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모든 신을 받다-56화 (56/102)

# 56

56. 천사의 마음과 악마의 마음

카락스.

그는 오크이다. 그중에서도 챔피언 오크에 속한다. 어느 곳에 가건 그는 리더이다. 결코 부하가 된 적은 없다.

모든 것을 가진 오크로서 최상의 행복을 누리는 자라고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보다 더 위의 존재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같은 사소한 이유가 아니다. 카락스는 얻고 싶은 것이 있었고, 얻을 수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다.

그것은 바로 가족.

가족을 어렸을 적 잃었던 카락스는, 언제나 자신의 가족이 살아 돌아오는 것을 원했다.

여동생도 잃고, 부모도 잃고, 모든 가족과 연이 끊긴 세계 최강의 오크.

그런 그는 다소 무리한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왜냐면, 카락스는 그동안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거든.

설령 인과율을 배반한, 자신의 가족을 되살리는 일이라도 실패한 적 없는 카락스는 가능할 거라고 믿었다.

그것은 오만이다.

카락스는 한숨을 푹 내뱉으며 움집에서 나왔다.

따스하군.

정말 기분 좋은 따듯함이다. 카락스는 몸매 관리를 하느라 굶주린 배를 부여잡았다.

천천히 오크들이 모여 있는, 정확히는 자신의 부하들이 모여 있는 곳을 본다.

깡, 깡, 깡-.

저 멀리서 흑수정 TOY를 채굴하는 소리가 들린다.

잘하고 있나. 못한다면 채찍질이다. 물론 카락스가 직접 휘두르는 것은 아니다. 카락스는 남들에게 시켜서 남을 혼낸다. 그 정도로 높은 지위였으니까.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해결된다.

그렇게 깡깡거리는 TOY 채굴장으로 향했고, 누군가가 쓰러져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본다.

누가 쓰러진 거지? 인간이다. 그럴 줄 알았다. 인간은 나약하고 잔머리만 잘 굴린다. 일부러 자신의 컨디션 관리를 소홀히 하여 쓰러져서 쉬려는 걸까?

하지만 카락스의 생각과 달리 인간 노예는 배가 비쩍 골아있고, 뼈밖에 안 남은 체형이었다. 머리도 작고, 가슴도 새가슴이다. 전형적인 영양 불균형이었다.

하지만 카락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쪽으로 다가와 음식이나 물을 제공하는 대신 말한다.

“이봐, 관리자.”

“넵!”

“저 새끼 링거 한 병 꽂아주고 다시 일 시켜. 어디서 놀려고."

"하지만 고작 링거로는…….“

“죽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인간이잖아?”

카락스는 쓰게 웃으며 그리 말했다. 관리자 오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수그리며 외쳤다.

“명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잘해라.”

어찌나 현명한 행동인가. 카락스는 자신의 자비로움에 감탄했다.

그렇게 몇몇 군데를 더 돌았다. 인간들의 울음과 비명이 들린다. 하지만 무시한다. 왜냐면, 그것들은 그저 엄살 부리는 데에 최적화된 구더기만도 못한 존재니까.

인간 하나가 나무판자를 들고 카락스의 대가리를 쳤다.

쿵.

나무판자에 맞았지만, 카락스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이게, 반항하는 거냐?”

“으, 윽. 살려줘.”

뚜둑.

카락스가 인간의 목을 붙잡고 양손으로 비틀었다. 피가 분출하고, 남자가 즉사했다. 카락스는 그리고 인간을 땅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주먹으로 몇 번 남자를 후려쳤다.

쿵! 쿵! 쿵!

남자 인간의 머리통이 부수어지고, 카락스는 한숨을 푹 내뱉었다.

“가끔은 이런 벌도 필요하겠지.”

그리고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산책이 끝난 카락스는 거주지로 돌아와 음식을 꺼냈다. ‘고열량 맛 좋은 고기!’라고 적힌 음식의 봉지에 있는 버튼을 눌러 순식간에 요리를 완성한다.

그것을 뜯어 그릇에 담고, 고급스러운 식기를 들고 히죽 웃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듣는 사람은 없다. 스카이 또한 침대에서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악마의 유희가 잠이라니, 정말 게으르다.

카락스는 고기를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었다.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맛있게 요리되었다. 그러면 만족이다.

꿀꺽.

그는 맛있게 모든 고기를 비우고, 입가심을 하며 말했다.

“더 먹고 싶지만, 다이어트를 해야 하니까.”

그리고는 한마디 홀로 덧붙인다.

“그 인간 놈들은 왜 이리 약골인 건지. 이틀에 한 끼면 충분하지 않아?”

물론 카락스는 매일 네 끼의 식사를 한다.

잠시 가족사진을 본다. 가족은 이제 모두 죽고 없다. 그는 슬피 울었다.

“흑흑,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왜 죽은 걸까. 소중한 생명을 누가 앗아간 걸까.

물론 그는 오늘 세 명의 인간을 아무런 감정 없이 터트려 죽였다.

대한이 걸어가면서 말했다.

“힘들어. 이건 정말이지 최악이야. 왜 이리 먼 거냐.”

“알아. 조금만 참아.”

태석이 길게 한숨을 뱉었다.

“그보다 목욕이 하고 싶은걸.”

겐세가 뒤에서 따라오면서 말했다.

“조금만 걸으면 숙소가 있다. 헌터들이 사냥 중에 휴식하라고 지어놓은 건축물이지.”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네요.”

태석이 그렇게 답했다.

태석과 대한, 겐세와 시연, 현지는 현재 걸어서 TOY까지 가는 중이었다. 왜냐면, 기차가 부수어져서 조난당할 뻔하고, 간신히 일행이 전원 합류했지만…… 아직 기차는 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선로가 수습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괴수가 있을지도 모르기에 한국과 중국에서 협력하여 헌터들을 모집하여 향하는 중이기 때문.

하품이 나온다. 태석은 인상을 찌푸린다.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 걸까. 태석은 대한이 아니라 그리 크게 짜증을 내거나 헛소리를 하지 않았으나, 사실 대한도 헛소리를 할 기운이 없어서인지 조용하다.

시연은 꾸벅꾸벅 졸면서 걷고 있다. 왜인지 요즘 들어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다. 수면 장애라도 있는 걸까?

태석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라. 저기, 저기 뭐야.”

태석이 손으로 가리켰다. 대한이 따라 고개를 돌렸다.

“뭔데? 어디 보자……. 저거, 신기루 아니지?”

대한이 꿈인지 현실인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시연이 잠이 확 달아나 미소를 지었다.

“와아, 저기가 바로 휴식지구나~.”

현지 또한 활짝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저는 저기에 있을 줄 알았다고요!”

대한이 인상을 찌푸렸다.

“굳이 따지자면, 지도상에 이미 위치해 있는 곳이라 저도 알았습니다만…….”

“뭐 어때요, 바보 오빠.”

“누가 바보라는 거예요?!”

“하지만 시연 씨랑 태석 씨가 말해줬는걸요, 헤헤.”

“…….”

대한이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태석을 본다. 태석은 딴청을 부렸다. 이게 대한을 무시하는 건가. 너무하네. 정말이지 믿었는데…….

대한은 이번에는 시연을 본다. 시연이 확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뭐 어때요. 사실이잖아요?”

“사실 적시도 명예 하순입니다.”

“명예 훼손이겠지.”

“몰라, 짜샤.”

대한은 묘하게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다. 하긴, 꽤나 더워지기 시작할 시기에 북한 땅에서 하루 종일 걸으면 누구라도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마련이다.

시연과 대한이 으르렁거릴 때, 겐세가 말했다.

“그러면 저기서 쉬도록 하지.”

오랜만의 휴식이다.

쏴아아아아-.

태석과 대한은 목욕탕 내부에서 목욕을 하는 중이었다. 대충 비누칠을 하고는 물을 끼얹어 비누기를 지우고, 반신욕을 한다. 뜨거운 물의 후끈거림이 아주 최고였다. 기분 최고, 너무 행복하다.

태석이 그렇게 축 늘어졌을 때, 이미 들어가 있는 겐세가 말했다.

“그렇게 기분만 좋으면 어떻게 하나?”

“그야 기분 좋으면 좋은 거죠~.”

대한이 축 늘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겐세가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이런 기분만 좋아지면 안 된다. 더 높은 곳을 노려야지.”

“설마하니 목욕에도 급이 있는 건가요?”

“아니. 글쎄,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급이 있다.”

겐세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여탕에 침입한다.”

태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파지직.

“끄어어억.”

태석이 물에 전류를 흘려보냈다. 토르의 힘으로. 겐세가 전기에 당해 움찔거리면서 움직이지 못하고, 대한이 비틀거리며 머리를 물에 처박으며 말했다.

“왜 나까지…….”

“괜히 헛소리를 하니까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아니. 네 성격상 너도 따라서 뻘짓 했을 것 같아.”

“세상에는 무죄 추정의 법칙이라는 게 있어.”

“아니, 너는 유죄다. 내가 알아. 어렸을 때의 일을 잊은 거 아니겠지?”

대한이 어렸을 때 여자들에게 온갖 뻘짓을 한 것을 태석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니 예비 범죄자인 것이다.

태석이 하품을 쩌억 했다.

“기분 좋네.”

뭐랄까, 기분이 축 늘어지고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근육들이 힘을 잃고 흐물거리는 기분.

평생 이곳에 있고 싶다. 너무 행복한 것이다.

한편, 여탕 쪽.

시연과 현지가 물에 들어가 있다. 시연은 자신의 가슴 쪽을 보았다. 그리고 현지 쪽을 본다.

뭐야, 왜 이리 차이가 나는 거지? 뭔가 기분 나쁘다.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자존심 상한다.

현지에게 말했다.

“왜 이리 큰 거예요?”

출렁.

현지가 물에 몸을 담그자 가슴팍의 지방 덩어리가 하늘로 떠오를 기세로 물 위를 둥둥 떠다닌다. 현지는 시연의 말을 이해 못 한 것인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시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불안하다.

요즘 들어 현지와 태석의 관계가 가까워진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동굴에서의 사건 때문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면 혹시, 만약에 그런 일이 벌어진 거라면, 돌이킬 수 없는 합체라던가 뭔가 하는…….

아니겠지. 그래, 아닐 거야.

왜냐면, 태석은 여자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시연은 멋대로 결정 내리고 안심했다.

그보다 남탕 쪽을 훔쳐보고 싶다.

여자에게도 성욕은 있는 법이다. 남자의 몸을 관찰하고 싶은 감정이 무지막지하게 솟아올랐다.

흐흐, 흐흐, 흐흐.

이상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저기요, 시연 씨?”

“결정했어요.”

“뭐를요?”

“아주 중요한 결정인데, 현지 씨도 따라오셨으면 해요.”

“뭔데요? 일단 뭔지를 알아야.”

“자, 일단 이 칸막이 쪽에 구멍을 뚫어요. 마력의 실로, 눈으로 엿보기 좋게! 자, 자!”

“네? 네? 네? 하지만 저기는 남탕…….”

“그러니까요. 남탕을 훔쳐보자는 거죠. 어서 시작하죠!”

“…….”

현지가 한숨을 뱉었다.

퍽.

마력의 실로 시연을 단숨에 기절시켰다.

현지가 고개를 저었다.

“변태네요, 변태.”

그러면서 씨익 웃으며 칸막이 쪽을 보았다.

‘하지만 조금만 내가 보는 것은 문제없을 거야. 단순히 남탕 쪽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알아본다는 느낌으로 아주 잠깐만, 그러니까 한 시간 정도만…….’

현지가 자신의 속에 있는 악마의 마음과 천사의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봐도 좋은 거 아닐까. 무엇보다 요즘 들어 욕구 불만이 어째서인지 심하다. 아무래도 동경하는 남자가 생겨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덮치고 싶다. 아아, 현지는 원래 변태가 아닌데, 점점 생각이 바뀐다는 걸까.

그래도 시연처럼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 번 정도는…….

계속해서 갈팡질팡거리는 중이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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