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모든 신을 받다-29화 (29/102)

# 29

29. 무시하지 마

태석은 스카이라고 불리는 여자를 노려보았다. 평범한 여자로 보이지만, 실은 녀석은 악마였다. 그것도 색욕의 악마.

‘그러고 보니…… 상당히 고혹적으로 보이는군.’

색욕은 7대 죄악 중 하나이며, 주로 더러운 성과 관련되어 있었다. 성이라는 것이 더러운 것은 아니었으나, 많은 신화에서는 색욕을 악이라고 치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전에 강철호는 악계자였으며, 악계자는 악마의 부하라는 듯하다. 정확히는 계약으로 맺어진 노예라는 모양이다.

지금의 강철호는 사망했고, 현재 태석의 눈앞에는 새로운 적, 색욕의 악마 스카이가 있는 것이다.

“태석이라고 했던가.”

스카이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태석은 그 모습을 보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런 것이,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정도로 마음속의 무언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색욕의 악마의 능력인 것일까.

하지만 태석은 그런 느낌을 드러내지 않고 말했다.

“왜 그러지? 스카이.”

“아니…… 생각했던 것만큼 대단한 녀석은 아닌 것 같아서.”

태석은 인상을 찌푸렸다. 약간 화가 났다. 스카이가 대체 뭐라고 태석을 무시한단 말인가? 아무리 악마라고 해도 결국은 나쁜 짓을 하는 양아치에 불과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양아치를태석은 혐오한다.

게다가 그 양아치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전적이 있는 악마라면 더욱 그렇다.

“무시하지 마.”

“무시? 무시가 아니라 현실을 본 것일 뿐이야.”

스카이가 현실을 봤다라……. 태석은 자신의 능력을 무시하고 그것을 현실이라고 말해대는 스카이를 노려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말했다.

“네가 무슨 현실을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잘못되었어. 나는 무시당할 사람이 아니야.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거든.”

태석은 가족을 잃고, 괴수에게 잃고, 여동생과 단둘이 살아왔다. 죽을 둥 살 둥 고생하면서, 지석에게 도움을 받으며 겨우겨우 살아왔다. 정말 하루하루가 죽을 고비였다. 언젠가 여동생이 자신이 없었더라면 태석이 스스로 잘 살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에 여동생에게 화를 터트린 적도 많았다.

그런 그가 열심히 살지 않았다면, 대체 어느 누가 열심히 살았단 말인가.

“사람은 누구나 필사적으로 살아가. 그리고 악마 너는 인간을 현혹해 나쁜 짓을 일삼지. 인간에게 있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태석이 손을 좌우로 뻗었다. 뻗친 손끝에서 천둥이 몰아쳤다.

파직, 파직거리면서 천둥이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그가 한 손에 역수로 들고 있는 단검이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괴성을 냈다.

그 순간 태석의 몸이 토르의 힘을 강신한 놀라운 신체 능력으로 빠르게 스카이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태석은 생각했다. 스카이를 단숨에 처리할 방법을. 그동안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스카이는 악마다. 성천주처럼 기적을 쓸 수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평범한 인간과는 달리 순간이동이나 회피기동 같은 신기한 능력을 활용할지도 모른다. 애당초 신의 능력을 쓰는 인간도 신기하지만, 악마는 신 그 자체와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신을 흉내 내는 피에로에 불과하다고, 고란은 태석에게 말해주었다.

왜냐면, 신의 능력을 빌리는 기적을 이용해 마치 자신이 신인 것처럼 나대는 녀석들이라고 했으니까.

태석의 천둥이 스카이의 복부 쪽으로 향했다. 스카이가 히죽 웃으며 기적을 발동했다.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며 스카이의 복부가 투명하게 사라졌다.

투명화. 이것이 스카이의 회피 능력인 모양이다. 태석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 정도는 예상했다.

그렇기에 바로 다음 공격을 잇는다. 오른손에 역수로 쥔 단검이 빠르게 휘둘러졌다. 천둥을 마치 물줄기 마냥 흩뿌리며 스카이를 전 범위로 공격을 가한다. 스카이의 몸이 천둥에 닿는다.

닿았다. 좋아, 성공이다.

스카이는 당황했다.

이 천둥…… 대체 정체가 뭐지?

평범한 천둥이 아니다. 기류의 헌터라고 불리는 것을 듣고, 간단히 날씨를 조작해 능력화한, 뭐 그런 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간단한 게 아니었다. 태석의 능력은 그보다 고차원적인 무언가였다.

하지만 대체 뭐란 말인가. 스카이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너…… 꽤 하네!”

스카이는 천둥에 당해 감전을 일으킨 자신의 육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태석을 향해 사납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태석이 콧방귀를 꼈다.

“그걸 이제 알았냐?”

“방금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네 능력에 대해서.”

“……?”

스카이가 천둥을 기적으로 거두었다. 몸에서 일어난 감전 현상이 일제히 사라졌다. 이제 조금 편해진 모양인지, 몸을 꼿꼿이 세운 채 특유의 변태 같은 미소를 지으며 태석에게 말했다.

“기적이라는 건 결국 신의 능력을 빌리는 것이자 흉내 내는 거야. 현재의 신은 어째서인지 옛날처럼 현실 세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없거든. 간접적으로밖에 말이야.”

“현실 세계에 큰 영향을 준다라…….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의 소리. 고대 인류의 문명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했던 발견들이 있었지? 그때는 신이 현실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 거야.”

“그러면 어째서 지금은, 불가능한 거야?”

“그걸 내가 알겠냐?”

스카이가 사납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태석은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잘 아는 것처럼 말해놓고, 자신이 알겠냐고 오히려 역정을 내는 꼴이 우습다. 정말이지 악마라는 것들은 모두 자기중심적인 것으로도 모자라 놀리는 것을 좋아한다. 뭐, 그러니까 악마라는 거겠지.

어차피 스카이는 자신의 손에 처리된다. 그것으로 만족이다. 설령 처리하지 못한다 해도 반죽음으로 만들 자신은 있다. 여차하면 로키로 지석의 여자 버전으로 변신해서 처리할 방법도 있다.

스카이가 히죽 웃었다.

“자, 이제 솔직히 말해봐. 너의 능력은 신의 힘을 빌리는 거지?”

“아닌데?”

살짝 당황스럽다. 스카이는 태석의 당당한 발언에 오히려 자신이 위축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다. 분명 맞을 텐데?’

태석이 너무 분명하게 아니라고 하니까 자신의 확신이 흐트러졌다. 분명 태석이 사용하는 능력은 제우스의 능력일 텐데? 천둥을 다루고 날씨를 다루고, 여자를 현혹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은 분명 태석의 능력일 것이다.

“분명 맞을 거야! 너, 가는 곳곳마다 여자 꼬시고, 번개 내려치고 하는 거 보면 맞을 거라고!”

“아니라니까. 그보다 여자 꼬시는 능력도 있는 거냐?”

“아니, 제우스가 그랬잖아. 그리스 로마 신화도 안 봤어?”

“만화책으로는 봤는데.”

“……죽을래?”

아닌 건가? 정말로 아닌 거야?

스카이는 태석의 거짓말에 긴가민가했다. 정말로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 무섭다. 태석이 다루는 능력은 분명 뛰어났다. 악마인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 정도니까. S랭크보다 더 고차원적인 무언가라는 소리다.

그런데 그것이 신의 능력을 빌린 것도 아니라 본인의 능력이라면?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비록 신의 능력을 빌렸다 해도 강해질 가능성은 있었다.

어찌 됐건, 신의 힘을 빌리는 것이건 아니건 위험한 녀석이다.

여기서 처리해야겠군.

스카이는 손을 뻗어 기적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여지껏 평범한 인간들은 이 기적을 쓰지 않아도 처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왜냐면, 눈앞에 있는 태석은 너무 강했거든.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스카이가 처리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어찌 됐건 지금 최악의 힘을 다해 기적을 쓸 준비를 해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스카이가 손을 뻗었다. 눈을 감고 자신이 흉내 낼 신에 대해 생각한다. 신의 후손을 남기기 위해 온갖 여자 인간들을 꼬시고, 신의 창을 이용해 번개를 내려치던 그런 자. 날씨를 다루어 농사에 도움을 줬다고 하는 신.

어찌나 신화에서 여자들에게 쑤셔 박아댔으면, 바람나서 임신한 여자가 제우스의 아이를 가졌다고 거짓말까지 쳤을까.

임신을 할 수 없는 스카이에게 있어서 그런 거짓말은 평생 칠 일도 없지만.

스카이는 그런 생각을 한 것에 어이가 없어 하면서도 곧이어 몸에서 흐르기 시작한 노란 색의 전류를 보면서 한껏 고양된 기분을 느꼈다.

태석이 긴장했다.

스카이가 방금 전까지와는 다르게 어떤 힘을 강림했다. 신의 능력일까? 설마 토르의 능력? 아니, 그것과는 다르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강신 능력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태석이 신의 능력을 빌리는 것이라면, 스카이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것이다. 신의 능력을 정보만을 바탕으로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다. 악마에게 신이 힘을 빌려줄 리 없으니까. 사탄 같은 악신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의문이 든다. 만약 악신이 자신에게 강신한다면? 요컨대 사탄 같은 악신의 힘을 쓸 수 있게 된다면? 어쩌면 그것은 인류, 아니 세상에게 있어서 위험한 일이 아닐까.

혹여나 토르나 로키가 아니라, 정말로 악신이 자신에게 강신했더라면?

그런 불안한 생각은 집어치우자. 지금은 눈앞의 스카이를 처리할 방법이나 구상하면 된다. 태석이 노란 전기를 흩뿌리는 스카이를 노려보며 자신의 능력을 가다듬는다.

눈을 감고 토르의 힘을 더욱더 받아들였다.

[토르가 태석의 선택에 만족스러워합니다.]

정화된 흑수정을 섭취하여 더욱 능력이 강화되었기에 자신의 속에 있는 신의 의사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토르가 자신에게 만족스러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더욱더 강한 천둥을 태석이 사용할 수 있었다.

콰르르르릉!

태석의 몸에서 웅장한 괴음이 들렸다. 그것은 필시 토르의 외침일 것이다.

“좋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간다.”

태석이 사납게 웃으며 선전포고했다.

스카이에게 노란 전격이 몸에 둘러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승리를 직감했다. 왜냐면, 이 전격을 두르고 지금까지 패배한 상대는 없었기 때문이다.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이긴다. 어떻게든. 태석이 아무리 강한 존재라고 해도.

태석은 푸른 천둥을 두르고 있었다. 스카이는 그런 태석을 보면서 하나의 신이 떠올랐다. 그리고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런 신이었구나.

토르, 토르가 맞는 것 같아.

스카이는 이를 악물었다. 눈앞에 있는 태석을 보면서 주먹을 쥐었다. 주먹에 노란 전격이 모였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토르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으로서는 전격으로도 이길 수 없다. 최초의 패배를 겪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더 강한 힘을 사용한다.

제우스라는 신을 흉내 내어 전격의 창을 만든다. 노란 전기가 응축되고, 지그재그로 전기 모양의 창이 스카이의 손에 생겼다. 그 창에서 묘한 징징거리는 울림이 들렸다.

그녀는 자신만만했다. 이 창까지 꺼냈는데 패배할 리 없다. 비록 가짜에 흉내를 낸 것일 뿐이라고 해도 제우스의 창이었다. 무려 신이 만들어준 무기인 것이다. 토르 따위에게 패배할 리 없다. 오딘도 아닌 토르에게.

반드시 이긴다.

스카이가 발을 한 걸음 뗐다. 그리고 두 걸음을 뗐다. 점점 빨라지고, 마치 전격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돌진하기 시작했다.

제법 거리가 있던 태석 또한 움직였다. 놀라운 토르의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속도로 돌진했다. 그것은 급발진이 일어난 차량보다 더욱 빨랐고, 위험했다.

태석은 토르의 망치도 꺼내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스카이는 확신했다.

묠니르가 없는 토르는, 창을 든 제우스보다 약하다.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스카이의 확신이었다. 자신이 반드시 토르를 짓이기고 더욱더 강함을 증명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내가 이긴다.”

스카이와 태석의 몸이 가까워졌다. 그리고 스카이가 전격의 창을 휘둘렀다.

콰르르르륵!

됐다.

들어갔다.

꽂혔다.

스카이의 전격 공격이 샛노란 빛을 내며 태석의 몸에 박혔다. 태석의 몸이 경직될 것이고, 이제 싸늘한 시체가 되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뭐야…….”

순간 허탈한 목소리로 말이 나왔다.

태석의 몸은 멈추었다. 노란 전기와 푸른 전기가 한데 뒤섞여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찌지지지지직.

금방이라도 근육이 터질 것 같았다. 태석은 고통스러웠다.

이것이 신의 힘인가. 태석은 제우스의 힘을 흉내 낸 공격이 제법 강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찢어질 것 같고,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전격에 눈앞이 침침해지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쓰러지지 않는다.

태석은 여기서 쓰러질 수 없었다.

버틴다. 반드시 버틴다.

그런 의지로 버티고 있었다. 태석의 손이 부들부들 떨면서 하나의 무기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손잡이가 없는 기괴한 모양의 망치가 아니었다.

손잡이가 존재했다. 하지만 결코 손잡이의 길이가 짧지 않았다.

그것은 검에 가까웠다. 검처럼 길고 둔탁한 둔기의 형태의 날이 없는 무기였다.

저게 묠니르라고? 말도 안 돼. 스카이가 아는 북유럽 신화의 묠니르는 저런 무기가 아니었다. 좀 더 망치다운 매력이 있는 무기였다. 그렇다면 토르가 아닌 것인가? 여태껏 자신이 착각한 것인가? 그렇다면 대체 어떤 무기란 말인가.

“흐흐.”

태석이 웃었다. 그것은 지나치게 걸쭉하고 가래 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방금 전 제우스의 전기를 정통으로 맞았으니 그런 목소리가 나올 만했다.

하지만 비틀거리면서도 검에 가까운 묠니르를 양손에 쥐고 하늘로 높이 뻗어 자신의 오른편으로 묠니르를 눕히면서 그 자그마한 몸으로……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가짜는 진짜를 이길 수 없어. 그것도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 가짜로는 진짜를 이길 수 없는 거야.”

맞는 말이었다.

악마, 스카이가 만들어낸 신의 힘은 가짜였다. 흉내를 낸 것에 불과했다. 그런 힘으로 진짜 토르의 힘을 이길 리 만무했다.

“그러니 내가 이긴다.”

쾅!

묠니르가 휘둘러졌다. 스카이는 서둘러 몸을 뒤로 내뺐다. 전격이 순간 아지랑이 피듯이 흐트러지며, 순간이동 하듯이 스카이가 멀리 날아갔다. 스카이는 사납게 웃음을 터트렸다.

겨우 이 정도인가? 이 정도로 자신을 이기겠다고 한 것인가? 정말로 우습다. 이런 녀석에게 순간 긴장을 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애당초 제우스의 전격을 맞고 이긴 자는 없었는데. 자신이 태석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일까.

하지만 태석이 사납게 웃으며 소리쳤다.

“돌아와라, 묠니르.”

“……?”

태석의 손에는 이미 묠니르가 들려 있었다. 둔탁한 둔기 형태의 무기가 들려 있던 것이다. 그런 묠니르에게 돌아오라고 해도 이미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이다.

스카이는 순간 생각이 들었다.

설마……? 태석의 손에 들린 무기는 묠니르가 아닌 것인가? 그렇다면 대체 진짜 묠니르는 어디에…….

그 순간이었다.

위이이이잉-.

전기가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그 소리는 찢어지는 소리로 바뀌었다. 점점 가까워진다. 어디에서? 위? 아래? 앞? 좌측? 우측?

그 어느 곳도 아니다. 바로 뒤다.

스카이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이미 묠니르가 뒤에서 바짝 날아와 다가오고 있는 뒤였다.

“이런…….”

손을 뻗어 기적을 만들려고 한다.

어떻게든 저 공격을 기적으로 막아야 한다. 빠르게 날릴 수 있는 기적을 캐스팅하고, 기적을 일으키려 한다. 기적은 본디 세상의 시스템을 조작하는 것. 자신의 기적으로 막을 수 없는 공격은 없다. 그것이 설령 신의 공격이라고 해도.

칭!

하지만 그때였다. 그녀의 기적이 순간 막혔다.

대체 어째서……? 자신의 기적은 정말로 신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텐데? 과거에 신의 공격을 막은 사례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기적보다 자신의 기적이 더욱 강하니 반드시 막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아-.

이제 깨달았다.

신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신에게 촉망받는 기적을 쓰는 성천주 뿐이다.

자신은 악마였다. 그러니 막을 수 없던 것이다.

토르의 망치, 묠니르 해머.

그것이 스카이의 대가리에 정통으로 맞고, 스카이의 몸이 소실되었다.

스카이가 서둘러 기적을 발동한다. 대가리가 깨져 피를 철철 흘리며, 뇌수가 아닌 검은 액체를 흘리면서도 도망칠 준비를 한다.

태석은 서둘러 푸른 전격을 날렸다.

놓치면 안 된다.

하지만 스카이가 더 약았다. 토르의 전격을 맞아 소실되면서도 말했다.

“참고로 이건 내 아바타. 악마는 본체 따위는 갖고 있지 않아.”

치이이이이…….

연기가 흩날린다. 스카이였던 것의 시신에서 검은 연기가 흩날리고, 서서히 소멸하기 시작했다. 그런 아바타를 태석은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토르의 전격으로 완전히 소멸시켰다.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전혀 보이지 않아. 어째서 지나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거지?

분명 지석이 나서서 막아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지석은커녕 개미 새끼 하나 지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였다. 스카이가 소멸하자마자 주변에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원래부터 지나가고 있었던 마냥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사태 속에서도 그저 바쁘게 대회 준비를 나서는 스태프들이 보였다.

‘……?’

태석은 이제야 이해했다.

스카이가…… 결계를 친 모양이었다. 그러니 사람이 지나가지 않았던 것이었다. 태석은 상황을 이해하고는 잠시 주변을 보다가 서둘러 대회 예선전을 치를 준비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이봐.”

겐세 노르도가 말을 걸었다.

성천주 겐세는 지금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태석 외의 유일한 존재였다.

태석이 고개를 돌려 겐세를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겐세가 긴장한 표정으로 말을 정리하고 물었다.

“한 가지 제안할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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