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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무림에 가다-244화 (244/351)

# 244

19화

콰과광!

엄청난 힘을 동반한 일장이 내뿜어졌다.

“으아아악!”

“사, 사람 살려!”

그 일장에 휘말린 몇몇 진유림 검사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우지끈, 콰르르르!

이어 자그만 전각 하나가 모래성처럼 힘없이 무너졌다.

무림문파를 이끄는 오대세가와 비교되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구금상단 장원의 절반이 무너지며 완전히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송겸의 무자비한 폭격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문제는 그 공격의 여파로 수많은 이들이 다치고 죽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송겸은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오로지 마현만을 악착같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쥐새끼 같은 놈! 내 기필코 일장에 너를 쳐 죽여 버릴 것이다!”

분노에 치를 떨며 일갈을 터트리는 송겸의 몸은 망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봉두난발이 되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고, 단아하던 학사의는 찢어져 피로 물들어 있었다. 지나가는 이가 그런 송겸을 본다면 광인이라고 손가락질해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주화입마로 생겨난 광기가 어느새 송겸의 뇌리를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송겸의 눈에는 새하얀 세상에 오로지 마현만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죽어라!”

송겸은 마현을 향해 다시 일장을 내질렀다.

마현은 허공으로 몸을 날리는가 싶더니 텔레포트를 이용해 송겸의 등으로 순간이동했다.

아니나 다를까. 서서히 광인이 되면서 이성보다는 본능에 충실해지는 송겸은 마현이 뛰었던 허공으로 일장을 내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마현은 오한으로 흐르는 식은땀을 닦을 여유도 없이 송겸의 무릎을 향해 마나 재벌린을 날렸다.

콰광!

무릎에서 피가 튀며 송겸의 몸이 앞으로 꺾였다. 마현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상처악화 마법을 이용해 그 상처를 더욱 깊고 크게 만들었다.

푸학!

송겸의 무릎에서 피가 튀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송겸은 몸을 팽그르르 돌려 마현을 향해 무시무시한 일장을 내질렀다.

“헉!”

마현은 마라환영보를 이용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콰과광!

하지만 온전히 피할 수 없어 충격에 신음하며 입가로 한 줄기 피를 흘려야 했다. 피를 닦으며 공간을 벌리는 마현의 표정은 전과 달리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송겸의 몸에서 큰 허점들이 자주 드러났지만 그만큼 장풍의 위력도 강해져갔다.

이건 마치 사람이 아닌 최강의 생명체라고 일컬어지는 드래곤과 싸우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섬뜩한 싸움이었다. 이 정도면 내력이 고갈될 법도 하건만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송겸은 앞뒤 가리지 않고 더욱 저돌적으로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마현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소리쳤다.

“모두 장원에서 벗어나라!”

마현의 명에 흑풍대를 비롯해 마교의 세력들과 새외 이궁의 세력이 빠르게 장원에서 벗어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진유림 검사들도 장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송겸의 공격에 몇몇 무인들이 명을 달리했다.

‘힘들겠지만 힘으로 눌러야 한다!’

마현은 이제껏 위력이 너무 강해 사용하지 않았던 마법을 꺼내들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지탱해주는 근원인 땅이여, 슬피 울어라, 어스퀘이크(Earthquake)!”

그그극, 크그그그극!

마현이 서 있는 땅을 중심으로 지축이 뒤흔들렸다.

마치 파도가 치듯 땅거죽이 요동쳤다. 그로 인해 그나마 위태위태하게 서 있던 나머지 전각들마저 와르르 무너졌다. 그리고 그 여파에 송겸은 휘청거리다가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신법을 제대로 익히지 않은 탓이다.

그 사이 마현은 허공으로 튀어 올라섰다.

통할지는 미지수였지만 마현은 마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막 공격 마법을 시전하려는 그때였다.

둥 둥 둥 둥 둥―

장엄한 북소리가 들렸다.

“황제 폐하, 납시오! 황제 폐하, 납시오!”

내력이 담긴 목소리도 이어서 들려왔다.

‘화, 황제 폐하?’

마현은 너무 놀라 송겸에게 공격 마법을 날릴 생각도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무너진 장원의 담장 너머로 천여 명의 군사와 함께 ‘황(皇)’자가 적힌 누런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이 황당함에 마현은 잠시 멍하니 황제를 상징하는 깃발을 쳐다보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안력을 돋워 황제의 깃발 아래를 살폈다.

정말 황제가 금빛 갑옷을 입은 채 말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조자경이 나란히 말을 몰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는 모르나 조자경은 쉴 새 없이 말을 떠들고 있었다.

‘대체 무슨 정신으로…….

이 모든 일은 조자경이 꾸몄을 것이 분명했다.

보나마나 자신을 경계한다고 이런 위험한 곳으로 황제를 데리고 왔을 터.

당황한 것은 비단 마현뿐만이 아닌 듯했다.

송겸도 멍하니 황제의 깃발을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죄인 송겸은 순순히 오라를 받아라!”

장원 근처까지 다가온 황군 사이에서 조자경이 말을 몰아 앞으로 튀어나와 소리쳤다.

비록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마현에게 들릴 정도이니 송겸도 들었을 터.

“으하하하하하!”

그 소리에 송겸이 광소를 터트렸다.

“지금 내게 죄인이라고 했느냐?”

송겸은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조자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간사한 세 치 혀를 놀리는 네놈부터 죽여주마!”

송겸이 조자경의 지척으로 날아간 것은 순식간이었다.

푸히이잉!

송겸의 기세에 말이 놀라 마구 날뛰었다. 그러자 송겸은 말에서 떨어져 내렸다.

“어허헉!”

그리고 송겸의 살벌한 기세에 눌려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파방!

송겸은 말에서 떨어진 조자경을 향해 매서운 장풍을 날렸다.

‘젠장!’

그 모습에 마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송겸은 지금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송겸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혼신의 힘을 실어 장력을 내지른 것이었다.

그 장력은 조자경 하나만으로 끝날 정도가 아니었다.

그 위력은 황제까지 집어삼킬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마현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조자경 바로 앞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때려 죽이고 싶은 자였지만 어찌되었든 송겸의 손에 죽게 놔둘 수는 없었던 것이다.

마현은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하는 동시에 실드를 겹겹이 씌웠다.

하지만 송겸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실드는 힘없는 유리처럼 산산 조각났다.

어느 정도 힘이 소진되었지만 여전히 힘이 살아있는 장력이 마현의 가슴을 후려쳤다.

“커억!”

마현은 입에서 피를 뿌리며 뒤로 날아갔다.

다행히 마현이 송겸의 힘을 완전히 막아준 덕분에 조자경은 그저 먼지만 뒤집어쓸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혼을 상실한 조자경의 바짓가랑이는 축축이 젖어 있었다.

“주, 주군!”

쓰러진 마현 주위를 흑풍대가 에워쌌다.

“쿨럭, 쿨럭!”

마현이 몸을 일으키며 검은 피를 토할 때 흑풍대는 300구의 스켈레톤을 어둠에서 깨워 송겸을 막아섰다.

“무, 물러나라!”

“하오나 주군.”

“명이다! 너희들까지 나서면 일이 더욱 커진다!”

마현은 깊은 내상을 입은 것 때문인지 입가로 흐르는 피가 멈추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 뒤를 이었지만 마현은 흑풍대를 벗어나 송겸 앞으로 걸어 나갔다.

“폐하, 정녕 소신이 죄인이오이까?”

송겸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발악하듯 소리쳤다.

“네, 네 이노옴! 뭣들 하느냐, 저 죄인을 포박하지 않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조자경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송겸은 그런 조자경에게 단숨에 달려가 주먹을 휘둘렀다.

“으아악!”

퍽!

조자경은 머리가 두부처럼 단번에 으깨져 그대로 절명했다. 그렇게 피를 온몸에 두른 송겸은 터벅터벅 황제에게로 걸어갔다.

척척척척!

그러자 황제 곁에 있던 군사들이 송겸을 향해 창을 내밀었다.

“폐하, 정녕! 정녕! 소신이 죄인이오이까?”

“그대는 또 한 명의 황제를 꿈꾸지 않았느냐!”

황제는 송겸의 힘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지만 목소리만큼은 위엄을 잃지 않았다.

“한평생, 아니 스승님과 대스승님까지 삼대에 걸쳐 오로지 황제 폐하만을 모셨사옵니다. 그런데! 그런데! 어찌 소신에게 이럴 수 있나이까?”

“아니란 말이냐?”

황제는 진노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짐은 신하들의 주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조정 태반의 신하들의 주군은 짐이 아니라 너더구나!”

“억울하옵니다. 어찌…….”

“허나 너의 충심을 모르지 않기에 죽음만은 내리지 않겠다. 그러니 오라를 받아라!”

황제의 말에 송겸은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차라리 죽겠나이다! 이 목숨으로 충정을 보여드리겠나이다! 허니 마지막으로 충언을 올리나니, 무림을…… 무림을 반드시 황제 폐하의 충성스러운 병사로 만드시옵소서!”

“허어! 아직까지 헛된 망상을 버리지 못한 것이더냐! 무엇하느냐, 어서 저 죄인을 포박하지 않고!”

황제의 질타에 송겸은 눈을 감았다.

“허허, 허허허허!”

송겸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하하하!”

그 웃음은 다시 광소로 바뀌었다.

“인생은 허망한 것이라고 하더니 선인들의 말씀이 틀린 것이 하나 없구나. 주군에게서 버림 받은 신하는 부모에게 버림 받은 아이나 다름없으니 살아서 무엇하리!”

송겸의 눈에서는 광기가 어른거렸다.

“죽자! 다 죽자! 죽으면 주군도 신하도, 부모도 아이도 없지 않겠는가? 으하하하하하!”

송겸의 몸이 서서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주위로 엄청난 내공의 회오리가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송겸이 작정하고 내력을 폭발시킨다면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이 죽는다.

자신은 물론이요, 황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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