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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모든 신을 받다-31화 (31/102)

# 31

31. 사도

태석이 묠니르를 휘둘렀다. 묠니르가 서로 떨어지기 싫어하는 자석 마냥 손잡이와 본체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찌지지지직-!

괴음과 함께 묠니르가 전격을 내뿜으며 세희에게 돌진했다. 세희는 서둘러 손을 뻗었다.

저 묠니르에 맞으면 즉사일 것이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세희는 어쩐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니 막아야 한다. 정령술이든 뭐든 사용해서.

세희가 사용하는 것은 정령술.

어려서부터 정령 감응력이 뛰어나 헌터 각성보다 정령술사로서의 각성이 더 빨랐다.

정령술사로서의 각성이 더 빠른 경우는, 정령술에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뛰어난 면에 한스 셸이 현혹되어 세희를 헌터로 받아들였다.

그런 천재가 바로 세희였다. 랭크는 그러니 당연히 S였다.

그렇기에 자신의 정령술로 묠니르의 공격을 막는 것은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자신이 한스에게 학대받더라도 천재는 천재니까.

손을 뻗어 바람의 정령을 불러들인다. 자신의 육신을 감싸고 있던 정령들이 일제히 바람을 일으켜 묠니르에게 부딪친다.

콰릉!

바람이 천둥과 부딪쳐 터지는 소리를 냈다.

막았나? 막을 거라고 확신했었으니까. 이건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아니었다. 세희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놀랐다는 소리였다.

세희의 눈앞에 묠니르가 그대로 돌진하고 있었다. 바람의 정령의 바람 따위 알 바 아니라는 듯.

너는 계속 한스에게 학대받아야 할 운명이라는 듯 잔혹하게, 전진의 전진을 거듭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세희가 미친 듯이 정령 마법을 확장했다. 확장한다는 것은 주변의 정령을 있는 대로 자신의 정령으로서 부린다는 뜻이다. 무리하게 마력을 동내면서 쓰는 것과 같았다. 위험하지만 위력은 확실하다.

세희는 그렇게라도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었다. 한스가 질 경우 괴롭히고 학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괴롭힘 받는 거 싫어.

그러니까 어떻게든 이길 거야.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세희의 바람 마법이 더욱 크게 발생했다.

찌지지지지지지지지직!

바람이 미친 듯이 솟구치고, 마치 태풍이라도 분 마냥 주변의 흙들을 모조리 끌어모으며, 일종의 허리케인 같은 형태로 빙빙 돌며 묠니르를 잡아먹었다.

휘청.

이런.

묠니르가 휘청였다. 날아가던 궤도가 살짝 틀어졌다는 소리였다. 태석은 이제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바람 마법을 저렇게 무식하게 부리는 거지?

세희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무리할 정도로 마법을 사용해 일체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했다. 한스에게 학대받는 것이 두려워서였다.

반드시 이기고 싶은 것일까. 한스가 도대체 세희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솔직히 궁금하다기보다 화가 뻗칠 지경이다. 저런 착해 보이는 여자에게 어째서 학대를…….

태석은 묠니르를 회수했다. 다시 손잡이에 안착되어 웅웅거리는 소음을 내고 있었다. 태석이 묠니르를 잠깐 보다가 바람 마법을 거둔 세희를 보았다.

바람 정령술을 한껏 사용한 탓인지 세희가 헉헉거리며 힘들어했다.

태석이 말했다.

“왜 그렇게 필사적인 거야?”

“이겨야 하니까.”

태석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겨야 한다라. 정말 간단명료한 이야기였다. 그런 간단하고 목적이 분명한 이야기는 태석이 좋아하는 이야기였다.

나쁜 자는 벌 받고, 착한 자는 칭찬받는다. 그런 간단한 권선징악의 이야기는 어려서부터 태석이 좋아하는 이야기니까. 비록 인생이 그런 간단한 이야기를 겪지 못한다 해도 그가 원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간단한 이야기는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세희가 한스에게 얻어맞지 않기 위해 이겨야 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는 싫다. 흔히 고구마라는 소리였다.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목이 콱 막히는 이야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희에게 져 줄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남을 도와주는 형편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세희가 어떻게 되건 자신이 알 바가 아니다.

물론 나중에 어떤 일을 해서 세희가 더 이상 학대받지 않도록 꾸밀 자신은 있다. 아마 고란 홀에게 부탁하거나 겐세 노르도에게 부탁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자신이 이겨도 세희의 학대를 해결할 수 있을 방법을 생각해내고, 이기기 위한 행동을 취했다.

그 행동은 간단했다.

콰르르르르릉-!

천둥이 하늘로부터 태석을 향해 내려꽂히고, 태석이 마침내 전격을 내뿜었다.

세희를 향해, 빠르고 올곧게.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세희가 괴성을 지르며 공격을 막기 위해 정령들을 총동원했다. 정령술은 기본적으로 원래 있는 정령들을 부리는 일. 그렇기에 정령 감응력이 있다면 쓰기 쉽지만, 쓸 수 있는 한계치가 존재하는 법이다. 세희는 그 한계치를 잘 알았고, 자신의 한계를 전부 동원해도 태석의 천둥을 막을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사도를 쓴다.

사도를 써야만 이길 수 있으니까.

태석을 이기고, 괴롭힘 받지 않는 삶을 5분 정도 누릴 수 있으니까.

그 5분을 위해 모든 걸 바친다. 그것이 어린아이 같은 심리였다.

세희의 몸에서 흑색의 기운이 퍼져 나왔다.

어둠이다. 어둠 에너지를 쓰려는 것일까?

“세상에는 여러 가지 정령이 존재해. 그 종류는 사람이 감히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지. 심지어 계속해서 생겨나는 중이고.”

세희가 히죽 웃으며 흑색의 무언가를 퍼트렸다. 천둥이 일제히 막히고, 옆으로 퍼져 흑색의 무언가를 피해간다. 태석이 잠시 입을 다물지 못하고 벌렸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저건 대체 뭐야? 대한이 쓰던 어둠 마법인가? 아니,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한이 쓰던 것은 어둠처럼 보이는 에너지였다면, 저것은 말 그대로 어둠. 순수한 어둠 그 자체로 보인다. 위험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순도가 높았다.

저것에 직격으로 맞는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도 싫다.

태석은 일단 천둥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놓칠 수 없다. 세희가 그렇게 소리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태석을 향해 어둠이 일제히 전하고, 태석을 노리기 위해 거리가 멀어 닿지 않는 것을 가시처럼 찢어지듯이 일부 돌진하여 태석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태석은 더욱더 뒤로 물러났다. 토르의 신체 능력이 완전히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태석이 서둘러 천둥을 팔을 휘둘러 발생시켰다.

콰릉!

어둠이 일제히 천둥을 맞고 거두어졌다. 세희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후, 후하하하하하하하하!”

“뭐가 그렇게 웃긴 거야? 너.”

태석은 웃긴다기보다 걱정이 되는데 세희는 뭐가 웃기다고 웃는 것일까. 척 보아도 위험해 보이는 어둠의 정령 같은 것을 쓰면서 웃어대는 꼴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아슬아슬해 보여서 걱정스럽다. 태석은 세희가 부디 멀쩡했으면 했다. 한스 같은 녀석 때문에 망가지는 꼴은 싫었다. 그렇기에 태석이 눈을 감고 신의 능력, 토르를 더욱 받아들였다.

[토르의 능력을 더욱더 받아들입니다!]

[토르가 힘을 나누어줍니다.]

[자신의 힘으로 눈앞의 여자를 구원할 것을 요청합니다.]

그래,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반드시 이겨서 세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자. 그리고 고란에게 부탁하던 누구에게 부탁하든 해서 한스에게 벌을 주자.

그것이 해피 엔딩을 향한 지름길이다.

태석이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웃긴다면 세희, 그런 위험한 것을 쓰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는 걸 알려줄게. 왜냐면, 그런 걸 써도 너는 나한테 이길 수 없으니까.”

“반드시 이겨야 해. 너에게 지면 안 돼. 무슨 방법을 써도 이길 거야.”

“애당초 지면 고문에 학대를 받는다는 건 지나치게 불합리해. 어째서 너는 그걸 그저 당하고만 있는 거야? 어린 애야?”

“닥쳐. 닥치라고. 네가 뭘 안다고.”

자신이 학대받는 것을 참고 견뎌야만 하는 이유. 그런 걸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왜 그것을 참고 견디냐고 묻는 걸까. 세희는 분노가 터졌다. 어둠의 정령이 더욱 요동쳤다. 녀석들은 부정적인 기운이 넘쳐흐를수록 강해진다. 애시당초 매사 부정적인 세희에게 있어서 최적의 정령들이다.

세희가 손을 뻗었다. 태석이 묠니르를 들었다.

발을 내디뎠다. 서로가 서로에게 돌진했다.

세희가 생각했다.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가 있을까. 세희는 태석이 상상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세희는 현재 누워 있었다. 태석의 공격에 당해서 일어날 기운이 없었다.

태석이 토르의 묠니르를 휘두르면서 싸우고, 자신은 어둠의 정령과 불의 정령, 물의 정령 등 다양한 정령을 꺼내 들어 태석에게 대응했다. 몇 번은 태석에게 유효타를 먹이기까지 했다. 그때까지는 아직 자신에게 승리할 경우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졌다.

태석이 점차 진화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공격에 경험이 빠르게 쌓이고, 공격을 선회하여 피하기 시작하고, 공격 직후 피하고 반격을 날려 오히려 유효타를 반대로 먹여버리기까지 한 것이다.

결국 세희는 기운이 다해 쓰러졌고, 지금의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세희는 살짝 눈물이 났다. 이제 자신은 한스에게 얻어맞을 것이다. 고문당하고 괴롭힘당할 것이다. 흉터가 남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도로 두들겨 패고 괴롭힐 것이 분명했다. 정화계 성천주인 그는 상처를 입혀도 흉이 안 지게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 뛰어났다.

태석이 입을 굳게 다문 채 세희를 내려다보았다. 세희가 누운 채 그 눈빛을 보았다.

올곧은 눈이다. 자신은 이렇게 멋진 남자에게 패배한 것인가. 그렇다면 제법 재밌는 일이었다. 적어도 시원찮은 남자에게 시원찮은 패배를 한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고문당하는 것은 두려웠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슬프다.

억울하다. 아니, 억울한 패배는 아니지만…… 뒤에 있을 일이 억울 했다.

어째서 자신은 한스에게 벗어 날 수 없는 것일까. 망할 질병만 아니었다면, 자신에게 오크의 전염병이 없었더라면, 한스에게서 벗어나 자유롭게 헌터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태석은 세희를 보며 무언가에 인질이 잡힌 피해자를 떠올렸다. 토끼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자신의 새끼를 잡아먹는 모습을 처음에 떠올렸는데, 지금은 그때와 생각이 다른 것이다.

오히려 토끼에게 반쯤 잡아먹혀 피를 흘리는 새끼가, 바로 세희였다. 무언가 아파 보였던 것이다.

태석이 물었다.

“세희.”

“왜 그러지?”

“너는 무언가 인질이라도 잡혀 있는 거구나.”

“…….”

“침묵은 긍정으로 알아듣겠어. 그러면 내가 그걸 해결해주겠어.”

“뭐? 어떻게 네가 해결하겠다는…….”

“신의 힘을 빌리면 어떻게든 되겠지. 조금만 기다려. 내가 방법을 알아볼 테니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그때였다.

뭐라 더 묻기도 전이었다.

[대회가 끝났습니다! 승자는 태석! 무소속 S랭크 헌터 태석이 승리했습니다!]

대회에 승리했다는 방송과 함께 함성이 울려 퍼지고 팡파레가 터져 나왔다. 둘은 대기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세희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자신을 일으켜주려는 관계자를 밀치고 대기실로 향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건 상황은 변하지 않아.

자신에게 지독하게도 불리한 상황이다. 세희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태석이 예선전에서 승리했다.

맙소사. 자신의 부하가 당했다. 자신이 애지중지, 때려가면서 기른 세희가 태석에게 당했다.

성천주 한스 셸은 분통했다. 자신의 세희가 저딴 사내새끼에게 당한 것이 화가 났다. 어이가 없었다.

대체 왜 지는 건데? 능력적으로 우위에 서 있을 터인데.

태석은 자신이 알기로는 천둥과 비바람, 그리고 변신 마법을 쓰는 것이 다였다. 모든 속성을 다룰 수 있는 최강의 정령술사 세희가 질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인 상황은 상상과 달랐다.

세희가 쓰러져 있고, 세희가 패배했다.

태석이 서 있고, 태석이 승리했다.

한스는 세희가 태석에게서 이겼으면 했다.

정확히는 이겨서 자신에게 영광을 주었으면 했다. 세희가 얻는 이득 따위는 알 바 아니었다.

세희가 이기기만 하면 뒤지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렇게 소모품처럼 쓰는 것이 한스의 특징이었다.

비록 세희를 오랫동안 길렀지만, 필요할 때를 위해 죽이는 것은 간단한 일이며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지면 안 된다. 자신에게 망신을 주면 안 된다.

“졌군. 너의 헌터가 졌어.”

옆에 앉아 있는 고란 홀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이 새끼가.

한스는 고란을 노려보았지만 뭐라 쏘아붙이지는 못했다. 왜냐면, 고란이 한스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성천주들 중에 최약자가 한스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한스는 약했고, 다른 성천주들은 강했다.

강한 자들에게는 철저히 긴다. 그것이 한스의 좌우명이었다.

“아무래도, 같은 S랭크여도 히, 힘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까…….”

“아니.”

한스의 변명 아닌 괴언에 고란이 고개를 저었다.

“같은 S랭크에 능력의 우위도 세희가 높았다. 진 이유는 간단해.”

“뭐, 뭔데?”

한스가 덜덜 떨면서 물었고, 고란이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인가? 그가 세희에게 한 일이 뭔지 자신조차 기억 못 하는 걸까? 화가 날 지경이다. 당장이라도 고란은 한스의 대가리를 깨부수고 싶었다. 세희에게 하던 폭행과 폭언들을 고스란히 돌려주고 싶었다. 이제 참을 이유도 없겠지. 그러니 고란은 한스의 턱을 잡아 돌렸다.

“한스, 잘 들어. 이제 더 이상 눈뜨고 봐줄 수 없어서 하는 일이니까.”

“으으윽?!”

한스가 목이 아파 비명을 질렀다. 고란이 소리쳤다.

“세희가 진 이유는 너에게 기가 죽었기 때문이야. 너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궁지에 몰려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어. 그게 패배의 원인이다. 그러니 나는 너에게 나름의 벌을 줄 거야.”

손을 칼날의 형태로 좌악 펼쳤다. 그리고 그 손에 마력을 싣는다. 15세 영국계 미소녀로 보이는 고란의 손에서 푸른 기운이 샘솟았다. 그것은 검날의 형태로 길게 뻗었다.

큰일 났다. 한스는 침을 삼켰다.

저것에 맞으면, 즉사다. 고란은 정말로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다.

무섭다. 죽기 싫다.

고란이 말했다.

“생각했지. 죽기 싫다고.”

“으, 으응?”

“세희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웬만하면 성천주와 헌터 사이의 일은 제3자가 신경 쓰지 않는 법이기에 내버려두려 했지만,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어. 세희의 속박을 자유롭게 해줘야겠다.”

고란의 검날이 한스의 배를 뚫기 위해 천천히 전진한다. 겁을 주기 위해 가능한 한 천천히. 한스가 소리쳤다.

“도, 돈 얼마가 필요해?! 금방이라도 줄 테니까.”

“돈? 지랄하냐?”

“그, 그러면…… 더 이상 세희를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푹.

“끄아아아아아아아악!”

한스는 피가 나오지는 않지만 통증을 느끼며 배를 부여잡았다. 고란은 관통 마법이 아닌 타격 마법을 손에 발라 공격한 것이었다. 배가 뚫리지는 않지만, 통증이 제법 오래갈 것이다. 어쩌면 내장이 파열되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성천주들은 그 정도 상처에도 살아남고 자연치유를 하니까 상관없겠지.’

배를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하는 한스를 보며 고란이 콧방귀를 뀌었다.

한스가 생각했다.

'그래도, 그래도 세희에게 '질병'이 있는 한 세희는 나의 것이다.'

세희가 반항하여도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그 질병으로부터 세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니까.

세희의 질병은 우주로부터 온 것이다. 성천주나 헌터가 지구상에서 나타나고, 이를 감지하여 외계 생명체 오크, 엘프, 드워프들 중 오크에게서 인간에게 전염되는 질병이었다.

질병의 이름은 언데디에이션. 성천주들 중 정화 능력이 아주 뛰어난 존재만이 그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정화 쪽으로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한스가 유일했다. 한스는 약해도 정화 능력 하나만큼은 우수하니까. 어쩌면 지구상에서 세희의 언데디에이션을 완화하는 것은 한스 셸이 유일할 것이다.

‘그러니 그 여자는 평생 내 것이다.’

아무리 고란이 세희에게 내리는 '사랑'을 행하지 못하게 하더라도 평생 그녀는 자신을 벗어날 수 없다. 그는 그렇게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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