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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무림에 가다-93화 (93/351)

# 93

18화

“내가 자네들을 보자고 한 것은 다름 아닌 요즘 사천성 내 흉흉한 민심 때문이네.”

“아! 당 형, 혹 젊은 아녀자들이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그러네. 관에서 수사에 들어갔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 듯싶어. 하여 관에서 우리 사천당문에 도움을 요청해 왔네. 물론 비공식적인 요청이라 가주께서 직접 나설 수는 없어서 내가 이렇게 자네들을 모은 것이네.”

“흠……. 안 그래도 우리 신도방 내 하인 몇몇 중에서도 딸아이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하지만 관의 일이라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는데 잘 되었군.”

“관에서 파악하기로는 아녀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 대략 3년 전이라고 하더군.”

“3년이나?”

“그렇다네. 그때는 워낙 사라지는 아녀자들이 적었고, 대부분 빈민촌에서 발생해 잘 몰랐었다고 하더군. 차츰 사천성 성도 외부 쪽에서 아녀자들이 실종되던 것이 요 몇 달 전부터는 거의 대부분 성도 내에서 사라졌다고 하네.”

당화평의 말에 세 무가 장남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저 그 때문에 민심이 흉흉해졌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흥! 관에서 증거를 못 찾고 우리에게 손을 벌렸다면 흉수는 하나지.”

독패장 소장주 독무웅은 비아냥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그 목소리에 다들 독무웅을 쳐다보았다.

“왜 그리 보나? 당연한 것 아닌가? 바로 저 밑에 있는 음침한 놈들이 아니라면 왜 관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겠는가? 안 그런가?”

독무웅은 당연하다는 듯 범인을 마교로 몰고 갔다.

“독 형, 자중하게.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야.”

“위험은 무슨……. 사실 아니 그런가? 아직 당 형께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성도에서 사라진 아녀자들 대부분이 대로를 중심으로 북쪽, 그러니까 우리 정파 세력권에서만 일어났네. 안 그런가, 당 형?”

독무웅의 말에 당화평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알았는지는 모르나, 맞네.”

“거 봐, 내 말이 틀렸나? 분명 마교놈들 짓이 분명하네.”

마현은 그들의 말에서 마교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귀를 기울였다.

‘사천성에서 아녀자들이 사라진다……?’

그렇게 생각하는 가운데 독무웅의 말이 마현의 얼굴을 굳게 만들었다.

독무웅이 마교를 대놓고 지목한 것도 몹시 거슬렀지만 문제는 아녀자들이 사라진 장소였다.

‘며칠 쉬었다가 사천총타로 가려 했는데 오늘 들려야겠군.’

직접 가서 한 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들어서 아시겠지만 워낙 지금 사천성 내 분위기가 흉흉해서 합석하지 못했어요. 이해해 주세요.”

당문혜는 어차피 저쪽에서 하는 이야기가 모두 들린 터라 조금 전 혹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사과했다.

“저는 괜찮으니 너무 신경을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현의 편안한 웃음 때문일까. 아니면 좀 전과 달리 꽤나 긴 말로 대답해서일까. 당문혜는 좀 더 편히 마현에게 입을 열 수가 있었다.

“공자님은 특이하게 검은 색 비단으로 옷을 지어 입으셨네요.”

검은 비단으로 만든 서생 옷에, 검은 섭선을 든 마현이 좀 특이하게 보인 모양이었다.

“제가 검은 색을 좋아하다 보니 즐겨 입습니다. 왜 이상하십니까?”

“아, 아니요.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건 아니에요.”

당황한 듯 당문혜는 손을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

“그냥 좀처럼 볼 수 없는 옷이라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어본 것이에요.”

“그렇게 묻는다면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대답할 수 있겠군요.”

좀처럼 시작되지 않았던 대화는 한 번 말문이 터지자 부드럽게 이어졌다. 물론 처음 보는 사이다 보니 대부분 소소한 잡담들이었지만 의외로 당문혜가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던지, 조금 전 다시 독무웅으로 인해 불편해진 심기가 많이 풀렸다.

더불어 간간히 끼어드는 당비연의 말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마 공자께서는 강호 유람을 나오신 건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셨습니까?”

“뭐 과거가 있을 시기도 아니고…….”

당문혜는 눈으로 탁자 위에 놓인 섭선을 가리켰다.

“저건 대부분 유람 나오신 서생 분들이 자주 이용하시는 물건 아닌가요?”

“그럼 아저씨도 여자 꼬시러 나온 거야?”

“뭐?”

당비연의 당돌한 질문에 마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저번에 언니가 그런 건데…… 가끔 서생들이 섭선 들고 여인네들 꼬시러 나오는 일이 종종 있다고 그랬거든. 아저씨도 여자 꼬시러 나온 거야? 장가가려고?”

“뭐? 하하하하!”

마현은 당비연의 말에 당문혜를 쳐다보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에 당문혜는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마 당문혜는 아무 의미 없이 풍류를 즐기는 서생들을 보고 지나가면서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당비연이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이 담에 커서도 그냥 말빨만 번지르르한 서생, 아! 섭선이나 금 같은 거 들고 있는 서생은 조심해야 한다고 그랬거든. 언니, 맞지? 나 똑똑해? 헤헤헤.”

“푸하하하하하!”

그 뒤의 말이 마현에게 더 큰 웃음을 주었다.

“비, 비연아! 얘는 못하는 말이 없어.”

당문혜의 얼굴은 어느새 홍당무처럼 붉게 변해 있었다.

그렇게 한바탕 웃자 마음이 시원해진 마현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었다.

‘응?’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차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마교에 적개심을 표출했던 독무웅이 마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현은 그의 시선이 자신뿐만 아니라 간간히 당문혜에게도 향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훗.’

마현은 그 모습에 실소를 터트렸다.

딱 봐도 독무웅이라는 자가 당문혜를 좋아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에게 있어 자신이 불청객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자의 눈빛이 상당히 거슬렸다. 그런 마음은 자연스럽게 마현의 미간에 주름을 잡게 만들었다.

순간 마현과 독무웅의 눈이 마주쳤다.

비록 살기가 표출되지 않았지만 살심이 담긴 눈빛으로 마현을 쳐다보던 독무웅의 입이 벌어졌다.

『좋은 말할 때 그냥 이 자리에서 꺼져라. 너 같은 놈이 감히 웃으며 대화를 나눌 소저가 아니다.』

전음이었다.

그냥 언짢은 기분에 미간을 좁혔던 마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여러모로 거슬리는 자였다. 마현의 성격상 거슬리는 것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치워야 했다.

그래서 마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가 막 일어나려는 그때.

“아저씨.”

당비연이 그런 마현을 불렀다.

“응?”

마현은 당비연의 부름에 다시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왜 불렀느냐?”

“그냥!”

“……?”

“그냥 아저씨가 마음에 들어. 그래서 불렀어.”

“그래?”

마현은 애써 표정을 풀며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독무웅을 쳐다보았다. 차가운 눈빛이 다시 부딪혔다.

“마 공자님? 으음? 독 소협?”

이리저리 시선을 피하느라 둘 사이에 일어난 미묘한 기류를 파악하지 못한 당문혜는 마현을 불렀다가 자연스레 이쪽 탁자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독무웅을 불렀다.

“무슨 일이…….”

“하하하, 아닙니다. 그냥 우연히 눈이 마주쳤을 뿐입니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그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 착각을 했네요.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 무슨…….”

독무웅은 손사래를 치며 부드럽게 웃었다.

‘운이 좋은 줄 알아라.’

마현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술잔을 들었다.

『좋은 말할 때 꺼져라. 아니면 오늘 네놈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그때 살심이 담긴 독무웅의 전음이 다시 들려왔다.

퍼석!

그 순간 마현이 잡은 술잔이 부서졌다. 그 소리에 모든 이목이 마현에게로 쏟아졌다.

“무슨 일이죠?”

당문혜는 독무웅이 고개를 돌리기 전, 마현을 노려보며 입을 달싹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렇기에 독무웅을 향해 차갑게 물어보았다.

“아, 아니오.”

“아니에요, 방금 독 소협께서 마 공자께 전음을 날리는 것을 보았어요.”

어수선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주군, 어찌할까요?』

그때 왕귀진의 전음이 들려왔다.

“됐다, 너희들이 나설 일이 아니다.”

마현의 차가운 음성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마현에게로 모아졌다. 마현은 의자에 앉은 채 몸을 돌려 독무웅을 쳐다봤다.

“죽고 싶나?”

마현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뭐, 뭐?”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어라. 그렇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순간 마현의 몸에서 기세가 퍼져나갔다. 마력에 의한 투기나 살기가 아니었다. 고수만이 가진 고유의 기운이었다.

‘고, 고수?’

당문혜는 갑자기 달라진 마현의 기세에 깜짝 놀랐다.

그냥 유람 나온 서생인 줄 알았다. 옷도 옷이었지만 평범한 기운에 태양혈 또한 튀어나와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무림인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저 그런 마음 좋은 서생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보여주던 부드러운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강자만의 절대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마현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낯설었다.

“무림인이었구나!”

독무웅은 가차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마지막 경고다! 무릎을 꿇어라!”

“네놈이 감히 사천에서 나를 농락해? 무릎을 꿇는 것은 내가 아니라 네놈이다!”

독무웅은 그 자리에서 신형을 띄워 마현을 향해 일장을 내질렀다.

팡!

장력에서 뿜어져 나온 장풍에 주위의 공기가 갈기갈기 찢어지며 파음이 만들어졌다.

마현은 곧바로 탁자 위에 놓인 섭선을 들어 활짝 폈다.

“암 바클러!”

우우웅!

그러자 활짝 펴진 섭선 주위로 원형 방패 모양의 방어막이 만들어졌다.

쾅!

장풍은 섭선 주위에 만들어진 원형 방패 모양의 방어막에 부딪히며 폭음을 만들었다.

“서, 선막(煽幕)?”

당화평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펴, 평범한 고수가 아니다.’

당화평은 재빨리 나서서 독무웅을 말리려 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실력에서 독무웅이 마현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간파한 것이었다. 하지만 독무웅은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듯 당화평이 말리기도 전에 마현을 향해 다시 몸을 날린 후였다.

후우우웅!

독패장 소장주라고 하더니, 독무웅은 상당히 패도적인 장법을 구사했다. 독무웅은 허공에 몸을 날려 마현의 머리를 부숴 버릴 요량으로 손바닥을 찍어 눌러 들어왔다.

마현은 전과 같이 섭선에 암 바클러를 만들어 그의 장법을 막았다.

쾅!

묵직한 충격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흥!”

마현은 코웃음을 치며 앉은 채로 다리를 들어 독무웅의 배를 살짝 걷어찼다.

“그리스!”

그러면서 독무웅이 디디고 서 있는 바닥에 마찰을 없애 버렸다. 그러자 독무웅의 신형은 힘없이 반 장가량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마현은 섭선을 들어 독무웅을 향해 휘저으며 세 개의 윈드 커터를 날렸다.

쐐애애액!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이 공기마저 가르며 독무웅의 신형을 덮쳤다.

“선기(煽氣)?”

다시 한 번 당화평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어림없다!”

독무웅은 입술을 깨물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옷자락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하압!”

강한 일성을 터트리며 독무웅은 연속으로 세 번 장법을 펼쳤다.

쾅, 쾅, 쾅!

그러자 독무웅 주위로 공기가 연속적으로 터졌다.

“그래도 한 수는 있는 놈이군!”

착!

마현은 독무웅을 비웃으며 섭선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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