용병들이 휘말리면 용병들 전체와 척을 질 수도 있었다.

프리크의 말에 몬텔레는 잠시 눈을 감고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이내 눈을 떴다.

그의 고민이 그다지 길지 않았다는 뜻이다.

“먹이가 크면 그만큼 위험도 뒤따르는 법.”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몬텔레의 뜻을 알아차린 티모시가 허리를 깊게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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