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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모든 신을 받다-82화 (82/102)

# 82

82. 확인

태석이 추락한 채 인상을 찌푸렸다. 땅이 박살 나 파편의 형태로 움푹 패여 있다. 카알의 기계의 에너지포 같은 것에 맞고 추락한 것은 기억나는데, 무슨 일이지?

서둘러 일어나 몸의 상태를 점검했다. 몸은…… 나름 멀쩡하다. 에너지포는 데미지 자체는 강하지 않고, 상대를 멀리 날려보내는 형태인 것이다.

그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태석은 서둘러 토르를 강신하려 했다. 하지만 토르가 전력으로 강신을 거부했다.

“뭐하는 거야?!”

[나 따위를 강신할 때가 아니라고 합니다, 토르가.]

[오딘이 자신을 강신하라고 합니다.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면서.]

태석이 한숨을 뱉었다.

‘잠깐 기다려, 너희들. 조금 있다가 내가 선택할 거니까.’

[알았다고 합니다, 토르가.]

[오딘이 아쉬워합니다.]

주변을 보니 누군가가 빠르게 날아와 태석의 앞에 착지했다. 겐세와 고란이었다. 겐세가 중력자를 조종해 고란과 함께 빠르게 태석이 있는 곳으로 찾아온 모양이다.

고란이 말했다.

“지금 겁나게 급합니다, 태석 님.”

“지금 오크가…….”

“네, 그것도 있고.”

“그거 말고 대체 무슨 일이 있다는 거죠?”

태석의 물음에 고란이 답했다.

“하레니아 언니가 없어요.”

“뭐?”

태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레니아라면, 성천주일 것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땅, 남극에서 탄생한 성천주.

그런 그녀가 이 중요한 상황에 실종이라고?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태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상황이 안 좋네요. 그것도 끔찍하게.”

태석은 인상을 찌푸린 채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하면 좋지?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명의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 있다, 오크들에게. 갑작스레 선전포고를 한 데다가 어째서인지 헤레니아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거, 가능하지 않나?”

겐세가 물었다. 태석이 고개를 들어 올려 겐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변신…… 말입니까?”

“그래, 변신. 변신이라면, 헤레니아로 변신하여 천 개의 눈을 사용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가능하죠. 그러면 해보겠습니다.”

태석이 눈을 감고 헤레니아의 모습을 생각한다.

헤레니아는 성천주이다. 언제나 말을 늘어지게 하고 헛소리에 헛짓만 하는 것이 가끔 보면 김대한보다 더 심하다고 느껴지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다.

바로 천 개의 눈.

천 개의 눈으로 상황을 보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항상 감고 있는 눈을 특수한 형태로 바꾸어 모든 상황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이다.

관찰이었기에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 점은 조심해야 한다.

[로키가 응답합니다.]

팟.

변신에 성공했다. 순간 모습이 변한 것이 느껴졌다. 태석의 몸 주변에 녹색의 안개가 자욱했다. 그 안갯속에서 태석이 감고 있는 눈을 떴다. 양안이 모두 푸른 빛을 내뿜었다.

“윽.”

어지럽다.

수천 개의 시야가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지구뿐이 아니다. 전 우주의 한 공간들이 정신없이 보인다. 이런 정보 처리량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태석이 한쪽 눈을 감았다.

“후우…….”

이제 좀 낫다. 볼 수 있는 영역이 반절 줄었지만, 헤레니아를 찾을 수 있었다.

“있다.”

“어디에 있지?”

태석의 천 개의 눈이 포착했다. 헤레니아의 모습이 보인다.

“묶여…… 있어요?”

“그리고?”

“우주선, 우주선이다. 우주선 내부에요.”

“우주선 내부라고?”

“그리고…….”

“그리고?”

태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더욱 자세히 보인다. 오크다. 본 적 있다. 무려 방금 전에, 5분도 되지 않는 순간에 본 것이다. 태석이 나지막이 말했다.

“카알.”

“……카알?”

“카알이 녀석을 데리고 있습니다. 방금 그 우주선, 제가 마주한 우주선에 헤레니아가 있습니다.”

“그렇군.”

태석이 변신을 해제했다. 순간 핑 도는 느낌이 들었다. 헤레니아의 능력은 아직 감당이 안 된다. 특히 양 눈을 뜨고서는 더욱.

하지만 헤레니아의 위치를 알아냈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이제 우주선 내부로 침입하면 되는 데, 어떻게 하면 좋지?

“일단 우주선 내부로 침입해야 할 듯싶은데…….”

“문제는 그 방법이겠군.”

겐세가 인상을 찌푸리며 방법을 고민한다.

“일단 태석, 이것부터 하도록 하자.”

겐세가 촬영 장비를 중력자로 숨겨두고 있었는지 허공에서 촬영 장비가 등장했다. 그것을 설치하고 있다.

“뭘 하는 겁니까?”

“너는 이제 단순히 혼자가 아니야. 모든 이들의 희망이 되어주는 등불이다.”

“네?”

등불이라니. 태석은 자신이 그런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 모든 장면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의 뇌리를 후벼 파 시원하게 만들었다.

많은 이들을 싸우며 구했다.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세계에게 인정받았다. 이제 세계가 파멸할 위기를 막아야 할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태석은 더 이상 단수가 아니다.

태석은 복수이다.

분노에 차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닌, 단수가 아닌, 복수.

“그러니 모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라, 태석. 네가 싸움에 도망치지 않고 맞서고 있다고 말해. 그러면 모두가 힘을 얻을 거다.”

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촬영 장비의 카메라를 보며 자신이 하려던 오랜 말을 시작하려 했다.

카알은 멍하니 서 있었다. 헤레니아가 눈을 떴다. 자신이 묶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슬이 답답해 손을 움직였지만, 풀려나기 힘들다. 단단히 묶었다. 이게 오크들의 기술력인가? 수많은 행성들을 지배하여 얻은 기술인가? 무섭다. 굉장한 힘이다.

헤레니아가 카알을 향해 말했다.

“카알.”

“왜 그러지?”

“너는 도대체 왜 지구를 가지고자 하는 거지? 지난 수년 동안 그런 것을 바라지는 않았잖아.”

“이곳에 그자가 있으니까.”

“뭐?”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존재, 태석이 있으니까.”

“태석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존재라면, 더욱 건드리지 말아야지. 태석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가 멸할 수도 있잖아? 안 그래, 아저씨?”

“아니, 내 생각은 달라.”

카알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을 구하는 것은 내가 되어야 한다.”

“뭐?”

“나는 이 우주를 지배하고자 한다. 그런데 영웅이 내가 아니라 다른 자가 되면 안 되지. 나는 이 세계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거다.”

“완전히 미치셨네? 난 또 왜 납치했는데?”

“천 개의 눈은 유용하니까. 전쟁에서 상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치트키라는 것을 너는 모르는군.”

“그렇긴 하지만…… 그걸로는 이유가 부족한데?”

“에덴의 장소를 말해라.”

“역시 그게 이유였군? 너도 에덴을 원하고 있었어.”

“이왕 지구를 점령하는 김에 그 에덴 정도는 얻어내야지.”

“알려줄게. 고개 들이밀어 봐.”

카알이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의심하지 말고, 어서.”

“……알았다.”

카알이 고개를 들이밀자…… 퉷! 헤레니아가 침을 뱉었다.

“어때? 잘 알겠지? 내 구강세포의 세균들을.”

“…….”

카알이 멍한 표정으로 그것을 보다가 침을 닦아내고, 고개를 돌려 입구 쪽을 보았다. 헤레니아가 어이없어서 물었다.

“화 안 나?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야동에서는 오크들이 덮치던데?”

“그러길 바라나?”

“아니.”

“그러니 안 하는 거다.”

“…….”

음, 뭐랄까, 고지식한 독재자를 보는 느낌이다. 헤레니아가 묶인 채로 의외의 면을 본 것 같았다. 카알이 잠시 입구 쪽을 보다가 말했다.

“나는 필요에 의한 일만 한다.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아.”

“아아, 그러셔요?”

헤레니아가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뜨고자 했다. 천 개의 눈을 발동하고자 한 것이다. 그때였다.

치지지직.

사슬에서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 들고, 헤레니아가 기절했다. 성천주에게 강하게 작용하는 도구인 모양이다. 성천주가 기절할 정도라면, 그 정도는 되었겠지.

카알이 한숨을 뱉었다.

“전쟁은 내 승리로 끝날 거다. 태석, 세상을 구하는 것은 나다.”

그가 웃었다.

대한이 서둘러 뜀박질을 했다. 길은 몰랐지만, 방향을 알고 있으니 문제없다. 대한이 달려가는 곳은 우주선. 우주선이 있는 장소이다. 태석이 먼저 비바람을 몰며 그곳으로 갔지만, 우주선에서 쏜 에너지포에 맞고 날아갔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서둘러 이어폰을 끼고 라디오를 틀었다. 뛰면서.

[네, 급한 소식입니다.]

[엄태석이 우주선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우주선에서 쏜 특수한 우주 물질에 의해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는 상황입니다.]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무래도 여러 위험을 헤쳐나갔던 태석이다 보니 모두가 살아 있을 거라고 관측하고 있는 데, 김범수 기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 제 생각에는 말이죠. 아무래도 죽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제가 운동신경은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에너지포에 맞아서 살아남는 인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헌터이니 살아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들이 헛소리하고 있어.”

대한이 이어폰을 집어 던져 땅에 내던졌다. 김범수 기자니 뭐니 하는 것들이 헛소리를 삐약삐약 해대는데 듣기 싫었다. 특히 거부감이 든다. 말투나 태석이 죽었다고 해대는 식의 자극적인 보도라니.

태석은, 태석은 죽지 않았다. 그렇게 확신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한이 더욱더 발에 힘을 주어 뛰기 시작했다. 오크 한 마리가 있다. 대한이 지팡이를 꺼내 흑마법을 펼쳤다. 녀석의 목이 날아갔다. 그래도 살아 있다. 도끼로 다른 녀석을 내려찍으려 한다. 대한이 마치 곡예를 부리듯 펄쩍 뛰어올라 녀석의 어깨 위에 올라 손을 얹고 흑마법을 폭발시켰다. 쾅! 흑마법과 함께 녀석의 양팔이 날아갔다.

죽을 뻔하던 여자가 뒤로 넘어진 채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어서 가보세요. 저는 태석한테 가봐야 하니까.”

“서, 설마 대한 씨인가요? 대한 님?!”

“맞아요. 일단 여기는 위험하니까 어서 피하세요.”

“감사합니다!”

여자가 뒤로 돌아 도주했다. 대한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 이름을 아는 건가?”

대한은 물론 유명인이었지만, 태석보다는 못한 2인자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유명인은 유명인. 대한을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대한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이 한숨을 뱉으며 혼잣말을 했다.

“어서 가봐야겠군.”

대한이 고개를 돌려 우주선 쪽을 보았다.

태석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그때였다.

건물에 배치된 영상화면을 송출하는, 주로 광고를 송출하는 곳에서 태석의 얼굴이 보인다.

“뭐, 뭐야?!”

대한이 깜짝 놀라 그 화면을 본다. 풀숲 비슷한 배경으로 태석이 말했다.

[아아, 됐습니까?]

제대로 송출되나 확인하는 건가?

확인 작업이 끝난 태석이 말을 시작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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