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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무림에 가다-46화 (46/351)

# 46

21화

“안내해라.”

“지금 이 시간에 말씀이십니까?”

“이 시간이면 사기도 엄청나겠군.”

제아무리 가릉이라도 이 시간에 공동묘지로 간다는 것은 꺼림칙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마현의 말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가릉이 마현을 데리고 마교 외성 서문을 벗어나자마자 황량한 무덤가가 나왔다.

“왼쪽은 일반 교인들의 묘지터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교인들 중에 마인들이 묻힌 곳입니다. 아무래도 마인들이 묻힌 곳이 더 사기가 짙습니다.”

가릉은 무덤가 중앙으로 뚫려 있는 길을 걷다가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연사한 이들보다 칼부림에 의해 죽은 자들의 터가 사기는 더 짙은 법. 확실히 마인들이 묻힌 묘지터 중앙에 들어서자 오한이 느껴질 정도로 사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좋군.”

마현은 들고 온 가죽포대를 가릉에게 넘기며 서클에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클레어보이언트 아이(Clairvoyant eye)!”

마력은 눈동자로 스며들었다.

투시력 마법을 일으킨 마현은 묘지터 지하를 살폈다.

“호오!”

땅속에는 묻힌 자들이 너무 많아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였다.

“마의당이 설립된 이후 항상 이곳에 시신을 묻었사옵니다.”

“쓸 만한 스켈레톤을 만드는 것보다 가려 뽑는 것이 더 문제군.”

마현은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네?”

“아니야. 가릉, 가죽포대를 연 채 나를 따라오라.”

마현은 묘지터 중에서 사기가 더욱 짙은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가릉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가릉은 눈치껏 가죽포대를 열어 마나석을 내밀었다.

“디그 다운!”

마현의 마법에 묘지 한 부분이 아래로 푹 꺼졌다. 마현은 가릉이 건넨 마나석을 지하로 푹 파진 구덩이 아래로 떨어뜨렸다.

“필 업(Fill up)!”

다시 마법을 시현하자 지하 깊숙이 파여진 구덩이가 순식간에 메워졌다.

“가지.”

마현은 다시 사기가 짙은 곳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마현은 묘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먹보다 작은 서른 개의 마나석과 주먹보다 큰 네 개의 마나석을 지하에 심었다.

그 후 마현은 다시 마법으로 투시력을 일으켜 마나석들을 살폈다. 마나석들은 그 주위에 그려진 마법진으로 인해 사기를 흡수하고 있었다.

“가릉.”

“예, 주군.”

가릉은 마현의 마법에 다시 한 번 놀라 멍하니 땅을 쳐다보다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마심단은 언제 완성되나?”

“재료를 구하는 데만 족히 한 달 이상은 걸릴 것입니다. 한 달 안으로 재료가 모두 준비된다고 해도 마심단을 완성하는데 빨라야 세 달이 걸립니다.”

“그렇다면 족히 네 달은 걸린다는 소리군.”

“좀 더 제련에 신경을 쓴다면 다섯 달 정도는 소요됩니다.”

“그럼 반년인가?”

마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일 년이라는 시간은 꼭 필요했다.

그 안에만 만들어져 흑풍대가 마심단을 복용하면 된다.

또한 자신은 허진에게서 무공을 배워 마법에 없는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 지금 이곳에 뿌린 마나석이 충분히 사기를 빨아들여 인위적인 마정석이 되려면 족히 일 년이 걸린다.

“반년이면 충분하다. 그때까지 차질 없게 만들어 놓도록.”

“알겠습니다, 주군.”

“이제 내게 목숨보다 중한 충성심을 바칠 자들만 찾으면 되는 건가? 후후후.”

마현은 몸을 돌렸다.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사령검사(死靈劍士)로 이루어진 흑풍대라……. 공자들에게 보여주지, 서른 명이 다 같은 서른 명이 아니라는 것을.”

마현은 눈동자에서 마기를 폭사시키며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

* * *

어젯밤을 샌 마현은 오전 동안 자신의 침실에서 휴식을 취한 후 허진을 찾아갔다. 함께 점심을 들기 위해서지만 그보다는 오늘부터 허진과 함께 무공수련을 해야 했다.

막 점심을 먹고 상이 치워진 후 마현은 허진에게 한 가지 부탁을 더 드렸다.

“부탁이 있습니다.”

“녀석, 요즘 부쩍 이 스승에게 바라는 것이 많아졌구나.”

오히려 마현이 자신에게 기대는 모습이 더 좋았는지 허진의 표정은 상당히 밝아졌다.

“곧 흑풍대를 만들까 합니다.”

“흑풍대?”

“예.”

“좀 더 세세히 설명해 줄 수 있겠느냐?”

“교인이면서 교에 편입되지 못한 자들로 구할 생각입니다.”

“교인이면서 교에 편입되지 못한 자들?”

허진은 마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교인으로 태어나 교인으로 자란 이들이 아닌, 후에 자발적으로 교인이 된 마인들로 뽑을까 합니다.”

허진은 그제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주로 중소 마도방파 출신으로 후에 마교로 투신하거나 자연스럽게 마교로 흡수된 방파의 제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은 대체로 약한 자들이다. 그리고 본교에 대한 충성심도 강하지 않은 자들이다.”

허진의 목소리는 조금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뽑으려 합니다.”

“……?”

마현에게 다른 생각이 있는 듯해 허진은 별다른 말을 더 하지 않고 잠자코 듣기로 마음먹었다.

“본교에 대한 충성심이 약할수록 오히려 제게 더 강한 충성심을 가지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제가 뽑으려는 흑풍대는 교에 충성하는 마인들이 아니라 오로지 제게만 충성해야 할 자들입니다. 또한 본교 출신들이 아니어서 강해지고 싶어도 강해질 수 없는 자들입니다. 그들에게 힘을 준다면 누구보다 충성심이 강한 수하로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흠…….”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면만 보기에는 무리인 점도 많았다.

“네 생각은 잘 안다만……, 그런 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다. 그리고 상승무공을 접하지 못한 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네가 마심단을 생각한 모양이다만,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구나.”

“가릉의 말에 의하면 대부분 이류, 잘해 봐야 일류라 들었습니다.”

“그렇다.”

그 말에 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심단이면 절정까지는 올려 줄 것입니다.”

“그도 그렇다. 하지만 절정 이상은 무리다.”

“그들을 초절정에 가까운 절정마두로까지만 키우면 됩니다. 그래서 스승님께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들이 쓸 만한 무공 몇 가지와 유령대 제2부대를 이용해 그들을 단련시켜 주십시오. 어차피 새로 상승무공을 익히기에는 무리가 있는 자들이니 더욱 실전 감각만 높여 주면 됩니다.”

“흠…….”

허진은 팔짱을 끼며 무거운 신음을 토해냈다.

“현아.”

“예, 스승님.”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떠냐? 충성심을 생각한다면 이 스승의 유령대 제2부대도 괜찮다.”

마현의 생각은 허진 역시 잘 알지만 다른 공자들의 무력단체에 비하면 너무나도 약했다. 대부분 초절정마두로 채워진 그들에 비해 잘해야 초절정에 근접한 절정마두라면 굳이 보지 않아도 백전백패가 분명했다.

“스승님이 어떤 생각으로 말씀을 하시는지 이 제자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자 어중간하게 수하를 키울 생각은 없습니다.”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구나?”

허진은 확신에 찬 마현의 말에 뭔가가 있다고 느꼈다.

“……혹 마법이냐?”

“나중에 흑풍대가 완성되면 그때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더 궁금해지는구나.”

허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심각한 표정이었다.

“알았다. 내 그리 해주마.”

“감사합니다, 스승님.”

마현은 고개를 숙였다.

“이제 배도 어느 정도 꺼졌으니 일어나볼까?”

마현은 허진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리 말해 두겠지만 네가 분명 일 년 안에 성과를 보고 싶다고 그랬다.”

“예.”

“호된 수련이 될 것이다.”

“이미 각오를 해두었습니다.”

“오냐.”

눈을 빛내는 마현을 보며 허진은 몸을 돌려 개인 연무장으로 향했다.

* * *

허진은 마현에게 가장 먼저 마력을 이용하지 않은 체력 단련을 시켰다. 마현의 입장에선 상당히 버거운 훈련이었지만 못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마현이 무인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었기에 허진은 최소한의 체력만이라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이미 마현의 마력은 초절정마두 그 이상이었다. 사실상 무인이라고 해도 이미 육체적 한계를 벗어난 단계였다. 하지만 기초가 부실하면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기초 체력 훈련을 겸하게 된 것이다.

그런 기초 훈련은 한 달이나 지속되었다.

한 달 동안 오로지 체력 훈련만 해서 그런지 마현의 몸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법 탄탄하게 바뀌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무인의 몸을 제법 갖추게 된 마현을 보며 허진은 적지 않게 놀랐다.

마현이 굳이 밝히지 않아 허진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마현의 몸에서 끊임없이 활동하는 노화 저주 마법이었다. 일반적으로 성장이 다한 성인이라면 이 마법은 급격히 신체를 노화시키는 저주였지만 마현은 달랐다. 노화 저주 마법의 강도를 아주 약하게 줄이기도 했지만 아직 마현은 성인이 아닌 까닭이었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은 부작용을 일으키기 마련인데, 그것을 대비해 마현은 가릉을 시켜 최고의 보양 약재로 만든 탕을 매일 복용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부작용을 최소로 낮출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새 키가 조금 더 커진 것 같군.’

원래 마현의 나이 때에 키가 훌쩍 크는 것은 사실이지만, 눈에 띄게 큰 것을 보고 허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특별히 키가 크는 체질이라고 생각하며 그리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후우…….”

허진은 굵은 땀방울을 닦으며 다가오는 마현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

“할만 하느냐?”

“며칠은 고생했습니다만 적응이 됐는지 이제는 견딜 만합니다.”

“고생했다. 이제 그럭저럭 체력이 만들어진 듯하니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무공 수련에 들어가자.”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체력 훈련이었다.

한 달 동안 체력 훈련만 지속되다 보니 조금 초조해졌었다. 그런 마음 때문인지 허진의 말에 마현의 표정은 상당히 밝아졌다.

“이제까지 해온 체력 훈련은 앞으로 네가 알아서 하여라. 지금까지 해온 수련을 대략 5분의 1로 줄이면 충분할 거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래, 그럼 오늘은 여기서 끝내자구나.”

“수고하셨습니다.”

마현은 부마전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허진을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허리를 펴고 막 몸을 돌리는데 허진의 개인 연무장으로 가릉이 들어왔다.

“이제 어느 정도 적응하신 것 같습니다, 주군.”

“그래 보이나?”

마현은 피식 웃으며 마저 땀을 닦았다.

“하긴 살면서 이런 수련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일단 내 처소로 가지.”

마현은 끈적거리는 몸을 씻기 위해, 또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자신의 거처로 향했다.

“결국 현판을 달았습니다, 주군.”

“아! 저거? 스승님께서 달아주시더군.”

부마전 안에 또 다른 영역이나 다름없는 마현의 거처인 건물에 ‘흑풍각(黑風閣)’이라는 현판이 걸렸다. 빙그레 미소를 짓는 마현을 향해 가릉 역시 주름이 가득한 미소를 살짝 지었다.

흑풍각에 들어서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공사가 한창이군요.”

마현의 거처 뒤로 규모가 제법 큰 단층 건물 하나가 반쯤 지어져 있었다. 흑풍대가 지낼 곳이었다.

“스승님께서 힘을 좀 쓰셨는지 제법 빨리 지어지더군. 문제는 밤늦게까지 시끄러운 것이고. 자, 들어가지.”

마현은 가릉과 함께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사실상 공무가 없는 마현에게 집무실은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마현은 그 공간을 혹 찾아올 손님을 위한 접대실로 이용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게.”

마현은 시녀를 시켜 가릉에게 차를 내어주게 한 후 자신은 침소로 가 간단히 목욕을 한 뒤 깨끗한 흑색 무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많이 기다렸는가?”

“아닙니다, 주군.”

“그럼 가지.”

마현이 오늘 저녁이 다 되어서 가릉을 부른 이유는 마교 외성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흑풍대를 좀 수월하게 조직하려면 허진에게 부탁하거나 가릉을 시켜 쓸 만한 자들을 추려내면 되나 마현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면 직접 눈으로 보며 선택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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