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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무림에 가다-70화 (70/351)

# 70

20화

“어떻게 된 것이오, 칠장로!”

회회혈마는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삼안혈화를 노려보았다.

스르릉.

“배신인가?”

역천마도는 도를 뽑아들었다.

“흑도.”

마현은 그런 역천마도와 회회혈마를 쳐다보며 흑도를 불렀다.

“크크크, 알고 있다고.”

두두둑.

흑도는 목과 손가락의 관절을 꺾어 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스르르.

그리고 도를 뽑아들었다.

“둘 다 덤벼.”

함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둘은 입술을 깨물며 분노했다.

“히익!”

둘은 순간 눈빛을 교환하더니 회회혈마는 마현에게로, 역천마도는 흑도를 향해 몸을 날렸다.

쐐애애액!

역천마도는 흑도를 향해 도에 강기를 담아 뿌렸다.

번쩍!

도강이 흑도의 몸을 난자하려 할 때 흑도의 도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차장창창창!

시퍼런 살기를 담은 도강은 단숨에 부서졌다.

“헙!”

역천마도가 두 눈이 찢어져라 부릅뜨며 헛바람을 들이마시기도 전에 흑도의 도가 아랫배에 꽂혔다.

퍽!

“컥!”

역천마도의 상체가 기역(ㄱ)자 마냥 숙여졌다.

후우웅― 퍽!

흑도의 발끝이 허공을 가르며 앞으로 숙여진 역천마도의 턱에 꽂혔다.

역천마도는 입에서 피를 뿜으며 뒤로 몸이 밀려났다. 그 순간 다시 흑도의 도가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와 역천마도의 복부에 다시 꽂혔다.

“크악!”

역천마도는 더욱 짙은 피를 내뿜으며 뒤로 날아갔다.

후아아앙!

회회혈마는 뚱뚱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재빠르게 몸을 날려 마현을 향해 발을 날렸다.

마현은 양손을 살짝 위로 들어올렸다.

“월 오브 본(Wall of bone)!”

드르륵 촤아아아―

마현 앞으로 어른 팔목보다 더 굵은 십여 개의 뼈다귀가 불쑥 솟아올라왔다.

쾅!

회회혈마의 발은 뼈로 만들어진 벽에 가로막혔다.

“사, 사술?”

갑자기 땅에서 솟아오른 뼈다귀에 회회혈마는 눈을 한껏 치뜨더니 눈매를 좁히며 뼈로 만들어진 벽을 살폈다.

쾅― 콰당탕탕탕!

그사이 역천마도가 날아와 뼈로 만들어진 막에 부딪힌 후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네가 상대할 이는 내가 아닌 것 같은데?”

마현은 팔짱을 끼며 바닥에 쓰러진 역천마도를 쳐다보다 턱으로 회회혈마의 뒤를 가리켰다.

회회혈마는 피를 토하며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역천마도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마교 장로나 되는 놈이 뭐 이리 약해?”

도발적인 흑도의 목소리에 회회혈마는 주먹을 말아 쥐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묵빛 도를 어깨에 턱 걸친 채 다가오는 흑도가 눈에 들어왔다.

“네, 네놈은 누구냐?”

회회혈마는 흑도와 겨우 몸을 일으킨 역천마도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본좌?”

“…….”

“저! 승! 사! 자!”

흑도는 히죽 입가를 비틀며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후우우웅!

흑도의 도에서 묵빛 강기가 뿜어져 나왔다.

“크크크크.”

나직하게 웃는 흑도의 눈에서 사기가 폭사되었다. 그리고 흑도의 신형이 회회혈마와 역천마도의 눈에서 사라졌다.

* * *

탁자 위에 밝혀진 초를 중심으로 방 안을 맴돌던 가릉은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무영대주입니다.”

촛불의 빛이 닿지 않는 짙은 어둠 속에서 무영대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가릉은 무영대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어둠을 향해 몸을 틀었다.

“주군께서 찾으십니다.”

“나를?”

“예.”

무영대주는 여전히 어둠 속에 숨어 있을 뿐 밝은 곳으로 나오지 않았다.

평생 얼굴을 숨기고 살았던 터라 자신을 숨기는 것이 더 익숙한 모양이었다.

“흑풍각에 계신가?”

“아닙니다. 지금 칠장로 삼안혈화의 거처에 계십니다.”

“일이 잘 풀리신 모양이군.”

가릉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말씀은 더 없으셨고?”

“오실 때 침구통도 챙겨오라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침구통을?”

“…….”

“혹, 주군께서 다치셨는가?”

“아닙니다.”

그 말에 가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네.”

가릉의 대답에 무영대주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가릉은 조금 의아함이 들었지만 마현의 명이었기에 침구통을 챙겨 마의당을 벗어나 삼안혈화의 거처로 향했다.

“주군, 가릉이옵니다.”

“안으로 들어오라.”

삼안혈화 방문 앞에서 잠시 기다리던 가릉은 마현의 허락이 떨어지자 안으로 들어갔다.

“크으으…….”

“끄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들려오자 가릉은 미간을 좁히며 방 안을 살폈다.

침상 위에서는 칠장로 삼안혈화가 핏기가 없는 창백한 얼굴로 와들와들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회회혈마와 역천마도는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거나 힘겹게 벽에 기대고 있었다.

잠시 그 셋을 눈으로 살핀 가릉은 마현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주군, 부르셔…… 컥!”

가릉은 마현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 우악스러운 손길이 멱살을 잡아채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멱살이 잡혔다고 느끼는 순간 주위의 풍경이 팽그르 빠르게 돌았다.

쿵!

자신의 몸이 허공에 떴다 싶었는데 어느새 등이 벽에 부딪혔다.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가릉의 눈에 흑도의 얼굴이 크게 들어왔다.

흑도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가 자신의 몸을 낚아채 벽으로 던졌음을 깨달았다.

“어, 어르신?”

“너, 이 새끼……. 빠드득.”

흑도는 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이를 박박 갈며 가릉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죽고 싶냐? 앙?”

흑도는 가릉에게 얼굴을 바싹 드밀었다.

“무, 무슨 일이신지…….”

흑도는 가릉의 손을 우악스럽게 잡더니 자신의 사타구니로 확 당겼다.

“왜! 왜 있어야 할 것이 없냐고!”

흑도의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힌 것 같았다.

“그, 그거야…… 어르신께는 필요가 없어서…….”

“……?”

“일부러 뗐습니다.”

흑도는 가릉의 멱살을 힘없이 풀었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일부러 뗐습니다! 일부러 뗐습니다! 일부러 뗐습니다! ……일부러 뗐습니다!

흑도의 머릿속으로 가릉의 목소리가 맴돌고, 또 맴돌았다. 그렇게 그 말은 흑도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도 모자라 뒤덮었다.

“하하, 하하하……. 하하…….”

흑도는 웃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겨우……, 이제 겨우…….”

흑도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이 얼굴을 가지게 되었는데…….”

목소리는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이제 겨우 이 세상의 여인을 모두 품에 안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흑도는 조용히 벽으로 걸어가 쭈그리고 앉았다.

“나는 씨 없는 수박으로 다시 태어난 것인가? 알맹이 없는 쭉정이로 다시 태어난 것인가?”

쿵 쿵 쿵!

흑도는 머리로 벽을 몇 번 찧더니 힘없이 고개를 돌려 마현을 쳐다보았다.

“……주인.”

마현은 이 세상 누구보다 슬픈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흑도의 눈빛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가릉을 불렀다.

“가릉.”

“예, 주군.”

“어떻게 안 되겠나?”

마현은 턱으로 흑도를 가리켰다.

“죄송합니다, 주군.”

가릉의 대답에 마현은 흑도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흑도의 고개가 아래로 툭 떨어졌다.

“안녕.”

푹!

흑도는 힘없는 목소리를 내뱉더니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흑도가 사라지자 어수선함이 가시고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마현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무,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커헉!”

회회혈마는 천천히 다가오는 마현을 노려보며 피를 토했다.

마현은 회회혈마를 쳐다보며 서클 단전에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플라이!”

마력이 뻗어나가며 침상 위에서 와들와들 떨고 있는 삼안혈화와 한쪽 구석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역천마도를 휘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 둘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헙!”

그 광경에 회회혈마는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눈을 부릅떴다.

“허, 허공섭……물.”

삼안혈화와 역천마도는 회회혈마 위로 날아와 툭 떨어졌다.

쿵, 쿵!

“컥!”

그 충격에 짧은 비명과 함께 역천마도의 입가에서 피 한 줄기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꺅!”

삼안혈화 역시 몸에 의한 충격보다 정신적 충격에 휩싸여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무엇을 원하냐고 물었나?”

마현은 회회혈마를 비롯해 한자리에 모인 삼안혈화와 역천마도를 보며 차갑게 물었고, 그와 동시에 손을 아래로 내렸다.

“본 스워드(Bone sword)!”

후우우웅!

마현의 손바닥에서 검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칠흑 같은 빛 속에서 새하얀 뼈로 만들어진 검 세 자루가 서서히 솟아올라왔다.

모습을 드러낸 세 자루의 골검(骨劍)은 마현의 몸 주위를 둥둥 떠다녔다.

“목숨!”

핑, 핑, 핑―

쑤아아앙!

마현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 자루의 골검은 세 장로를 향해 날아갔다.

“컥!”

“꺄악!”

“큭!”

세 장로는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세 자루의 골검에 질끈 눈을 감았다. 파르르 떨리는 창백한 입술을 보건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죽음을 생각하던 회회혈마는 시간이 흘러도 그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자 떨리는 눈꺼풀을 힘겹게 밀어 올렸다.

그 순간 숨이 탁 막혔다.

눈 바로 앞에 파르르 요동치는 골검의 검봉(劍鋒)이 보였던 것이다.

순간 회회혈마의 눈동자에 핏발이 솟아올랐다.

꿀꺽.

회회혈마는 옆에서 들려오는 마른침 삼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우, 우리의 목숨을 원한다면…… 죽여라.”

역천마도였다.

그는 힘겹게 몸을 다시 일으켜 벽에 기댔다.

“후후후.”

마현이 가볍게 손을 휘젓자 골검은 그들에게서 조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날카로운 검봉은 여전히 그 셋의 눈동자를 향하고 있었다.

“누가 너희들의 목숨을 원한다고 했나?”

드르르륵.

마현이 손을 뻗자 의자 하나가 주르르 끌려왔다. 마현은 느긋한 얼굴로 다리를 꼬며 의자에 앉았다.

“그, 그럼?”

“추도영.”

마현은 그 물음에 차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대, 대공자?”

회회혈마는 너무 놀라 입을 쩌억 벌렸지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입을 다물지 않았다.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닌 것 같은데…….”

마현의 말에 회회혈마는 눈빛을 가라앉히며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이 방에 아무도 없었다.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회회혈마의 질문에 마현은 다리를 꼰 무릎 위에 팔을 올려 턱을 괴었다.

쑤아악!

그때 회회혈마의 눈앞으로 다시 골검이 날아갔다.

“헙!”

반사적으로 골검을 피하기 위해 몸을 뒤로 눕혔다.

쿵!

하지만 벽에 막혀 뒤로 피하지 못했다.

우우웅!

골검은 다시 회회혈마의 눈앞에서 울음을 토해냈다.

“일단 그 말투부터 고쳐라.”

회회혈마는 마른침을 삼키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 알았소.”

후우우웅!

골검은 아슬아슬하게 세 사람의 눈앞을 맴돌며 더욱 강한 울음을 내뱉었다.

마치 그것을 즐기는 듯 마현의 입가에 묻은 미소도 더욱 차갑게 변해갔다.

“아, 알았…… 습니다.”

“이제야 말이 통하겠군.”

마현이 턱을 괸 손을 풀며 손가락을 뒤로 까딱거리자 회회혈마 앞에서 시퍼런 어금니를 내밀었던 골검이 다시 뒤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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