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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모든 신을 받다-18화 (18/102)

# 18

18. 변신

리치가 까드득 뼈 소리를 내며 지팡이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마법진을 적당히 그리고 마법을 발동했다.

팡!

빛의 선이 직선의 형태로 날아가 태석에게 박히려 했다. 태석은 순간 토르의 힘을 강신했다. 그렇게 해서 강해진 신체 능력으로 몸을 빠르게 비틀어 피해냈다.

[그렇게 피해 봤자 결국 너는 나에게 피해를 주지 못한다, 인간!]

“이젠 아니야.”

태석은 토르의 신체 능력으로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달려가 리치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천둥의 힘을 주먹에 두르고, 리치에게 박았다.

쾅!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천둥이 내려친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푸른 빛이 리치의 몸을 관통했다. 관통하여 뒤쪽에 있는 회전목마에 부딪혀 회전목마의 말 형상의 플라스틱 동상을 박살 냈다.

리치가 커억 하는 소리를 냈다. 착각이었지만 데미지가 들어간 느낌이다. 하지만 자신의 몸이 멀쩡하다는 것을 깨닫고 까드득 뼈 소리를 내며 웃었다.

[우습군. 알고 있음에도 달려들다니. 불나방이 따로 없어.]

태석은 생각했다.

‘자, 생각하자. 로키로 녀석을 무찌를 수 있는 방법을.’

제일 먼저 강렬하게 떠오르는 생각은 토르를 속였을 때의 일이다. 속이다가 화가 나서 산을 부수고 강을 만들던 때를 기억했다. 등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운 기억이다. 토르를 강신할 수 있음에도 토르가 두려워질 정도의 괴력이었다.

다른 기억을 떠올린다.

로키의 변신 능력이 떠올랐다. 로키의 변신 능력으로 암말로 변신한 상태로 수말 스바딜피리의 자식을 임신하여 자식을 낳은 기억이 났다.

‘끔찍해.’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기억이다. 자신의 머릿속 정보만으로도 끔찍한데, 로키라는 신은 어째서 직접 겪을 정도로 멘탈이 강인했던 것일까.

어쩌면 로키는 의외로 담이 크고 마음이 넓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태석은 씨익 웃었다.

리치로부터 뒤로 크게 한 걸음 물러났다. 토르의 강신을 풀었다.

천둥이 사라지고, 평범한 인간의 기운만이 느껴졌다.

지나치게 힘이 사라진 느낌이라 상실감이 들 정도였다.

자신의 몸에 깊숙이 자리 잡은 토르의 힘은 그 정도로 존재감이 강했던 것이다.

마치 다리가 있던 사람이 다리가 사라진 것처럼, 팔이 있던 사람이 팔이 사라진 것처럼…… 더 크게 나아가 가족이 있던 사람에게 소중한 가족이 사라진 것처럼…….

태석이 사납게 미소를 지으며 리치에게 말했다.

“언데드를 잡을 수 있을 만한 단 한 명을 나는 잘 알고 있어.”

[뭘 하려는 거지? 그 한 명을 지금 불러오겠다는 거냐? 도망치지 못하게 쫓아가서 죽여주도록 하지. 네 녀석과 다른 인간들을.]

리치가 그렇게 비아냥거렸지만, 태석은 무시했다.

“그 사람은 내가 힘들 때 나에게 와서 반지 하나를 주면서 말했어. 너 같은 괴수들을 모조리 잡아 쳐 죽이라고. 자신의 가족을 죽였으니 그 대가를 치르게 하라고.”

그 말의 의미가 단순히 헌터를 늘리기 위한 자신의 이기적인 발언이었다고 그는 말했지만…… 태석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이기적이라는 건 핑계고, 그를 돕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가족을 잃어 여동생을 붙잡고 울먹이는 8살의 소년을 구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구원의 말이었어.”

그렇기에 태석은 노력했다.

“헌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방법을 찾았고, 여동생과 함께 먹고살기 위해 공부하고 일을 했어. 그리고…… 은호에게 죽어가던 도중 각성했지. 헌터로. 그렇기에 나는 결심한 거야. 너 같은 괴수들을 모조리 잡겠다고.”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리치를 이겨야만 한다. 반드시 이겨서, 리치를 잡고 흑수정을 정화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직성이 풀렸다. 괴수들을 전부 잡아 죽이는 것이 태석의 목표였으니까.

리치가 까드득 뼈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 그 이야기는 새드 엔딩이겠군. 내가 여기서 너를 죽일 테니까. 너를 돕던 자도 불쌍하군. 이미 죽기로 결정 난 사람을 여태껏 헛고생으로 도운 거니까.]

“아니.”

태석이 사납게 웃으며 소리쳤다.

“그 사람을 나는 따라 할 거야.”

변신이다.

태석은 로키의 힘을 받아들였다.

치이이이익-.

녹색의 안개가 태석의 몸에서 퍼져나갔다. 마치 독과도 같았다. 독사를 받아들였다는 느낌이었다.

태석을 보던 시연이 생각했다.

‘도대체 저건…… 뭐지? 여태껏 보지 못한 건데……?’

태석에게 숨겨둔 힘이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어째서 여태껏 보여주지 않았던 걸까? 위험해서? 설마하니 죽을지도 모르는 힘이라 그런 것이었을까?

하지만 그 기우가 쓸모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로키의 힘을 받아들여 녹색의 안개를 피워올리는 태석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이게 로키의 기분이었던 건가.”

장난을 치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리치의 뼛조각으로 조각상을 만들어 놀이공원의 장식으로 쓰고 싶었다. 그런 장난을 떠올리던 그는 이내 히죽 웃으며 본래의 목표를 떠올렸다.

“그러면 한번 해볼까.”

변신을.

태석이 손을 뻗고 로키의 힘에 집중했다. 그리고 자신을 많이 도와준 한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남자는 무표정했고, 생각이 깊었다. 그리고 힘이 강했고, 아홉 개의 반지를 손가락마다에 착용했다.

그 반지가 전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몇 가지는 알고 있었다. 태석이 지석과 싸울 때 지석이 보여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무지막지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강력한 힘들이었다. 중력을 조종하고, 불꽃을 조종하고, 몸을 물로 바꾸고, 대전 격투 게임처럼 대쉬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닌 반지들이었다.

태석은 그 힘을 반이라도 베낄 수 있다면 리치를 잡기에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서서히 몸에 녹색의 안개가 뿌옇게 뒤덮이고, 몸의 형태가 바뀌었다.

도복을 입고 있다. 검은 띠를 허리에 두르고 있었다. 손가락에는 아홉 개의 반지를 꼈다.

태석은 자신이 지석의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렇기에 주먹을 뻗으며 소리쳤다.

“리치, 이게 내 힘이다.”

[네가 도와줬다던 인간은…… 제법 예뻤던 모양이야. 반할 만하군.]

“뭐?”

지석은 남자인데? 리치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할 수 없는 걸까. 하긴 그럴 만하다. 리치는 언데드였고,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인간이었을 때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니 남녀 구분은 못 할지도 모른다.

그때 고란이 멀뚱멀뚱 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석이 여자 버전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네?”

태석이 순간 자신의 가슴팍을 보았다.

커다란 수박이 두 개 달려 있다.

순간 당황했다. 놀이기구의 반사광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지석과 비슷했지만, 지석이 아니었다. 예쁘장한 미모의 여성이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로키는 변신을 하여 암말로 변신할 수 있었다. 그 신화에 따르면, 로키는 원래 남자인데 여자가 된 것이다. 그러니 지석으로 변신하려던 그가 지석의 여성 버전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일까.

“당황스럽네.”

가냘프고 예쁘장한 목소리가 튀어나오자 더욱 황당했다.

태석이 어찌 됐건 전투 자세를 취했다. 자연히 지석 특유의 전투 준비 자세처럼 모습이 변했다.

금방이라도 지석처럼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반지의 힘을 체감할 수 있었다. 다만, 완벽히 따라 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기억에 의존하여 변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대략 반 정도의 힘을 따라 할 수 있던 것이다.

태석이 서둘러 돌진했고, 리치가 긴장하며 마법진을 그렸다.

괴수와 인간. 두 존재가 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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