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276화 (276/351)

# 276

25화

“군단장님, 그러하면 하인히리 후작을 누가 상대합니까?”

솔직히 8군단에서 대륙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소드 마스터 하인히리 후작을 상대할 수 있는 자는 마현과 그의 수하인 철용이 유일했다.

그 질문에 포크너 후작은 고개를 들어 마현을 쳐다보았다.

“체스와프 마탑주와 함께 그를 제거해주게.”

“알겠습니다. 반드시 그를 베겠습니다.”

안 그래도 체스와프를 죽일 생각이라 포크너 후작에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아주 없진 않았다. 특히 아이작이 곁에 있어 그런 생각이 더했다.

“그래, 반드시 그리해 주게.”

포크너 후작은 마현의 속마음을 알지 못한 채 그저 믿음직스러운 대답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회의가 진행될 때쯤이었다.

쿠우웅.

그때 강력한 마나가 느껴졌다.

다른 이들은 못 느꼈겠지만 마현은 또렷하게 느꼈다.

파장의 흐름으로 보건데 워프게이트 진을 이용한 순간이동 마법임이 분명했다.

‘왔군.’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지휘군막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군단장님, 체스와프 마탑주와 그의 두 제자가 도착했습니다.”

전에 스쳐지나가며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는 마법사가 안으로 들어와 그들이 도착했음을 보고했다. 보고 후 인기척과 함께 한 명의 늙은이와 중년의 두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체스와프 마탑주와 그의 두 제자가 들어오자 지휘관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 마현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 길을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포크너 후작은 체스와프 마탑주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고생이라고 할 게 그 무어가 있다고. 허허허.”

체스와프 마탑주는 부드럽고 털털한 웃음을 나직하게 터트렸다.

“고디머 부관, 자리를 만들어라.”

포크너 후작의 말에 고디머 자작이 의자 하나를 가져와 포크너 후작 옆에 놓았다.

“아니 그보다 카이샨 메일을 쓰는 용병기사단이 있다고 하던데, 그들을 보고 싶소.”

“안 그래도 인사를 시켜드리려고 했습니다. 케이슨 용병기사단이 체스와프 마탑주를 호위할 것입니다.”

포크너 후작의 말에 체스와프 마탑주의 얼굴에는 놀람이 드러났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용병기사단에게 스승님의 호위를 맡기신다니요.”

제자 중 한 명이 발끈했다.

“비록 9명밖에 안 되는 용병기사단이지만 그중 2명이 소드마스터이오.”

포크너 후작의 설명에 두 제자는 입을 쩍 벌렸다.

“호오, 포크너 후작님의 말씀을 들으니 더더욱 빨리 보고 싶군요.”

체스와프 마탑주가 이곳에 온 이유는 케이슨 용병기사단에게 지급된 카이샨 메일과 연관이 깊다는 것을 포크너 후작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카이샨 메일을 생산하는 마탑의 마탑주이었기에 처음으로 왕국이 아닌 용병에게 정식으로 지급되었으니 솔직히 호기심이 들 법도 했을 것이다.

포크너 후작의 시선을 받은 마현은 자리에서 나와 체스와프 마탑주 앞으로 걸어갔다.

“그대이시오?”

체스와프 마탑주는 온화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저 웃음에 속았었지.’

마현도 그 웃음에 맞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쟁쟁한 위명을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인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허허, 그래봐야 허명일 따름이오.”

마현이 치켜세우자 체스와프 마탑주는 손사래를 쳤다.

마현은 그런 체스와프 마탑주를 쳐다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케이슨 용병기사단의 부단장으로 있는 카칸입니다.”

마현의 소개에 체스와프 마탑주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카칸……이라고 하셨소?”

체스와프 마탑주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그렇습니다.”

체스와프 마탑주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요동쳤다. 그에 맞춰 한쪽 눈썹도 파르르 떨렸다.

‘잊지 못했겠지.’

마현은 살심을 숨긴 채 체스와프 마탑주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체스와프 마탑주님?”

마현의 목소리에 체스와프 마탑주는 당황하며 정신을 차렸다.

“험험.”

자신으로 인해 어색해진 분위기를 느끼며 체스와프 마탑주는 헛기침을 내뱉었다.

“이거 내가 결례를 저질렀구려.”

체스와프 마탑주는 급히 당황한 기색을 얼굴에서 지웠다.

“어찌 카칸이라는 이름을 쓰는가? 그 저의가 궁금하기 이를 데 없소이다.”

두 제자 중 하나가 나섰다.

“제 이름에 문제가 있습니까?”

“됐다.”

체스와프 마탑주는 제자를 진정시켰다.

“몸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급격히 안색이 창백해진 체스와프 마탑주의 얼굴을 보며 포크너 후작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먼 길을 와서 그럴 것뿐입니다. 그나저나 조건이 조금 달라졌다구요?

체스와프 마탑주는 재빨리 화제를 돌려 마현을 외면했다.

“브루넬로 왕국에서 하인히리 후작을 파견했다고 합니다.”

“브루넬로 왕국 제1의 소드 마스터?”

“그렇습니다. 그자만 제거해 주시면 됩니다.”

포크너 후작의 설명에 체스와프 마탑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어차피 소드 마스터면 대단위 마법을 써야 하니 브루넬로 왕국의 제1기사단도 함께 처리해 주겠소.”

“그렇다면 더 바랄 것도 없습니다.”

“그자는 언제 전장에 나올 것 같소이까?”

“정확한 날짜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예상하건데 오늘 모습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잘 되었군. 오늘 바로 움직이겠소이다.”

체스와프 마탑주의 말에 포크너 후작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적어도 하루, 아니면 이틀 정도 쉬었다가 움직일 줄 알았는데 바로 움직인다니, 그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개전 전에 좀 쉬고 싶소.”

“고디머 부관, 체스와프 마탑주께서 쉬실 수 있게 자리를 봐드리게.”

마현은 고디머 자작과 함께 지휘군막을 벗어나는 체스와프 마탑주의 뒷모습을 보며 입술 끝을 말아 올렸다.

* * *

전쟁이 시작되고 1시간이 흘렀다.

케이슨 용병기사단은 체스와프 마탑주와 그 두 제자를 반원 형태로 호위하고 있었다.

마현의 등을 바라보는 체스와프 마탑주의 눈동자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휴우.’

체스와프 마탑주는 오늘 오전 용병기사단 부단장에게 카칸이라는 이름을 들을 때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는 벌써 죽었어. 벌써 20년 전에.’

그때 현장에서 체스와프 마탑주는 대흑마법사 카칸의 죽음을 똑똑히 확인했었다.

아직까지 체스와프 마탑주는 카칸이라는 망령을 떨쳐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괴감마저 일어났고, 그로 인해 땅이 꺼질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혹시나 싶어 체스와프 마탑주는 마현의 몸을 살폈다.

죽지 않고 살아나 자신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다. 하지만 그런 불안감은 그저 기우일 뿐이었다. 마현의 몸 어디에서도 마법의 흔적은 없었다. 결국 카칸은 죽었다는 뜻이었고,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이는 그저 이름만 같은 용병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불안감은 뭔가?’

체스와프 마탑주의 손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제자야.”

체스와프 마탑주는 손바닥에 난 흥건한 땀을 로브에 닦으며 두 제자를 불렀다.

“예, 스승님.”

“정신을 바싹 차리고 전쟁에 임하거라. 오늘 하인히리 후작을 죽이고 마탑으로 돌아갈 것이다.”

체스와프 마탑주의 행동이 이상했지만 두 제자는 그의 명을 받들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런 그의 옆에 있던 포크너 후작의 주먹이 불끈 쥐었다.

“역시!”

포크너 후작은 천리안 마법이 걸려 있는 망원경을 눈에서 떼며 체스와프 마탑주를 쳐다보았다.

“체스와프 마탑주님, 하인히리 후작이 브루넬로 왕실 제1기사단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렇소?”

체스와프 마탑주는 손바닥에 흥건한 땀을 로브에 닦으며 천리안 마법으로 직접 전장을 살폈다. 전장 한가운데에서 엄청난 무력으로 몬테팔코 왕국 측의 전열을 무너트리고 있는 한 무리의 기사단을 볼 수 있었다.

“카칸.”

마현은 포크너 후작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준비!”

촤르르르륵!

그 명에 케이슨 용병기사단은 단숨에 카이샨 메일을 온몸에 둘렀다.

동시에 체스와프 마탑주와 그 두 제자들도 그들이 만든 마법사용 체스와프 메일을 온몸에 둘렀다.

“찰튼, 최대한 체스와프 마탑주 곁에서 보호하라. 그리고 단장, 체스와프 마탑주의 두 제자를 부탁합니다.”

그러는 사이 마현은 짧게 다시 한 번 작전 요지를 철용과 케이슨에게 각인시켰다.

“명!”

“그러지.”

마현은 고개를 돌려 체스와프 마탑주를 쳐다보았다.

“무리하게 움직이시지 않아도 됩니다. 하인히리 후작의 목은 제가 베겠습니다.”

“……알겠네.”

체스와프 마탑주의 대답에 고개를 살짝 숙인 마현은 전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출전!”

푸히이잉!

마현의 명에 케이슨 용병기사단과 체스와프 마탑주, 그리고 두 제자가 일제히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두두두두두!

이들은 자욱한 먼지를 날리며 전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마현은 케이슨 용병기사단과 체스와프 마탑주, 그리도 그의 두 제자를 인솔해 곧장 하인히르 후작과 그의 기사단이 있는 곳으로 질주해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히르 후작과 그의 기사단을 눈으로 인식할 수 있을 만큼 거리가 가까워졌다.

“이 정도 거리면 되네.”

체스와프 마탑주는 서클에서 마나를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하인히르 후작과의 거리는 대략 300여 미터였다.

그 거리를 생각해 체스와프 마탑주는 대단위 공격 마법을 펼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아직 거리가 멉니다.”

마현은 체스와프 마탑주의 말을 무시하며 말을 멈추지 않았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너무 거리가 가까우면 마법사에게 얼마나 큰 위험이 닥치는지 모르는 건가?”

체스와프 마탑주는 여전히 말을 멈추지 않는 마현의 행동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있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당장 멈추게, 당장 멈춰.”

체스와프 마탑주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고 체스와프 마탑주는 말을 세우지도 못했다. 말을 세우면 곧바로 위험에 직면하기 때문이었다.

“훗!”

그때 마현의 싸늘한 웃음이 짧게 터졌다.

그 웃음소리에 체스와프 마탑주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애써 억눌렀던 불안감이 갑자기 되살아나 그를 엄습했다.

그러는 사이 하인히리 후작과의 거리가 100여 미터로 좁혀졌다.

그때 마현이 손을 들어올렸다.

거기에 맞춰 케이슨 용병기사단이 멈췄고, 체스와프 마탑주와 두 제자도 말을 멈출 수가 있게 되었다.

마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체스와프 마탑주를 쳐다보았다.

“일루젼!”

그리고는 곧바로 환각 마법을 주위에 펼쳤다.

저 멀리에서 망원경으로 이곳을 주시하고 있는 포크너 후작의 시야를 흐리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 일루젼 마법?”

당황하는 체스와프 마탑주를 싸늘히 쳐다보며 마현은 히죽 입술을 비틀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건강하게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체스와프.”

“너, 너는 누구냐?”

“카칸!”

“……!”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체스와프 마탑주의 안색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찰튼!”

마현은 살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철용을 호명했다.

“명!”

마현의 명에 철용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어.

서걱 서걱!

체스와프 마탑주의 두 제자의 목은 철용의 롱소드에 잘리며 피가 튀었다.

“으아악!”

“크악!”

두 제자의 피는 체스와프의 로브를 흠뻑 적셨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충격에 빠진 체스와프는 혼이 빠진 듯한 표정이었다.

쑤아아악!

마현은 그 자리에서 몸을 띄워 체스와프의 가슴에 롱소드를 쑤셔 박았다.

“커헉!”

체스와프 마탑주는 피를 한 모금 토해내며 고통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카, 카칸!”

“뭐, 뭐하는 짓이야!”

당황한 케이슨 용병기사단은 그 믿기지 않는 현실에 놀라 소리쳤다.

마현은 그런 그들을 쳐다보며 몸을 돌렸다.

그러는 사이 거리를 더욱 좁혀오는 하인히르 후작을 향해 오른손을 활짝 펼쳤다. 그리고 마현은 단원들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단위 공격 마법을 펼쳤다.

“파이어 레인, 리터레이트!”

<12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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