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178화 (178/351)

# 178

3화

도종극은 다시 달려드는 언데드의 머리를 발로 차며 허공으로 도약해 마주전 지붕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 그 뒤로 대사혼마령과 사혼마령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마주전 지붕 위로 올라섰다.

“으아아악!”

“사, 살려줘!”

마주전으로 오르는 석단 위에서는 고루귀령들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도종극과 사혼마령들이 일제히 빠지자 언데드들은 봇물 터지듯이 마주전 석단 위로 우르르 몰려들어 남아 있는 고루귀령들을 덮쳤다.

수백, 수천의 언데드들이 마주전 앞으로 탑을 쌓듯이 달려들었고, 이내 그 바닥은 붉은 핏물이 흘렀다.

한동안 굶주린 아귀 떼처럼 고루귀령들을 물어뜯던 좀비들이 더욱 강한 갈증을 표출하며 고개를 들어 마주전 지붕 위에 안착한 도종극과 사혼마령들을 올려다보았다.

―캬하아!

좀비들의 몸은 고루귀령들의 피로 얼룩져 있었다.

도종극은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려 자신과 같은 높이에 떠 있는 마현을 보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대사혼마령, 무슨 일이 있어도 대공자와 부교주를 죽여야 한다.”

“알겠습니다, 소림주.”

대사혼마령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쩔 수 없이 고루귀령들을 포기했다고는 하지만 그들을 잃은 것은 너무나도 뼈아픈 것이었다.

도종극의 명에 다시 전의를 일으키는 사혼마령들의 귀에 마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피의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마현의 몸에서 검은 마기가 강렬히 피어올랐다.

“태양을 부숴 비로 만들지어다, 파이어 레인!”

마현의 몸을 휘감고 있던 검은 마기가 하늘에 떠 있는 눈부신 태양 안으로 솟구쳤다.

퍼벙!

눈부신 태양이 터졌다.

이글거리는 불 조각으로 나누어진 태양은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으며 마주전으로 떨어졌다.

쏴아아아― 콰과과과광!

하늘에서 떨어진 태양의 조각, 불덩이들은 그대로 마주전을 집어삼켰다.

그 충격으로 마주전 기왓장들이 부서져 사방으로 튀어 올랐지만 쇄편들도 이내 불덩이에 휩싸였다.

“도종극.”

마현은 떨어지는 태양의 파편을 등진 채 불길에 갇힌 도종극을 불렀다.

“이게 끝이라 여기지 마라! 넌 오늘 여기서 죽는다!”

마현의 몸에서 다시 검은 마기가 폭사되었고, 그 마기는 땅 아래로 푹 떨어졌다.

“마나의 힘으로 대지의 축을 뒤흔든다, 어쓰퀘이크!”

파박 파바바밧!

마현이 떠 있는 발아래 넓은 마당을 뒤덮고 있던 장판석들이 깨져 산산 조각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 울림은 불길에 휩싸인 마주전으로 이어졌다.

우지끈!

그리고 마주전을 떠받치고 있던 석단이 부서지는 것을 시작으로 거대한 불길에 휩싸인 마주전이 삐거덕거리며 흔들렸다.

콰르르르르!

결국 화마에 뒤덮힌 마주전은 마현이 만들어낸 지진을 이기지 못하고 도종극과 사혼마령들을 집어삼키며 무너졌다.

마주전이 무너지자 화마는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우지끈, 콰당탕탕탕!

서까래며 기둥이며 마주전의 잔해들이 화마에 휩싸이며 또 한 번 폭삭 허물어졌다.

치직, 치이이―

살이 익을 것만 같은 뜨거운 열기에 도종극의 옷과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그을리고 녹아내렸다.

“흑풍대주, 지금이다!”

마현은 투시 마법으로 불길 속을 쳐다보며 섬뜩한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불길과 무너지는 마주전의 잔해 속에서 살아남고자 허공으로 몸을 날리는 도종극과 사혼마령들의 발아래서 다크 스켈레톤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와 그들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흑사신!”

형체를 잃고 무너져 내린 채 무섭게 타오르는 마주전을 바라보는 마현의 표정은 더욱 냉혹해졌다.

“크크크, 기다리고 있었다고! 가라, 나의 귀여운 군사들아!”

흑도의 눈동자에서 검은 마기가 일렁거리며 사이한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러자 듀라한과 좀비들이 화마가 집어삼킨 마주전, 그 불길 안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어갔다.

근 삼천에 가가운 좀비와 듀라한은 화마로 가득 덮인 마주전 안을 거침없이 활보했다.

가뜩이나 사방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사혼마령들이었다.

그들은 거기에 지하에서 튀어나온 다크 스켈레톤들과 사방에서 덮쳐오는 좀비와 듀라한들에 의해 제대로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언데드들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변하고 말았다.

“으아아악!”

불길이 치솟고, 그로 인해 마주전 잔해들이 다시금 부서지고 산 육신이 찢기는 끔찍한 소리가 사혼마령들의 비명소리와 어우러지며 이곳이 무간지옥(無間地獄)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한 폭의 지옥도가 그려졌다.

‘죽이리라, 반드시 죽이리라!’

귀기가 섬뜩하게 일어나는 도종극의 가슴 깊은 곳에서 격분에 가득 찬 또 하나의 불길이 솟구쳤다.

마교가 자신의 것이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런 대계에 금이 갔다. 그리고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이제는 자신의 목숨조차 부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분명 스승 능자필은 이 모든 사태를 질책하며 자신의 목숨을 거둘 것이다.

살아야 했다.

그래야만이 다시 일을 도모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현을 죽여야 했다.

그리되면 목숨만은 건질 수 있을 것이고, 그걸 빌미로 다시 마교를 장악하고, 스승을 죽이고 마도의 종사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너만은 반드시 죽이겠다!”

도종극은 하체를 움켜잡고 있는 수십 개의 다크 스켈레톤들의 손을 강제로 뿌리쳤다.

불길에 눌어붙은 옷이 찢어지고, 발목을 붙든 날카로운 손톱에 피부가 갈라지며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도종극은 마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비명을 내지르는 사혼마령들도 돌아보지 않았다.

마현만 죽이면 모든 것이 정리된다.

그리 생각했기에 도종극의 눈에는 마현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도종극은 다시금 다가오는 다크 스켈레톤들의 손을 우악스럽게 뿌리쳤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언데드들의 머리를 밟으며 마현이 떠 있는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마현이 제법 높은 곳에 떠 있었지만 도종극에게 있어 못 오를 곳은 아니었다.

도종극은 언데드를 밟고, 재차 무너지는 마주전의 파편들을 걷어찬 탄력을 이용해 마현 앞으로 날아올랐다. 전신의 내력을 최대한 격발시키며 모든 귀력을 양손에 모았다.

“죽어라!”

도종극은 일갈은 터트리며 마현의 복부를 향해 일수를 내질렀다.

싸아악!

도종극의 회색 손톱에 공기가 갈기갈기 찢겨지는 섬뜩한 파공음이 터졌다.

마현은 실소를 터트리며 오른손을 도종극이 날아오는 곳으로 들어올렸다.

“헤비 그레피티!”

쿵!

육중한 바위가 바닥에 쿵 떨어지는 소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비상하는 매처럼 가볍게 허공을 가르는 도종극의 몸이 찰나지간 툭 멈췄다.

그런 도종극이 떠 있는 허공 바로 아래 반경 일 장 넓이의 장판석이 부서지며 반치 정도가 움푹 파였다.

“어?”

이상함에 도종극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이내 양어깨를 강제로 누르는 무형의 힘을 느꼈다. 그리고 도종극이 바라보는 눈앞 정경이 빠르게 위로 치솟아 올랐다. 도종극은 자신의 몸이 어떤 힘에 의해 강제적으로 아래로 떨어지고 있음을 알았다.

그 힘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은 도종극은 귀력을 재빨리 양손에서 거두며 두 다리로 내려 보냈다.

쾅!

마치 몇 천 근의 바위를 등에 매고 바닥에 떨어진 것처럼 실로 엄청난 충격이 발목을 타고 허리를 거쳐 뒷목까지 타고 올라왔다.

“크윽!”

지독한 고통을 애써 참으며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먼지 속에서 도종극은 고개를 쳐들어 마현을 올려다보았다.

마현은 그런 도종극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죽어가는 고통을 지옥에서도 잊지 못할 만큼 느끼게 해 주마, 톡식 스모크(Toxic smoke)!”

도종극이 서 있던 자리에서 갑작스레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독?’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도종극은 재빨리 숨을 틀어막았다. 이내 피부가 따끔거리는 것이 지독한 독임에 틀림없었다.

『고작 이런 것으로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

도종극은 전음으로 마현을 비웃으며 독무가 피어오른 곳을 빠져나왔다.

그때 마현의 오른손바닥이 그를 향해 틀어졌다. 그러자 스멀스멀 피어오른 독무가 마치 뱀처럼 길게 쭉 늘어나더니 도종극에게로 날아왔다.

“헙!”

도종극은 헛바람을 들이마시며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럴 때마다 마현의 손바닥은 여전히 도종극을 향해 틀어졌고, 독무는 어김없이 도종극을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독무가 너무나 빠르게 쫓아오는지라 도종극은 마현이 떠 있는 허공으로 몸 한 번 날릴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어지럽게 발을 놀리던 도종극은 뒤로 몸을 내빼다가 무언가에 툭 부딪혔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와중에도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그것은 분명 벽은 아니었다.

도종극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위기감을 느끼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때 도종극의 눈앞으로 살점이 뜯겨나가고 불에 탄 얼굴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꺄아아아아!

서걱!

도종극은 오른쪽 조수(爪手)를 휘둘러 좀비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 사이 독무가 도종극을 집어삼켰다.

독무를 예상하고 있던 도종극은 이미 숨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가 다시 독무를 벗어나기 위해 귀력을 용천혈로 보낼 때였다.

“폴스트 인젝션(Forced injection)!”

마현은 강제주입 마법을 이용해 독무를 도종극의 피부 안으로 강제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독무 안에서 벗어나고자 강하게 발을 굴리던 도종극의 신형이 비틀거렸다. 어지러움을 느꼈다. 도종극은 입술 위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끼며 손등으로 인중을 훔쳤다. 그러자 손등 위로 검붉은 피가 흥건하게 묻었다.

‘독? 어떻게?’

그런 의문을 느끼는 순간 보이는 것들이 반듯하게 서 있지 않고 아지랑이처럼 흐물거리며 눈앞이 핑핑 돌았다.

쿵!

자신의 머리 위에 떠 있어야 할 하늘과 마현이 기울어지더니 눈앞에 떠올랐다.

그런 도종극의 시야에 빽빽하게 둘러싼 채 허리를 숙인 좀비들이 보였다.

―크르르르!

나직하게 울음을 토하던 수십의 좀비들이 눈이 시린 하늘마저 가리며 도종극을 덮쳤다.

콰직!

살이 찢기고 피가 튀었다.

생살이 찢기는 고통이 뇌를 뒤흔들었다.

도종극의 눈에서 검은자위가 사라지며 입이 저절로 쩍 벌어졌다.

“으아아아악!”

* * *

수천 마리의 호랑이 떼 안에 고깃덩이 하나를 던져 놓으면 저리될까?

화마를 이기지 못하고 전소된 마주전 앞마당이 지금 꼭 그 짝이었다.

그사이 대사혼마령과 사혼마령들을 무참히 먹어치운 좀비들이 단 한 명, 도종극을 향해 달려들었다. 좀비들에 의해 만들어진 야트막한 봉분 속에서 지독한 고통에 따른 도종극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보던 마현이 갑자기 미간을 좁혔다.

‘율기!’

어느 순간부터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의 본 실력을 몰랐다면 전장에 휩쓸려 죽었을 것이라 여기겠지만 마현은 이미 율기가 이제껏 숨겨왔던 무공을 파악한 후였다.

마현은 투시 마법을 이용해 주검이 된 시신들을 재빠르게 살폈다. 역시나 율기의 시신은 없었다. 쥐새끼처럼 혼란을 틈타 몸을 내뺀 것이 분명했다.

반드시 잡아야했다.

“흑풍대주, 당장 군사 율기를 찾으라!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마현은 다급히 흑풍대주에게 명을 내렸다.

흑풍대가 다크 스켈레톤을 데리고 마교 전역으로 흩어졌다.

그때 마휴당 쪽에서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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