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모든 신을 받다-10화 (10/102)

# 10

10. 스켈레톤

태석은 성천주 고란과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약속한 장소의 위치는 간단했다. 바로 언데드 사냥터의 핵심 지역인 한성 놀이공원의 입구였다.

입구에 있는 매표소는 엉망진창으로 부수어져 유리 파편을 흩날리고 있었고 인형 탈이 구석에 너부러져 있었다.

‘무시무시한 풍경이군.’

놀이기구는 모두 망가져 있고, 저 멀리에서 언데드 괴수 한 마리가 놀이기구를 몽둥이로 지속적으로 후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땅, 땅, 땅-.

태석은 그 광경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신경 끄고 장비 점검부터 해야겠지.’

성시연은 태석이 나갈 때까지 씻지 않았고, 나간 뒤에야 경계하며 씻기 시작했다. 태석은 그 틈에 먼저 나가서 도착했고, 그 결과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아직 성천주 고란 또한 도착하지 않은 상태.

지석에게 들었던 대로 차근차근 장비를 점검했다.

먼저 무기, 그리고 비상식량, 그 외 응급처치 도구 같은 것들, 그리고…… 자신의 몸 상태 점검.

‘이 중에 가장 중요한 건 몸 상태다. 몸 상태가 나쁘면 아무리 좋은 무기와 좋은 식량과 응급처치 도구가 있다 해도 말짱 도루묵이니까.’

태석은 자신의 몸 상태에 크게 이상은 없는 것을 깨달았다. 소파에서 잤기에 살짝 몸이 뻐근했지만, 싸우다 보면 몸이 절로 풀릴 것이다. 그리고 그는 눈을 감았다.

집중했다.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토르의 울림이 들렸다.

천둥이 울부짖는 소리, 비바람이 부는 소리, 그리고 실루엣으로만 보이는 토르의 모습.

토르는 자신의 육신과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 언제든 그의 힘을 빌릴 수 있었다.

‘좋아,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이제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기다리면 되겠군.’

태석이 가만히 선 채 기다렸다. 너무나도 무료한 시간. 하지만 그 시간도 곧 지나가고 여자 두 명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어제의 성천주 의식에서의 화려함과는 달리 그 둘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저녁이었기에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해가 지기 시작할 때가 주로 헌터들의 활동하는 시각이었기에 지금 이때에 한성 놀이공원에 사람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군요.”

고란 홀이 백금발의 긴 머리를 휘날리며 말했다.

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없는 것 같습니다. 분명 저녁때가 언데드 괴수들과 싸울 수 있는 시간일 텐데.”

아침에는 언데드 괴수들은 땅으로 파고들어 숨는다. 일일이 땅을 팔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자신의 몸에 강한 방어결계를 쳐놓기에 등급이 높고 실력이 좋은 헌터가 아닌 이상 땅에 파고든 녀석을 잡기 힘들다.

그렇기에 그들이 나와서 활동하는 저녁을 노려야 하는데…… 사람이 너무 없다.

옆에 서 있던 시연이 말했다.

“실제 사냥을 나오는 헌터는 그리 많지 않겠죠. 아마도 대부분의 헌터들은 지금 태세를 정비하고 있을 거예요.”

“쯧. 그러게 미리미리 준비해놓지. 매번 술이나 처마시면서 놀고먹으니까 정작 싸울 적시에 싸우지 못하는 거 아니냐.”

기분 나쁜 듯 고란 홀이 발로 땅을 툭툭 쳤다.

태석이 말했다.

“그러면 일단 진입하도록 할까요.”

“그거 좋을 것 같아요, 태석 씨.”

고란이 태석의 앞이라 그런지 헤헤 웃으며 그리 말했다. 시연은 여전히 고란의 행동이 적응이 안 되는 모양이다.

“음…….”

시연은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신음했다.

그렇게 그들은 한성 놀이공원 내부에 진입했다.

“먼저 수익은 3 대 3 대 3. 나머지 1은 가장 잘 싸운 사람에게 주는 걸로.”

태석이 조건을 말했다. 초짜인 자신에게 있어서 지나치게 욕심 넘치는 조건이 아닐까 걱정하여 조심스레 말했지만, 기우였던 모양이다.

“그렇게 해요, 태석 씨.”

고란은 헤벌쭉하게 웃으며 바로 수락했다. 태석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갑작스레 걸음을 멈추었다.

“저기 앞에 뭐가 있는데요?”

태석이 본 곳에는 스켈레톤 한 마리가 있었다.

투구 같은 것을 쓰고 몽둥이를 들고 있는 녀석. 아까 전 놀이기구에 몽둥이질을 해서 정신 사납게 만든 녀석이다.

“그러네요. 일단 그러면…….”

시연이 눈을 감고 마법을 쓰기 위해 손을 앞으로 뻗었다.

시연은 빛 마법을 주로 쓴다. 어둠 마법을 쓰는 대한과는 상반되었다. 게다가 잘 쓸 수 있는 방식 또한 상반되었다.

시연의 마법은 위력 자체가 약하다. 마력의 총량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조율하는 능력은 뛰어났다.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마력을 적게 쓰는 데에 비해 마법의 효율이 뛰어나다는 의미였다. 다른 말로, 멀리 쏘아내어 정확히 맞추는 데에 아주 능했다는 것이다.

태석은 일단은 토르를 불러들이지 않았다.

‘시연이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 봐야 해.’

그래야 팀워크를 맞춰서 적재적소 필요한 상황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와줄 수 있다.

시연이 눈을 감고 마법을 준비 완료했고, 곧이어 쏘았다.

피슝!

새하얀 빛의 덩어리가 일직선을 그으며 빠르게 날아갔다. 대한이 어둠 마법을 날릴 때보다 훨씬 빠른 마법이 시연의 손에서 스켈레톤의 몸에 부딪혔다.

콰직.

스켈레톤의 갈비뼈 네댓 개가 날아갔다.

“됐다!”

“아직이야.”

고란이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손 한 뼘 정도 되는 길이의 나무 지팡이가 튀어나왔다. 그것을 잡고 허공에 무언가를 빠르게 그렸다.

‘마법진이다.’

마법진을 그리는 것이었다. 마법을 쓰는 사람들 중에서는 스펠이나 마법진 없이 바로 마법을 쓰는 경우가 있었고, 이의 경우 간단한 마법을 빠르게 날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마법진을 그리는 방법은 스펠보다도 훨씬 느렸다.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위력이나 복잡성은 여느 마법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

쾅!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스켈레톤의 몸 전 부위가 완전히 부서져 터져나갔다.

“시연!”

고란이 소리쳤다. 시연은 그녀의 말을 바로 이해하고 다시 빛 에너지를 응축했고, 이번에는 아예 접근했다.

그리고 부수어진 스켈레톤 뼛조각에 빛 마법을 터트렸다.

팡!

스켈레톤의 몸이 산산조각 나 뼛가루가 휘날렸다.

스켈레톤이 착용하고 있던 장비들 중 목걸이 하나를 집어 들어 시연이 주머니에 넣었다.

“일단 한 마리 처리 완료예요.”

“잘했다, 시연.”

고란이 태석 쪽을 보았다.

“이제 태석 씨가 직접 싸워봐요. 우리가 싸우는 방식은 보여줬으니, 태석 씨의 능력을 보여줘요.”

태석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개쩌는 능력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고란이 눈을 빛내며 거친 말투로 태석에게 다시 말했고, 태석이 속으로 한숨을 뱉었다.

‘이거 부담되는걸.’

하지만 자신이 없는 건 아니었다. 태석의 토르를 불러들이는 능력이라면, 적어도 스켈레톤 세 마리쯤은 거뜬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저 멀리에 스켈레톤 세 마리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지들끼리 쳐다보며 뭔가를 하고 있었다.

“저기로 가도록 하죠.”

태석 일행이 이동했다.

태석의 눈에 푸른 전기가 튀었다. 토르를 받아들였다는 의미였다.

시연이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보았고, 침을 삼켰다.

‘뭐였지……?’

뭔가 무시무시한 것을 보았을지도 모른다고, 시연은 살짝 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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