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모든 신을 받다-96화 (96/102)

# 96

96. 미친놈의 난동

타다다다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비명과 달려가는 소리, 그리고 키득거리면서 난동을 부리는 골든링.

수많은 시민들이 겁에 질려 세킨 시레나의 부하 헌터이자, 네 명의 콜렉터 중 하나인 골든링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실제로 골든링은 마구잡이로 건물의 외벽을 부수고 땅을 왼팔의 칼날로 부수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태석! 태서어어어어억! 어딨어! 어딨냐?! 어서 튀어나와, 이 개자식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태석은 그것을 옥상에서 지켜보면서 한숨을 뱉었다.

“저 녀석, 완전히 돈 것 같아.”

“너한테 많이 화가 났나 본데.”

스카이가 히죽 웃었다.

“어떻게 할 거야, 우리의 조커, 태석?”

“너는 카드 자체가 아니잖아.”

“그래, 이미 뒤진 악마 새끼라 미안하다.”

“아니, 쓸모는 있어.”

태석이 속성 단검의 손잡이를 잡아 재빨리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없다.

검날이.

속성 단검의 검날이 없고, 손잡이만 남아 있다. 검날도 끄트머리가 살짝 찌릿거리며 평소의 비명을 지르고 있을 뿐이다.

“젠장…….”

“왜? 무슨 일이야?”

“수명이 다해버렸어. 속성 단검이 더 이상 못쓰게 되었어.”

“그러냐. 이리 줘봐.”

“?”

“내놓으라고.”

“……일단 알았어.”

태석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스카이가 내놓으라고 하니 내놓았다. 스카이가 속성 단검의 손잡이를 잡고 날 쪽을 보고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이런 형태의 물건이군.”

“물건이 신기해서 아기의 호기심 마냥 구경하는 거라면 집어치워, 우리는 지금 시민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도와줘야 해. 저 녀석, 그러니까 골든링의 난동을 멈춰야 한다고.”

“아니, 고쳐줄 거야.”

“뭐?”

“다시 말할게. 속성 단검을 고쳐준다고.”

“네가 어떻게?”

스카이기 킬킬거리며 말했다.

“드디어 내가 도움이 되는 때가 오는군.”

스카이가 속성 단검을 땅에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새하얀 기적을 만들었다. 예전 살아 있던 악마 시절보다는 약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기적을 활용할 수 있는 모양이다.

“뭘 하는 거야?”

“예전에.”

스카이가 윙크를 했다.

“그 뭐시기…… 누구였더라? 아무튼, 어떤 오크랑 섹스를 했는데.”

“설마, 카락스냐?”

“아, 그런 이름이었던 거 같아.”

“…….”

정작 카락스와 섹스까지 한 사이인 스카이는 기억 못 하고, 태석이 기억하는 상황. 태석은 스카이의 섹스 정신이 어떠한 것인지 문득 궁금해졌지만, 솔직히 이제 더 이상 섹스를 할 수 없는 몸인 스카이에게 물어봤자 소용없을 것이다.

스카이가 어쨌든 대화를 본론으로 돌렸다.

“그러니까 내가 카락스랑 몇 번 섹스하면서 배웠거든. 간단한 헌터 도구 고치는 법을.”

“아, 그 녀석, 그래도 흑수정으로 도구를 만들 정도로 대단한 기술력을 지닌 녀석이었지.”

그런 기술력이 있다면, 헌터 도구를 간단히 고치거나 수명을 늘리는 방법쯤은 어느 정도 개발해뒀을지도 모른다.

스카이가 예상외로 도움이 되는 상황. 태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카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린 7세 유녀로 보이는 스카이가 그 나이대 유녀에게 나올 수 없는 무시무시한 사나운 맹수 같은 표정을 지으며 태석의 손가락을 물려고 했지만 피해냈다.

“귀엽네~ 귀여워.”

“귀엽다는 말은 기분 나빠.”

스카이가 그렇게 말하고는 속성 단검을 툭툭 두드렸다.

“좋아, 대충 만졌어. 이제 며칠은 더 쓸 수 있을 거야.”

“며칠…… 삼 일 정도인가?”

“그 정도.”

“충분해. 그 전에 끝낼 수 있어.”

“끝낸다는 의미는…….”

“이 모든 상황을 끝내고 역사 개변을 하기 위해 지하 세계에 진입하기까지. 그때까지가 바로 삼 일 내에 벌어질 일들이야.”

“자신만만하군.”

“그래, 그렇지.”

태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옥상의 난간을 밟고 뛰어내렸다. 그것을 잠시 지켜보던 스카이가 욕을 뱉었다.

“야! 나보고는 어떻게 내려가라고!”

에이 씨! 욕을 뱉으며 스카이가 서둘러 문을 열고 옥상 계단을 따라 태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나 참, 사람들이 다 지처럼 초인인 줄 아나 봐! 개자식.”

몇 달 전까지 스카이 또한 초인이었지만…… 이미 초인으로서의 대부분의 힘을 잃은 스카이니, 올챙이가 개구리이었던 적을 기억 못 하는 기이한 상황이다.

도망치는 시민들, 그들 중에는 어린아이도 몇몇 있었으며, 어린아이는 대게 어른, 부모에게 끌려가듯이, 상황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뛰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 어리기에 상황 파악 능력이 떨어지는 탓일지도 모른다. 파란 모자를 쓰고 눈알 한쪽이 알비노와 비슷한 외계의 질환으로 새하얗고 은은한 빛을 내고 있는 아이였다.

그 아이는 부모님이 병원에 데려가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특이한 질환이라는 진찰을 받았다. 유일한 방법은 에덴이 개발한 가상의 세계, 전뇌 세계 속으로 들어가 치료를 받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쟁 전 시점에 에덴에게 특별 방문을 받기로 했지만…… 전쟁이 터지고 부산으로 도주한 지금, 아이는 치료받지 못하고 의문의 병으로 몸이 점점 약해지고 있을 뿐이다.

그 아이가 지금 눈에 띄었다. 누구의 눈에 띄었냐면, 분노하여 이성을 잃은 골든링의 눈에 띈 것이다. 골든링이 히죽 웃으며 소리쳤다.

“너는 눈알이 하얗고 빛나는군! 네가 태석으로 변신한 거냐? 네가 태석인 거냐?”

“……?”

“어서 말해! 개자식아! 네년은 비켜!”

골든링이 아이의 앞을 막아서는 부모를 밀쳐냈다. 벽에 부딪혀 고통의 비명을 질렀고, 아이의 머리를 잡아 들어 올렸다. 공중에 둥둥 뜬 채 아이가 오른 눈의 은은한 하얀 빛을 흘리며 말했다.

“저는, 한광현인데요.”

“한광현? 네놈의 그 하얀 빛은 뭐지?”

“눈알을 말하는 거라면…… 어렸을 때부터 이랬어요.”

“그러냐? 보이기는 하는 거냐? 그 눈.”

“보인다고 하기보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을 법한 게 보여요.”

“뭐냐, 그건.”

“그러니까…… 푸르고 하얀 무언가가…….”

그렇게 말할 때였다.

퍼어어어어어억!

누군가가 빠른 섬광을 일으키며 아이를 들고 있는 골든링의 몸을 밀쳐냈다. 아이가 땅에 떨어지고, 다행히 다치지 않고, 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의 판단으로도 이 상황에서는 도망쳐야 한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끄으으윽. 대체 뭐야?”

골든링이 뻐적지근한 자신의 몸을 살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섬광이 있던 자리에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남자의 한 손에는 역수로 쥔 속성 단검이 들려 있다. 그리고 머리에는 모자가 씌어 있으며, 태석은 그 모자의 머리를 돌려 거꾸로 썼다. 시야가 가려졌기에 불편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얼굴에는 생채기 같은 상처가 볼에 조금 나 있었으며, 찢어져 맨살이 드러나는 검은 후드티를 펄럭이며 천천히 걸어왔다.

“아이는 건드리지 마.”

“태석, 드디어 나타나 줬구나~.”

골든링이 자제심을 찾은 듯, 능청스레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태석, 다시 싸울 맘이 든 거야? 이 전범 테러리스트님이?”

“나는 전범도 아니고 테러리스트도 아니야.”

“네가 색마라는 건 사실일 테지?”

“뭐?”

“네가 수많은 유명 헌터들과 섹스 스캔들을 내고 다닌 걸 알고 있다.”

“그, 그게 무슨 개소리야?”

당황스럽다. 그런 의심을 산 적은 없는데? 어째서 그런 스캔들이 난 거지? 그보다 태석은 어째서 그런 의혹을 받게 된 거지? 그래, 유명인이라서 누가 악의적으로 장난친 거야? 어떤 미친놈이 그런 소문을…….

“주로 남자 헌터들과 섹스를 한다는 소문을 들었어.”

“대한 이 개자식아아아아아!”

대한이 놈 짓이다. 태석이 처음으로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

“대한? 그래, 그놈이 너의 내연남인가 보군.”

“아니라니까!”

억울하다. 정말로 억울하다. 왜 사람을 게이로 만드냐고. 태석이 화난 표정으로 골든링에게 말했다.

“너, 잘못 걸렸어.”

“나도 마음에 든 건가?”

“아니, 너는 최악이다.”

태석이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속성 단검을 허공에 몇 번 휘둘렀다. 그리고 다른 손에 묠니르의 망치 부분만을 허공에 둥둥 뜨게 한 채 몇 번 손을 휘두르자 묠니르의 망치 부분이 천둥에 맞으면서 허공을 빙빙 돌았다. 태석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헛소문을 퍼트린 대가로 너를 죽일 듯이 때려주겠어. 정말로 죽이겠다고.”

“무, 무슨 바람이 분 건지는 모르겠지만, 좋아.”

골든링이 떨리는 미소를 지었다.

“진심으로 싸울 생각이 들으신 것 같아 다행이군!”

그런데 어째서인지 겁에 질렸다. 태석의 표정이 워낙 매서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골든링은 어쩌면 자신이 잘못된 말을 내뱉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태석이 천천히 걸어가다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태석과 골든링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선공은 당연히 태석이다.

태석이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여 묠니르로 공격을 가하면서 속성 단검으로 녀석의 움직임을 쫓아 공격을 가했다.

죽어, 죽어, 죽어!

진짜로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정말로 화가 나서 죽이고 싶었다. 태석은 골든링과 싸우면서 대한을 생각했다. 왜 그런 헛소문을 내서 사람을 게이로 만들고! 대한은 가끔 보면 너무 짓궂다. 이 일이 모두 끝나고 대한에게 한소리 해야겠다. 그보다 가즈 나이트라는 요상한 조직은 또 왜 만들어가지고!

태석은 그렇게 단순한 생각을 하며 골든링을 미친 듯이 공격하고 있었고, 골든링은 사정이 달랐다.

조금 진지했다.

‘너무 빨라. 움직임이 다르다. 전까지는 느렸었는데, 점점 빨라지고 있어. 마치 회복되는 듯이, 그동안의 상처나 피로가 빠르게 회복되어서 본래의 실력을 내주고 있다는 느낌이야.’

태석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골든링은 이미 알고는 있었다. S랭크 헌터에 강신자라는 특이한 재능을 가진 헌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석은 악마를 죽인 첫 헌터인 데다가 천사가 잠시 동안 되는 데에 성공한 우주적 유명인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테러범으로 오인받았고, 실제로 골든링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석을 테러범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얕잡아 볼 상대는 아니다.

그가 전범으로 불릴 뿐이지 여태껏 전투 실력은 거짓이 아니었으니까. 골든링은 점차 밀리면서 상처가 몇 군데 추가로 나고 말았다.

“끅!”

제대로 반격할 틈이 없다.

태석은 너무 강하다.

태석이 더욱더, 더욱더, 더욱더 골든링을 압박하고 있다.

압도당하고 있다!

‘젠장! 젠장!’

골든링은 분노했다.

어째서 자신이 밀리고 있는 것인가.

어째서 태석보다 강해지지 못했는가.

자신도 태석만큼 고통받고 살아왔는데, 강해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는데!

골든링은 어렸을 적 폭탄의 파편에 당해 죽을 뻔했다.

그런 골든링을 세킨 시레나가 직접 구조하여 팔을 고치는 과정에서 칼날이 박힌 것을 빼낼 수 없었고, 결국 칼날째로 팔을 개조하여 강한 능력을 얻게 했다. 그 과정에서 헌터로 강제 각성, 검은 왼팔을 지닌 헌터 골든링으로서 탄생했다.

그렇게 된 이후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으며 강해지고, 콜렉터의 일원이 될 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푸슉!

태석이 더욱 강하다.

태석을 이길 수 없다.

골든링은 자신의 잘려나간 왼팔을 보다가 히죽 웃었다.

눈앞의 태석을 보며 소리쳤다. 피가 솟고 있는 왼팔의 단면을 움켜쥔 채.

“태석.”

골든링이 히죽 웃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콰르르르르르르르르-!

왼팔의 잘려나간 부분에서 무언가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태석이 경악했다.

저게 대체 뭐란 말인가. 저 흉측한 물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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