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마법사 무림에 가다-18화 (18/351)

# 18

18화

‘현재 내가 단전 컨트롤을 만들지는 못한다.’

마현이 단전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결국 배워야 한다는 소리인데…….’

분명 교관들이 강제로 자신의 아랫배에다가 단전을 만들었다면 분명 거기에 걸맞는 단전 컨트롤 역시 가르쳐 줄 것이 분명했다.

‘기다려야 하나?’

마현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당장 단전 컨트롤을 배워 다시 흑마법사의 길에 발을 디디고 싶었다.

어쩌면 단전을 이용해서는 흑마법사의 길을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초조함을 더욱 부채질하는 건지도 몰랐다.

급한 마음에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자마자 그의 발끝에 땅바닥에 어지럽게 널린 책들이 차였다.

마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다.

습관적으로 땅바닥에 널린 책들의 제목을 읽었다.

‘인체학 교본, 십팔반 종류와 이해…….’

책들의 제목을 읽던 마현의 눈이 번쩍 떠졌다.

‘단전학 개요!’

순간 다른 책들의 제목은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현은 재빨리 몸을 숙여 단전학 개요라 적혀 있는 책을 집어 들었다. 그때 책 속에서 한 장의 서찰이 툭 떨어졌다.

마현은 무심결에 그 서찰을 집어 들었다.

마현 전(前).

임시지만 너의 담당 교관으로 너에게 이 책들에 수록된 내용들을 가르쳐야 하나 그럴 수 없어 이렇게 책만 보내게 되어 미안하구나. 내가 보낸 책들을 모두 볼 필요는 없다.

책들을 펼쳐 보면 접힌 부분들이 있을 거다.

그 부분만 외우고 이해한다면 충분할 것이다.

다 외우고 이해하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한 번쯤은 보고 수련에 참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전학 개요는 필히 읽고 이해해야 하며, 입마심법(入魔心法)만은 반드시 익혀야 한다. 특히 너는 강제로 단전이 만들어졌기에 입마심법을 통해 완벽히 너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초마심법(初魔心法)을 같이 보낸다.

입마심법으로 단전을 만든 후 배우게 되는 실질적으로 가장 기초적인 심법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예습한다는 마음으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이렇게 보낸다.

평 교관 서(書).

마현은 서찰을 모두 읽은 후 서둘러 책들 사이에서 두 권의 얇은 책을 집어 들었다.

각각 입마심법과 초마심법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단전을 이용할 수 있는 단전 컨트롤인 모양이군.’

마현은 일단 세 권의 책자를 들었다가 다시 나머지 책들을 모두 집어 들고는 침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바닥에 앉은 후 침상을 책상 삼아 단전학 개요를 펼쳤다.

단전학 개요를 읽어나가면서 마현의 눈동자는 차츰 화등잔처럼 커지는가 하면 반짝거리기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 주먹이 쥐어졌다.

‘나는 다시 흑마법사의 길을 걸을 수 있다!’

마현의 입 언저리가 말려 올라갔다.

* * *

일단 단전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마현이었기에 평지달의 서찰에 따라 ‘단전학 개요’부터 펼쳐들었다. 입마관 마련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어서 그런지 상당히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마현은 평지달이 책 사이사이의 접힌 부분만 보라고 했지만 단전이라는 것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었기에 처음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단전이란 무엇인가?

단전이란 흔히들 무공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내력을 쌓는 곳이라 말하기 쉽다. 하지만 더욱 깊게 파고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 단전은 과거 원시 무림이 만들어지기 전 신선이 되고자 하던 이들이 몸에 선단(仙丹)을 쌓는 것, 즉 연단술(練丹術)에서 유래되었다.

그 후 양생술(養生術)로 발전되었다가 지금에 이르러 무공의 기반이 되는 단전으로 완성되었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무공의 기반이 되는 단전이라고 해도 그 결과는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인에게는 마신지경(魔神之境)이 있고, 정파인들에게는 생사경(生死境)을 통한 우화등선(羽化登仙)이 있다.

이대 천마께서 마신지경을 통해 우화하신 것처럼 궁극으로 목표하는 것은 바로 깨달음을 통한 마신(魔神), 혹은 마선(魔仙)이 되는 것이다.

마현은 단전에 담긴 의미가 생각 이상의 것들이어서 조금 놀라워하며 연신 책장을 넘겼다.

단전의 시작은 앞서 연단술에서 유래되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인간들이 신선이 되고자 노력하면서 선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다음의 중 두 가지 학설 때문이다.

그 첫 번째는 신선으로 오른 자들의 특징이 몸 어딘가에 자연의 기운을 쌓았다는 문헌이다.

두 번째는 인간과 다르나 나름대로 선계에 오르고자 하는 이무기나 등용문을 통과해 용이 되고자 하는 만년화리(萬年火鯉)와 같은 영물들은 하나같이 영단(靈丹), 즉 선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터였다.

그때부터 인간들은 선단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단은 단순한 영약이 아닌 영물들이 그들의 방법으로 자연의 기운을 모아 만든 결정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흠…….”

마현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글을 읽으면서 본능적으로 드래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중간계에서 가장 신에 접근한 종족이 바로 드래곤이었다. 드래곤은 이 글이 말하는 선단, 즉 드래곤하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과거 수천 년 전 하르센 대륙 역사상 신의 부름을 받아 신계나 마계로 올라간 이들이 있었다고 문헌에서는 전하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어떤 직업이었든 간에 극에 도달한 자들이었다.

‘이런 수수께끼가 있었는지 몰랐군.’

마현은 책에 실린 내용들에 대해 매우 놀라워하며 다음 내용을 빠르게 읽어내려 갔다.

처음에는 단순히 흑마법사의 길을 다시 걷기 위해 책을 봤지만 지금은 순수한 마법사로서 새로운 지식의 발견에 기뻐하며 책에 빠진 것이었다.

단전은 제하(臍下; 배꼽 바로 밑) 아래에 위치한다.

처음부터 인간들이 제하 아래에 단전을 만든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머리에, 또 어떤 이들은 심장에…….

마현의 눈이 부릅떠졌다.

‘심장?’

심장에 마나를 쌓는 것은 마법사들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이미 오래전 실시된 방법들 중 하나였다.

마현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책을 움켜잡았다.

어떤 이들은 머리에, 또 어떤 이들은 심장에, 어떤 이들은 가슴 등 몸 곳곳에 선단을 만들었다. 나름대로 뛰어난 결과를 가져왔지만 그에 반해 단점도 많았다.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단전을 찾을 수 있었다.

‘심장 역시 부작용이 있었다고?’

마현은 너무 놀라 책을 번쩍 집어 들고는 몇 번이고 다시 그 부분을 읽었다. 단전에 대해 개괄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지나가는 터라 더 이상 상세히 적혀 있지는 않았다.

이 세상에서 이미 오래전 심장에 기운을 모았다는 것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그것이 실패작이라고 언급하고 있으니 마현의 충격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게 사실이라면…….’

마현은 심장에 관한 모든 것들을 떠올렸다.

마법사는 마법의 능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신체적 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진다.

인간으로 감당할 수 없는 마나를 심장과 그 주위에 가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심장에 무리가 가고, 그 여파로 몸은 점차 조금씩 약해져간다.

이건 마법을 익히는 마법사라면 누구나 감수하는 것들이었다. 그것은 단지 인간이 마법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종의 마법사들의 숙명으로만 오랫동안 여겨왔다.

“하하, 하하하!”

마현은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마법사라면 또 하나의 현자로 불리는 최고의 지식인들이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 그 마법사들이 다 한심해 보였다.

그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방법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마법사들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었다.

그 마법사들 중에는 자신도 있었다.

만약 마기로 서클이 깨어지지 않았다면 자신 역시 심장에 마나를 모으고 서클을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마현은 서클이 깨어진 지금의 자신을 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문득 드래곤에 관한 문헌이 떠올랐다.

드래곤은 두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나는 인간과 같은 심장, 그리고 드래곤하트.

그 내용이 떠오르자, 마현은 다시 한 번 크게 웃었다.

“하하, 하하하하하!”

과거 자신이 속해 있던 하르센 대륙의 마법사들을 향한 비웃음이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생각을 하며 마현은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단전을 다시 나누면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단전의 위치는…….

탁.

단전학 개요의 마지막 장까지 읽은 마현은 조용히 책을 덮었다.

“하아!”

깊은 숨이 입에서 터져 나왔다.

책을 모두 읽은 마현은 할 말을 잃었다.

그저 벽을 쳐다보며 한참이나 멍하니 앉아 있었다.

다시 시선을 내린 마현은 감격에 찬 얼굴로 책을 소중하게 쓰다듬었다.

‘만약 이 책이 하르센 대륙으로 넘어간다면…….’

생각만 해도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그 뛰어나다던 마법사들도, 한편으로 경외감을 가지고 본 기사들의 정점인 소드마스터도 이 순간 다 하찮게 느껴졌다. 만약 그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하르센 대륙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책 내용을 음미한 마현은 두 권의 얇은 책자를 집었다.

막상 ‘입마심법’ 책자를 집어 들자 마현의 심장은 쿵쿵 뛰기 시작했다.

마현은 잠시 눈을 감아 마음을 안정시킨 후 책을 펼쳐들었다.

입마심법은 곧바로 단전을 다스리는 내용부터 시작되지 않았다. 입마심법의 첫 장은 마인들의 상징인 마력에 대해 기술되어 있었다.

마인의 상징은 마력이다.

마력이란 쉽게 풀어 마기와 내력이 합쳐진 힘을 말한다.

아마 마련생들의 수련을 돕기 위해 교관들이 보는 책자여서 그런지, 입마심법에 들어가기 전 알아야 할 것들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었다.

당장 심법에 대해 나오지 않아 조금 실망했지만 이내 이 세상의 마기에 대해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나와 마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마인은 강함만을 추구한다.

그 강함이 가장 잘 표현되는 것이 바로 전쟁이고 싸움이다.

아수라신이 관장하는 아수라계가 싸움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듯, 마인들 역시 강함과 싸움을 좋아해 모인 곳이 바로 이 마교다.

전쟁과 싸움에서 승패를 잡는데 있어 본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상대방의 마음을 꺾는 것 역시 중요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꺾는데 투기와 살기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감당할 수 없는 투기와 살기를 느낀다면 어느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게 되어 있다. 그래서 마인들은 내력에 투기와 살기를 넣는데 중점을 두기 시작했고 종국에는 투기와 살기를 뛰어넘는 마기를 내력에 담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마현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마현은 조금 전보다 흔들리는 눈동자로 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책의 끝부분이 구겨지는 줄도 모르고 마현은 흥분에 휩싸여 두 팔을 부르르 떨었다.

드디어 그토록 소망하며 간절히 보기를 원하던 아수라신에 대한 언급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내력에 마기를 담는 방법, 즉 마나에 어둠의 기운을 싣는 방법이 이제 소개되는 것이다.

마현은 마른침을 삼키며 급하게 책장을 넘겼다.

마교의 마력 역시 여타 내력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기운을 근본으로 삼는다.

다만 정파의 내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순행이 아닌 역행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흔히 세상의 순리라 부르는 것은 빛의 세상을 기준으로 한 바.

굳이 흑백 논리로 대입한다면 마교와 마인은 탄생과도 같은 백(白)이 아닌 파괴에 더 가까운 흑(黑)이다.

그래서 빛의 논리에 따른 기운의 순행이 아닌 역행으로 마인들은 흑의 기운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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