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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무림에 가다-21화 (2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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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어둠의 기운을 뒷받침해 주는 마나가 딸려 더 이상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있지만 어둠의 기운 자체가 모자라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런데 여기는 아니다.

필요한 마나, 기(氣)도 자신이 모아야 하고, 흑마법에 필요한 어둠의 기운, 마기도 자신이 만들어야 했다.

자칫 마기가 모자라 흑마법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수 있었다.

현재로써는 최대한 마기를 모아두는 수밖에 없었다.

마기를 최대한 극성으로 모을 수 있는 심법을 찾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마현은 대연무장 가장 중앙에 앉기 시작했다.

미약하지만 마현을 둘러싼 아이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기를 흡수하기 위해서였다.

그 양이 대단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마용심법으로 쌓는 마기와 비등한 양이었다.

비록 성에 찰 만큼 풍족하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마기를 더 모으기 위한 마현의 선택이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너무 아쉽다.’

이렇게 대연무장에 모두 모여 마용심법을 수련하는 기간은 딱 한 달뿐이었다.

그 기간이 끝나면 마현으로서는 더 마기를 흡수하고 싶어도 흡수할 수 없게 된다.

그 기간 동안 마현은 최대한 마기를 흡수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렇게 일정에 짜인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오전 수련이 끝날 무렵 교관 하나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내일부터 마용심법은 알아서 수련해야 한다.”

누구나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기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교관을 쳐다봤다.

“하지만 혼자 수련을 하면 상당한 부담과 불안감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오전 수련 시간을 제외하고 항상 이 자리에 우리 교관들 중 한두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홀로 수련하기 불안하다면 언제든지 이곳으로 와 심법 수련을 해도 좋다. 이상! 점심 먹고 다시 집합한다.”

교관의 말에 마현의 눈이 반짝였다.

더 이상 마기를 흡수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몇 명이 나오든지 이 연무장만 지키고 있다면 마기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현은 식당에서 홀로 밥을 챙겨먹은 후 배정받은 교육 장소로 향했다.

바닥에는 알 수 없는 발자국들이 즐비하게 찍혀 있었다.

보법 수련장이었다.

마현은 아직 수련이 시작되기까지 한식경 정도 남았음을 인지하고 수련장 구석으로 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원래 아무 곳에서나 심법 수련을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입마관 안에서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았다.

꼭 마현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 역시 시간이 나면 틈틈이 심법 수련을 했고, 모두들 그것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게다가 다들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알아서 피해 주는 것이 규칙 아닌 규칙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마현은 이내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딱 멈추자 마용심법을 거두며 눈을 떴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멈추었다는 것은 교관이 왔다는 뜻이었다.

“다 집합했나?”

교관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아이들의 머릿수를 센 후 고개를 끄덕였다.

“서른한 명, 다 왔군.”

그 후 교관은 낮은 이동식 단상을 구석에서 끌어와 그 위에 올라갔다.

“본 교관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입마관 수련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껏 마련생 너희들은 심법 수련과 이론 위주의 교육만을 받아왔다. 하지만 무인이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살아가는 자들이다. 아무리 이론이 빠삭하다고 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죽는 것이 이 세계다. 알았나?”

“예!”

“알겠습니다!”

아이들은 잔뜩 흥분된 목소리로 우렁차게 대답했다.

“좋아!”

열의가 있는 모습에 교관은 나름 만족했는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간략하게 이론을 살핀 후 본격적인 보법 수련에 들어가도록 하겠다.”

교관은 한 달간의 수업기간이 정해져 있는 보법 이론을 짧게 설명한 후 단상을 내려와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 앞으로 걸어갔다.

“너희가 나에게서 배울 보법은 두 가지다. 오늘 배우게 될 종횡보(縱橫步)와 너희들이 입마관을 나서기 전까지 반드시 익혀야 할 광마보(狂魔步)가 그것이다.”

종횡보라는 소리에 잔뜩 실망감을 보였던 아이들이 광마보라는 소리에 눈을 초롱초롱 치켜떴다.

“내가 먼저 시범을 보일 테니 잘 보거라.”

교관은 아이들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아이들은 교관을 중심으로 둥글게 섰다.

교관은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그의 움직임은 아주 단순했다.

앞뒤 팔방(八方)으로 걸음을 내딛는 것이 다였다.

아이들은 대부분 그 보법을 알고 있었는지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수년 째 보아온 교관이다. 교관은 이내 미소를 살짝 짓고는 내력을 주입해 다시 보법을 밟아나갔다.

휙, 휙, 사사삭!

비록 단순한 움직임이었지만 내력을 주입하자 그의 모습은 아이들의 눈으로 좇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졌다.

더불어 자욱한 먼지가 교관의 다리 사이로 피어오르자 아이들의 눈은 금세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단순하다고 무시하지 마라. 비록 이름은 다르겠지만 본교뿐만 아니라 정파의 오파일방이나 육대세가 역시 이런 보법을 가장 먼저 익힌다. 알겠느냐?”

교관은 다시 일장 연설에 들어갔다.

이제껏 이론만으로 접한 보법을 실제로 직접 눈으로 보자 처음에는 흥미로운 감정이 생겼지만 마현의 마음은 이내 심드렁해졌다.

애초에 무공에 관심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기지 않은 까닭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보아온 하르센 대륙의 기사들이 익히는 것과 그다지 차이를 느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한 달간 마용심법을 익히며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오전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흥미도 느꼈었다.

하르센 대륙과 판이한 무기들, 그리고 거기에 맞춘 새로운 무공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흥미를 잃어갔다.

그런 마현의 머릿속에 부교주 허진과 무당제일검 청명진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러 블레이드를 펼칠 수 있는 소드마스터보다 높은 경지인 것 같았은데……, 기사들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그랜드마스터인가? 하긴 검사들만의 세상이고, 하르센 대륙보다 좀 더 진보된 검술을 가지고 있으니 그랜드마스터가 탄생할 수도 있겠군.’

더 이상의 수업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 여긴 마현은 교관의 일장 연설을 뒤로 하고 그늘이 진 담벼락 아래로 걸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는 다시 마용심법에 들어갔다.

“잘못된 점이 보이면 지적할 테니 다들 넓게 서서 방금 본 것을 따라해 보거라. 주의할 것은 내력 운용이 조금 자유롭게 되었다고 해서 보법에 내력을 사용하지는 말도록.”

교관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아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종횡보를 열심히 따라 하기 시작했다. 교관은 그 사이를 다니며 아이들의 자세를 교정해나갔다.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는 아이들 사이를 다니며 자세를 교정해 주던 교관의 눈에 구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마현의 모습이 보였다. 울컥 화가 치민 교관은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트렸다.

그가 노기 띤 눈빛으로 마현에게 걸어갔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냐?”

마현은 그 목소리에 마용심법을 거두며 눈을 떴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교관을 보며 대답했다.

“마용심법을 행하고 있었습니다.”

“종횡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인 것이냐?”

“아닙니다.”

“아니라면 수련하지 않고 왜 여기에 있나?”

마현은 한참 동안 교관을 올려다보다 천천히 입을 뗐다.

“흥미가 없습니다.”

“뭐, 뭐야? 흥미?”

어처구니가 없는 마현의 말에 교관은 더욱 인상을 험악하게 구겼다.

“이런 맹랑한 놈을 봤나!”

목소리가 한껏 거칠어졌다.

하지만 자신이 너무 흥분했음을 느낀 것인지 교관은 숨을 잠시 고른 후 좀 더 차분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흔히들 무공에 있어 검공이니 권공이니 하는 것들을 최고라고 생각한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공격이 아니라 바로 보법이다. 적의 공격을 피하는 데 있어서도,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도 그 시작은 발, 바로 보법에서 시작된다. 이제 내 말뜻을 알아듣겠느냐?”

교관은 최대한 성질을 죽인 채 설명하며 마현을 쳐다봤다.

하지만 마현은 그런 교관을 향해 여전히 심드렁한 눈빛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이놈이!’

교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따끔하게 혼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 교관은 몸을 돌리며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보법이 어떤 것인지 직접 겪게 해주지. 따라와!”

교관은 이런 놈은 직접 몸으로 겪어봐야 정신을 차린다고 생각했다. 그는 임시로 만든 단상 앞으로 걸어가며 다른 마련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모여라!”

그 목소리에 마련생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단상 앞으로 모여들었다.

“흠…….”

마현은 낯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미 단상 앞으로 가 있는 교관을 향해 걸어갔다.

마현이 발을 움직이자 나머지 30명의 아이들이 좌우로 쫙 갈라지며 길을 터주었다.

마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교관 옆으로 걸어가 섰다.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마현을 보며 교관은 치솟아 오르는 화를 겨우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자, 주목!”

교관은 아이들의 주위를 환기시킨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앞서 이론 시간에 보법은 뭐라고 배웠나? 너!”

교관이 한 아이를 가리켰다.

“공격의 시작이라고 들었습니다.”

“좋아, 그리고 너!”

“동시에 방어의 시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 심법이 무공의 시작이라면 보법은 공수의 시작이다. 즉, 보법이 원활해야 공격도 수비도 된다는 소리다.”

교관은 그렇게 말한 뒤 마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아이들은 다 아는데 너는 왜 모르는 것이냐?”

“…….”

마현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교관은 이제야 마현이 정신이 좀 들었다고 생각했다. 기가 죽어 대답을 못한 것이라 여긴 것이다.

교관이 자신 있게 물었다.

“이래도 보법을 배울 생각이 없느냐?”

“없습니다!”

“뭐야?”

교관이 험악하게 눈을 치떴다.

“그럼 적이 너를 공격해 들어올 때 어떻게 피할 것이며, 또 네가 적을 공격할 땐 어떻게 들어갈 것이냐?”

“…….”

마현이 입을 막 떼려는데 교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력을 이용해 빨리 움직이려고? 아니면 엎드려 빌려고?”

교관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에 마현의 미간에 주름이 만들어졌다.

“그냥…….”

“그냥?”

“그냥 가까이 못 오게 하면 됩니다.”

“뭐?”

마현의 말에 교관은 기가 막힌다는 듯 입을 쩍 벌렸다.

‘이 새끼가 지금 나를 놀려?’

교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그가 마현을 향해 몸을 돌렸다.

“오냐! 내가 공격해 들어가 볼 테니 어디 네 말대로 못 오게 한 번 막아 보거라. 너희들도 잘 봐 두어라. 보법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았나?”

잔뜩 화가 난 교관의 목소리에 아이들은 움찔하며 목청껏 대답했다.

“예엣!”

“감히 입마관 마련생 주제에 기본공이라고 무시를 해? 오늘 네놈을 따끔히 혼을 내 본보기로 삼겠다.”

교관은 자세를 잡더니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 모습에 마현은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히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면서 수많은 2서클 마법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네놈이 물러난다고 적이 다가가지 않을 것이라 착각이라도 했느냐?”

교관은 코웃음을 치며 마현을 향해 몸을 앞으로 날렸다.

마현은 단전에서 마력을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2개의 서클을 회전시켰다.

“그리스(Grease)!”

마현의 몸에서 마력이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

과거와 달리 마법은 수천 년을 이어오면서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마법 수식의 간결화였다. 그로 인해 한때 마법사라면 의식처럼 아침에 행해지던 메모라이즈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 사라졌다.

그래서 3서클까지의 마법은 드래곤의 용언마법처럼 간단한 시동어로만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탓에 위력은 절반 정도로 약해졌다.

그러나 비록 위력이 약해졌다지만 필요한 때 즉시 사용할 수 있어 전투와 전쟁을 즐기는 흑마법사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헙!”

그 순간 교관의 입에선 비명소리가 튀어나왔다. 갑자기 발이 미끄러지며 신형이 흐트러진 것이다.

교관은 내력을 더욱 끌어올려 몸의 균형을 잡은 후 강하게 땅바닥을 찍으며 다시 몸을 날렸다.

‘그냥은 못 넘어지겠다?’

마현은 다시 한 걸음 물러나며 2개의 서클에서 마력을 뽑았다.

“라이트 트랩(Light t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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