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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무림에 가다-326화 (326/351)

# 326

25화

“네놈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죽을 것 같으냐? 이 이베른이!”

자리에서 일어나 살기를 표출시키던 이베른이었지만 내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던지 순간 휘청거렸다. 간신히 탁자 모퉁이를 손으로 잡아 꼴사납게 바닥에 나뒹구는 것만은 모면할 수 있었다.

“헉헉헉! 헉헉!”

이베른은 분노와 당혹으로 거칠어진 숨결을 애써 골랐다.

“마, 마탑주님.”

그 모습에 서둘러 통신을 끊은 마탑의 제자는 이베른을 부축했다. 그리고는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혔다.

“후욱! 후욱!”

이베른은 왼쪽 가슴을 움켜잡은 채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쿵쿵쿵쿵!

미칠 듯 뛰는 심장의 박동이 싫어 이베른은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쳤다.

‘이대로 네놈의 손에 죽을 수는 없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이베른의 거친 숨결도, 터질 듯 뛰던 심장도 많이 수그러들었다.

동시에 머리도 차갑게 식었다.

‘나는 살아남는다. 나는!’

결심을 굳힌 이베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탑주님, 이제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너는 지금 당장 셰이머스 마탑주와 카밀로 마탑주에게 내 말을 전하거라. 한 자도 빼지 말고 꼭 이렇게 똑똑히 전하거라. ‘카칸은 살아 있다. 당장 내 연구실로 오라.’ 알겠느냐? 어서 서둘러라!”

이베른은 독사와도 같은 차가운 눈빛을 번뜩였다.

* * *

쿠오오오!

마현은 마치 태풍의 눈에 서 있는 것처럼 그의 발아래는 거센 바람과 돌멩이들이 둥둥 떠 있었다.

“네놈은 누구냐!”

벨로의 제자 오셀로가 나서며 나름 호기롭게 소리쳤다.

“훗!”

마현은 냉소를 터트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쑤악!

마현의 엄지와 중지 사이에서 새끼손가락보다도 작은 돌멩이가 강기를 머금은 채 오셀로의 이마로 화살처럼 날아갔다.

퍽!

두개골이 부서지는 파음과 함께 오셀로의 머리가 뒤로 넘어갔다. 그런 그의 머리 뒤통수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마현이 날린 돌멩이가 오셀로의 머리를 꿰뚫은 것이다.

쿵!

고통에 찬 단발마도 없이 오셀로의 몸은 썩은 통나무처럼 툭 넘어갔다.

“오, 오셀로야!”

벨로는 쓰러진 오셀로의 몸을 부둥켜안으며 울부짖었다. 그는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크크크, 크하하하하!”

그 모습에 마현은 고개를 젖혀 광소를 터트렸다.

과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벨로와 비열하게 자신을 죽이던 벨로의 모습이 동시에 떠오른 까닭이었다.

쑤아 쑤아악!

마현의 손이 흩뿌려졌다.

그의 양손에서 몇 줄기의 강기가 뻗어나갔다.

퍽 퍽 퍽!

벨로의 주변에서 서 있던 마법사들이 속속 피를 뿌리며 뒤로 쓰러졌다.

“죽이겠다!”

자신이 오열하는 사이, 그 짧은 시간 안에 제자들 모두가 죽은 것이다.

벨로는 살기를 일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연 네놈이 그럴 수 있을까?”

마현의 몸에서 묵빛 마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라이트닝 체인!”

차자자자작!

벨로는 기습적으로 마현에게 공격 마법을 퍼부었다.

마현은 허공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에어 블레스트!”

라이트닝 체인 공격 마법을 피해 허공으로 몸을 날린 마현을 향해 벨로는 또다시 마법을 난사했다.

그러자 마현의 신형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블링크 마법이었다.

벨로는 마나를 더욱 끌어올리며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후우우우.

그때 사방에 휘몰아치던 묵빛 마기가 죽은 마법사들의 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무, 무슨?”

벨로는 그 장면에 기겁성을 터트렸다.

“무슨 짓을 저지르는 것이냐!”

벨로는 허공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마현의 대답은 없었다.

그 대신 다른 곳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카르르르!

―크르르르!

짐승의 울음소리가 벨로의 주변을 가득 채웠다.

그 울음소리에 벨로의 눈동자는 붉게 충혈되었다. 분노를 이길 수 없었던지 그의 뺨에는 경련이 파르르 일어났다.

울음소리의 주인은 마현의 손에 죽임을 당한 마탑의 제자들이었다.

그들은 흉측하게 으르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눈을 번쩍 떴다.

번쩍!

소름끼치는 녹색 안광이 그들의 눈에서 터져 나왔다.

“오, 오셀로야!”

벨로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자신을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는 오셀로를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그런 벨로의 손은, 팔은, 그리고 몸은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죽여라, 나의 귀여운 병사들이여! 어둠의 마법사들이여!”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마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하아악!

오셀로는 입을 쩍 벌리며 흉성을 터트렸다.

그런 오셀로의 양손 위로 검은 불덩이가 튀어 올랐다.

* * *

이베른의 연구실.

중앙에 깔려 있던 카펫을 치우자 커다란 마법진이 하나 새겨져 있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대륙의 정점에 설 것이다!’

이베른의 눈에서는 광기가 흐르고 있었다.

“마탑주님, 셰이머스 마탑주와 카밀로 마탑주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안으로 뫼시어라.”

이베른의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고 마이런이 셰이머스와 카밀로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부마탑주. 다시 명할 때까지 그 누구도 8층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하게.”

마이런은 그저 이베른이 셰이머스, 카밀로와 은밀히 이야기가 나눌 것이 있을 거라고 가벼이 여겼다.

“그리하겠습니다.”

또한 셰이머스와 카밀로 역시 그런 명령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마이런이 나가고 문이 닫혔다.

딸깍!

이베른은 조용히 문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잠갔다.

“그렇게까지 할 게 있나?”

셰이머스는 이베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지금 남의 귀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지 않나! 카칸이 살아 있다고?”

이베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더욱이 7서클이 아니라 8서클이라고 하더군!”

“어, 어찌!”

“말도 안 되네!”

셰이머스와 카밀로는 너무 놀라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래서 자네들을 부른 것일세.”

이베른은 품에서 한 장의 스크롤을 꺼내들었다. 광기 어린 눈빛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셰이머스와 카밀로는 카칸이 생존해 있을 뿐만 아니라 8서클이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아 그런 이베른의 모습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다.

이베른은 스크롤을 풀어 그대로 찢었다.

쩌정!

스크롤이 찢어지며 거기에 담긴 마나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얼음이 얼듯이 이베른의 방 안에 마나가 한순간 동결되어 버렸다.

“이, 이 무슨 짓인가?”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카밀로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셰이머스도 이베른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는지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 보니 카펫이 깔렸던 곳에 한 번도 보지 못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르륵!

이베른은 문 옆에 세워진 단단한 쇠로 만들어진 막대기를 집어 들었다.

“이, 이베른!”

“우리는 하나지? 그렇지 않은가?”

이베른은 1미터가량의 쇠막대기를 바닥에 질질 끌며 셰이머스와 카밀로에게 다가갔다.

“저, 정신 차리게!”

이베른은 천천히 쇠막대기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으아아악!”

카밀로는 몸을 웅크리며 문이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환갑이 넘은 나이에 마나마저 동결된 그는 지금 평범한 늙은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베른은 있는 힘껏 카밀로의 등을 쇠막대기로 후려쳤다.

퍽!

“크악!”

카밀로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엎어졌다. 그리고 연신 고통스런 신음을 흘렸다.

이베른은 고개를 돌려 셰이머스를 쳐다보았다.

“우리 쉽게 가세. 이게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야!”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인가?”

셰이머스는 근처 탁자 위에 놓인 꽃병을 들어올렸다.

“나는 살고 싶네. 너희들과 함께, 내 몸에서…….”

“미, 미친!”

셰이머스가 들고 있던 꽃병을 이베른의 머리을 향해 집어던졌다.

퍼석!

꽃병은 이베른의 머리와 부딪히며 산산이 부서졌다.

이베른의 얼굴은 금세 피로 물들었다.

“크크크크!”

이베른은 얼굴에 흐르는 피를 혀로 핥으며 셰이머스에게로 다가가 쇠막대기를 마구 휘둘렀다.

퍽퍽퍽!

셰이머스의 몸은 금세 핏덩이가 되었다.

“헉헉헉!”

이베른 역시 꽤나 지친 듯 어깨를 들썩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잠시 숨을 고른 이베른은 쇠막대기를 바닥에 집어던지고는 셰이머스와 카밀로를 질질 끌어당겨 마법진 안에 반듯하게 눕혔다.

“이걸로 나는 산다! 그리고 죽인다!”

이베른은 품에서 날카로운 단도를 빼들고 셰이머스와 카밀로의 손바닥을 그었다. 피가 철철 넘치는 둘의 손바닥을 마법진 내 그려진 삼각형 두 꼭짓점에 올려놓았다.

스르르르.

그러자 하얀색 마법진은 둘의 피를 머금으며 붉게 변했다.

“후우. 이걸로 나는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베른은 자신의 양손바닥을 단도로 그었다.

그리고는 비어 있는 삼각형 꼭짓점 위에 박혀 있는 두 개의 마나석 위에 양손을 올렸다.

‘8서클보다 강한 7서클의 대마도사가 될 것이다!’

이베른은 피로 젖는 마나석에 자신의 마나를 밀어 넣었다.

쿠오오오오오!

그러자 붉게 변한 마법진에서 붉은 마나가 피어올랐다.

“큭!”

“크억!”

마치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셰이머스와 카밀로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자 그 둘의 몸에서 마나가 급속도로 빠져나가더니 각각 이베른의 양손으로 스며들었다.

그렇게 마나를 빼앗긴 그들의 몸은 서서히 윤기를 잃어갔다. 점점 앙상하게 말라가던 셰이머스와 카밀로의 몸은 마침내 미라가 되어갔고, 잠시 후 부서져 한 줌의 가루로 변했다.

“크으으으!”

둘의 육신이 한 줌의 가루로 화했을 무렵.

이베른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고, 혈관들이 울룩불룩 솟구쳐 있었다.

쩌저정!

이베른의 몸에는 세 개의 마나가 휘감겼다.

후웅―

얽히고설킨 세 개의 마나는 결국 뱀처럼 꽈리를 틀며 공생의 길을 선택했다. 세 개의 마나가 꼬여 하나의 서클을 만들고, 다시 또 하나의 서클을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이베른의 몸에서는 세 개의 각기 다른 마나가 꼬여 7개의 서클로 새로이 재구성되었다.

<14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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