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22화 (2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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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겨우 균형을 잡고 다시 몸을 놀리던 교관의 발밑에서 장판석 하나가 불쑥 튀어 올라왔다.

“컥!”

교관은 다리가 장판석에 걸리자 겨우 잡은 신형이 흐트러지며 바닥으로 몸이 기울어졌다.

“헤비 웨이트(Heavy weight)!”

쾅!

사람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육중한 소리가 교관과 장판석 사이에서 터졌다. 그리고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헤비 웨이트는 원래 가끔 필요에 따라 물건을 몇 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 무겁게 만드는 마법이었다. 마현은 그 마법을 바닥으로 쓰러지는 교관의 몸에 펼친 것이었다.

“컥!”

교관은 머리를 바닥에 크게 찧으며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아이들은 불쑥 튀어나온 장판석에 다리가 걸려 넘어지는 것도 모자라 기절까지 한 교관을 내려다보며 입을 쩍 벌렸다. 그것도 잠시, 아이들은 기절한 교관을 보며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교관에게 직접 마법을 펼친 건 헤비 웨이트뿐이니 나의 마법을 눈치채지는 못했겠지?’

어차피 이곳은 마교다.

마인의 특성상 기괴한 수들이 많다고 들었다. 일례로 평지달이 설명해 준 몇몇 마공은 흑마법사 출신인 마현이 듣기에도 기괴할 정도였다.

어차피 마법이 들통 나도 큰 상관이 없는 곳이었다.

다만 마현이 우려하는 것은……, 마법이라는 것으로 인해 귀찮아지는 것뿐이었다.

마현은 다시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응?’

그때 마현은 문득 이상함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멀리 울창한 나뭇잎을 매달고 있는 거목을 쳐다봤다.

‘착각인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마현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 * *

부교주 염라서생 허진이 머무는 염라전 지붕 위에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진의 수신호위인 사령신위 령유였다.

‘우연인가?’

령유는 자신이 몸을 숨기고 있던 거목으로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리던 마현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녀는 이내 아미를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은둔술의 최고수인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찾을 수 있는 자는 천하를 통틀어도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뭐 하나? 주군께서 기다리신다.』

령유의 생각을 가로막은 것은 사령신위의 수좌인 령좌(靈伯)의 전음이었다.

‘어차피 나에게 생각은 불필요한 것.’

령유의 신형은 지붕 밑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다녀왔습니다.”

령유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허진의 서탁 앞이었다.

허진은 읽던 보고서를 한쪽으로 치우며 고개를 들었다.

“잘 지내고 있던가?”

“문제가 조금 생길 것 같습니다.”

“문제?”

“네, 그것이…….”

허진은 눈을 조금 크게 뜨며 물었다.

“며칠 전 보고에 의하면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수업에 참관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문제라…….”

허진은 어느새 히죽 웃었다.

“다짜고짜 마교로 데려가 달라 청하고, 본좌가 부교주임을 알면서도 제자를 거부한 녀석인데, 어쩐지 너무 조용한 것 같긴 했지. 그래 무슨 문제를 일으켰지?”

허진은 상당히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오늘부터 이론 교육이 끝나고 실질적인 교육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교육을 거부했습니다.”

“거부?”

허진의 눈동자가 조금 더 커졌다.

“하하하하, 거부라……. 무슨 생각으로 거부했을까? 더욱이 마련생이 입마관 교육을 거부했다. 문제가 작지는 않군. 하지만 교관이 수업을 거부한다고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을 터. 된통 혼이 났겠군.”

“거기서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

“갈수록 재미있어지는군.”

허진은 흥미진진한 소설의 일부분이라도 듣는 것처럼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교관이 그 아이를 따끔히 혼을 내려고 보법을 펼쳐 공격해 들어갔습니다만…….”

말을 하는 령유의 무표정한 얼굴에 찰나지만 살짝 감정이 보이다가 사라졌다.

“어처구니가 없게도 발이 미끄러져 튀어나온 장판석에 걸려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때 머리가 바닥에 부딪혀 혼절하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자리로 돌아가 가부좌를 틀고 마용심법에 들어갔습니다.”

“흠…….”

허진은 조금 전과 달리 차가운 표정으로 나직한 침음성을 흘렸다.

“령유.”

“예, 주군.”

“그냥 듣기에는 교관의 어처구니없는 혼절로 들리지만 그대의 표정을 보니 다른 뭔가를 본 것 같군.”

령유는 그 말에 다시 표정이 굳어졌다.

“말해 보라. 넌 분명 거기서 뭔가를 보았다.”

령유는 잠시 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저 착각일 수도 있는 것이라서……, 사견으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령유.”

“예, 주군.”

“오늘따라 말이 많다.”

허진의 목소리는 한풍처럼 냉기가 흘렀다.

“죄, 죄송합니다. 주군.”

령유는 심장을 조여 오는 차가운 기운에 안색이 창백해지며 바닥에 부복했다.

“말하라. 보고 느낀 것을.”

“명!”

령유는 머리를 더욱 숙여 복명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교관이 보법을 펼친 순간 그 아이의 몸에서 내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거리가 멀고 워낙 그 아이의 내력이 약해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분명 소신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력이 움직였다?”

“분명 내력이 그 아이의 몸에서 빠져나갔지만 외부로 나간 내력이 허공에 흩어졌습니다. 그러자 교관의 발이 바닥에 미끄러졌습니다. 또다시 아이의 몸에서 내력이 흩어진 후 교관이 장판석에 발이 걸려 넘어졌습니다. 그 후 다시 그 아이의 몸에서 내력이 흩어졌고 마치 땅바닥에서 강제로 몸을 잡아당기는 듯 교관이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냥 넘어졌다고 하기엔 소리 역시 너무 둔탁했습니다.”

“확실한가?”

목소리에서 차가움은 사라졌지만 냉정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게 실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흠…….”

허진은 나직한 침음성을 흘리며 손가락으로 탁자 위를 톡톡 두들겼다.

“마기를 흡수하는 체질에 선천적으로 우월한 내력을 가졌다……. 스스로 어둠의 자식이라 말했지 아마?”

허진은 독백하듯 머릿속의 생각을 입으로 내뱉었다.

“분명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아이임에는 틀림없고…….”

허진은 마교로 돌아온 후 마현에 대한 모든 것을 조사시켰다. 심지어는 그의 삼대 조상까지, 마현에 대한 것이라면 사소한 것이라도 수집하라 명했고 모두 다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내력의 사용이라…….”

허진은 눈동자를 돌려 령유를 쳐다봤다.

령유가 비록 확신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녀의 감각이 틀릴 리 없다.

“무공을 접하면서 뭔가를 깨달은 것인가? 아니면 알 수 없는 힘을 각성한 것인가?”

허진은 이내 나직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허진이 마현을 눈여겨본 것이 바로 그런 부분이었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상당한 중징계가 내려지겠군.”

“어쩌면 강제 퇴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령유.”

“예, 주군.”

“그대는 지금 조용히 입마관 관주를 불러오라. 단 누구의 눈에도 띄어서는 안 된다.”

“명!”

령유는 몸을 숙인 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지자 허진은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한 번 날뛰게 놓아두는 것도 괜찮겠군. 그러면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입마관 졸업 시험 때에 알 수 있을 테니.’

허진은 양손을 깍지 끼며 턱으로 가져갔다.

‘내 눈이 틀린 것이 아니라면……, 너는 그날 내 제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허진의 눈빛이 반짝였다.

* * *

두툼한 손이 탁자를 거칠게 내려쳤다.

쾅!

탁자는 힘없이 부르르 떨렸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총교관 정견의 목소리에는 진한 노기가 담겨 있었다.

그 호통에 교관실 분위기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뭐? 보법을 가르치는 교관이 발이 미끄러지고 조금 튀어나온 장판석에 다리가 걸려 쓰러지는 것도 모자라 기절까지 해?”

정견의 한없이 차갑고 노기가 담긴 목소리에 보법 교관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현재 보법 교관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분명 마지막에 자신이 쓰러질 때 이상한 느낌을 받은 보법 교관은 그 말을 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죽일 듯이 자신을 노려보는 정견을 보자 입을 앙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말해 봐야 믿지도 않을 것이며, 잘못했다가는 더 큰 화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다른 교관들도 마찬가지야! 도대체 마련생들을 어떻게 교육시켰기에 흥미가 없다는 소리가 나오게 하나!”

정견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 아이의 이름이 뭐야?”

“마, 마현이라고 뒤늦게 입마관에 들어온 아이입니다.”

“마현?”

정견은 그 이름에 인상을 와락 구겼다.

생각만 하면 위압감이 느껴지는 눈빛이 떠오르는 기분 나쁜 아이였다.

‘차라리 잘 되었군.’

정견은 이 기회에 말끔히 모든 것을 떨쳐 버리고 싶었다.

“그 아이를 당장 퇴관시켜 버려.”

“퇴, 퇴관이라니요? 총교관님 그건 너무 가혹한 징계가 아닐지…….”

평지달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평 교관, 시끄럽다!”

“하, 하지만…….”

“지금 내 명에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아이를 특별 대우해 준 그대의 행동까지 문제 삼고 싶은 건가?”

정견의 말에 평지달은 입술을 앙다물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지금 바로 퇴관시키고, 그리고 자네!”

정견은 보법 담당 교관을 가리켰다.

“예, 옙!”

“석 달간 봉급 삭감에 처한다.”

그 말에 보법 교관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알았나?”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마무리 지어.”

정견은 마음속으로 후련함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려 할 때 교관실 문이 열리며 입마관 관주 악의명이 들어왔다.

“관주님 오셨습니까?”

“인사는 됐고, 정 총교관.”

악의명은 벌레 씹은 표정으로 손을 저어 인사를 물리치며 정견을 쳐다봤다.

“예, 관주님.”

“잠시 나 좀 보지.”

“알겠습니다.”

정견은 다시 교관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장 시행해. 그럼 회의는 이걸로 마치지.”

“잠깐.”

정견이 회의를 마치려하자 악의명이 말을 가로챘다.

“마현이라는 아이에 대한 징계가 끝났나?”

“퇴관으로 결정했습니다.”

“휴우!”

악의명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결정 잠시 유보하게.”

“예?”

정견은 악의명에 말의 놀라 반문했다.

“관주님!”

정견이 악의명의 직위를 힘 주어 불렀다.

“따라오게.”

악의명은 정견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몸을 돌렸다.

“관주님!”

그러자 정견이 더 강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정 총교관! 따라오라면 따라올 것이지 무슨 말이 그리 많나?”

결국 악의명이 고개를 돌려 정견을 향해 소리쳤다.

구겨질 대로 구겨진 악의명의 얼굴은 돌덩이마냥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따라와!”

다시 거칠게 말을 내뱉고 악의명은 험악한 얼굴로 교관실을 나가 버렸다.

“이, 이…….”

정견은 붉어진 얼굴로 뺨을 씰룩거리더니 화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탁자를 거칠게 내려쳤다.

쾅!

잠시 후 거친 숨이 좀 가라앉자 정견은 교관실을 나와 관주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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