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모든 신을 받다-47화 (47/102)

# 47

47. 완살의 방법

태석이 소환한 배. 그것은 헬라가 아스가르드에 라그나로크라는 대재앙이 발생했을 때, 배신을 하는 김에 만들어 그 배로 공격을 가했다고 한다.

배였지만, 도저히 떠 있을 수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뼛조각으로 뼈대만이 만들어진 조각배들. 그 배들은 하나하나가 사람 한 명 정도의 크기로, 크지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양이었다. 열 척의 뼈로 이루어진 배가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굼뜬 몸을 움직여, 천천히 움직이다가…….

콰르르르르르르-!

공기를, 대지를 진동시키며 전진한다. 스카이가 그것을 보며 당황했다.

대체 무슨 능력이란 말인가. 태석이 또 무엇을 강신한 건가. 알 수 없다. 애당초 머리의 반절이 날아간 상태에서 살아나고, 오히려 다시 회복되고, 검은 반쪽짜리 가면을 쓰는 인간 따위 들어본 적도 없다. 수천의 세월 동안 그런 인간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저 배에 맞는다면, 무사할 수 없다. 스카이는 본능적으로 확신했다. 일단 회피하기 위해 바닥에 손을 짚고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오히려 배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배가 자신을 우회하도록 방향을 틀고 태석에게 돌진했다. 태석에게 기다란 손톱의 칼날을 박기 위해 손을 뒤로 주욱 뻗고, 날아오면서 내리찍었다.

쾅!

하지만 태석의 손에 막혔다. 스카이의 손톱의 칼날로도 어찌할 수 없는 방어력이다. 태석이 히죽 웃으며 자신의 반지를 가리켰다.

“강철 반지라고, 들어봤어?”

“……그건.”

말도 안 된다. 겨우 그것으로 자신의 공격을 막았다고? D랭크 은호의 공격도 막기 힘든 것이 강철 반지의 성능이다. 그렇기에 지석이라는 헌터가 태석에게 버리듯이 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자신의 공격을 막다니?

“원래라면 약한 건데 말이야. 헬라의 힘을 이용하면 적당히 강화해서 쓸 수 있어. 헬라는 의외로 섬세한 여자거든.”

[헬라가 엣헴 소리를 냅니다.]

[강철 반지의 효과 강화는 나를 강신하는 동안에는 유효할 거다, 이 멍청아.]

[라고…… 부끄러운 듯이 발언합니다.]

[부, 부끄럽지 않거든?!]

태석이 피식 웃었다. 정말이지…… 신이라는 작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롭구나. 그렇기에 신이라고 불리는 것 아닐까. 그들의 멘탈이 제법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태석이 표정을 바꾸어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스카이의 손톱의 칼날은 자신의 방어막을 뚫지 못했다.

이 어찌나 약한 여자란 말인가. 이런 여자에게 겁에 질렸었다는 게 정말이지 우습다. 태석은 손을 비틀어 주먹을 쥐며 말했다.

“네가 정확히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는 몰라.”

“하지만 나는 네 편이 되어줄 수 있어.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꿔.”

“아니, 싫어.”

“어째서?”

“나는 나를 죽이려고 했던 자와는 도저히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아.”

그렇기에 자신의 가족을 죽인 괴수를 증오했다. 그렇기에 헌터가 되었다. 그렇기에 만인을 괴수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다.

예전에 시연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고란과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괴수가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태석이 고개를 돌려 현지를 본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표정이 단호하다. 현지는 태석이 얼른 처리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리고 태석도 스카이를 처리하고 싶었다.

주먹을 굳세게 쥐었다. 검은 안개 같은 것이 휘몰아쳐 주먹에 휘감긴다. 이것이 헬라의 본질적인 힘이다.

죽음.

죽음의 신, 헬라.

반신이 시체처럼 말라 비틀어져 있고, 남은 반신은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을 한 자.

지옥과도 같다고 해서 헬(Hell). 그런 그녀에게 이름을 붙여주어 헬라(Hella).

아름다운 소녀였다. 매혹적인 소녀였다. 하지만…… 죽음을 관장하고 있기에 무섭고, 함부로 만날 수 없으며, 만나기 싫은 존재였다.

태석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소리쳤다.

“나는 그러니까 네가 언제고 찾아와도 동료가 돼 줄 생각이 없어.”

“하지만 너는 악마를 완살하는 방법을 몰라. 그러니까 네가 나의 동료가 되어주지 않으면 악마들을 처리할 수 없어.”

“싫어. 안 해.”

“아니, 모,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잖아. 나는 마왕이 되고, 너는 악마를 죽이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야? 모두가 불행해지기를 원하는 거야?”

“애당초 악마 추종자를 만든 것이 누구지?”

태석의 표정이 매서웠다. 스카이가 겁에 질렸다.

진심이다.

이 남자는 자신을 죽이려고 하고 있다. 정말로 죽일 기세였다. 죽기 싫어. 살고 싶어. 어째서 스카이가 죽어야 하는 건지 스카이는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태석에게 소리쳤다.

“사, 살려줘! 죽기 싫어.”

“완살, 그 방법이 뭔지 나는 몰라. 하지만…….”

태석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뻗었다.

콰르르르르륵!

거대하고 웅장한 진동이 울렸다. 낭떠러지 밑의 벽 전체를 울리게 했다. 무너질 것 아닐까 걱정될 정도의 위력이다. 실제로 주변의 벽이 마치 원래 없던 것 마냥 소멸하여 동그란 구형의 구덩이를 만들었다.

스카이의 분신이, 완전히 소멸했다. 태석이 주먹을 뻗은 자세로 그대로 이미 사라진 스카이를 향해 말했다.

“어떻게든 알아내겠어.”

결정했다.

악마들을 모조리 완살하겠다.

그들은 우리에게 있어서, 아니 인간에게 있어서 필요 없는 존재, 악 그 자체니까. 죽어 마땅하다.

그것이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한 아주 편협한 생각이자 태석이 생각하는 가장 올바른 생각이다.

태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좋아. 결정했다. 아주 오랫동안 빙 돌아서 마침내 목적지까지 가는 직진 코스를 발견한 느낌이다.

그러면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할까.

태석이 현지를 보며 말했다.

“돌아가도록 하죠.”

“네.”

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현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쩌면 태석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잔혹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두려운 존재라고 겁에 질린 것일 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살아남으려면 이자에게 붙어야 한다고 확신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이 잔뜩 난다.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것일까 싶은 마음이.

하지만 현지는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뭐가요.”

“뭔지 꼭 말해야 하나요?”

“저는 딱히 현지 씨를 돕고자 방금 전 악마를 공격한 게 아니에요.”

“그러면 무슨 이유인데요?”

“개인적인 감정, 그뿐.”

“그래도 상관없잖아요.”

“네?”

현지가 활짝 웃었다.

“저는 태석씨가 생각한 그 개인적인 감정으로 움직인 것 덕분에 몇 번이고 도움을 받았으니까 결국 그 행동은 저에게 도움이 된 거고, 저는 고마움을 느끼는 거예요.”

“그게 그렇게 되나요?”

“네, 당연히.”

현지가 활짝 웃으며 덧붙였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행동해주세요.”

“…….”

별수 없다.

태석은 현지가 지독하게도 착한 여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인 탈출을 할 때이다.

“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군청색 천막으로 이루어진 텐트 안.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여자는 익숙한 얼굴이다. 붉은 머릿결의 악마, 스카이였다.

스카이가 비틀거리며 자신의 주변에 있던 물건들을 붙잡았고, 그 물건들은 모조리 쏟아져 액체니 파편이니 하는 것을 흩날렸다. 그 물건 중 유리 파편이 몸에 닿아 진한 피를 흩뿌렸다. 스카이가 마침내 땅에 손을 짚고 기듯이 일어났다.

그리고 숨을 들이켰다.

“헉, 허업, 흐윽, 크으으윽.”

손이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이내 오른팔이 검은 연기가 되어 서서히 소멸했다. 오른 어깨 밑으로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것이 믿기지 않아 왼손으로 오른 어깨의 둔덕을 만진다. 깔끔하게 사라졌다. 오른팔이.

태석에게 분신이 당했는데 본신에까지 영향이 미친 건가? 어째서 태석의 공격이 본신에까지 영향을 미친 걸까? 알 수 없다. 분명 분신일 뿐인데. 설마하니…….

“죽음의 신…… 이라는 건가?”

그러니 완살까지는 아니어도 완살과 비슷한 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 그 공격에 정통으로 맞은 타격으로 헬라의 오른팔이 사라진 것이다. 본신의 오른팔이 사라졌으니 이것은 영구적인 소멸을 뜻한다.

분하다.

자신이 지다니.

게다가 큰 타격을 입다니.

마왕이 될 수 있는데, 태석에게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가능할 텐데.

문제는 태석이 지나칠 정도로 고지식하다는 거다. 차라리 착한 악마인 척 위장할 걸 그랬다. 그랬다면 그 남자라면 스카이의 동료가 되어줬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올바른 일을 한다고 착각하게 하면 가능했을 텐데!

생각이 짧았다.

비틀거리며 천막에서 일어나 주변을 보았다. 물건들이 어질러진 게 기분 나쁘다. 팔 한쪽이 없어서 치우기 힘들어졌다는 것도 화가 난다.

손을 뻗어 기적을 일으켜 본다. 기적은 아직 쓸 수 있다. 악마 자격을 박탈당한 정도로 타격을 입은 건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역시 큰 타격은 맞다.

스카이가 그렇게 자멸감에 빠져들었을 때, 남자 한 명이 들어온다.

아니, 인간은 아니니까 수컷이라 불러야 할 지도. 하지만 초록색 피부에 거대한 몸집, 그리고 신사복을 입은 녀석은 오크가 분명했다.

흑수정, TOY를 조종할 수 있는 오크, 카락스였다.

카락스는 한숨을 푹 내뱉으며 말했다.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떻게 되었지?”

“실패했어.”

“뭐를 하려고 한 거였는데?”

“태석에게 동료가 되어달라고 했었지.”

“그렇게 하려고 TOY로 기차를 격추해달라 한 건가?”

“맞아.”

“웃기는군. 애당초 몸을 팔아서 기차를 부수는 창녀는 너밖에 없을 거야.”

“악마니까.”

“하긴, 색욕 쪽이었지.”

카락스가 흠 하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팔 하나가 없군.”

스카이가 없는 팔 쪽을 손으로 대충 가리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 신경 쓸 것 없어.”

“왜 없어. 네 오른손, 의외로 쓸만하고 기분 좋았다고.”

“그쪽을 신경 쓰는 건가.”

“색욕은 오크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니까.”

“생명체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 아닐까.”

“그렇지.”

“애당초 악마들은 7대 죄악을 본따 만들어져. 그 죄악 하나당 한 명의 악마가 존재하는 건 아니야. 때로는 두 명이 존재할 수도 있고, 백 명이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7대 죄악은 본디 모든 생명체의 욕구를 반영한 죄악. 그러니까…… 결국 인간, 오크, 엘프, 드워프 등의 생명체가 존재하기에 우리는 존재할 수 있지.”

“하지만 악마들이 어째서 인간을 죽이려 드는 거지? 지난번에 악마 추종자들이 대회 경기장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악마는 일종의 정화를 하려는 거야.”

“정화?”

“그래.”

스카이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카락스에게 입을 맞추었다. 팔 한쪽이 없어도 그 정도는 가능하다.

카락스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스카이를 내려다보았다. 스카이가 말했다.

“우리 악마들은 자신의 죄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거든. 그러니까 죄악의 원흉을 모조리 없애려는 거지. 그 현상을 이용한 게 완살의 방법이기도 하고.”

“재밌군.”

“이제부터 더 재밌는 걸 해볼까?”

스카이가 혀를 낼름거리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카락스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좋아.”

스카이와 카락스가 몸을 섞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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