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
19화
“마나 미사일, 리터레이트!”
마현은 마나 미사일을 중첩시켜 더욱 강하고 뾰족한 마나 미사일을 만들었다.
쑤아아앙!
섭선을 따라 중첩된 마나 미사일이 독무웅을 향해 빛살처럼 날아갔다.
“헙!”
“헉!”
당화평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입에서도 경악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콰광!
마나 미사일은 독무웅의 어깨를 그대로 꿰뚫어 버렸다.
“크악!”
쿵, 콰당탕탕탕!
독무웅은 피를 뿌리며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힌 후 바닥에 떨어졌다.
마현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쓰러진 독무웅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그런 마현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매우 무거웠다.
“크으으으!”
오른쪽 어깨를 왼손으로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독무웅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툭, 툭 ,툭!
꿰뚫린 상처를 왼손으로 막고 있다지만 솟아나는 피는 금세 독무웅의 왼손을 적신 후 바닥으로 떨어졌다.
* * *
그때 당화평의 일갈이 터졌다.
“자, 잠깐!”
매서운 살기를 일으키며 독무웅에게로 걸어가는 마현 앞으로 당화평이 뛰어들었다. 마현을 쳐다보는 당화평의 눈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분명 선강이었다. 선강…….’
“비키시오.”
마현의 목소리는 얼음장보다 더 차가웠다.
“고, 공자. 아니 소협.”
당화평은 마현에 대한 호칭을 급히 바꾸었다.
“이 당 모는 사천당문의 소가주 당화평이라 하오. 나를 봐서 그만해 주시면 어떻겠소? 내 이리 부탁하리다.”
당화평은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포권을 취했다.
그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낮게 몸을 숙인 것이었다.
“다시 한 번 이 당 모가 부탁을 드리오.”
당화평이 허리를 폈다가 다시 숙였다.
마현은 그런 당화평을 내려다보았다.
사천성의 패자 사천당문의 소가주로서 쉽지 않은 행동이었다.
“흠…….”
마현은 그런 당화평을 보며 묵직한 음성을 삼켰다. 그리곤 다시 독무웅을 쳐다보았다.
독무웅은 그사이 지혈을 했는지 피는 더 이상 흐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충격이 컸던지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런 꼴인데도 독무웅은 마현을 향해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저씨, 그만하면 안 돼?”
그때 당비연이 당문혜와 함께 마현 옆으로 걸어왔다. 그 목소리에 다가오는 당비연과 당문혜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찰나, 마현의 눈과 기감에 섬뜩한 그 무엇이 감지되었다.
‘마기?’
고개를 저었다.
‘피에 젖은 마기다. 단순한 마기가 아니야.’
동시에 마현은 피 냄새도 맡았다.
마현은 눈매를 가늘게 만들며 독무웅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을 노려보는 독무웅의 눈동자에서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약하지만 피에 젖은 마기가 언뜻언뜻 드러났다 사라졌다.
‘분명 독패장이 정파 소속이라고 들었는데……. 더욱이 저런 피에 젖은 마기라니…….’
분명 독무웅에게 뭔가가 있다고 느꼈다.
마현은 서클 단전에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대주.』
『예, 주군.』
『흑풍대를 이용해 저자에 대한 것을 알아보라.』
『명!』
당비연은 마현이 뜸을 드린다고 생각했던지 소매를 잡아당겼다.
“용서해 줘, 응? 용서해 주면 이 당비연이가 5일 후에 있을 내 생일잔치에 초대해 줄게.”
당비연은 허리춤에 양손을 척 올리며 인심을 팍팍 쓴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말에 당화평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무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력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인맥이었다. 특히 고수와의 인맥, 그리고 차후 무림을 이끌어갈 후기지수와의 인맥은 한 개인으로나 문파로나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 중 하나였다.
당화평은 마현의 소매를 잡아당기는 당비연을 보았다. 부모님이 뒤늦게 낳은 늦둥이였다.
귀엽고 사랑스런 동생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사실 당비연이 이 자리에 오겠다고 했을 때 불만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할 때마다 흐름을 끊곤 했었다. 그래서 얄미운 마음이 들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당비연이 얼마나 귀여운지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였다.
당화평이 딱 보기에 마현은 강호 초출이었다. 단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가 보여준 선무는 실로 놀라웠다.
분명 얼마 가지 않아 무림을 진동시킬 후기지수로 이름을 날릴 것이 분명했다. 이름을 얻기 전에 친분을 쌓아두면 그게 나중에 얼마나 큰 힘이 되어 돌아오는지 가문의 어른들로부터 수십 번 들었고, 수차례 직접 보기도 했다.
독무웅에게는 미안한 일이나 당화평은 마현과 친분을 쌓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실 그리 친한 편도 아니었고, 그저 사천 성도에 함께 자리했다는 이유로 제법 자주 어울리기는 했지만 그렇게 신경을 써야 할 존재도 아니었다.
사천성의 패자인 사천당문이 독패장의 눈치를 볼 이유는 없었다.
“비연이를 봐서라도 노여움을 푸시지요, 마 소협.”
“아저씨, 초대한다니까. 응? 으응?”
당비연은 소매를 당기며 떼를 쓰듯 재차 물었다.
당화평은 조용히 당비연 뒤에 서 있는 당문혜를 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단지 눈빛일 뿐이었지만 그 의미를 알아차린 당문혜가 당비연 뒤로 바싹 걸어가 섰다.
“소녀도 부탁을 드릴게요. 마 소협이 안 받아들이면 몇날며칠 동안 시달려야 한답니다.”
마현 역시 더 이상 성격대로 나갈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마현은 기세를 거두었다.
“그럼 내 생일잔치 때 오는 거다? 약속.”
당비연은 새끼손가락을 펼친 채 오른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렇게 하세요.”
당문혜가 다시 한 번 거들었다.
당비연도 당비연이었지만 마현은 이 기회에 정파를 구경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꼭 참석하마.”
마현은 앙증맞은 당비연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러는 사이 당화평은 상황이야 어찌되었든 지금의 사태를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독무웅의 날이 시퍼렇게 선 목소리가 들렸다.
“네놈은 나와 독패장을 건든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
독무웅은 마현을 노려보다 잠시 스치듯 당문혜를 쳐다보고는 비틀거리는 몸으로 객잔을 내려갔다.
* * *
독무웅이 피를 흘리며 객잔 1층으로 내려오자 1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독패장 제자들이 사색이 된 채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부축했다. 그들은 독무웅이 호위무사처럼 데리고 다니는 패권단(覇拳團)이었다.
“소, 소장주님.”
특히 독무웅의 그런 모습에 은은한 노기를 터트린 이는 패권단의 단주였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단주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며 노기 어린 목소리를 터트렸다.
“큭!”
자연스레 독무웅을 부축한 그의 몸에 힘이 들어갔고, 그 힘은 독무웅의 상처를 건드렸다. 그러자 임시로 지혈시킨 상처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일단 치료부터 해야겠습니다. 뭣들 하나, 어서 자리를 마련하지 않고.”
패권단 단주의 말에 자리가 넓어지고 의자 하나가 마련되었다. 단주는 독무웅을 의자에 앉히고 상의를 찢어 상처를 살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비록 관통되었지만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는 품에서 금창약을 꺼내들었다. 그리곤 다시 지혈을 한 후 금창약을 상처에 조심스럽게 발랐다. 마지막으로 함께 가지고 있던 깨끗한 헝겊을 이로 찢어 어깨를 감쌌다.
그나마 상처를 치료하자 어느 정도 통증이 가시는지 독무웅은 위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노려보며 이를 박박 갈았다.
“소장주님,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빠드득.
독무웅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날카롭게 어금니를 갈았다.
“감히 독패장과 나 독무웅을 건드려?”
“소장주님.”
“좀 있으면 3층에서 검은 비단으로 지어진 서생 옷을 입은 녀석이 내려올 것이다.”
독무웅은 고개를 들어 패권단 단주를 쳐다보았다.
“반드시 그 녀석을 잡아 독패장으로 데려와. 나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분노에 뺨이 부르르 떨리는 독무웅의 눈에서 붉은 핏빛 마기가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패권단 단주의 눈동자가 커졌다.
“빠, 빨리 소장주님을 에워싸라, 어서!”
서둘러 호위무사들이 독무웅을 둘러쌌다.
“피, 피…….”
“죄송합니다, 소장주님.”
패권단 단주는 손날로 독무웅의 뒷목을 내리쳤다.
“큭!”
독무웅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단주는 재빨리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1층에 무림인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평범한 사람들인 듯 이쪽으로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조용히 식사에 열중하는 모습만 보였다.
“다행이군.”
그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독무웅을 어깨에 들쳐 멨다.
“부단주.”
“옙.”
“몇 명 데리고 있다가 소장주께서 말한 놈이 누구인지, 또 어디로 가는지 알아서 와라.”
“알겠습니다.”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다. 그 누구든 독패장을 건드린 자는 반드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 줘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패권단 단주는 고개를 끄덕인 후 독무웅을 어깨에 들쳐 멘 채 수하 몇을 데리고 서둘러 독패장으로 돌아갔다.
그 광경을 처음부터 주시하고 있던 흑풍대주가 전음을 날렸다.
『부대주.』
『명하십시오.』
『흑풍대원 다섯을 줄 테니 여기에 남아서 저들을 살펴라. 나는 흑풍대를 이끌고 저들을 뒤쫓겠다.』
『알겠습니다.』
투명화 마법으로 모습을 감춘 흑풍대는 조용히 둘로 나눠져 독패장의 뒤를 쫓았다.
* * *
얼마 후 마현과 3층에 있던 이들이 함께 자리에서 내려왔다.
『주군.』
『무슨 일인가?』
철용의 전음에 마현이 응답했다.
『조금 전 독무웅이라는 자가 핏빛 마기를 드러냈었습니다.』
『그래서?』
『그러자 독패장 무인 하나가 재빨리 독무웅을 기절시키고는 그를 데리고 서둘러 객잔을 떠났습니다.』
마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확실히 의심이 가는군.’
『그렇게 서둘러 철수하면서 독패장 무인 일곱을 남겨 두었습니다.』
『이유는? 나를 치려는 것인가?』
『주군의 뒤를 쫓으려는 의도입니다.』
그 전음에 마현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마현을 주시하던 당화평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철용은 전음을 통해 그들이 숨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마현은 그중 가장 상급자를 향해 몸을 돌렸다. 뜬금없이 마현이 몸을 돌려 객잔 한구석으로 걸어가자 당화평의 호기심 어린 눈은 그의 등을 따라 움직였다.
마현은 패권단 부단주 앞으로 걸어갔다.
“나를 기다렸나?”
패권단 부단주는 객잔 가장 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곳이 아래쪽에서는 객잔 통로가 훤히 보이지만, 반대로 2층에서 내려오는 계단 쪽에서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 이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현은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사각지대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듯 똑바로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터라 패권단 부단주는 몸을 흠칫하며 인상을 구겼다.
“그대의 소장주는 참으로 본인의 신경을 긁는 재주가 탁월하군.”
마현은 섭선을 들어 탁자 위를 지그시 눌렀다.
치지지지직!
그러자 탁자에서 나무가 타면서 만들어내는 메케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마현이 마법으로 섭선 주위를 아주 뜨겁게 만든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