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11. 해답
스켈레톤 세 마리가 저들끼리 달그락거리며 웃는 모습이 보였다. 태석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저 녀석들도 서로 대화라는 걸 하는 걸까.’
아니면 인간이 하는 걸 흉내 내는 걸까. 알 수 없었지만, 인간에게 해로운 것은 분명했다.
본디 생명은 자신에게 해롭다고 생각되는 생명을 죽이기 마련이다. 그것은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불리는 인간이 아닌 생명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자신들에게 해로운 스켈레톤이, 설령 인격이 있고 저들만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죽여야 한다.
그리고 태석은 괴수를 증오했다.
20년 전의 그 일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모스키토에게 미친 듯이 피가 빨려 죽어가던 부모님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태석은 허리 뒤쪽에 착용한 단검을 꺼내 역수로 잡았다. 그리고 토르의 힘을 분출했다.
콰르르르르!
천둥이 내리치고, 태석에게 맞았다. 태석의 온몸이 푸르게 전기를 튀겼다.
그리고 주변에 거침없이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 비바람이 워낙 강렬했기에 몸이 가벼운 고란이 엉덩방아를 찧어 신음을 흘리는 소리가 들렸다.
태석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눈앞에 있는 스켈레톤 세 마리가 이변을 눈치채고 이쪽을 바라본다.
태석이 말했다.
“나는 너희들이 제일 싫어. 괴수들 말이야.”
그리고 단검에서 푸른 전기가 피뢰침처럼 모여 푸르게 변했다. 푸른 검날이 마치 무협지의 검기처럼 모여 있었다.
태석은 이것을 날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스켈레톤 쪽을 향한 채 빠르게 엑스 자로 휘둘렀다.
쾅! 쾅!
천둥이 검날의 형태가 되어 빠르게 날아가 스켈레톤에게 부딪쳤다.
달그락 달그락!
천둥에 정통으로 맞은 스켈레톤 한 마리의 몸이 엑스 자로 깊게 상처가 났다. 아예 관통한 것이다.
하지만 그 부서진 뼛조각들이 스켈레톤의 육신을 그대로 구성하고 있었다. 서서히 뼈가 붙어 다시 재생하려 했다.
하지만 태석이 천둥을 날리는 것이 더 빨랐다.
이번에는 손을 뻗어 천둥을 마치 SF영화의 에너지 포를 쏘는 것처럼, 막대한 양의 천둥이 쏘아져 나가 스켈레톤의 몸을 박살 냈다.
콰드드드득-.
스켈레톤의 몸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남은 스켈레톤 둘이 달그락거리며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려 했다.
“어딜 도망치려고!”
태석이 사납게 웃으며 달려갔다.
토르의 힘을 받아들여 빨라진 그는, 스켈레톤이 도주하는 것 따위는 손쉽게 따라 잡을 수 있었다. 순식간에 스켈레톤을 역전하여 그 진로를 막듯이 선 채 있었다. 스켈레톤은 관성 탓에 쉽게 멈추지 못하고 태석에게 오히려 다가가기 시작했고, 태석은 이를 악물고 천둥을 단검에 모았다.
그리고 스켈레톤에게 역수로 쥔 단검을 빠르게 베어 정확히 스켈레톤 2마리를 각각 오 등분 했다. 그것도 모자라 스켈레톤의 뒤쪽으로 달려가 역수로 쥔 단검을 등허리에 꽂았다.
콰직!
스켈레톤이 달그락거리며 몸을 떨었고 이내 쓰러졌다.
태석은 천둥을 거두었다. 푸른 전기가 파직거리며 몸에서 튀는 것이 사라졌다.
토르의 힘을 다시 몸속에 가두고 태석이 한숨을 뱉었다.
“묘하게 피곤하네.”
토르의 힘은 강했기에 좋았다. 하지만 위력이 지나치게 세다. 몸 전체에 부담이 제법 갔다. 장기전으로 간다면 그리 좋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해.’
지금으로서는 강해서 마냥 좋을지 모르지만, 괴수 사냥은 강한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능력의 지구력이다. 능력을 오래 쓰지 못한다면, 오래 사냥하지 못한다. 그것은 사냥터에 오래 있지 못한다는 소리였고, 조금이라도 탈출로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갈 길이 멀군.’
태석은 가루가 된 스켈레톤 세 마리의 흔적을 뒤져 전리품을, 쓸 만한 부속물을 챙겨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태석은 자신을 저평가하고 있었지만, 사냥을 지켜보던 고란과 시연은 입을 떡 벌린 채 멍하니 있었다.
“저, 저게 대체 뭐야…….”
시연이 중얼거렸다.
말도 안 되는 힘이다. 전기 능력자인가? 아니면 날씨를 조종하는 능력자? 하지만 그 어느 쪽이라고 해도 일반 헌터가 낼 수 있는 힘을 아득히 초월했다. 자신이 제법 강한 편이라고 생각하던 시연으로서는 문화 충격을 겪은 것이었다.
천둥의 힘은 그 어떤 S랭크 전기 능력자보다 위력이 강했다. 아니, 감히 그런 것과 비교하는 것이 실례인 만큼 격이 달랐다.
비바람 또한 뛰어났다. 아무리 가볍고 육체가 연약하다지만, 성천주 고란이었다. 그런 고란의 몸 중심을 잃게 만들 정도로 강한 능력 따위 여태껏 본 적 없었다.
“어쩌면 우물 안 개구리였을지도 모르겠어요.”
시연은 살짝 자괴감까지 느껴지는 자신의 심정을 헤아리며 그렇게 말했고, 고란이 인상을 찌푸린 채 자신의 발을 보았다.
퉁퉁 부어 있었다.
“접질렀군. 응급치료키트 있어?”
고란은 휴대용 힐링팩을 접지른 발 쪽에 부착했다. 휴대용 힐링팩은 힐링 마법이 담긴 응급 치료용 도구였다. 웬만한 상처나 베인 것들은 이 힐링팩을 부착하는 것으로 완벽 치료가 가능했다.
심지어 팔다리가 잘린 것도 단면이 무사히 남아 있다면 힐링팩으로 부착이 가능했다.
이 도구가 개발되었기에 헌터들은 좀 더 마음 놓고 사냥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처의 아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조심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제 지랄이에요, 태석 씨.”
지랄이라니…… 실책을 자기식으로 표현한 모양이다. 태석은 고란의 표현 방식이 과격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기에 그저 그러려니 넘길 뿐이었다.
태석은 어느새 해가 떨어져 추워진 한성 놀이공원 공터에서 불을 피웠다. 토르의 힘으로 천둥을 이용해 불길을 피운 것이었고, 나무 조각들이 타 들어가 일행의 몸을 따스하게 했다.
‘꽤 유용한걸.’
나중에 요리에도 토르의 힘을 활용해볼까 생각했지만, 왠지 토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토르가 말을 했다면, 자신에게 욕을 시원하게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덕분에 휴식도 하고 좋죠.”
태석이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런데 이거 결계…… 처진 거 확실해요?”
“절 무시하시는 겁니까?”
고란이 살짝 화난 눈으로 그리 말했다.
현재 고란이 결계 마법을 걸어 주변으로부터 스켈레톤이나 기타 언데드 괴수들이 침입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결계가 있는지 없는지 태석은 아직 정확히 인식할 정도로 숙련되지 않았기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뭐, 제대로 했겠지.’
태석은 육포를 뜯어 먹었다. 토르의 힘은 신체의 에너지를 일부 소모하는 경향도 있었기에 지속적으로 음식물을 섭취해줘야 했다. 벌써 살이 5킬로가 빠졌다. 토르의 힘을 연습하면서 평소와 같이 먹었는데도 빠진 것이다.
‘이제 예전보다 많이 먹어야 하겠네.’
귀찮다고 생각하는 그였지만, 다른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듣는다면 복장 터질 말일지도 모른다.
시연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남자와 함께 합방했다는 것에서 긴장하여 잠을 제대로 못 잔 것일지도 모른다. 결계를 쳐놓았기에 긴장이 풀린 것일까.
태석이 그 모습을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았고, 고란이 말했다.
“어째서 헌터가 된 건지 물어봐도 되나요?”
“헌터가 된 이유?”
태석이 간단히 답했다.
“괴수를 죽이려고요.”
“괴수를 죽인다라. 나름 심플한 이유군요.”
“그렇죠. 저는 어렸을 때 괴수가 가족을 다 죽여 버렸거든요. 그래서 괴수들을 혐오합니다.”
“갑작스럽긴 한데, 저는 솔직히…… 괴수를 죽이는 것에 그리 큰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
태석이 의문을 품고 고란을 보았다. 고란의 눈은 이전처럼 사납고 오만해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불길을 보고 있었지만, 그것을 본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아무리 죽여도 계속 튀어나오고, 인간들을 해치고, 그것을 뒤늦게 막고, 그런 일이 지금껏 반복되고 있죠. 시연이 녀석 또한 5살 때 괴수에게 전 가족을 몰살당했으니…… 태석 씨 같은 사람은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는 셈입니다.”
“시연 씨도…….”
자고 있는 시연을 보았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러면 시연 씨를 거둬들여서…….”
“그래요, 헌터로 길렀죠. 그럭저럭 잘 싸우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실전에 투입하고 있죠. 지금처럼.”
“그런데 괴수를 죽이는 것에 의미가 있나 싶다고 생각한 건 어째서입니까? 괴수들이 인간을 죽이고, 시연 씨 같은 사람을 계속 만들고 있는데 어째서…….”
약간 격양되었다. 지나치게 포기한 눈치를 보이기 시작한 고란에게 화가 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 근본적인 것에 화가 난 느낌이다. 자신의 가치관에 전적으로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란이 말했다.
“그보다 근본을 부수고 싶으니까요. 아예 흑수정이 이곳에 튀어나오지 않고, 나 같은 성천주가 튀어나와 탄생하지 않고, 헌터들이 태어나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을 원하니까.”
“아…….”
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란은 보다 근본적인 것을 원하고 있었다.
괴수를 죽이기보다 괴수가 태어나지 못하게끔 한다. 따라서 괴수들이 있기에 같이 태어난 존재인 헌터와 성천주도 그만 튀어나왔으면 한다.
‘그런 해결책도 있군.’
태석은 머릿속 한구석에 그 생각을 집어넣기로 했다. 언젠가 자신에게 그것의 해답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면 빨랑 쳐 일어나고.”
짝, 짝.
고란이 시연의 볼을 가볍게 쳤다. 시연이 눈을 뜨자마자 화들짝 놀라 일어나 마법을 시전했다.
“저기에 스켈레톤이!”
“꿈이야, 미친년아.”
고란이 화냈다.
‘말이 거칠군…….’
태석은 여전히 고란이 자신과 시연을 대할 때의 온도 차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