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257화 (257/351)

# 257

6화

“대장이 무얼 걱정하는지는 압니다.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일정 부분은 제가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아, 다 좋아. 할 수 있다고 치세. 그럼 종자는 어쩔 것인가? 기사가 홀로 중갑옷을 입고 벗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는가?”

“그건 카이샨 메일이면 돼요.”

마현이 잠시 주춤한 사이 야솝이 끼어들었다.

눈을 초롱초롱 반짝이면서도 한편으론 몽롱한 것이, 야솝은 벌서부터 무지갯빛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이었다.

“카이샨 메일 달라고 하면 주겠죠?”

야솝은 초롱초롱한 눈을 깜박이며 마현에게 물었다.

“카이샨 메일?”

“몰라요? 카이샨 메일? 왜 100년 전쟁이 끝날 때쯤 마탑에서 상용화한 마법무구 있잖아요.”

‘마탑?’

그러고 보니 언뜻 들은 이야기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섯 백마법사에게 죽기 얼마 전 마도시대의 유물이 발견되었고, 그 유물이 마법무구인 중갑옷이라고 지나가며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여섯 백마법사 중 대장장이의 신 샤토의 권능을 이어받은 자는 체스와프였다. 누구보다 마법무구와 아티팩트에 많은 관심을 쏟았던 그가 며칠 동안 흥분해서 떠들었던 게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있었다.

‘문헌도 전해지지 않은 마도시대. 그때는 하르센 대륙이 아니라 판타리아 대륙으로 불렸다고 그랬던가?’

문득 마현의 머릿속에 하야스 후작의 특이한 갑옷이 떠올랐다.

‘하야스 후작이 입고 있던 마법무구가 카이샨 메일이겠군.’

그런 갑옷이라면 지금 케이슨 용병대에 딱 안성맞춤이었다.

미소가 슬쩍 감돌았지만 그의 표정은 빠르게 평정을 되찾았다.

“대충 답이 나온 것 같습니다, 대장.”

마현은 케이슨을 보며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기사단이라니…….”

“하게.”

그때 밀러가 끼어들었다.

“미, 밀러 님.”

케이슨은 밀러가 이 일을 말릴 줄 알았다.

“보란 듯이 하자고. 이대로 흘려버릴 겐가? 한 번쯤 미겔에게 한 방 먹여야지.”

미겔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케이슨의 얼굴이 다시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미 잊었습니다. ……그 이름.”

케이슨의 목소리에는 회환이 가득 차 있었다.

“케이슨. 해요, 하자구요.”

자브라가 케이슨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자브라, 너까지…….”

그런 케이슨을 향해 자브라는 눈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너희들은 어때?”

케이슨은 결국 고개를 들어 대원들을 쳐다보며 의견을 물었다.

“저는 찬성이요!”

야솝이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혀를 삐죽 내밀며 헤헤 웃었다.

“찬성.”

“나도 찬성일세.”

이어 자브라와 밀러도 손을 들어 찬성을 표했다.

“근데 내 몸에 맡는 중갑옷이 있을까요?”

그레오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손바닥으로 배를 탕탕 쳤다. 비록 말을 돌렸지만 그도 찬성이었다.

“아이 참. 형, 카이샨 메일은 어떤 신체를 가지고 있든 가능하데.”

야솝이 팔꿈치로 그레오의 어깨를 툭 쳤다.

“인생 폼 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뭐 기사단이 되면 의뢰비도 올라갈 테니까.”

제이든도 찬성이었다.

만장일치.

“흠……. 나 혼자 반대해도 이미 답은 나왔군.”

케이슨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대원들을 쳐다보았다.

“좋아, 기사단을 만들어 보지.”

케이슨은 고개를 돌려 마현을 쳐다보았다.

“카칸.”

“말씀하십시오.”

그 대답을 들은 케이슨은 다시 고개를 돌려 대원들을 쳐다보았다.

“너희들이 원했으니 나도 원하는 걸 하나 요구해야겠다.”

“……?”

“……?”

“카칸을 케이슨 용병대의 부대장으로 승격시킨다.”

“예?”

다들 놀랐다.

“대, 대장!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이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케이슨을 향해 눈에 힘을 주었다.

“앉아, 제이든. 그리고 너도 원한 일이잖아.”

“제가 언제 저놈을 부대장으로 앉히는 걸 원한다고 그랬습니까? 제가 찬성한 건 기사단입니다!”

“그만해라.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거금을 벌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기사단이 되면 나는 더 이상 너희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 없다. 하지만 카칸은 다르다. 기사단이 되어 필요한 것들은 그가 가르쳐 줄 것이다.”

“아니 그래도…….”

“더욱이 운 좋은 줄 알아라. 너나 나나, 우리 모두. 소드 마스터에게 무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는 알겠지? 그런 이에게 부대장 자리는 당연한 거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기에 제이든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얼굴만 찌푸릴 뿐이었다.

“이제 자네의 뜻대로 되었네.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이 뭔가?”

케이슨은 그런 제이든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마현에게 물었다.

“일단 내일 아침 중앙사령부 부사령관과 제8전선 군단장을 만나 담판을 지어야죠. 카이샨 메일인가 뭔가를 반드시 얻어낼 생각입니다.”

“그렇군. 어차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당분간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모든 것을 자네에게 맡기겠네.”

“그렇다고 해도 내일 아침에는 저와 동행하셔야 합니다.”

“알겠네. 그리하지.”

케이슨은 대답을 하고는 모닥불을 쳐다보았다.

‘기사단……, 그리고 미겔…….’

그의 눈동자가 숯처럼 깊어졌다.

* * *

“요, 용병기사단?”

“그렇습니다.”

포크너 후작의 반문에 케이슨은 담담히 대답했다.

“불가!”

포크너 후작은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듯 바로 소리쳤다.

“그렇다면 군단장님께서는 필요한 무력을 손에 넣으실 수 없게 됩니다.”

나직하고 차분했지만 케이슨은 당당하게 말했다.

‘나도 아직 멀었군.’

마현은 그런 케이슨의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케이슨을 보며 그저 사람이 좋고, 대원들 사이에 덕망이 있으며, 무엇보다 배신하지 않을 자라고만 여겼다. 거기에 어제 저녁 얘기를 듣고 남모를 아픔을 가지고 있는 꽤나 괜찮은 용병대의 대장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무리 대범한 용병대의 대장이라고 해도 이렇게 한 왕국의 후작,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있는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이처럼 당당하게 협상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케이슨은 어깨를 쭉 편 채 담담한 얼굴로 대답을 기다렸다. 그에 반해서 포크너 후작은 인상을 찌푸리고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둘의 상반된 모습에 마현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껄껄껄.”

하야스 후작은 곤혹스러워하는 포크너 후작의 모습을 보며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터트렸다.

“소드 마스터를 아무나 데리고 있을 수는 없지. 다 데리고 있을 만하니 데리고 있는 거였어.”

“칭찬, 감사합니다.”

케이슨은 하야스 후작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과하긴 과해. 카이샨 메일은…….”

“과하시다는 말씀은 반대로 방법을 찾으면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부사령관님.”

케이슨은 하야스 후작의 말에서 조금의 틈도 놓치지 않았다.

“카이샨 메일은 오로지 왕국에서만 취급되며, 왕국에서도 철저히 관리되는 물건일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카이샨 메일을 요구한 것인가?”

“왕국의 압력으로 그리 결정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분명 마탑에서는 왕국으로만 수출하기로 약정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입니다. 왕국으로 수출된 카이샨 메일은 그 후 누구에게 소유권을 넘기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각 왕국의 소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밤사이 케이슨은 카이샨 메일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그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껏 우리 몬테팔코 왕국은 물로 다른 왕국 역시 단 한 번도 왕실과 주요 귀족들 이외에는 그 소유권을 넘긴 적이 없다.”

포크너 후작이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못을 박으려는 듯 말했다.

“선례입니까?”

“그렇다.”

“선례란 남기면 그만입니다.”

“……?”

“포크너 후작님처럼 말입니다.”

케이슨은 말하는 도중 마현을 잠시 쳐다보았다.

그러자 포크너 후작의 눈가가 살짝 일그러졌다. 케이슨이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게 무얼 뜻하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칼자루를 제대로 잡고 흔드는구먼.”

“그리 생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야스 후작의 말에 케이슨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것 때문에 내가 이 막사로 계속 올 수는 없으니, 국왕 전하께는 내가 직접 말해 보지.”

“자, 자네…….”

그 말에 포크너 후작이 놀란 얼굴로 하야스 후작을 쳐다보았다.

“어쩔 수 없지 않나? 조국보다 더 중요한 재산은 없다네.”

하야스 후작은 고개를 돌려 케이슨을 쳐다보았다.

“그 대신 이쪽도 조건을 걸어야겠네.”

“말씀하십시오.”

“카이샨 메일의 가격은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말하기 좀 더 쉬워지겠군. 카이샨 메일의 한 벌 가격은 200골드. 그런 메일이 여섯 벌이면…….”

“마법사용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체스와프 메일이라고 명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체스와프 메일은 카이샨 메일을 변형시킨 무구로써 형태는 쿼터 플레이트 메일과 비슷하게 생겼다. 즉,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한 심장과 머리를 보호하는 일종의 약식 갑옷이었다.

“끄응…….”

하야스 후작은 앓는 소리를 삼켰다.

“카이샨 메일 여섯 벌, 100골드짜리 체스와프 메일 한 벌. 총 1,300골드이네. 그 액수면 어지간한 소규모 영지의 1년치 예산과 맞먹는 금액일세.”

정확한 가격까지는 몰랐던 케이슨도 그 어마어마한 액수에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노련한 그는 순식간에 그런 기색을 얼굴에서 지웠다.

“확실한 전공을 세우면 완전히 양도하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다시 회수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아야하네.”

“확실한 전공이라…….”

케이슨은 고개를 돌려 마현을 쳐다보았다. 마현은 그런 케이슨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의뢰비 말일세.”

“카이샨 메일이 지급되는 만큼 파격적인 의뢰비는 불가일세. 다만 전원 A급 대우를 해주겠네.”

“알겠습니다.”

케이슨은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확실한 전공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 또한 전쟁을 치루면서 필요한 물품은 몬테팔코 왕국 측에서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원이야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확실한 전공을 명확히 하라니……, 무엇을 알고 싶은 건가?”

“말 그대로, 어떤 전공이 확실한 전공인지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두루뭉술한 문구는 차후에 좋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만약 후에 우리의 전공이 좋았지만 확실한 것까지는 아니다, 라고 한다면 제법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보증하지.”

“그건 어디까지나 부사령관님의 생각이시지 다른 귀족 분들의 생각은 아닙니다.”

하야스 후작은 케이슨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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