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모든 신을 받다-62화 (62/102)

# 62

62. 무패

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한 방법이군요.”

“그래, 그렇지. 너무 간단해서 문제지.”

태석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난감하다. 막상 말하고 보니 별 거 아닌 계획이다.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딱히 대화 없이도 그렇게 할 정도.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시연이 미소를 지었다.

“탑 위의 경보장치를 울리고, 몇몇 인원은 따로 탑 위로 가서 카락스를 처리하는 거죠?”

“간단한 방법입니다. 어그로를 몇 명이 끌고, 나머지는 카락스를 처리한다. 대장을 처리하면 전열의 이상이 생길 테니까요.”

태석의 말은 왕도였다. 사도가 아니었다. 너무 평범하다. 하지만 동시에 좋은 방법. 괜찮을 것이다. 아마도…… 확신은 못 하지만.

뭐, 작전은 정해졌고, 이제 행동이다.

여전히 그들은 풀숲에 숨어 있는 상황이었고 태석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습격할 거냐, 이런 시선을 전원이 태석에게 보내고 있다. 태석이 어색하게 쓰게 웃었다.

‘다들 나한테 의지하네.’

태석은 자신이 그렇게 의지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평범해서 탈일 정도. 하지만 지금에 있어서는 모두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에이스가 되어야 한다. 약간은…… 완벽주의에 빠진 걸 수도 있다. 뭐 어때, 완벽하면 좋은 거지. 아직까지는 딱히 큰 문제는 없으니까, 이런 주의에 빠지는 것도 좋다.

태석이 손을 들어 신호를 하려 할 때였다.

“잠깐.”

겐세가 그 손을 잡아 내렸다. 태석이 앞을 보니 여자아이 하나가 끌려가고 있다. 발과 손을 동시에 묶는 긴 체인이 걸려 있는 수갑이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질질질 끌려가고 있다. 태석이 분노했다.

“어째서 오크들이 저런 어린아이를…….”

“하지만 지금은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겐세가 그렇게 말하였고, 모두가 그 생각에 동의는 했다. 동의는, 했다.

하지만 여자아이를 손으로 후려치려 할 때였다. 오크가 후려치려 한 것이다.

팟!

태석이 먼저였다. 앞으로 나서며 속성 단검에 빠르게 천둥의 힘으로 전기를 담고, 찌지지지지지지! 강렬한 섬광을 빛내며,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오크의 대가리에 적중.

“크아아아아악!”

오크는 총 세 마리가 있는 상황. 한 마리는 대가리를 칼로 꿰뚫렸지만 멀쩡하다. 태석은 속성 단검에 마력의 실을 박아뒀기에, 마력의 실을 잡아당겨 다시 속성 단검이 손에 돌아오도록 했다. 그리고 연속해서 두 번째 오크에게 공격. 푹!

“크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른다.

시원한 비명이다. 뭔가 기분 좋군.

태석이 나머지 오크 하나를 공격하려 할 때였다.

쾅!

오크 한 마리가 강지를 향해 쾅 소리를 내며 발을 구르고는 자신의 손에 들린 지팡이를 대검의 형태로 전환한다. 그와 동시에 휘두른다.

하지만 강지의 행동이 더 빠르다. 위험하지 않다. 강지가 기계팔을 치익! 방패로 만들었다. 방패로 변한 기계팔에 대검의 공격이 막힌다.

쿵!

기계팔의 방패가 공격을 놀랍게도 막고 진행 경로를 차단하고 있다.

“대한 씨!”

“네!”

시연과 대한이 동시에 달려간다. 그리고 방패에 공격이 막힌 오크를 향해 대한이 발차기를 날리고, 시연이 머리에 한손검을 적당히 박고 콱! 비틀었다. 손잡이가 비틀렸고, 날 또한 비틀려 상처를 더욱 짓이겨 놓았다.

오크가 즉사. 기절했다.

대한과 시연이 손뼉을 짝 하고 치며 축하 행동을 했고, 그때 대가리가 꿰뚫렸으나 아직도 질기게 생존한 오크 한 마리가 손을 뻗어 대한과 시연을 공격하려 하지만…… 그게 쉽게 될까?

역시! 대단하다. 대한과 시연을 공격하려던 녀석을 겐세가 기적으로 막고, 현지가 재빠르게 뛰어가 오크의 어깨에 발을 얹어 뛰어오르고 손으로 비틀었다.

콱! 뚝!

모가지가 비틀려 그대로 즉사. 침을 질질 흐르며 사망하고 말았다.

오크 세 마리가 동시에 죽고, 모두가 어색한 침묵을 했다.

그러고 보니 누가 기다리라고 했지……? 그리고 왜 자연스럽게 모두가 명령에 불복한 것일까? 그보다 전원이 나왔는데 누가 기다리라고 말했단 말인가.

“흠흠.”

겐세가 헛기침을 흘렸다.

태석이 쓰게 웃었다.

“뭐, 잘된 일이니 넘어가자고요.”

탑으로 향하는 길목을 뚫렸다.

그러면 이제 안으로 진입하면 된다.

그 전에…….

“당신들은……?”

여자아이의 뒤처리를 해줘야 할 것 같다.

“아, 지야!”

“강지입니다.”

“뭐 어때, 지가 이름인걸!”

“그래도 저는 성도 같이 불리는 게 좋습니다.”

“여전히 딱딱하네~.”

여자아이가 강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멋진 팔이 생겼네.”

“살아남으려고 팔을 바꿔 끼웠습니다.”

“바꿔 끼워? 음, 어렵네.”

아이들이 대화이다. 태석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저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지켜본다.

여자아이가 말했다.

“그보다 현재 상황이 위험해.”

“당신이 붙잡히려던 상황은 끝났습니다.”

“아니, 아니! 그거 말고!”

“더욱 자세히 설명을.”

“그러니까…….”

여자아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말한다.

“오크들이 키메라를 만들었어. 그리고 이 근처에 잔뜩 있다고 지들끼리 얘기하더라고.”

“……정말입니까?”

“이 근처에도 있다던데? 왜, 그러니까…….”

“큰일 났습니다, 태석, 대한, 그 외의 여러분들.”

태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본다. 태석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모두가 전투태세를 갖춘 채 주위를 본다. 주위에는 오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크가 아닌 오크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괴물들이 있다. 괴수라기에는 지나치게 인공적으로 생겼으며, 종족이라고 보기에는 흉측하다.

그러니까 키메라라는 소리였다.

크르르르르르를-.

다리가 호랑이, 팔이 늑대, 얼굴이 인간, 혹은 다리가 인간, 팔이 곰, 몸과 머리가 사자 등등의…… 키메라들이었다. 지나치게 다양하게 섞여서 개개인별로 다른 존재들이라는 것이 눈에 명확히 보인다.

당연히 다른 존재일 수밖에. 녀석들은 모두 합성된 괴물들이니까. 죽여야 한다.

크르르르르르르르-!

이유는, 녀석들이 죽일 기세로 태석 일행을 덮치기 위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태석이 속성 단검을 오크의 머리통에서 회수한 뒤에 역수로 쥐어 앞으로 내밀었다. 다른 손으로는 토르를 강신한 채 전기를 잔뜩 모았다.

찌지지지직-!

전기가 이곳저곳 튀면서 정전기를 만든다. 대한이 지팡이를 휘둘러 마법진을 그린다. 흑마법 마법진이다. 여러 개를 동시에 그리고 있다.

여러 발을 동시에 쏘기 위한 준비였다. 일 대 다수의 전투에서는 이런 방식이 도움된다.

현지는 마력의 실을 터트렸고, 겐세는 기적으로 자신의 손에 창 하나를 만든다. 전격의 창이다. 뭔가 신화 속에서나 나올 법했지만, 그 어떤 신화에도 그런 창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창작한 무언가라고 태석은 생각한다.

치이이익-!

강지는 기계팔을 방패에 날이 달린, 공방을 자유자재로 전환이 가능한 상태로 바꾼다.

마지막으로, 시연이 한손검에 백마법을 발랐고, 태석이 소리쳤다.

“그러면 사냥 시작!”

그 말과 동시에…… 키메라와 인간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카락스는 시체의 처리를 끝마쳤다. 모조리 태운 것이다. 하얗게타들어 간 잿더미를 보며 카락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보았다.

그 어떤 감정도 없다. 인간이 죽은 거다. 별다른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다. 신경 쓰이는데 신경 안 쓰인다고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물결도 일지 않는다.

그저 고요.

그저 편안.

카락스는 숨을 푹 하고 내뱉었다. 그리고는 탑의 방에서 나와 더욱 아래로 내려간다. 아래층에서 중앙의 방으로 가고, 그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책장이 열리며 숨겨진 방이 드러난다. 그 방문을 열고, 카락스는 자신의 소중한 것과 마주한다.

자신의 부모님과 여동생의 시체 안치실이다.

그곳에는 시체들이 놀랍도록 깨끗하고 부패 하나 없이 있었다.

하지만 눈은 죽어 있다. 상처는 꿰매어져 있지만,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훤히 보인다. 카락스는 그제야 감정의 동요를 느낀다.

물결이 거칠게 휘몰아친다. 바람에 의해 날아가듯이, 미친 듯이 동요한다.

뚝, 뚝.

눈물이 흘러나온다.

정말로 슬프다. 카락스는 그 상태로 시체를 내려다본다.

“착한 녀석들이었지.”

그들 또한 점령을 하면서 수많은 종족들을 죽여온 자들이다. 그런 강한 자들이 이렇게 허망하게 죽다니……. 너무 괴롭다. 심장이 찢어질 것 같았다.

인간 따위의 죽음보다 오크의 죽음이 더욱 감정의 동요를 일으킨다.

왜냐면, 카락스는 오크지 인간이 아니다. 인간 따위에 이해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사실, 오크 중에서도 자신에게 소중한 오크들만 신경쓰지 다른 오크들은 죽건 말건 관심 없다.

뭐, 그건 그거고. 이제 시체를 다시 숨기고 비밀의 방에서 나와 잠금을 건다. 책장이 다시 원위치로 돌아와 방문을 가린다. 그 상태로 중앙 방에서 나와 탑의 복도에 있었다.

창가를 보고 있는데 오크가 달려온다.

“무슨 일이지?”

“큰일 났습니다!”

“표정을 보니 알 것 같군. 정확히 무슨 일이지?”

“그러니까 그게…….”

취익!

당황한 것인지 취익 소리를 내며 숨을 고른다.

한참을 기다리고, 인내심의 한계가 올 때쯤 오크가 소리쳤다.

“인간들이 침입했습니다!”

“엄태석인가 보군.”

놀라운 발언이지만, 카락스는 놀라지 않는다. 씨익 웃어 보였다. 그 외의 반응이 없자 부하 오크가 당황한 건지, 답답한 건지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간단해.”

카락스가 히죽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키메라를 더 증원해. 그것도 해결하면, 내가 나선다.”

기다리게 해줄 필요 없다. 엄태석은 카락스를 원한다. 카락스를 죽이기를 원한다. 카락스는 죽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을 죽이려는 쓸데없는 인간에게 분노를 느낀다.

그렇다면, 할 일은 간단하다.

“나는 엄태석을 살해한다.”

엄태석 살해.

카락스의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하는 목표이자 문제 중 하나.

“엄태석이라는 자는, 강합니까?”

카락스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냈다. 검붉은 장갑이었고 손등에 흑수정이 박혀 있다. 흑수정으로 만든 블랙 웨폰이었다.

꿀꺽.

오크가 긴장했다. 저 장갑을 낀 카락스를 이기는 존재는 지금껏 없었다. 어떤 존재든 거의 반죽음으로 만들고, 마음먹으면 죽였으니까. 무섭다. 오크는 다리가 덜덜 떨렸다. 저 주먹에 맞는다면 살해당한다. 충신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변을 안 당한다.

카락스는 사이코패스나 다름없으니까 말을 안 들으면 부하라도 죽일 것이다.

그런 성격을 부하 오크는 너무 잘 안다.

“엄태석은 강하지만, 나보단 약하다.”

“하하, 그렇겠…… 죠.”

“그런데 너, 이름이 뭐지?”

“겔숑입니다!”

“겔숑? 독특한 이름이군.”

“하하!”

“그런데 말이야, 겔숑. 너는 왜 나에게 이상한 걸 물어본 거지?”

“이상한 거라뇨?”

“생각을 하고 물었어야지.”

주먹을 뒤로 주욱 뻗었다. 그리고 복부를 후려친다. 겔숑이 헉헉거리며 피를 토한다. 숨이 막힌다. 말을 할 수 없다. 의식이 흐려진다.

카락스가 발로 겔숑의 머리를 짓밟았다. 콱! 터졌다.

“지금 너의 물음에는 이렇게 들리는 경향이 있더군. 내가 질 수도 있다고. 하지만 말이야.”

카락스가 씨익 웃었다.

“나는 절대 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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